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자 아닌 노동안전위원까지 왜? 역시 타임오프는 노조탄압 수단이다 | ||||||||||||
[해설] 현대차아산 고 박종길 자결의 원인과 배경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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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 정한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한도 안으로 노조전임자를 대폭 줄이라는 취지를 가진 대표적 악법 타임오프제도. 그런데 노조전임자도 아닌, 산업안전보건법상 정한 노사공동기구 노측위원인 고 박종길 조합원까지 왜 타임오프제도 시행에 따른 탄압에 고통 받아야 했던 것일까? 지난 9일 회사의 노조탄압에 항의하며 자결한 고인은 현대차지부 아산위원회 노동안전보건위원이다. 노동안전보건위원은 부서에서 발생한 산재환자 면담과 이후 처리과정에 대한 상담, 그리고 서류작성 및 접수를 담당하는 조합원이다. 또한 노동안전보건위원은 작업환경측정과 회사와 진행하는 산업안전보건협의와 부서별로 진행하는 노동안전개선팀 회의도 펼친다. 이 회의에서 회사에 문제점 개선을 요구하기 위해 평소에 현장 시설 점검과 각종 안전관련 문제를 확인하는 것도 이들의 역할이다.
노조전임자도 아닌데 왜 탄압대상? 이 같은 노동안전보건위원의 활동은 법으로 보장돼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노사가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설치하고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이 위원회 노측위원이 바로 노동안전보건위원이며 법은 이들의 활동에 대해 회사가 불이익을 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노동안전보건위원은 산업안전보건법 상 산재상담과 안전교육, 안전점검 등을 할 수 있고, 그 이외에는 노사 간에 맺은 단체협약에서 추가로 명시한다. 현대차지부 단체협약에는 조합원의 안전보건 문제 및 조사, 작업장 환경측정 등의 노동안전보건위원의 활동이 추가로 보장돼 있다. 아산공장에만 이 같은 인원이 다섯 명이다. 이들은 노조전임자가 아니다.
고현승 아산위원회 노동안전보건위원도 “우리가 하는 활동은 타임오프와 연관된 것이 아니라 산업안전보건법에 근거해서 하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그런데 이곳 노동안전보건위원들은 타임오프제도가 현대자동차에 강제로 적용된 올 4월 1일부터 노동안전보건활동이 무급이나 무단이탈로 처리되기 시작했다고 입을 모은다. 고 위원은 “회사는 4월부터 나를 포함해 모든 노안위원들의 활동시간을 무단이탈과 무급으로 처리했다”고 증언한다. 다른 노동안전보건위원도 “전에는 안 그랬는데 4월부터 급하게 필요한 게 있어 제안하러 가도 무급이고, 아픈 사람 면담하러 가도 무급이었다”고 거든다.
법과 단협이 보장한 활동까지 4월부터 제약 고 박종길 조합원이 9일 작성한 유서에도 “노안위원과 근골격계 실행위원의 조합원 면담 시간마저 무단이탈로 일삼는 등 현장탄압이 심하다”고 적혀있다. 이곳 노동안전보건위원들은 지난 4월 이전까지 이들의 활동이 각 부서나 지원팀에 통보만 하면 근태협조를 해줬지만 4월부터는 무급이나 무단이탈로 처리했다고 말한다. 한 예로 신설공장을 지을 경우 산업안전법에 따라 작업환경을 측정해야 하고 노동안전보건위원이 이에 참여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회사는 쉽게 보장해주지 않았다고 한다. 고 위원은 “환경안전팀에서 작업환경측정하자고 하고 지원팀에 근태 협조 요청을 했는데 못해주겠다면서 무급으로 처리하겠다고 했다”며 “법적으로도 정당한 활동을 무급으로는 못한다고 하니 그제서야 근태협조를 해 줬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도대체 회사 쪽 관리자들은 무엇을 근거로 법과 단협이 보장한 노동안전보건위원의 활동을 제약하려 했던 것일까? 이와 관련한 비슷한 사례는 작년에도 있었다. 지난 해 7월 기아차는 타임오프제도를 적용한답시고 노조전임자와 상관없는 대의원 활동까지 무급처리 하는가 하면, △조합 업무 차량 보험해지 △지부지회 사무실에서 외부로 거는 전화 차단 △판매정비 분회사무실 철거 통보 △노조 현수막 철거 시도 △각종 사무기기 반납 요청 등까지 자행했었다. 일부 회사에서는 법에 보장된 산업안전보건교육에 참석한 조합원을 무급처리 하기도 해 물의를 빚었었다.
