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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않을 수 없는 길

양현모 2015. 4. 7. 23:05

 

가지 않을 수 있는 고난의 길은 없었다.

몇몇 길은 거쳐오지 않았어야 했고

또 어떤 길은

​ 정말 발 디디고 싶지 않았지만

돌이켜 보면

그 모든 길을 지나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다.

내 앞에 있던 모든 길들이

나를 지나

지금 내 속에서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오늘 아침엔 안개 무더기로 내려

길을 뭉텅 자르더니

저녁엔 헤쳐온 길 가득...

나를 한 번쯤은

꼭 다시 걸어 보고픈 길도 있고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길도 있다.

그 길 때문에

눈시울 젖을 때 많으면서도

내가 걷는

이 길 나서는 새벽이면

남모르게 외롭고

돌아오는 길마다 말하지 않은

쓸쓸한 그늘 짙게 하지만

내가 가지 않을 수 있는 길은 없었다.

그 어떤 쓰라린 길도

내게

물어오지 않고 같이 온 길은 없었다.

그 길이

내 앞에 운명처럼 파여 있는 길이라면

더욱 가슴 아리고 ​

그것이 내 발길이 데려온 것이라면

발등을 찍고 싶을 때 있지만

혼자 버려둔다.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도종환의 가지 않을 수 없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