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 그리스 총선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번 경제칼럼에서는 유럽경제위기국면에서 계급투쟁의 최전선에 서 있는 그리스 급진좌파연합 ‘시리자’에 대해서 몇 가지 소개와 제언, 우리의 교훈을 짧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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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전선 : 트로이카와의 채무협상, 비타협적 자세를 견지하자!
가장 눈에 띠는 것은 대내외적 부채탕감에 대한 입장입니다. 이 부분이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라 할 수 있는데요. 아시다시피 트로이카(유럽연합, 유럽중앙은행, IMF)와 갈등을 빚는 가장 커다란 대립 지점이 바로 국가채무에 관한 입장의 차이입니다.
우리나라 언론에서는 주로 긴축정책에 대한 재협상문제만을 다뤄지고 있는데, 사실 중요한 것은 그리스가 안고 있는 국가채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 입니다. 사실 긴축을 조금 완화한다고 해서 그리스 대외부채가 바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하기에 부채문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있는 ‘시리자’의 공약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이런 상태론 갚지 못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채권-채무 관계는 계약관계입니다. 채무자는 채권자에게 돈을 빌리는 대가로 원금은 물론이거니와 이자를 추가적으로 지불하는 의무를 더 갖습니다. 대신 채권자는 부득이하게 돈을 받을 수 없을 확률적 상황에 따라 이에 비례하는 리스크를 안고 있는 것이고요. 이 둘의 경제적 입장이 서로 협상과정에서 균형점을 이룰 때 채권-채무에 대한 계약관계가 이뤄지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더 이상 계약관계를 유지할 여건이 붕괴되면 계약은 파기되는 것이죠. 그리고 계약파기에 따른 유무형의 ‘제약’이 뒤따르는 것이고요.
‘시리자’는 지금의 그리스 상황이 더 이상 이런 계약관계를 유지시킬 수 없음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최근 여론에 떠밀려 “일부 긴축정책에 대해 재협상을 요구할 수 있다”라고 말하는 신민주당(ND)과 사회당(PASOK)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주장입니다.
우리는 계약파기에 따른 도덕적 비난을 논할게 아니라, 거덜난 국가재정의 책임을 회피한 채 국외로 자본도피하고 있는 지배계급의 철면피 같은 행동을 지적해야 할 것이며, 이후 계약파기에 따른 ‘제약’으로 인해 그리스가 공멸적 상황으로 내몰리는 것을 경계하는 국제연대에 대해 논해야 할 것입니다. 경제위기의 원흉에 대한 비이성적 인종폭력을 일삼는 극우 파시즘의 진앙지로 그리스가 퇴락해 들어가는 것을 볼 수만은 없지 않겠습니까?
두 번째 전선 : 40년 양당체제에 찌들어진 기득권체제 변혁
...더 큰 좌파정치연대의 리더쉽이 필요하다
그런데 진짜 어려운 문제는 내부적 정치 갈등일 것입니다. 누가 집권하든 현재 긴축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음은 너무 명확합니다. 그렇다고 긴축을 제거하는 것만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으며 유로존 중심국인 독일, 핀란드, 오스트리아 등의 통큰 양보와 지원이 뒤따라야 합니다.
그러므로 주체적 의지로만 해결할 수 없는 객관적 외부조건이 과잉된 상태에서, 피폐해진 사회를 변혁하려면 내부적 정치안정과 단결은 필수적일 것입니다. 더구나 채무불이행을 재협상의 지렛대로 삼는 ‘시리자’의 집권전략은 독자생존을 고려한 ‘비상플랜’까지도 포함해야 할 것인데, 예를 들어 국경폐쇄와 은행폐쇄, 화폐개혁과 같은 급격하면서 신속함을 요구하는 정책들 말입니다. 왜냐하면 계약파기에 따른 혹독한 ‘제약’이 자의든 타의든 따라올테니까요.
