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소식

누가 그들에게 사람 두들겨 팰 권리를 줬나

양현모 2012. 7. 31. 21:11

 

“사전에 모의된 불법 기획탄압이다”

이번 사태,

경비업법-폭처법-형법-노조법 위반 투성

 

노동현장에 불법 용역깡패들이 난입한 것은 종종 발생한 일이다! 공권력이 부족해서 용역을 활용하는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사회적 강자인 자본이 노동자들을 탄압하기위해서 용역깡패를 동원하는 것을 정부가 인정하는 것인지 이번기회에 확실히 정리를 해야 합니다!  언제까지 자율적인 노사문제에 폭력이 개입되어야 하는지 우리나라 노사관계는 천민자본가들의 철학없는 경영의 후진성때문에 발전이 없습니다! 노동자들은 무조건 자본에 종속되어야 한다는 발상을 버리지 않는다면 자본은 영원히 지탄의 대상일뿐입니다! -범광-

 

지난 27일 전격적으로 이뤄진 에스제이엠과 만도의 직장폐쇄와 용역 대규모 현장난입은 모두 불법 투성이다. 우선 경비용역 폭력부터 불법이다.

경비업법 15조는 “경비원이 타인에게 위력을 과시하거나 물리력을 행사하는 등 경비업무 범위를 벗어난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긴 경비원은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으며 이를 시킨 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 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27일 새벽 경비용역은 에스제이엠 진입과정에서 수적으로 열세인 야간근무 중인 조합원들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휘둘렀다. 모두 불법행위로 형사처벌 대상이다.

   
▲ 7월 27일 낮 3시경 용역들이 만도 세곳에 난입했다. 만도 회사측은 낮 3시 직전에 조합원들에게 직장폐쇄를 문자로 알렸다. 편집국

이번 사태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아래 폭처법)도 위반했다. 쇠파이프, 곤봉, 자동차 부품 등을 휴대해 집단 폭력을 행사해 조합원 수십명에게 상해를 가한 것은 그 자체로 최고 3년 이상 법정형에 해당한다. 금속노조는 “경비업법과 폭처법을 위반한 경비업체는 허가가 취소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 공무집행도 문제 투성이다 .경비업법 18조는 용역경비 투입 시 최소 24시간 전에 배치 신고서를 제출하게 돼 있다. 만약 경찰이 이를 미리 신고 받았다면, 사전에 폭력행위 방지를 위한 조치가 가능했다. 그러나 경찰은 27일 “아는 바 없다”고 그랬다. 이에 대해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은 “백주대낮에 용역 1천 여 명이 중무장해 모이고 이동하는데 경찰이 몰랐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강조한다.

   
▲ 경기 에스제이엠이 생산하는 자동차 부품인 '벨로우즈'. 7월 27일 새벽 용역 3백 여 명은 야간 작업중인 조합원들을 향해 중무장 한 채 '벨로우즈'를 조합원들에 마구 던지며 폭력을 가했고, 이로 인해 조합원 20여 명은 중상을 입었다. 강지현

그리고 경찰은 27일 새벽 4시 30분 노조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서도 용역폭력을 눈앞에서 바라만 보고 있었다. 이는 형법 122조에 따른 명백한 직무유기다. 금속노조는 이에 대해 “직무유기에서 더 나아가 경찰이 용역의 폭력을 공모했거나 방조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이고 있다. 

두 회사의 직장폐쇄도 위법 소지가 짙다. 직장폐쇄는 법적으로 노조의 쟁의에 대한 방어적 수단으로만 인정된다. 그리고 직장폐쇄에 있어서 절차적 요건을 지켜야 한다. 하지만 에스제이엠 지회는 전면파업을 하루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회사가 전면 직장폐쇄를 한 것은 공격적이다. 그리고 그 방법도 노동자들을 두들겨 패며 내쫓는 방식의 의존했다. 이는 직장폐쇄 이행 방법에 있어서 불법논란이 야기된다.

