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재벌개혁 로드맵으로 기업 집단을 분리하고 나아가 재벌 체제를 해체하겠다."
통합진보당이 '재벌 해체'를 선언하고 나섰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재벌개혁은 시류에 편승한 말의 성찬으로는 실현될 수 없다, 재벌경제의 폐해를 낳은 근본 원인을 짚고 실질적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대책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며 "재벌의 소유지배구조부터 획기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권과 반칙으로 얼룩진 재벌 체제 극복이 우리 사회의 미래를 열어가는 출발점"이라며 "전태일과 노무현의 미완의 꿈을 통합진보당은 재벌 특권 체제 해체로 이루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정강·정책에 '경제민주화' 조항을 앞세우고, 민주통합당이 '재벌세' 검토안을 내놓은 데 이어 통합진보당이 더 강한 '한 방'을 내놓은 것이다.
이 공동대표는 금융과 비금융 계열사 분리, 출자총액제한제도의 부활과 강화, 지주회사 규정 강화, 업무 무관 계열사 보유 과세 등의 수단을 통해 10대 재벌의 소유지배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맞춤형 '재벌개혁 로드맵'을 제시했다.
일단, 재계 1위인 삼성의 소유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금융지주회사법에 정하는 금융지주회사의 요건을 현행 '최대 출자자'에서 '최대법인출자자'로 바꿔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공동대표는 "사실상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의 지배 아래 있는 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을 소유하고 있지만 삼성생명의 최대주주가 아니라는 이유로 금융지주회사로 규정되지 않고 있다"며 "금융지주회사 요건을 바꾸면 에버랜드는 금융지주회사로, 삼성생명은 그 자회사로 돼 비금융회사인 삼성전자는 매각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되면 삼성그룹은 금융과 전자로 분리된다는 것이다.
순환출자로 지배구조를 공고히 하고 있는 재계 2위 현대차그룹은 순환출자 자체에 대한 전면 금지를 통해 지배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 이 공동대표는 "자동차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며 원·하청 불공정거래로 지배력을 확장해 온 현대차 그룹은 현재도 전면 금지되고 있는 상호출자의 변형된 형태의 순환출자로 지배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며 "순환 출자를 전면 금지해 현대차그룹을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불필요한 계열사를 매각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재계 1위 삼성부터 10위 두산그룹까지...'맞춤형' 재벌 개혁 방안
회사 자금을 횡령해 파생상품에 투자하고 막대한 손실을 본 재계 3위 SK그룹, 4위 LG그룹, 7위 GS그룹, 10위 두산그룹은 지주회사 규정을 대폭 강화해 자회사 매각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 이 공동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현행 지주회사 규정은 총수의 지배력 확대를 결과적으로 방조하고 있다, 자회사 지분을 40%(상장회사 및 벤처회사는 20%) 이상만 보유해도 지주회사 설립이 가능한 현재 규정을 80%(상장회사 및 벤처회사는 40%)로 상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그는 "현행 부채비율 한도 200%도 99년 지주회사가 허용된 당시인 100%로 환원해야 한다"며 "이러한 조치를 취하면 SK, LG, GS 등은 상당수 자회사를 매각하게 돼 결국 분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공동대표는 출자총액제한제도의 부활 및 강화도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출총제 기준을 폐지 직전의 순자산총액의 40% 수준이 아니라 당초 기준인 25%로 할 경우, 41%를 출자하고 있는 6위 현대중공업, 43%를 출자하고 있는 9위 한화그룹은 곧바로 분리대상이 된다"고 강조했다.
업무와 무관한 계열사를 보유할 시 과세하는 이른바 '재벌세'를 통해서는 "골목상권 침해로 자영업자의 생활 터전을 앗아간 5위 롯데그룹과 8위 한진그룹, 9위 한화그룹에 대해 의미 있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 이 공동대표의 설명이다. 이 공동대표가 이날 내놓은 '재벌개혁 방안'은 통합진보당의 총선 공약인 재벌 개혁 방안 시리즈 중 하나로 수렴될 예정이다.
이 공동대표는 이 같은 재벌개혁 대안을 야권연대의 핵심의제로 민주통합당에 제안했다. 그는 "정책연대에 기반한 야권 연대를 좌우하는 결정적 기준이 재벌개혁이 될 것"이라며 "민주통합당의 진지한 검토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이 제시한 '재벌세'와 '출총제 부활'에 대해 지난달 30일 "재벌세는 삼성그룹 등 4대 재벌그룹에 거의 효과가 없다"며 "규제 한도를 40%로 하는 민주당의 출총제는 규제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10대 재벌에 모두 적용도지 않아 민주당의 재벌 개혁에 대한 의지와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든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는 새누리당(구 한나라당)을 향해서도 "한나라당 박근혜 비대위도 재벌개혁을 얘기하는데, 이명박 정부가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외치며 감세, 규제 완화, 고환율 저환율 저금리 정책을 밀어붙일 때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어디에 있었냐"며 "현 정부 실정부터 반성하고 헌법 119조 경제민주화 조항과 정면으로 충돌할 한미FTA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놔야 한다"고 못 박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