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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께 쓴 마지막 편지

양현모 2024. 1. 20. 07:54

[어머니께~]

봄비처럼 내리는 날
어머니를 보내드리고나니
밤새 날씨가 많이 추워졌네요
어머니께서 잠들어계신 곳이
눈도 많이오고 추운 곳이라서요

섬진강 굽이굽이 흘러가는 곳에
회문산과 성미산을 바라보는 곳
6.25전란 때 낮에는 군인들이
밤에는 빨치산들이 내려와서
괴롭히는 바람에 몸을 피하신 곳이
이곳이라고 평소에 늘 말씀하셨던 곳입니다

며칠전 어머니께서 전화를 하셨는데
목소리도 안좋으시고 ~
너무 고통스러워 하셨습니다
마지막 생을 붙들며 안간 힘을 쓰며
버티고 계신 모습이 너무나 힘들게 느껴져서~
이제 그 고통을 내려 놓으셨으면
좋겠다는 말을 차마 할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어머니께 안부전화를 드리고 싶었는데 ᆢ
못드린 것이 후회가 됩니다
어머니는 아들의 전화를 기다리다
영원히 깨지않는 깊은 잠에 드셨습니다
어머니의 고통을 외면한 나쁜아들입니다

봄꽃피고 따뜻한 날
어머니를 보내드리고 싶었습니다
다음주에 어머니 생신이라서
가족들이 다모이기로 약속 된날인데
이생의 끈을 더이상 붙잡고 계시기에는
너무 힘들어서 놓으셨나 봅니다

눈도 많이오고 추운 곳인데
어머니를 보내드리는 기간동안
날씨도 포근하고 비가 내렸습니다
곱게 단장하고 수의입고 누워계신
어머니의 볼에 뽀뽀로 마지막 인사를 드렸습니다
하얀 천으로 어머니의 얼굴을 가리는 순간
참았던 눈물이 북바쳐 올라왔서ᆢ
그냥 막 울어버렸습니다

그 기억이 나서요~

어느 해 겨울이였지요
시골집에 홀로계신 어머니를
집에 모셨는데 섬망증세를 보였습니다
어머니와 나란히 앉아서 티브이를
보는데 갑자기 어머니께서~
"아저씨 어디에서 오셨소! 우리 큰아들 애기 좀들어보소~"하면서ᆢ
어릴적부터 지금까지 제이야기를 하셨지요
어머니 기억 속에 큰아들이 어떻게 자리잡고 계신 것인지~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남원의료원 주치의가 "이제 얼마 못사시니
요양원에 모시라"고 했는데ᆢ
막내 영숙이가 모시겠다고 해서ᆢ
어머니의 말년을  막내딸의 정성어린 보살핌으로 행복하게 잘 보내셨습니다

이제 오랬동안 외롭게 계신 아버지곁에
어머니를 모셨습니다
아버지가 어머니 꿈에 나타나셔서
"이제 그만 갑시다"하며 손을 잡고 이끄시는 걸 뿌리치셨다고 하셨는데ᆢ

섬진강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나란히 누워계시니 보기좋습니다
어머니 고맙고 사랑합니다
이제 고통없는 세상에서
부디 영면하시길 바립니다

~불효자 큰아들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