에스제이엠 사측의 직장폐쇄 사전공고 방식도 절차적 요건에 미달된다. 지회에 따르면 에스제이엠 사측은 용역들의 폭력이 있은 지 몇 시간 후인 27일 오후에 직장폐쇄 공고문을 공장 후문에 부착했다. 조합원을 내쫓은 뒤 공고문을 붙인 것은 ‘사전공고’가 아니다.

   
▲ 7월 27일 새벽 용역의 무차별 폭력으로 인해 평화로운 현장이 난장판이 됐고 조합원 수십명이 다쳤다. 지회 제공

만도지부 역시 27일 처음 전면파업을 선언했다. 특히 파업 다음 날부터 8월 3일까지 조합원들이 휴가 기간이고 휴가 뒤 지부가 쟁의대책위를 통해 향후 파업계획을 알리겠다고 한 마당에 한 직장폐쇄는 분명 공격적이다. 김태욱 금속노조 법률원장은 “만도 회사측이 직장폐쇄를 이행하는 방법으로 대규모 경비용역을 동원한 물리력을 행사한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금속노조는 “이번 용역동원은 경비업법에 따른 일반적인 경비활동이 아닌, 노동조합을 굴복시키기 위한 군대동원이었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노조는 “이번 사태는 모두 현대기아차 등 거대 완성차기업 부품업체에서 일제히 발생했다는 점에서 사전에 모의된 기획탄압 의혹이 짙다”고 밝히고 있다.

통합진보당 박원석 의원은 “8월에 이어질 금속노조 파업과 그 뒤 계획중인 민주노총 총파업을 무력화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은 29일 기자회견을 통해 “휴가 기간을 노린 비열한 도발에 분노하며 휴가 직후 파업을 비롯한 강력한 대응을 벌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백주대낮 테러, 정부는 알고도 모른척?

29일 국회 기자회견

 “기업 사병천국 만들셈인가”

2012년 07월 29일 (일) 강지현 선전홍보실장 edit@ilabor.org

27일 새벽 경기 에스제이엠 용역난입에 이은 같은 날 오후 만도 세 공장 대규모 용역투입까지. 이른바 자본의 ‘사병’이 백주대낮에 거리를 활개치는 동안 노동부와 경찰이 이를 방조했다는 의혹이 짙어 파문이 커질 전망이다.

행정안전위 소속 국회의원과 환경노동위 소속 국회의원은 민구노총 및 금속노조와 29일 오전 11시 30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사태의 진상조사를 국회 차원에서 직접 실시하겠다고 나섰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번 사건은 경찰과 사전공모하지 않으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며 “우리는 이번사건을 정권이 자본의 사병천국으로 만들려는 시도로 규정하고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 환노위와 행안위 소속 국회의원들과 민주노총 및 금속노조가 7월 29일 11시 30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들은 이날 27일 발생한 대규모 용역 동원 및 에스제이엠과 만도의 폭력적 직장폐쇄 사태에 대해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 및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강지현

