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나는 이제 돌아오지 않아요
-네팔 이주노동자 세세풍-
당신의 메마른 흙이
내 땀으로
목마름을 달래는 하루하루
내 꿈은 죽어갑니다
목장갑에 손이 매이고
안전화에 발이 붙들려
내 것 아닌 노동에 갇힌 나날
인생의 길목에서
밀려난 행복은
저 멀리 묶여있어요
열린 하늘의 새처럼 날아가야 할 시간
그래서 사장님
나는 이제 돌아오지 않아요
내 삶이 온통 녹아내려
기름진 당신의 흙은
계속 씨앗을 싹틔울 거예요
정성들여 피워낸 벚꽃을 당신 곁에 두고 갑니다
사장님 나는 이제 돌아오지 않아요
너무 많은 시간을
당신 농장에서 종종걸음으로 보냈어요
당신 오이 밭에
당신 딸기 밭에
비닐하우스 구석에
살아있는 내 꿈이 갇혀있어요
이제 당신은
홀로 사과를 따야 해요
땀 흘려
미나리를 키우러
나 없이 가야 해요
사장님 나는 이제 돌아오지 않아요
당신 꽃밭에 선 무궁화에게 빌린 웃음을
당신에게 파는 사이
내 고향의 랄리구라스*는 지고 또 졌어요
당신 벚꽃에게 주던 미소를
내 고향 금잔화 천일홍*에게 주고 싶어요
그리운 얼굴로 나를 기다리는
누이 손에서
더는 금잔화 꽃잎이 시들게 하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사장님,
나는 이제 농장으로 돌아오지 않아요
노래방 도우미에게
사랑을 구하였던가요
도허리를 부르며 만난 내 연인은
사랑이 수놓인 손수건을 들고
지금껏 나를 기다립니다
사장님 혼자 노래방에 가야 해요
나는 이제 돌아오지 않아요
세상의 절반을 건너온 철새가
수천 마일을 날아
다시 제 고향으로 가는 시간
종일 숲에서 놀던 가축들이
다시 헛간으로 찾아드는 저녁
수평선을 넘어 쉼 없이 달려온 파도가
다시 바다로 넘어가는 이때
나도
발길을 돌려
첫 발을 디뎠던 땅을 향해 갑니다
사장님
나는 이제 돌아오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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