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지엠(GM)대우의 사내하청을 불법파견(위장도급)으로 판정하고 데이비드 닉 라일리 전 사장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또 고용노동부는 이마트가 전국의 23개 지점에서 1978명의 노동자를 하청업체로부터 불법파견받은 사실을 적발했다. 비정규직 문제가 더 미룰 수 없는 사회적 과제임이 확인된 셈이다.
대법원 판결은 사내하청 노동자 843명이 일한 지엠대우 창원공장의 모든 공정을 불법파견으로 본 것, 그 책임을 물어 사용자를 형사처벌한 것 두 측면 모두에서 의미가 크다. 우선 작업 형태, 지휘·명령 체계 등이 비슷한 현대자동차의 비정규직 노동자 7000여명도 불법파견일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대법원은 지엠뿐 아니라 일반적인 자동차 생산 공정에서는 합법적인 도급이 불가능하다고 봤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는 2010년에 정몽구 현대차 회장 등을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검찰은 더이상 미적거리지 말고 현대차 사내하청 문제도 법의 판단을 받도록 해야 할 것이다.
노동부가 이마트를 적발한 것 역시 파장이 상당하다. 당장 불법파견 판정이 난 1978명의 노동자에게 정규직 전환의 길이 열렸다. 또 이마트의 다른 지점 100여곳에서 일하는 하청노동자 수천명도 비정규직의 굴레를 벗어날 가능성이 생겼다.
지엠대우와 이마트에서 확인된 더 중요한 사실은 불법파견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자동차를 비롯해 유통, 전자, 호텔 등 산업 전반에서 불법파견은 굳어져 있다. 그동안 정부가 불법파견을 사실상 눈감아주고, 불법행위가 드러나도 솜방망이만도 못한 처벌을 했을 뿐이다. 불법파견의 피해자는 개인적으로 수년에 걸쳐 소송을 벌여야만 구제받을 수 있었다. 그 일이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지는 지난해 대법원에서 불법파견 판정을 받아낸 현대차 해고노동자 최병승씨가 똑똑히 보여준다.
이번 기회에 정부는 산업계의 불법파견을 전면적으로 조사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옳다. 이마트만 하더라도 노동부는 2011년에 실시한 사내 하도급 집중점검에서 불법파견을 발견해내지 못했다. 불법파견을 근본적으로 막을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불법파견 사용자에 대해선 더 엄중한 처벌을 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2월25일 취임일에 열린 행사에서 “임기 내 반드시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되도록 최대한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검찰이 3년째 진행중인 현대차 불법파견 수사는 박 대통령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시금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