통합진보당 박원석 의원도 “에스제이엠과 만도에 같은 날 용역이 투입된 사실은 우연의 일치가 아닌 자본의 사전 기획”이라고 강조했다. 민주통합당 은수미 의원은 “이번 사건은 청와대에 의해 조장되고 고용노동부에 의해 방조된 것이라는 의심을 떨칠 수 없다”고 밝혔다.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도 “백주대낮에 용역 1천 여 명이 중무장해 모이고 이동하는데 치안이 발달해 있는 나라에서 경찰이 몰랐다는 게 가능하냐”고 거들었다. 민주통합당 장하나 의원은 “이는 명백히 노조법 위반이자 경비업법 위반”이라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고용노동부에 적극적인 진상조사를 요구하겠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봤을 때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가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며 “환노위와 행안위 등 국회에서 직접 진상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노조가 용역들의 이동을 직접 따라붙으며 확인한 바에 따르면, 26일 밤 11시 50분 서울 잠실 롯데월드 너구리 동산에 2백 여 명의 용역이 집결했다. 이들은 27일 새벽 0시 45분 이동을 시작했고 새벽 1시 경 하남휴게소에 대기해 인원을 3백 여 명으로 보강하고 중무장 한 뒤 이동을 재개해 새벽 5시 10분 에스제이엠 침탈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방패와 헬멧 등으로 중무장한 용역들은 회사가 생산하는 ‘벨로우즈’라는 자동차부품을 조합원들에게 던지는 등 마구잡이 공격을 자행했다. 이에 노동자 20여 명은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 27일 백주대낮에 용역들이 직장폐쇄 현장에 난입하기 위해 대량이동 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당시 "직장폐쇄 사전신고 사업자를 확인해 줄수 없다"고 했고 경찰은 "아는 바 없다"고 했다. 사진=오마이뉴스

에스제이엠 용역침탈이 있던 시각인 27일 새벽 5시 서울 상암월드컵 경기장에는 또 다른 용역 2백 여 명이 집결했다. 이들은 아침 7시 경 5백 여 명으로 불린 뒤 일부 대오를 빼 인천 문학경기장으로 이동시켰다. 그리고 서울 상암월드컵 경기장 집결대오 숫자는 아침 9시가 되자 1천 여 명으로 확대됐다. 이들 양쪽 용역은 정오가 되자 만도 세 곳으로 이동을 시작한다. 그리고 낮 3시 만도 회사측은 조합원들에게 직장폐쇄를 문자로 통보했고 용역들은 장비트럭과 출입문을 봉쇄할 목적의 컨테이너를 실은 트럭과 함께 공장에 진입했다.

이러는 동안 노조는 고용노동부에 “금속노조 사업장 가운데 직장폐쇄 사전통보 사실이 있냐”고 확인을 요청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 측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답해왔다. 그 뿐이 아니다. 26일 밤부터 시작된 용역들의 대규모 집결과 관련해 경찰도 “아는 바 없다”고 역시 답했다. 노조법 46조는 회사의 직장폐쇄를 행정관청 및 노동위원회에 신고하도록 돼 있다. 아울러 경비업법 18조는 노사분규 사업장에 일반경비원을 투입할 경우 24시간 전에 배치신고서를 제출하게 돼있다.

이와 관련해 은 의원은 “27일 당일 노동부 업무보고 때 당일 벌어지고 있는 사태에 대해 노동부측에 물으며 즉각적인 행정명령 집행을 촉구했으나 돌아온 대답은 노사 대화가 적극 추진될 수 있다는 보고뿐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의원은 “경찰이 이 과정에서 전혀 몰랐다고 하면 경찰 집무집행력이 엉망이든가 아니면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 의원은 “이 문제는 19대 국회에서 밝혀야 할 최대 사건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금속노조는 여름휴가가 끝나기 직전인 오는 8월 5일 비상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이와 관련한 투쟁계획을 마련한다.

 

SJM 용역폭력,경찰은 방관자?

금속노조경기지부, '용역폭력 무대응 무책임 경찰 책임져야'

우용해 뉴스셀 기자 2012.07.31 11:48

SJM 회사측의 공격적 직장폐쇄 과정에서 나타난 용역폭력에 대해 관할 경찰서가 책임을 회피한 정황이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27일 새벽 4시경SJM 회사측은 무기한 직장폐쇄를 이유로 경비용역업체 ‘CONTACTUS’ 소속 용역 200여명을 안산공단에 위치한 SJM공장에 기습 투입했다. 이날 투입된 용역들은 전투경찰이 착용하는 진압장구 같은 복장에, 손에는 방패와 곤봉 등으로 무장했다. 용역경비업체의 폭력행위로 인해 당시 공장 내에 있는 SJM 노동자 35명이 부상당해, 11명이 입원을 했으며, 13명이 얼굴과 머리 팔 다리등을 꿰매고, 11명이 타박상을 입었다.

