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정마을에 '행정대집행' 소식이 전해지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16일에도 경찰과 대책위 사이에 실랑이가 종종 벌어졌다. 민주노동당 제주도당 현애자 위원장은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며 23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다. 현 위원장은 경찰의 잦은 출몰에 이날 오전 예정돼 있던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못했다.

현 위원장은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에 대해 "도민들 중에도 '국책사업이고, 어느 지역은 희생해야 한다'는 순수하고 착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서 "하지만 강정마을은 해군기지 건설에 적합한 지역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현 위원장은 이어 "대양해군 정책을 추진하면서 강정마을에 대규모 해군기지를 건설할 필요는 없다. 국방정책과 안보상 필요한 일이라면 남해안 인근에 있는 해군기지를 확장하면 될 일"이라고 덧붙였다.

'행정대집행'과 관련 현 위원장은 "3~4일 전부터 여론이 달라졌음을 피부로 느낀다"면서 "아무리 찬반 논란이 있고 국가가 추진하는 사업이라고 하더라도 국가공권력이 투입되는 이 상황은 도민들이 절대 이해하지 못한다. 국가공권력에 의해 어느 한 지역이 말살되는 것에 대한 제주사회에 공분이 일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군기지 반대 농성을 벌이고 있는 민주노동당 현애자 제주도당 위원장과 이정희 대표. ⓒ민중의소리


- 공권력 투입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23일째 농성중이신데. 긴장되지 않으신가

많이 긴장된다. 주민들도 불안해 한다. 어마어마한 공권력이 불시에 사방에서 덮칠 것 같은데 두렵지 않겠나. 하지만 온갖 일들을 겪어 왔다. 주민과 함께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에서 너무 무리수를 두고 있다. 특히 해군기지 건설 관련 어떤 명분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도민과 국민들의 공분을 자아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 냉정하게 제주도 여론을 보면 어떤가?

일부에서는 해군기지 건설 반대에 대해 또 다른 갈등을 부추기는 것 아닌가 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주민대책위든 범대위든 김태환 전 제주지사 소환투표에 대해 결정을 받아들여야 한다 등등 냉랭했던게 사실이다. 그런데 3~4일 전 부터 여론이 확연히 바뀌고 있는 것이 피부로 느껴진다. 아무리 찬반이 있고 해군기지가 추진된다 하더라도 국가공권력이 투입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도민의 정서가 있다. 도민들이 일상 생활에서 해군기지 문제를 말을 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국가공권력에 의해 어느 한 지역이 말살되는 것에 대한 공분이 일고 있는 것이라 본다. 여러 과거 사례를 보더라도 제주도는 공권력이 남용되는 지역이 아니다. 예를들면 감귤 가격이 폭락해서 농가들이 감귤 가격을 보존해 달라며 도청앞에서 시위를 벌여도 경찰들은 어떤 일도 하지 않는다. 단지 집회가 잘 마무리 될 수 있도록 경찰 본연의 임무를 다 한다. 제주도는 국가공권력에 의해 도민이 희생됐던 4·3의 아픈 역사가 있다. 이곳에 국가폭력을 행사하기 위해 육지에서 공권력이 내려온다? 안될말이다. 도민들은 이것에 대한 반감이 크다.

-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무엇인가? 절차적 문제 말고 다른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주민들 입장에서는 해군기지가 들어서면서 농토가 반 강제로 매입당했다. 농토를 대부분 잃은 것이다. 이 분들은 평생 농사지으면서 살아오신 분들이다. 농사를 짓던 주민들이 해군기지 때문에 쫓겨나게 된 것이다. 이것에 대한 분노가 가장 크다. 해군기지가 들어서면 인근 환경이 대폭 바뀌게 된다. 이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분들은 대부분 50대 이상으로 평생 농사를 지으며 살아왔다. 주변 환경이 바뀌면 다른 업종으로 전환해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적응하고 살아가기가 쉽지 않다. 평생 가꿔왔던 마을이 반 강제적으로 강요된 마을로 변하게 된다는 말이다.

