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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날치기 처리와 이후 투쟁과제

양현모 2011. 11. 23. 22:29

“한미FTA, 되돌릴 수 있다”

[긴급기고]

한미FTA 날치기 처리와 이후 투쟁과제

2011년 11월 23일 (수) 허영구 edit@ilabor.org

지난 22일 오후 한나라당 주도로 한미FTA비준안이 날치기 통과됐다. 170명 재석 가운데 151명 찬성, 7명 반대, 12명 기권으로 통과됐다. 당초 한나라당은 24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야당의 물리적인 저지를 피하기 위해 기습적으로 강행했다. 미국 오바마 정권이 먼저 의회를 통해 한미FTA를 비준하자 한미동맹 강화를 외쳐온 이명박 정권은 무리수를 써서라도 처리할 필요가 있었다. 한나라당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뒤 위축되어 날치기 처리를 꺼렸지만 민주당 내부분열이 가시화되자 처리를 강행했다.

2006년 노무현 정권이 한미FTA를 추진할 당시 집권여당이던 민주당이 단지 야당이라는 이유로 반대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국회 비준을 둘러싸고 민주당 내부는 반대파와 조건부 찬성파로 갈렸다. 민주당은 결국 정부가 미국과 한미FTA 독소조항인 투자자국가제소조항(ISD)을 제외하는 재협상을 하면 비준하겠다는 당론을 정했다. 그러나 이 방침은 자가당착이다. 한미FTA는 ISD만이 문제가 아니라 모든 부문이 독소조항으로 가득 차 있다. FTA는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확대하는 것이며 특히 탐욕스런 금융자본주의 체제를 강화한다.

   
▲ 11월 중순의 겨울 날씨도 무차별하게 뿌려지는 경찰의 물대포도 성난 촛불을 꺼트리지 못했다. 한미 FTA 비준안이 날치기 처리가 되던 22일 밤 정권이 할 수 있었던 건 물로 불을 피우는 일 뿐이었다.이명익기자=노동과세계
한미FTA는 추진될 당시 일방적이고 졸속적이며 매우 기만적으로 진행됐다. 정부는 반대하는 노동자 농민들에 대한 폭력적 탄압으로 대응했다. 참여정부를 표방한 노무현 정부는 전방위적으로 FTA를 추진했고 신기루와 같은 동북아 금융허브화 정책을 폈다. 한미FTA를 추진하면 관세철폐를 통해 무역과 국내총생산이 늘어나고 수 십 만개의 일자리가 생긴다고 선전했다. 그러나 수출중심 재벌대기업은 국제 다국적기업의 수직하청계열화가 된 상태이기 때문에 무역으로 이익을 얻었다 하더라도 무역수지 개선은 통계상으로만 나타날 뿐이다.

무역수지개선이 있었다 하더라도 뉴욕월가 등 해외 투기자본이 보유하고 있는 대주주 주식지분에 대한 고배당으로 빠져나가고 나면 상쇄되고 만다. 특히 세계화된 금융시스템 구조 아래에서 해외로 이전되는 금융부분은 전혀 계산되지 않고 있다. 일례로 주가조작으로 불법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징계를 내리지 않은 금융위원회 결정으로 투기자본 론스타는 5조원 차익을 얻고 ‘먹튀’ 할 수 있게 됐다. 여기다 한미FTA가 발효되면 오히려 론스타가 한국정부를 제소할 수 있다. 금융자본주의 하에서 한미FTA는 노동자에 대한 착취뿐만 아니라 전 민중에 대한 수탈을 강화한다.

한미FTA는 민중수탈강화 수단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 경제위기로 확산되고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체제가 공황적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FTA를 통한 수탈과 착취는 더욱 강화된다. 전 세계 금융거래의 2%만이 실물거래고 98%가 투기적 금융거래다. 국내총생산(GDP)이 한국 1조 달러, 미국 15조 달러 규모인데 지구상 존재하는 파생금융상품은 2007년 말 기준으로 681조 달러에 달한다. 미국 총통화 중 3%만이 실물화폐고 나머지 97%는 컴퓨터 화면상에서 만들어지고 유통된다. 이는 금융거품이다. 한국도 파생금융상품거래 규모가 3경원을 넘어섰고 거래건수는 세계 1위다. 신자유주의적 금융자본주의가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사회적 양극화와 노동자 민중의 빈곤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6년여에 걸친 한미FTA저지 투쟁은 한나라당의 날치기로 당장은 패배했다. 그러나 한미FTA는 미국식 신자유주의적 금융자본주의에 한국경제가 깊숙하게 편입되면서 산업자본에 의한 노동착취와 금융자본에 의한 민중수탈이 강화될 것이기에 반드시 폐기시켜야 한다. 먼저 날치기 통과를 주문한 이명박 정권의 퇴진과 이를 주도한 한나라당 을 해체시켜야 한다. 민주당 역시 한미FTA를 추진한 정당이었으면서도 제대로 된 반성도 없었고 이명박정권과 한나라당의 날치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오히려 적전분열상을 노출했다. 진정성이 있다면 의원직 총사퇴 등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 17일 오후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한미 FTA 비준안 처리 반대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기륭전자 조합원들이 손피켓과 촛불을 들고 문화제에 참가하고 있다.이명익기자=노동과세계
그러나 한미FTA를 막아내지 못한 가장 책임 있는 당사자는 노동자 농민 등 대중조직이다. 특히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의 책임이 크다. 한미FTA가 시행되면 최근까지 임금, 고용, 노동조건, 민주노조사수 등 모든 면에서 수세적으로 밀려왔던 상황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부터라도 한미FTA를 폐기시키기 위한 전면적인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어떤 조약이라도 되돌릴 수 없는 조약은 없다. 미국은 이명박 정부와 재협상을 통해 자신들에게 훨씬 유리한 내용을 관철시켰다. 한국경제는 물론이고 노동자 농민들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한미FTA를 폐기시키는 것은 현 시기 노동운동의 주요한 투쟁과제다.

먼저 집회를 포함한 대중투쟁을 적극 펼쳐야 한다. 2006~7년 금속노조가 중심이 되어 벌인 한미FTA저지 총파업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 조직적 투쟁을 준비하고 실천해야 한다. 둘째, 한미FTA폐기를 위한 헌법소원과 날치기에 참여한 국회의원들에 대한 직권남용고발 등 법적 대응에 동참해야 한다. 셋째, 협정문 24조 5항은 어느 일방이 파기를 선언 통보하고,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나면 자동폐기 되도록 정하고 있다. 따라서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이를 공약으로 내 건 후보를 지지한다고 선언해야 한다. 그렇다고 선거에만 집중하면서 보수정당에 기댄 한미FTA폐기투쟁전략을 채택해서는 안 된다.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를 반대하는 투쟁에 금속노동자가 중심에 서야 한다.

허영구/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