 

▲  용역 폭력에 부상당한 SJM조합원 [출처: 금속노조 경기지부]

금속노조 경기지부는 SJM 직장폐쇄 과정에서 나타난 용역의 폭력행위에 대해 경찰이 “사건 경과를 은폐하고 용역직원을 일부 입건해 사건을 축소 하려는 등, 용역폭력을 방조하고 책임을 발뺌하고 있다”며, “경비업체의 폭력을 묵인한 책임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용역경비의 폭력행위를 묵인했다는 논란의 핵심은 오전 5시 30분 경부터 SJM 노동자들이 공장 밖으로 끌려나온 6시 43분 사이에 나타났다. 안산단원경찰서는 이와 관련 “(경찰은) 오전 5시 30분경 도착했고, 그 때는 이미 모든 상황이 종료되어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속노조 경기지부와 SJM 지회에서 제공한 영상과 자료에는 용역의 폭력행위가 오전 5시부터 노동자들이 공장정문 밖으로 나온 6시 43분 까지 지속되고 있어, “경찰이 폭력행위를 수수방관 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SJM 지회에 따르면 용역경비는 27일 오전 4시 25분경 5대의 버스를 타고 공장정문에 도착했다. 이때 버스 선두와 후미 차량에는 회사측 관리자들이 길을 안내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용역경비는 오전 5시경 정문과 후문에 배치되 공장안에 있던 노동자들과 대치 했다.

 

▲  오전 6시18분 공장안에서 물건을 던지는 용역경비 영상캡쳐 장면 [출처: 금속노조 경기지부]

오전 5시 5분경, 전투경찰이 착용하는 보호장구와 유사한 진압복을 입은 용역경비들이 방패와 곤봉을 휘두르고, 소화기를 뿌리며 정문을 뚫고 공장안으로 난입했다. 이 과정에서 부상자들이 속출하기 시작했으며, 노동자들이 공장정문 맞은편에 있는 공장안으로 들어 갔다. 이후 소강상태가 이어졌으며, 오전 5시 30분경 전투경찰 3개 중대가 도착해 공장 주변에 배치 됐다.

 

오전 6시가 되자 출근을 하려는 노동자들이 용역경비에 제지 당했으며, 6시 15분경 용역경비에 밀려 공장안으로 들어갔던 노동자들에 대한 용역경비들의 2차 진압이 이루어 졌다.

 

금속노조 경기지부는 당시 상황에 대해 “6시 20분경 용역경비들이 공장안으로 진입하면서, 공장안에 있던 밸로우즈, 쇠막대기, 코일뭉치등 날카로운 쇠붙이를 조합원에게 던지며 폭력을 휘둘렀다”며, “이 때 많은 노동자들이 얼굴과 머리, 팔, 다리 등이 부상당했다”고 설명했다.

 

경기지부는 “경찰이 상황이 끝나 있었다고 말한 6시 이후 부터 6시 30분 까지가 용역폭력이 가장극에 달했던 시점”이라며, “경찰이 용역경비의 폭력을 수수방관 했다”고 비판했다.

 

▲  용역경비가 공장안에 SJM노동자들에게 던진 물품 [출처: 금속노조 경기지부]

공장안에서 용역경비의 폭력행위로 부상당한 SJM 지회 조합원은 “(용역경비가)쇠꼬창이 같은 것을 던지고, 몽둥이로 보이는데로 쳤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지회 조합원은 “(공장 2층)창문이 열려 있어 뛰어 내렸다. 목숨의 위협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창문에서 뛰어 내릴 때도 용역경비 있는 쪽으로 가면 헤꼬지를 당할 까봐 일부러 경찰이 있는 쪽으로 뛰어 내렸다. 당시 위에서 용역들이 놓쳤다고 욕을 하고 있는데도, 수 십 명의 경찰은 이를 보면서도 아무 일 없는냥 가만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밝힌 바와 다르게, 전투경찰이 배치된 5시 30분 이후 부터 6시 45분 까지 용역의 폭력이 지속된 정황에 대한 경찰의 해명이 없다면, 논란이 증폭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금속노조 SJM지회는 27일 당시 “4시 25분 용역버스가 도착 했을 때 선두와 후미 차량에 사측 관리자가 함께 있었으며, 오전 5시 30분경 사측 간부들이 공장에 도착해 있었다”며, “회사측과 경찰이 상황을 공유 하고 있었을 것”이라 주장했다.