이 분들은 이런 상황을 원치 않는다. 스스로 원하지 않는 상황을, 이러한 변화를 왜 받아들여야 하나. 그것도 폭력적으로. 그래서 더 저항하고 반대하는 것이다.

강정은 물살이 제주도에서 두 번째로 쎈 곳이다. 해녀들이 물살 때문에 자주 사고가 나기도 한다. 몇 해 전에 해녀들이 물살에 휩슬려 범섬까지 떠내려간 적이 있다. 이런 곳에 해군기지를 짓겠다는 것은 입지선정 과정이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들지 않겠나.

민주노동당 현애자 제주도당 위원장

현애자 제주도당 위원장이 몸에 쇠사슬을 묶고 해군기지 건설 반대 농성을 벌이고 있다. ⓒ민중의소리

- 지역이기주의로 보는 시각도 존재할 것 같은데

현재 강정에 건설되는 해군기지는 군함이 12척이 들어올 수 있는 대규모 항만 시설이다. 부지만 38만평이다. 이정도면 대형 군함이나 함정이 들어설 수 있는 시설이다. 이 시설은 이지스함대가 정박하기에도 충분하다. 해군도 이러한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단순히 대향해군의 필요성 보다 언제든지 미군의 함대가 정박할 수 있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판단하고 있다. 38만평 일대에 해군기지가 조성되면 그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추가 계획을 통해 끊임없이 확장하고, 함정에서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것이 가능해지면 공군기지의 필요성도 제기될 것이다. 이것은 노회찬 전 의원이 공군기지에 대한 국방부의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해군기지가 들어서면 3만, 4만의 군인들과 그 가족이 숙식할 수 있는 시설도 함께 따라온다. 도민들 중 '국책사업이고, 어느지역은 희생해야 하는 것 아니냐' 하는 순수하고 착한 생각도 물론 있다. 하지만 대양해군 정책이 꼭 강정에 해군기지를 건설해야 하는 이유는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 남해에 존재하는 해군 시설을 확장해도 해군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해군은 해군기지 건설에 대해 '남방수송로 안전 보호'와 '어선간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이유라고 말하는데... 이는 해경이 할 수 있는 일이고, 이미 시설도 갖춰져 있다. 해경도 '왜 해군이 이런 이유를 대는지 모르겠다'고 하더라.

- 해군은 해군기지가 제주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 설명한다

제주도는 해마다 100만명씩 관광객이 증가하는 추세다. 제주도의 숱한 노력이 있었음에도 500만 관광객을 돌파하지 못했는데 2년 사이에 700만이 넘었다. 이는 '올레관광'등 관광 마인드가 바뀌는 이유가 가장 크고, 제주도정이 이를 잘 추진했던 결과다.

해군은 3만, 4만의 군인과 가족들이 서귀포 상가를 이용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아무리 군사기지를 통해서 경제적으로 간접효과가 있다 하더라도 군사기지가 아닌 다는 길이 있다면 해군기지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7대 자연경관을 지정하자고 하고 있고,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하려 노력하고 있지 않나. 정부가 평화의 섬으로 지정해 줬고. 여기에 해군기지가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것이 어불성설이다.

- 지역대책위를 꾸리고 있다고 들었다

제주도의 미래와 직결된 만큼 도민의 바른 판단을 구하고 마음을 모으자는 뜻으로 10개 읍·면 지역에 모두 대책위를 꾸리고 있다. 현재 대정읍, 안덕면, 구좌읍, 조천읍, 한림읍 등 구성이 완료됐고 나머지 지역은 준비위원회가 꾸려져 활동하고 있다.

서귀포시는 시민단체와 민주당을 포함한 야당이 모여서 '강정해군기지 저지 및 평화 실현을 위한 시민회의'를 구성해 매주 문화제를 열고 유인물을 배포하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50만장 가량의 유인물을 만들어 가가호호 배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