현재 사회당이 모든 정치세력들이 참여하는 거국내각을 구성하고 긴축에 대한 재협상도 논의하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어느 세력도 단독과반을 이루기 어려운 상황임을 본다면, 연정구성의 과정에서 급변사태로 인해 거국내각의 출현도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에서 ‘시리자’가 자신의 리더쉽을 유지, 관철하기 위해서는 더욱더 큰 좌파정치연대가 필요하며, 그러한 다수정치역량과 대중적 열망을 결합시켜 낼 때만이 혼란을 수습하고 정치사회변혁의 이행과제들을 집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래 표에서 보듯 그리스 내의 정치지형은 상당한 복잡성을 갖고 있습니다. 신민주당과 사회당 양당체제가 40년 가까이 집권하면서 소규모 좌파들은 모래알처럼 흩어진 생존들을 해왔는데요, 가장 전통이 있는 그리스 공산당의 ‘91년 분열’은 뼈아픈 역사적 사건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후 그리스 공산당 주류분파와 타 좌파세력간의 연대는 거의 단절된 채 20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또한 2010년 시리자내의 일부 선배그룹이 탈퇴하여 민주좌파로 분화한 것도 간과할 수 없는 좌파정치연대의 아픔일 것입니다. 아마도 ‘시리자’가 마주한 두 번째 전선에서, 넘어야 할 고비는 좌파정치연대의 리더쉽 확대를 위한 역사적 갈등과 반목의 치유일 것입니다.
[출처: 출처 : BBC 뉴스 - 2012.05.14 http://www.bbc.co.uk/news/world-europe-18056677 , 위키디피아] |
그런데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아주 중요한 쟁점이 있습니다. 위 표에서 보시다시피 ‘시리자’의 태생이 ‘그리스공산당’에서부터 시작했었던 점을 볼 때, ‘시리자’와 ‘그리스공산당’의 사회변혁전략에 대한 쟁점들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그리스 공산당’의 핵심전략은 ‘유로존 이탈’ 즉 ‘delinking’전략인데, 이들은 그리스가 유로존에 있는 한, 제대로 취할 수 있는 변혁조치가 없다는 점을 주장합니다. 현재 다수의 대중적 여론은 유로존 잔류를 지지하고 있으며, 시리자도 누누이 유로존 잔류를 대중들에게 확인하고 있습니다.
근데 이런 두 변혁세력간의 입장차는 단순히 이론적 지향점에 대한 갈등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그리스가 닥친 현실에서 긴급히 취해야할 행동에서 커다란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쟁점인 것입니다. 더구나 ‘트로이카’를 비롯한 유로존 주류세력들이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공공연히 말하고 있고, 실제 그런 상황을 가정한 ‘비상플랜’을 준비하는 것으로 볼 때, 그리스가 타의에 의한 유로존 이탈 현상이 벌어지면 이에 대한 정치적 갈등과 대립은 더욱 심화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런 전략적 갈등은 단순히 감정적 대립의 치유를 넘어서는 심대한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시리자’의 ‘유로존 잔류’ 전략은 유럽 내의 좌파연대를 국제적으로 실현시키고자 하는 노력과 결합할 때 힘을 발휘할 수 있으며, 이후 실질적인 변혁조치의 에너지가 될 것입니다. 또한 ‘그리스 공산당’의 ‘유로존 이탈’ 전략 역시 이탈 후 실제 벌어질 그리스 내의 극심한 분열과 내핍을 극복할 구체적 계획과 정치사회적 결집이 있을 때만이 변혁의 계기로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후 전망과 우리의 교훈
최근 소식으로 볼 때, 어느 세력이 집권하든 긴축에 대한 재협상은 불가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스페인의 긴축조건 없는 구제금융 과정을 지켜본 온 그리스 국민들이 차별적 대우에 대해 불만이 한층 더 높아졌으니까요. 신민주당마저 재협상을 공약으로 수정 제시했으니 긴축에 대한 재협상은 더욱더 현실화될 것입니다.
하지만 여전히도 강경한 ‘트로이카’와 독일의 태도로 볼 때, 양자 모두 파국의 평행선을 끝을 모른 채 달리게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더구나 위기의 불똥이 스페인과 이탈리아까지 퍼지고 있는 상황이라, 말 그대로 유럽전체가 안개 속 혼돈의 정국에 빠져 있다고 봐야겠죠.
