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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통해 노동자 권리 지키고 법률상담으로 부당행위 맞서 배우자·자녀들도 함께 하는 공간
노동자 공간 ‘새터’가 지난 4일 고현동 중곡에 사무실을 차렸다. 거제지역 노동운동가들이 뜻을 모아 마련된 새터는 앞으로 지역 노동자들의 복지증진과 근로·생활환경 개선을 위해 다양한 지원사업을 펼치게 된다. 산업재해, 직업병, 임금체불, 폐업 등 각종 부당행위에 처해있는 노동자들에게 법률상담과 관련사업으로 지원하며, 아울러 이들에게 노동법, 근로기준법 등을 교육해 권리를 지킬 수 있도록 돕는다. 나아가 그들 가족 모두의 삶이 나아질 수 있도록 자녀 교육 프로그램과 다양한 문화공간을 열어간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강봉우(41) 대표는 “당장은 현장직 근로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산업재해 상담을 위주로 새터를 꾸려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 대표는 1995년 대우조선에 입사해 이듬해 96년 전국 총파업에 참여했다. 당시엔 본인의사보다 분위기 탓이 컸지만 이후 대우조선 노동조합 사무국장을 맡는 등 다양한 노동운동을 펼쳐왔다.
현재 대우조선해양 근로자이면서 ‘창원마산거제산업재해추방운동엽합(이하 산추련) 소속이기도 한 그는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산재 상담을 해오고 있으며 새터 운영위원회에도 산추련 소속 위원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강 대표에게 산추련이 있음에도 새터가 필요한가 물었다. “노동자들을 위한 상담소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거제, 고성, 통영할 것 없이 공단을 둔 지역, 나아가 이 지역 모든 노동자들이 고충을 상담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습니다.”
새터가 있기 전, 산추련은 노동자 소식지를 제작해 고성, 통영, 거제 한내 지역에 배포했다. 역시나 산재 관련 법률자문을 많이 구해왔고, 특히 이주노동자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다. 폐업, 체불 임금 등 타국에서 겪는 어려움을 귀 기울여 주는 곳이 없었던 것. 그래서 소식지는 베트남어, 영어 등 5개 국어로 제작된다고 한다. 지난해 8월 강 대표를 비롯한 지역 운동가들은 거제·통영·고성을 아우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보자는 뜻을 모아 고현동에 자그마한 공간을 마련했다고.
현재 새터에는 변호사, 의사 등 법률과 의료 전문가들과 강 대표처럼 현장 근로자들이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영화 ‘부러진 화살’의 실제 주인공인 박훈 변호사가 고문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 “조선소뿐만 아니라 택시 기사, 버스 기사, 학교 기간제 보조교사 등 노동 관련해서 법률상담, 체불임금, 고용에 대한 문제들을 다 같이 얘기할 수 있는 공간을 열었으면 합니다.”
새터는 또 노동자뿐 아니라 배우자와 자녀들까지 함께할 수 있는 공동체적인 틀로 첫출발 한다고 말하는 강 대표. 다양한 교육·문화 사업을 구상중이라고 한다. “지금은 또렷한 계획이 없지만 장차 새터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많은 사람들이 모이면 우리 자녀들이 건강하고 희망차게 살 수 있는 고민을 해볼 수 있습니다.”
다만 지역민에게 다가가기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지금 새터가 할 수 있는 일은 직업문제에 대한 법률지원정도 뿐. 접근성이 어렵기 때문에 오히려 처음부터 모든 사람들에게 문을 열어뒀다. “거제는 어떤 일이든 한 다리 건너면 모두 연관돼 있죠. 지금은 회원이 50명에 불과하지만 개소식에 오셨던 200여명의 손님들이 이미 회원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새터가 많이 알려져 발길이 이어지면 사람냄새 나는 모양이 갖춰질 것입니다.”
새터는 오는 25일 1차 간담회를 열어 세부계획을 세울것이라고 한다. 강 대표는 “새터를 찾는 이유가 상담뿐이라면 지나치는 인연일 뿐입니다. 상담하고 함께 고민해보고 서로 힘이 돼주면서 자생력을 키워나가야 할 것입니다. 아직도 우리 사회엔 폐업과 임금체불 등 이 만연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노동자들 스스로가 의식이 깨어 있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