지난해에도 비슷한 탄압사례 빈번 지난해 불어 닥친 사측의 ‘말도 안 되는’ 탄압의 근거는 바로 지난 해 6월 3일 노동부가 타임오프제도를 설명한답시고 자의적으로 만든 ‘타임오프 매뉴얼’이었다. 지난 해 노동부는 ‘타임오프제도’ 해설서를 만듭답시고 노조전임자가 아닌 간부와 대의원, 그리고 각종 법률에서 정하고 있는 노사공동기구의 노동자측 위원 업무까지 타임오프 제약을 받는 범위 안에 포함시켰다. 또한 노동부는 조합원 총회와 대의원대회 및 선거 등도 역시 타임오프 한도 속에 넣었었다. 이래 놓고서 노동부는 매뉴얼을 통해 타임오프 활용 인원을 회사로부터 허락 받게 하라고 적시하기까지 했다. 모두 개악된 노조법과 관련 시행령에 없는 내용이었다. 이 같은 ‘초법적’ 매뉴얼이 말도 안 된다는 것은 ‘그들’조차 인정하는 대목이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해 6월 10일 회원사 인사노무 담당 임원과 부서장 2백 여 명을 모아 설명회를 한 자리에서 타임오프제도 심의위원회 경영계 위원으로 참여한 조영길 변호사는 “노동부 매뉴얼은 법적 구속력은 없다”며 “이 매뉴얼에 대해 법적 판단으로 갈 경우 법원에서 다른 판결을 할 수도 있다”고 실토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변호사는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3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하면 그 동안 노동부 매뉴얼은 회사에 아주 유리할 것”이라는 힌트를 사용자들에게 줬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전운배 노동부 노사협력정책관은 “이 매뉴얼의 핵심은 현장경영권이 관리자에게 넘어가게 하자는 것”이라고 말해 매뉴얼 작성의 의도를 노출해 파문이 일기도 했었다.
노동부 타임오프 매뉴얼 최근 현대차 아산의 노동안전보건위원들이 당해 온 탄압은 바로 지난해 노동부가 만든 매뉴얼에 담겨 있던 내용 그대로다. 특히 이들이 당한 탄압이 타임오프 시행 뒤부터였던 것으로 보았을 때 그 매뉴얼을 참고했을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조차 없다. 물론 현대차는 지난 4월 14일 현대차지부와의 타임오프 4차 특별협의 때 노조전임자 임금 문제를 제외한 일상 노조활동을 기존대로 인정하겠다고 약속해 준 바 있다. 당시 사측이 약속한 노조 일상활동에는 △노사공동위, 생산협의, 사업부 노사협의, 판매정비 노사협의, 부서노사협의 등 지부 대의원활동 △근무형태변경추진위 산하 각 위원들의 활동 △산업안전 협의 및 근골격계 실행위원 활동 △단협 상 조합원 전체 공통 조합활동 등이 포함돼 있었다. 지난해 비난을 샀던 노동부 타임오프 매뉴얼대로 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을 회사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됐었다. 특히 고현승 아산위원회 노동안전보건위원은 “당시 회사가 약속할 때만 해도 노동안전보건 사업은 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것이니 회사가 가장 먼저 활동을 보장해주겠다고 한 부분이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당시 회사의 약속 이후 두 달이 다 되어가도록 아산공장에서는 이것이 지켜지지 않은 셈이다. 현장 곳곳에서 노동부 타임오프 매뉴얼이 ‘유령처럼’ 떠도는 것은 아닌지 의혹이 짙다. 어찌됐든 지난해 새해벽두 국회는 노조전임자를 규제하는 타임오프제도를 날치기로 만들었다. 이어 지난해 6월 노동부는 타임오프제도를 빙자한 ‘노조탄압 매뉴얼’을 만들었다. 국회를 거쳐 노동부를 통해 나온 타임오프제도가 사용자들로 하여금 노조탄압 ‘수단’으로 계속 활용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셈이다. 금속노조(위원장 박유기)는 10일 고 박종길 자결사태에 부쳐 "회사의 노동탄압 및 현장탄압 빌미가 되고 있는 타임오프제도를 즉각 재개정"하라고 촉구했다. 취재 및 정리=강지현 선전홍보실장, 강정주 편집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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