 

한편, 경찰은 27일 용역경비업체의 폭력행위가 언론에 공개되자, 용역경비업체 사장과 관계자 10여명을 입건했다. 경찰은 이들에 대해 “폭력행위를 안 하겠다 약속했었다”며, “위법사실이 드러나면 사법처리 방침”이라 밝혔다. 또한 “경비용역업체를 고용한 SJM 대표 김모씨를 소환해 폭행 방조 혐의를 조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기사제휴=뉴스셀)

[현장]폭염과 용역폭력 뚫고 싸우는 SJM 노조원들 "휴가 없다"

노조 '휴가 후 복귀' 선언에도 조합원 150여명 "공장을 되찾자" 투쟁

김대현 기자 kdh@vop.co.kr

입력 2012-07-31 15:17:22 l 수정 2012-07-31 16:41:36

안산지부 대강당실에 모여있는 SJM 노조원들

안산지부 대강당실에 모여있는 SJM 노조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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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마지막날.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안산 SJM 공장으로 가는 길은 아침 일찍부터 막혔다. 휴가를 떠나는 차량으로 고속도로가 막힌다는 교통 소식을 실감할 수 있었다.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SJM 노동자들도 원천인 현대차와 기아차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5일까지 휴가기간이지만, 이들은 휴가를 포기하고 민주노총 안산지부로 모였다. 사측이 고용한 용역업체 직원들에 의해 청춘을 바쳐 땀 흘리며 일한 공장에 들어갈 수도 없게 됐기 때문이다.

조합원 조회가 시작되는 8시30분보다 먼저 도착해 담배를 피우고 있던 조합원 김모(43)씨는 “집행부는 휴가를 다녀오라고 하는데 지금 가봐야 놀 기분이 나겠냐”며 “휴가는 내년에라도 갈 수 있지만 직장은 지금 되찾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노조 소식지를 읽고 있는 조합원

노조 소식지를 읽고 있는 조합원



가족 생각에 울음바다된 아침 조회

조합원 150여명이 2층 대강당에 모이자 조회에는 시작됐다. 노조 집행부가 투쟁 소식지를 나눠 주자, 조합원들은 하던 이야기를 멈추고 진지한 표정으로 유인물을 읽어 내려갔다.

사측은 지난 27일 용역침탈 이후 사무직과 관리직 직원 등 대체인력을 투입해 공장가동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조합원들에게 문자를 보내 공장 복귀를 종영하기도 했다.

조합원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은 김영호 금속노조 SJM지회장은 “오늘 오전 간부들 몇 명이 공장 앞에서 출근한 사무직들에게 ‘같이 살자’는 캠패인을 벌였다”며 “사무직 노동자들도 미안함에 고개를 들지 못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례적으로 많은 언론들이 불법용역의 폭력 문제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며 “우리의 투쟁에 있어 좋은 국면인 것 같다”고 말을 이어갔다.

김 지회장은 “사실 저부터도 20년 동안 일하며 회사에 미운 정과 고운 정 다 들었다”며 “그러나 이제는 김용호 회장 일가 역시 천박한 자본이라는 현실을 조합원 모두가 냉정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지회장의 발언이 끝나자 조합원들과 집행부 간에 자유로운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한 조합원은 “이틀 전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공장에 한번 왔는데 큰 애가 울먹이며 불안해하더라”며 “가족들이 불안하지 않도록 가족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그러나 이 조합원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가족들을 생각하다보니 감정이 격앙돼 눈물이 터져 나온 것. 이 조합원의 눈물은 어느새 2층 대강당 전체로 퍼졌다.

