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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이여 가라

양현모 2015. 5. 24. 19:17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스물 한 살 나이였던 오월.

불현듯 밤차를 타고 피서지에 간 일이 있다.

 

해변가에 엎어져 있는 보트,

덧문이 닫혀 있는 별장들,

그러나 시월같이

쓸쓸하지는 않았다.

 

가까이 보이는 섬들이 생생한 색이었다.

 

得了愛情痛苦 득료애정통고 -

얻었도다, 애정의 고통을

 

失了愛情痛苦 실료애정통고 -

버렸도다, 애정의 고통을

 

젊어서 죽은 중국 시인의 이 글귀를 모래 위에 써 놓고 나는 죽지 않고

돌아왔다.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오월 속에 있다.

 

연한 녹색은 나날이 번져 가고 있다.

 

어느덧 짙어지고 말 것이다.

 

머문 듯 가는 것이 세월인 것을.

유월이 되면 '원숙한 여인'같이

녹음이 우거지리라.

 

그리고 태양은 정열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밝고 맑고 순결한 오월은 지금 가고 있다.

 

~~~~피천득의 오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