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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 공동선언에 대한 오해와 편견

양현모 2015. 6. 15. 16:59

 

 

 

 

 

 

 

6.15 공동선언에 대한 오해와 편견 / 정세현 칼럼

이명박 정부 출범 후 6.15 행사가 이전에 비해 초라하게 치러지더니 올해 6.15 15주년도 그저 그렇게 지나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명박 대통령처럼 말로는 6.15선언을 존중하겠다고 했지만 실제 정책 면에서는 6.15에 대해서 비우호적이었다. 이건 두 대통령과 주변 인사들의 6.15 에 대한 오해와 편견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2000년 6.15 공동선언이 발표된 후 시작된 우리 내부 6.15 찬반논쟁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선언 5개항 중 이산가족 관련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 관련 당국회담 관련3개항은 별로 시비 대상이 아니지만 1항과 2항은 처음부터 논란의 초점이었다.

 

제1항의 " 통일문제를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라는 대목이 북한의 술수에 말려 반미용공 통일을 합의한 것이라는 오해가 있다. 이에 대해서는 " 그러면 남북의 정상들이 만나서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치자고 해야지 외국의 힘을 빌려서 통일하자고 할수 있는가 ? " 라는 반문부터 제기할수 있다. 그리고 반미통일은 우리의 지정학적 특성 때문에 비현실적인 것이다. 용공통일을 막는 건 우리가 하기 나름이다. 광복 70년이 돼서도 대북피해의식을 가지고 북한을 상대하면 통일은 요원하다. 지금은 우리가 자신감을 가지고 북한을 리드해나가야 할 때다.

 

제2항의 "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공통점이 있다고 보고..." 라는 대목도 오해의 대상이다. 북한이 주장해온 연방제를 결국 수용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 대학에서 정부형태론을 강의하는 교수들은 이렇게 설명할 것이다. " 낮은 단계의 연방제는 내용상 국가연합 이다.

 

그건 노태우-김영삼-김대중 정부의 통일방안인 민족공동체 통일방안 의 남북연합 과 같은 개념이다. 북한이 그동안 주장했던 연방제 는 굳이 단계로 말한다면 높은 단계의 연방제 다 라고 가르칠 것이다. 그렇다면 6.15의 1항,2항은 독소조항도 아니고 북한에 당한 것도 아니다.

 

6.15가 진보 정치인의 작품이기 때문에 싫다는 사람도 있다.

정치적 편견으로 6.15 를 배척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서는 필자가 분명히 밝힐 것이다. 1994년 7월 김영삼- 김일성 평양 정상회담이 원래 계획대로 진행됐더라면 6.15와 비슷한 선언을 채택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당시 필자는 대통령 통일비서관이었다. 그래서 7월25일~27일 평양 남북정상회담 준비 실무책임자로서 김영삼 대통령이 김일성 주석과 나눌 대화 내용, 정상 간 합의해야 할 사안 관련 자료들을 준비했다. 그런데 7월9일 정오 북한에서 김일성 주석 사망보도가 나왔고, 분단 사상 최초가 될 뻔했던 남북정상회담은 불발로 끝났다. 만약 그때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진행됐더라면 어찌됐을까? 당연히 7.27 공동선언 이 나왔을 것이다.

 

분단 국가의 정상들이, 안 만났으면 몰라도, 만난 이상 분단상황 관리 차원에서 평화공존과 교류협력에 대해 협의하지 않고 무슨 다른 일을 하겠는가?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당시 우리의 회담전략이다. 절대적 우위에 있는 경제력을 바탕으로 경제지원을 해나가면서 그걸 레버리지로 군사긴장을 완화시킨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7.27 공동선언 도 불발돼서 그렇지 결국은 6.15 공동선언 과 크게 다를 수가 없었던 것이다.

 

노무현 -김정일 회담 결과인 10.4 선언이 6.15의 증보판인 것도 마찬가지다. 왜? 진보-보수 를 떠나 김영삼 대통령도 김대중 대통령도 노무현 대통령도 모두 분단 관리의 일차적 책임이 있는 남한 대통령이니까.

 

앞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포함해서 누가 남북정상회담을 하더라도 7.25 - 6.15 - 10.4 와 전혀 다른 방향의 공동선언은 만들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남북관계가 꽉 막혀 있는 이 시점에 6.15 공동선언의 의미를 중립적으로 차분하게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그러한 일은 보수 정치인들에게 더 필요하다. 남북 관계를 앞으로도 계속 지금처럼 끌고 갈 수만은 없는 일 아닌가 ?

 

-평화협력원 이사장.전 통일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