김 지회장은 착잡한 표정으로 “사실 가족이 우리의 힘이고 인생의 전부이다”라며 “그러나 지금 처해 있는 현실을 가족들도 직시해야하고, 우리도 가족들에게 힘든 상황에서도 정당하게 싸우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독려했다.

회사를 향한 분노의 함성

회사를 향한 분노의 함성



땡볕 속 집회..."우리가 싸우지 않으면 누가 대신 싸워 주겠나"

“투쟁”이라는 힘찬 구호와 함께 사무실을 내려온 노조원들은 벌써부터 땡볕이 내리쬐는 오전 10시 SJM 공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사측이 직장폐쇄를 선언해도 노조사무실을 출입할 수 있는 노조법 상의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서 였다.

그러나 20여분의 행진 끝에 도착한 안산 SJM공장은 담벼락에는 새로 날카로운 철조망이 쳐져 있었고, 출입문과 담장 안으로는 방패를 착용한 컨택터스 용역경비들이 세 겹으로 서 있었다. 컨택터스 용역경비들은 “노조 사무실을 가기 위해 왔다. 길을 열어달라”는 요구는 무시한 채 굳게 잠긴 문을 열지 않았다.

결국 조합원들은 그늘 한점 없는 정문 앞에서 직장폐쇄와 출입 불허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었다. 33도를 웃도는 기온과 살이 따가울 정도로 내리쬐는 햇볕으로, 어느새 조합원들 얼굴에서는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준비한 손수건으로 땀을 닦아내면서도, 조합원들은 노동가요를 부르고, 발언자들에게 환호와 박수를 보내며 집회를 이어갔다.

정준위 부지회장은 "더운 날씨 때문에 조합원들에게 '자율적으로 휴가를 다녀오라'고 말했지만 대부분 조합원들이 남아 투쟁에 하고 계신다"며 "집행부 입장에서 너무 고맙고 든든하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조합원 이모(43)씨는 "요즘 더위가 무엇인지 제대로 느끼고 있다"며 "그래도 우리가 먼저 싸워야지 누가 대신 싸워주지는 않지 않냐"고 되물었다.

간단한 집회가 끝난후 김영호 지회장과 집행부 5명은 수원지검 안산지청으로 이동했다. 컨택터스와 이들을 고용한 (주)SJM 그리고 용역들의 폭력을 묵인한 안산단원경찰서를 검찰에 고소, 고발하기 위해서였다.

안산지청 앞에는 민주노총 양성윤 부위원장과 금속노조 양동규 부위원장 등이 이미 도착해 있었다. 기자회견에 대한 언론의 관심도 뜨거워 20여명의 취재진이 취재에 열을 올렸다.

기자회견에서 김영호 지회장은 “이례적으로 언론이 이번 사태에 집중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이는 사회적 통념상 더 이상 이런 폭력집단은 용인되서는 안된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50대 여성 조합원 "살려 달라고 애원했지만 경찰은 외면"



노조 소식지를 일고 있는 여성 조합원들

노조 소식지를 일고 있는 여성 조합원들



27일 오전 4시는 7년간 SJM에서 일한 이모(57, 여)씨에게 충격을 넘어 죽음의 공포를 느끼게 한 악몽과 같은 순간이다. 이씨는 “애초 이 지역에서 SJM은 좋은 회사로 소문났었다”며 “이런 회사가 이렇게 용역 깡패들을 투입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이씨는 27일 자정까지 근무를 마치고 퇴근하려는 길이었다. 그러나 용역들이 들어올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돌아 조합원들은 공장에 남아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고 있었다.

