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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국정조사, 이것부터 밝혀라

양현모 2012. 6. 13. 19:47

4대강 국정조사,

     이것부터 밝혀라

공정위가 4대강 사업 입찰에 담합이 있었다고 발표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4조1000억원가량의 공사비 중 1조원 이상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있다. 관련 비리도 연일 터진다.
[247호] 2012년 06월 04일 (월) 10:51:00 김은지 기자 smile@sisain.co.kr
31개월, 1000일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4대강 사업이 시작부터 짬짜미였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국고 22조원이 들어간 국책사업이 결국 대형 건설사의 나눠먹기였다는 결론이 내려진 셈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낙찰률 93.4%를 보였던 15개 공구의 공사 금액은 모두 4조1000억원가량. 일반 경쟁 입찰의 낙찰률이 보통 65%임을 감안하면 짬짜미를 통해 1조원 이상의 공사비 부풀리기가 이루어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입찰에 주도적으로 가담한 현대건설·GS건설·SK건설 등과 같은 대형 건설사가 제재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과징금 액수와 검찰 고발 여부 등은 6월5일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결정된다. 


비자금·로비 혐의 업체 관계자 구속

4대강 짬짜미 의혹과 관련한 정부 기관의 첫 공식 확인이지만, 딱히 놀랍다는 반응은 없다. 업계 관련자 사이에는 ‘역시나’라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이미 4년 전 민주당 이석현 의원이 의혹을 제기한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 의원이 짬짜미 장소까지 특정해 폭로했음에도 공정위는 요지부동이었다. 그런 탓에 환경운동연합은 이번 공정위 발표를 두고 ‘뒷북’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6월5일 전원회의 때까지는 관련 내용이 모두 엠바고(일정 시점까지 보도 금지)라 어떤 말씀도 드리기 어렵다”라고만 말했다. 


   
ⓒ시사IN 조남진
두산건설이 시공 중인 낙동강 낙단보.


짬짜미로 부풀려진 공사비가 검은 돈으로 쓰였다는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낙동강 칠곡보의 시공을 담당했던 대우건설은 협력업체·하도급업체와 짜고 4년간 40여 억원의 뒷돈을 만들었다고 지난달 대구지방검찰청이 밝혔다. 업계 관계자 8명이 구속되었다. 조성된 비자금 일부는 로비 자금으로 쓰였다. 뇌물을 받은 혐의로 부산지방국토관리청 공무원 세 명이 구속되기도 했다. 칠곡보는 지난해 여름 호우에 수문 앞 바닥보호용 돌이 상당 부분 쓸려나간 사실이 드러나 부실 설계 논란이 일기도 한 곳이다. 4대강 사업 15개 공구 중 규모가 가장 컸던 낙동강 칠곡보의 낙찰률은 99.32%. 검찰은 대우건설이 정·관계 로비를 통해 100%에 가까운 낙찰률을 보였을 거라 보고 수사를 확대해가고 있다. ‘4대강 복마전’은 이제 겨우 시작에 불과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인 이유다.

그러다보니 시민단체는 4대강 관련 국정조사를 서두르라고 요구하고 있다. 4대강복원 범국민대책위원회(4대강 범대위)는 19대 국회 개원 하루 전날인 5월29일 4대강 사업 국정조사 및 청문회 촉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항진 4대강 범대위 상황실장은 “4대강 사업으로 터질 폭탄이 한두 개가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 사업을 강행하는 순간부터 지적했던 환경 파괴, 건설비리 그리고 관련 부채 문제까지 수도 없이 많다. 빠른 시일 내에 19대 국회는 과오를 바로잡기 위한 국정조사와 청문회 등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뉴시스
5월29일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정문 앞에서 4대강복원 범국민대책위원회가 4대강 사업 국정조사와 청문회 개최를 촉구하고 있다.



폐기될 자료 미리 확보해야

18대 국회 내내 4대강 문제를 지적해온 민주당 김진애 전 의원도 18대 회기 끝날인 5월29일 마지막 보도자료를 냈다. 19대 국회가 4대강 사업조사 특별위원회부터 구성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김 전 의원은 “18대 국회에서는 새누리당의 반대로 번번이 국회 차원의 공청회나 조사위원회조차 열린 적이 없다. 19대 국회는 시작하자마자 이 문제에 시동을 걸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가 꼽은 4대강 특위의 과제는 △4대강 사업의 준공 가능성 검증 △다가오는 장마철에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검토 △4대강 사업과 관련된 모든 자료 확보 등이다. 특히 내년 2월 이명박 정부의 임기 종료에 맞춰 폐기될 자료를 4대강 특위가 미리 확보해야 각종 의혹을 파헤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자원공사에 8조원가량의 사업비를 떠넘기는 과정, 4대강 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받은 이유, 환경영양평가와 문화재조사의 타당성 등이 자료를 통해 밝혀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의 대응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민주당은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상임위원장 자리를 야당 몫으로 요구한다는 것을 일차 목표로 잡았다. 4대강 문제의 키를 잡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새누리당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