그러나 그리스 사태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매우 명확한 것 같습니다. 긴축 반대든, 유로존 탈퇴든 부정부패와 탈세, 신자유주의로 얼룩진 그리스 경제체제의 변혁적 개혁을 이룰 동력으로 전환되지 않는 한, 어떠한 현실극복도 불가능하다는 점입니다.
그 첫 출발이 바로 ‘빚’ 그 자체에 대한 노동자 민중의 정치적 태도입니다.
“이미 높은 이자를 물었는데 파산해서도 왜 빚을 갚아야 하는가.”
“우리에게는 계약을 이행해야할 의무도 있지만 파기할 권리도 있다.”
“빚을 진 부패 자본가와 권력이 빚 갚을 책임이 있다.”고 하는 외침일 것입니다
오늘, 그리스와 세계 경제의 운명이 갈린다 | |||||||||||||||||||||||||||
[뉴스분석] "구조조정 요구 철회 안 하면 유로존 탈퇴" 벼랑 끝 전략 먹혀들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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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총선 결과에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지 시간으로 17일 오전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국회의원 2차 선거가 치러지고 공식 집계는 저녁 9시부터 공개된다. 최종 개표결과는 18일 오전 5시께. 우리나라 시간으로는 18일 오전 11시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 총선이 중요한 것은 1차 선거에서 근소한 차이로 신민주당에 뒤쳐졌던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이 다수당이 될 경우 구제금융 전면 재협상을 요구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스는 총선 직전 2주 동안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분위기 파악이 어렵지만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1차 총선 이후 빨라졌던 그리스의 예금인출 속도가 최근 더 빨라져 12일에는 하루 5억~8억 유로가 인출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물가급등을 우려해 식료품을 사재기하는 현상도 발견되고 있다고 한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이른바 그렉시트(Grexit)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징후로 해석하는 관측도 있다. 예측이 엇갈리는 건 최근 스페인이 1천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받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리스 민심이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때 민심이 신민당과 사회당 연합으로 기우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구제금융 협상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시리자의 공약이 지지를 얻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시리자는 20대와 30대에서 60% 이상의 지지율을 끌어냈다. 2차 선거에서는 40대의 움직임이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우선 시리자의 지지율이 1차 선거보다 오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중도우파 성향의 신민주당까지 구제금융 재협상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유권자들이 동요할 가능성도 있다. 시리자 역시 한때 유로존 탈퇴를 공약으로 내걸었으나 지금은 유로존 잔류 쪽으로 돌아선 상황이다. 어느 당도 단독으로는 과반을 넘기 어려운 상황이라 초박빙의 승부에서 어느 당이 연합정부 구성에 성공하느냐가 향후 그리스의 운명을 결정짓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파이낸셜타임즈는 “그리스 국민들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그리스 국민들은 국제 채권단의 구제금융 조건을 이행하는 데 찬성하는 정당과 함께 유로존에 머물러야 한다”면서 “시리자에 대항하라”고 촉구해 논란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시리자는 “그리스의 존엄과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전례가 없는 무례한 내정 간섭”이라고 반발했고 그리스 여론도 동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투자증권 유주형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그리스 국민들이 스페인의 조건 없는 구제금융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최대 변수”라며 “현재로서는 스페인의 구제금융 이후 시리자가 재협상의 명분을 얻었다는 시각이 우세하기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신민주당이 사회당 또는 독립당과 연합해 신긴축 연정을 구성하거나 시리자가 민주좌파당 등과 연합하여 반긴축 연정을 구성하는 시나리오로 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다시 정리하면, 신민주당의 집권 가능성이 여전히 높지만 시리자가 역전에 성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3차 선거까지 갈 가능성도 남아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그리스의 구제금융 수용 여부도 중요하지만 유럽 전반에 경기 둔화가 확산되고 있는 데다 미국으로 전염 가능성도 남아있고 본격적인 양적완화가 시작되면 자산가격이 급락하면서 자칫 세계적인 장기 불황으로 발전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