이씨는 “갑자기 새벽 4시 대형버스가 공장 앞에 섰고, 밖이 소란스러워졌다”며 “처음에는 경찰이 온 줄 알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공장 2층에 있던 이씨는 순식간에 몰려 들어온 컨택터스 용역경비들에 의해 막다른 길에 몰렸다. 용역경비들이 공장 문 앞에 철제 자동차 부품들을 던져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이씨는 “날카로운 부품들이 날라와 벽에 부딪히며 스파크가 일었다”며 “퇴로도 없는 상황에서 용역들은 생전 처음 들어보는 심한 욕설을 내뱉으며 곤봉을 휘두르고 사람을 발로 밟았다”며 치를 떨었다.

자식 같은 나이로 보이는 용역경비에게 심한 모욕을 당한 것도 억울하지만 이씨가 무엇보다 분한 것은 이런 무차별 폭력이 자행되는 동안 경찰은 지켜만 보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씨는 “살려달라고 경찰들에게 애원했지만 경찰은 지켜만 보고 있었다”며 “어떻게 사람이 앞에서 죽어갈 위기에 빠져있는데 가만히 지켜만 볼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분개했다.

마지막으로 이씨는 “날씨도 덥고 간부들도 휴가 다녀오라고 하지만 분해서라도 못 빠지겠다”며 “끝까지 싸워서 꼭 공장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민주노총 안산지부

민주노총 안산지부


철조망이 둘러진 SJM 공장

철조망이 둘러진 SJM 공장


구회 외치는 SJM 조합원들

구회 외치는 SJM 조합원들

 

 

누가 그들에게 사람

두들겨 팰 권리를 줬나

[미디어현장] 우용해 뉴스셀 기자
[0호] 2012년 07월 우용해·뉴스셀 기자 media@mediatoday.co.kr
27일 오전, 안산공단에 위치한 SJM에 경비용역이 투입됐다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취재장비를 챙겨 달려갔다. SJM 공장으로 향하는 차안에서 작년 유성기업과 한진중공업, 그리고 2009년 쌍용자동차의 무시무시했던 경비용역의 폭력행위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렇게 폭력과 함께 내려진 직장폐쇄, 그리고 복수노조까지… 정리해고와 심야노동이라는 싸움의 요구는 달랐지만 이 사업장 모두 민주노조가 깨지고 복수노조가 들어섰다.

SJM 공장정문에 도착해 보니 공장 문을 사이에 두고 밖에는 쫓겨난 노동자들이 있었고, 공장 안에는 진압장비로 무장한 경비용역들이 방패를 들고 막고 있었다. 처음에는 공장주변에 방패를 들고 있는 이들을 전투경찰로 생각했다. 하지만, 사진을 찍기 위해 가까이 갈수록 뭔가 이상했다. 이들이 쓰고 있는 안전모와 방패는 로고만 다를 뿐 전투경찰의 진압장비와 너무도 흡사했다. “처음에는 경찰인 줄 알고 있다가… 그래서 피해자가 더 생겼다”는 노조의 주장을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다.

이날 공장 안에서 완전무장한 경비용역의 폭력으로 부상당한 노동자만 35명이다. 이들은 ‘목숨에 위협을 느꼈다’고 진술할 정도로 극심한 폭력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당시 현장에 있던 경찰의 태도였다. SJM 노동자들은 “경찰이 용역 폭력을 방조했다”고 증언했다. 그리고 이는 당시 현장에 나와 있던 회사 측 관계자와 경찰이 상황을 공유 했을 것이라는 의혹으로 이어진다.   

SJM 노동자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작년 유성기업과 2009년 쌍용차가 떠올랐다. 너무나 똑같았다. 유성기업은 경비용역이 노조원에게 차량으로 돌진했다. 그리고 직장폐쇄 철회를 요구하는 노동자들에게 쇠파이프를 휘두르고 소화기를 분사했다. 2009년 쌍용차의 상황은 더욱 비참했다. 이들은 마치 진압 전투경찰처럼 무장하고선 노동자들에게 폭력을 휘둘렀다.

