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소식

"쌍용차와 정부는 살인을 멈춰라!" 

양현모 2012. 4. 22. 13:00

"쌍용차와 정부는

            살인을 멈춰라!"

[현장] 쌍용차 23번째 죽음을 막기 위한

         범국민 추모대회

 

 

 

"국가는 자본을 통제할수 있어야 하고 자본의 횡포를 막을수 있어야 진정한 정부의 역할이고 책임이다!" -범광-

 

 

  
21일 오후 경기도 평택역 앞에서 '살인정권 규탄! 정리해고 철폐! 제 4차 쌍용차 포위의 날' 참가자들이 가두 행진을 하고 있다.
ⓒ 김도균
쌍용차

"해고는 살인이다! 정리해고 박살내자!"

"사람이 죽어간다! 정권이 나서야 한다!"

 

 

21일 저녁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공장 앞, 세찬 빗줄기가 쏟아지는 가운데 전국에서 모여든 노동자, 시민, 학생들의 구호 소리가 울려 퍼졌다.

 

 

쌍용차 희생자 범국민 추모위원회 주최로 비정규직과 정리해고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희망텐트 4차 포위의 날' 행사가 열린 것. 민주노총은 "시민사회와의 연대를 통해 쌍용차 문제를 풀어내기 위해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오후 2시 평택역에 집결한 참가자들은 "얼마나 더 죽어야 합니까!", "쌍용차와 정부는 살인을 멈춰라!"는 문구가 쓰인 플래카드를 앞세우고 약 5km 떨어진 쌍용차 공장까지 행진했다. 만장과 꽃상여, 지난 2009년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돌연사한 쌍용차 해고노동자 22명의 관을 든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그 뒤를 따랐다.

 

 

  
21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공장 앞에서 세상을 떠난 22명의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천도재가 열리고 있다.
ⓒ 김도균
쌍용차

 

오후 5시 30분께 공장 정문 앞에 관들이 놓여진 가운데 숨진 노동자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천도재가 대한 불교 조계종 화쟁위원회 일감 스님의 집전으로 진행됐다.

 

 

일감 스님은 제문에서 "회사와 정부는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 선량한 노동자를 2000명이나 대량해고하고 이에 맞서자 무자비한 폭력을 가하였고, 이로도 모자라 손해배상과 가압류 청구를 하여 노동자와 그 가족의 삶을 철저히 파괴했다"고 밝혔다. 일감 스님은 이어 "폭력의 외상을 치유하지 못하고 극단적인 삶의 위기에 몰리자 22명의 소중한 생명이 이승에서의 삶의 끈을 놓아 버렸다"고 안타까워했다.

 

 

스님은 또 "생각해 보면 이 모든 것이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 체제가 빚은 어리석음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돈이 신이 되는 사회에서 모두들 물신의 노예가 되어 무한 소유욕에 불을 피워 올렸고, 그 불이 타인의 생명을 무참하게 밟아 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22명의 죽음을 "사회적 학살...궁극적 책임 대통령에 있다"

 

 

  
"더 이상 죽이지 마라!", "정리해고 철회하라!" 21일 오후 비가 내리는 가운데, 쌍용차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시민과 노동자들이 평택 시내를 행진하고 있다.
ⓒ 김도균
쌍용차

 

이날 집회에서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장은 쌍용차 해고 노동자 22명의 죽음을 "사회적 학살"로 규정하고 그 궁극적인 책임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김 지부장은 "하루를 산다는 것이 죽기보다 힘든 나날들이었다"며 "학살에 대한 사죄는커녕 아직도 정부와 쌍용차 사측은 아무런 대답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언제 23번째 죽음이 나올지 두렵기만 하다"며 "앞으로 더 이상의 안타까운 죽음이 없도록 함께 해주시기를 간절히 호소 드린다"고 말했다.

 

 

용산 참사 유가족들도 연단에 올라 쌍용차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했다.

 

 

고 이성수씨의 부인 권명숙씨는 "용산참사도 국가권력에 의해 일어난 학살이었다"며 "살기위해 망루에 올라갔다가 만 하루도 안 되어 참혹한 시신으로 유가족 품에 돌아왔다"고 말했다. 권씨는 "용산 참사와 쌍용차 문제는 결국은 같은 것"이라며 "용산 참사 유가족들도 쌍용차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끝까지 함께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21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공장 앞에서 세상을 떠난 22명의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천도재가 열리고 있다
ⓒ 김도균
쌍용차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의장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는 "국가와 자본이 얼마나 더 많은 희생이 있어야 그 폭력적 얼굴을 벗어 던지고, 최소한의 인간적 얼굴을 하게 만들 수 있을까 생각한다"며 "22명의 열사들이 죽어간 자리에 우리들이 함께할 때 이 죽음의 행진이 끝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는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문성근 민주통합당 대표 권한대행, 심상정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정동영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등도 참석했다.

 

 

지난 2009년 쌍용자동차는 경영난을 이유로 2646명의 노동자를 대량해고 했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공장을 점거하고 77일간의 옥쇄파업을 벌였지만 경찰에 의해 강제 해산됐다. 점거농성 직후 쌍용차 노사는 비정규직 복직 및 1년간 무급 휴직 후 복직, 징계철회 등에 합의했지만 사측은 경영난을 이유로 현재까지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