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인권

쌍용차->“우리는 날마다 희망을 본다”

양현모 2012. 1. 8. 11:51

전국서 침낭·담요…‘연대의 힘’ 얼지 않는다
현장 쌍용차 희망텐트 한달
장작불 피운 천막에 문패까지
해고자들 복직투쟁 ‘본부’로
13일 대규모 ‘포위작전’ 행사
“우리는 날마다 희망을 본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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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 ‘희망버스’에 이어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공장 앞에 ‘희망텐트’가 쳐진 지 한 달. 영하 10도를 밑도는 강추위와 살을 에는 듯한 칼바람 속에서도 쌍용차 사태 해결을 위한 사회적 연대의 실험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추운 날에도 우리는 날마다 희망을 봅니다!!!

 

 
 

 

» 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서석문 조합원(징계해고자)이 지난 5일 오전 경기 평택시 칠괴동 공장 정문 앞에서 해고자 복직 약속 이행 등을 촉구하는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평택/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우린 날마다 희망을 봅니다. 우리 모두의 새해 희망은 오직 공장으로 돌아가는 것뿐입니다.”

한진중공업 ‘희망버스’에 이어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공장 앞에 ‘희망텐트’가 쳐진 지 한 달. 영하 10도를 밑도는 강추위와 살을 에는 듯한 칼바람 속에서도 쌍용차 사태 해결을 위한 사회적 연대의 실험은 계속됐다.

지난 5일 오전 쌍용차 평택공장 정문 앞. ‘공장으로 돌아가자’는 손팻말을 든 1인 시위가 이어졌다. 정문을 마주한 인도 위 공용 천막 주변에 놓인 드럼통 속에서는 평택농민회에서 보낸 장작불이 벌겋게 타오르며 농성 노동자들의 기운을 북돋웠다. ‘희망텐트촌 마을회관’이란 문패가 나붙은 천막 안에는 곳곳에서 지원한 침낭과 솜바지, 담요가 눈에 띄었다. 도로법 위반을 이유로 철거 요구를 받고 있지만, 어느새 농성 노동자 20여명의 문패까지 내걸렸다.

천막 맞은 편 인도의 2~3인용 텐트 4개동도 자리를 잡은 듯했다. 지난달 7일 텐트를 친 지 하루 만에 강제철거되는 수난도 겪었지만, 이젠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대학생들이 쌍용차 노동자 복직투쟁을 지원하는 본부 구실을 하고 있다. 평택평화연대 등 지역사회단체는 물론 한진중공업 ‘희망버스기획단’ 등 전국에서 50~60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와 지원을 약속하면서 출발한 ‘희망텐트’가 한 달 만에 ‘희망버스’를 잇는 사회적 연대의 ‘아이콘’이 된 셈이다.

김득중 쌍용차노조 수석부지부장은 “비좁은 천막 안에서 20여명의 노동자가 날마다 새우잠을 자며 농성을 하고 있지만 연대의 힘으로 버티고 있다”며 “총선과 대통령선거가 있는 올해 쌍용차 사태는 새로운 분수령을 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숙 농성에 동참한 평택비정규노동센터 남정수(47) 소장은 “희망텐트는 쌍용차 사태 3년을 앞두고 해고자의 삶에 대한 문제를 진지하게 되돌아 보게 하는 중요한 소재”라며 “텐트가 늘어날 때마다 경찰이 형사입건으로 으름장을 놓는 것은 쌍용차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연대에 대한 두려움의 반증”이라고 말했다.

금속노조는 오는 13~14일 1박2일 일정으로 2천여명이 참석하는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쌍용차 포위작전’ 행사를 열 계획이다. 쌍용차가 2009년 2646명의 노동자를 정리해고하자, 노동자들은 77일 동안 공장 점거농성으로 맞서며 저항했다. 점거농성이 경찰에 진압된 직후인 같은 해 8월6일 쌍용차 노사는 비정규직 복직 및 무급휴직 후 복직, 징계철회 등에 합의했다. 하지만 노동자 96명이 구속됐고 합의사항은 이행되고 있지 않다. 이에 따른 스트레스 등으로 19명의 노동자와 그 가족이 숨졌다. 쌍용차 사태는 다음달 15일이면 1000일을 맞는다. 

 

 희망텐트촌 한 달 ‘확산되는 희망바이러스’

[포토뉴스]

 

“오늘 하루 재미나고 신나는 추억 만들고 돌아가라”

심형호 미디어충청 기자 2012.01.08 10:25

‘정리해고 철회’를 외치며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앞에 만들어진 희망텐트촌이 어느덧 31일 차를 맞이했다.

희망텐트촌에 연대를 하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특히 31일 차를 맞이한 6일은 금속노조 서울 경기 인천지부의 확대간부 70여명이 모여 추운겨울을 훈훈하게 했다.

많은 사람들이 희망텐트촌에 왔기 때문일까? 쌍용차 사측 관계자 70여명도 공장 밖을 나와 ‘이기자! 이기자! 이기자!’를 외치며 희망텐트촌 방문자들의 신경을 건드리기 시작했다. 곧 이어 시작된 것은 올해 들어 첫 공장 밖 청소(?)였다. 쌍용차 사측은 집회신고가 되어 있는 짝수날에 가끔 공장 정문 앞에서 집회나 청소를 한다.

▲  사측 관리자들이 공장 주변 청소를 시작 하기에 앞서 구호를 외치며 약식집회를 진행중이다.

이런 날은 항상 경찰 수십명이 나와 경계를 강화하고 경찰이 준비한 많은 카메라가 희망텐트촌을 주시한다. 아니나 다를까, 방패를 들고 나타난 수많은 의경과 채증조, 사측 CCTV까지 희망텐트촌 방문자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했다. 오늘은 여경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이제 쌍용차지부 조합원들도 익숙하다는 반응이다.

김정우 쌍용차지부장은 입촌식을 통해 “추운날씨에도 연대하러온 동지들, 너무 고맙고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오늘 하루 재미나고 신나는 추억 만들고 돌아가라”며 이날의 입주민들을 반겼다.

곧이어 진행된 퇴근선전전 후 촛불문화제가 이어졌다. 희망텐트촌이 시작 되고 나서 가장 많은 수의 입주자들이 모인 촛불문화제였다. 지부는 추운 날씨에 힘내라며 담요와 군고구마를 준비했다.

촛불문화제는 자유발언과 연영석, 이씬 씨의 노래공연으로 진행됐다. 연영석 씨는 ‘구르는 돌’, ‘간절히’, 이씬 씨는 ‘지랄’, ‘악질 자본가’ 등의 노래를 들려주며 즐거움을 선사했다.





백승철 한국3M지회조합원은 “공장에 도착해서 정문을 바라봤더니 검은차가 나갈 때 경비들이 ‘충성’이라고 외치는 것을 봤다. 쌍용차 노동자들도 저 모습처럼 군인같이 일하고 있을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채규전 금속노조인천지부장도 “이렇게 사람들이 모인 이유는 단 하나, 더 이상 죽지 않기 위함이다”며 “희망텐트를 통해 절망의 공장이 아닌 희망의 공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날 참가자들은 대형 천막 2동을 설치했다.


희망텐트촌에 함께하는 입주민들이 마치 바이러스처럼 몰려들고 있다. 쌍용차지부는 이것을 ‘희망바이러스’라고 표현한다.

정리해고 철폐의 새로운 거점, 희망텐트촌에 ‘희망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다. (기사제휴=미디어충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