그렇다면 폭력을 휘두른 경비용역의 처벌은 어떨까? 유성기업에서 폭력을 휘두른 경비용역이 처벌됐다는 이야기는 전혀 들어 본적도 없다. 바로 얼마 전에는 근로복지공단이 2009년 쌍용차 진압당시 투입됐던 경비용역에 대해 산재를 인정한 반면, 쌍용차 노동자들에게는 구상권을 청구했다가 여론에 밀려 취소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경비용역이 공장을 장악하면, 우리 같은 작은 규모의 언론은 정보를 얻는 것은 물론 출입 또한 하늘에 별 따기다.

작년 한진중공업을 취재하면서 영도조선소에 머물 때다. 조선소 담벼락을 따라 경비용역이 보초를 서 있고, 정문 또한 경비용역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한진중공업 회사 측이 복귀한 조합원을 영도조선소 안에 모아 ‘조선소 정상화 대회’를 연다는 소식에 공장으로 향했지만 용역경비는 나를 제지했다.

기자증을 보여주고, ‘확인이 필요하면 편집장에게 확인 해 주겠다’며 수차례 출입을 요구 했지만 경비용역 두 명은 나를 정중하게(?) 밖으로 내보냈다. 나는 그때서야 기자증은 경찰과 공무원에게‘만’ 통용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경비용역의 욕설이나 제지에 항의해도 문제는 해결 할 수 없었다.

노동자 서민들의 이야기를 담고자 하는 NEWS CELL(www.newscell.co.kr)에 속해 있는 나는 주로 집회현장을 취재해 왔다. 연행과정을 취재하다 경찰과 집회 참가자들 사이에 고립되거나. 경찰이 휘두른 카메라에 맞아 상처를 당한 적도 있다. 이런 일들이 어떤 위협적 상황으로까지 연출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경비용역이 투입된 상황을 취재한다는 것은 일단 긴장부터 된다. 그들은 위협적이고, 그 태도에 나도 모르는 사이 위축되는 것을 느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취재기자가 경비용역에 느끼는 공포도가 이정도 인데, 정작 폭력의 피해자들의 공포는 어느 정도이겠는가.

SJM의 직장폐쇄는 오후 1시경이 되어서야 후문 쪽에 슬그머니 회사가 붙인 공고문 한 장으로 확인되었다. 금속노조와 담당 변호사, SJM 노동자들 중 누구도 회사로부터 ‘직장폐쇄’ 공지를 받지 못했다. 같은 날 오후 3시에는 평택에 있는 만도에도 직장폐쇄가 내려졌다. 당일은 휴가파업 중인 상황이었기 때문에 다행히 SJM과 같은 폭력 사태는 없었지만, 이곳 역시 용역경비가 공장을 접수한 상태였다.

   
우용해 뉴스셀 기자
 
둘 다 직장폐쇄 공지가 내려지기 전에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은 아무도 알지 못했다. 게다가 만도는 직장폐쇄가 내려진지 불과 3일만에 복수노조가 세워졌다. 이제 노노 갈등으로 사안을 몰고 갈 차례다.

휴가 전날 경기도에서만 두 군데 자동차 부품업체에서 직장폐쇄와 용역경비가 투입되었다. 우연의 일치일까. 원청 사인 ‘현대기아차의 개입 없이 정말 가능한 일이었을까?’, ‘정부와 공권력의 묵인 없이 가능한 일이었을까?’라는 의문이 꼬리를 물지만 확인할 수가 없다. 그러나 국가와 공권력이 이 상황에서 어떠한 태도를 가졌는가는 확실하다. 그들이 책임지려 했던 게 몇 십 년 동안 현장에서 일해 온 노동자들이 아니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러한 폭력으로 발생한 쌍용차 노동자들 22명의 죽음과 같은 노동자들의 희생, 또다시 발생할지도 모를 피해의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