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사랑

보라, 자본의 단결을

양현모 2011. 6. 26. 20:27

보라, 자본의 단결을
손석춘(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사장/진보대통합 상임공동대표)
[0호] 2011년 06월 24일 (금) 편집국 kctuedit@nodong.org

 

 

 
손석춘 새사연 이사장
단결. 언제나 노동운동의 고갱이로 논의되어왔다. 물론, 노동의 현실과 거리는 멀다. 냉철하게 짚어보면 겉으론 단결을 부르대지 않는 자본이 실제론 더 단결해 있는 새삼스런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자본의 정치적 단결은 잘 드러나지 않지만 세계사적으로 ‘유서’ 깊다. 대한민국 현대사를 돌아보아도 마찬가지다. 자본은 마치 정치에 초연한 듯 행세한다. 바로 그것이야말로 자본의 정치적 전략이다. 자본은 정치와 경제가 무관한 듯 꾸민다. 신자유주의는 그 가식을 보편화해준다. 기업 활동에 발목잡지 말고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저들의 주장은 얼핏 그들이 정치를 멀리한다는 착시현상까지 불러일으킨다.

자본은 그 연장선에서 노동조합의 정치 참여에 신경질적 반응을 보여 왔다. 가령 그들을 대변하는 신문과 방송은 노동조합의 정치 참여를 ‘불순한 시도’로 몰아왔다. 그 결과 적잖은 노동자들까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찬찬히 톺아볼 일이다. 한국 사회에서 자본이 어떻게 단결해 있는가를, 어떻게 정치를 좌우해 왔는가를. 저들은 전국경제인연합회로 뭉쳐있다. 그 뿐인가.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도 있다. 세 단체 두루 노동운동 앞에서 단결력 강하다. 노동운동과 자본의 물적 토대를 비교하는 일은 문자적 의미에서 보더라도 의미 없는 일이다. 수많은 ‘여론 주도층’이 자본의 주변에 들꾄다.

자본의 세 단체는 자신들의 이익을 정치로 구현하는 정당들을 줄곧 지원해왔다. 알게 모르게 거액의 정치자금이 자본에서 권력으로 흘러들어갔다. 자본은 이익을 위해 군부독재와 적극 야합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시기에도 자본은 세 단체를 통해 단결했고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시켰다. 신문과 방송을 광고, 곧 자본으로 통제하며 여론까지 좌우하고 있다. 자본은 자신들이 전폭 지지한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뒤 법인세와 상속세 인하, 종합부동산세 무력화, 방송사 소유규제 완화를 비롯해 여러 이익을 ‘전리품’처럼 챙겼다.

여기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 정중히 묻고 싶다. 자본은 정치적 단결로 자신들의 추한 이익을 야금야금 실현해가고 있는데, 왜 노동자들은 정치적 단결로 자신의 정당한 이익조차 구현해가고 있지 못한가? 참으로 생게망게한 일 아닌가.

명토박아둔다. 일부 민주노총 조합원들까지 자본을 대변하는 정당들에 투표하는 이유는 저들이 언론과 손잡고 노동자들의 생각을 세뇌시켜왔기 때문이다. 이 땅에서 한나라당․재벌․언론(한재언)의 3각동맹이 지닌 힘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강력하다.

그러나 북유럽복지국가만이 아니다. 생활수준이 훨씬 낮은 브라질에서도 노동자 룰라를 ‘얼굴’로 한 브라질노동당이 3기째 집권하고 있다.

바로 그렇기에 민주노총 조합원 개개인에게 거듭 묻지 않을 수 없다. 왜 이 땅의 노동자들은 정치적 변혁에 힘을 모으지 못하는가. 왜 청와대에 노동조합 출신 대통령을 보낼 꿈조차 꾸지 못하는가.

불편한 진실을 직시할 때다. 자본은 정치적 단결을 강화해 온 반면에 정작 노동자들은 민주노총 조합원들마저 진보대통합의 시대적 요구에 적극 호응하지 않는다. 가만히 다시 쓰는 까닭이다, 저 노동운동의 고갱이를. 단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