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제15민사부(부장판사 김용빈)는 지난 6월, 서울지하철노조의 민주노총 탈퇴와 관련한 총회의결무효확인소송에서 서울지하철노조가 제기한 항소를 기각했다. 이는 작년 10월, 서울지방법원의 1심 판결을 고등법원이 재확인한 셈이다.
|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
앞서 민주노총 탈퇴를 내걸어왔던 서울지하철노조 집행부는 작년 4월, 민주노총 탈퇴를 비롯한 새로운 상급단체 설립, 가맹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그 결과 8639명 중 8197명(84.88%)의 조합원이 투표에 참여했으며, 찬성 53.02%(4346명), 반대 46.63%(3822명)로 투표결과가 집계됐다.
서울지하철노조 규약에는, ‘규약의 제정 및 변경은 재적구성원 과반 수 이상의 참석과 참석인원 2/3 이상의 찬성으로 결의한다’고 명시돼 있다. 때문에 규약에 따라 찬반투표는 부결돼야 하지만, 정연수 서울지하철노조 위원장은 찬반투표 가결을 주장하며 제3노총 설립을 본격화 했다. 정연수 집행부 측은 ‘과반 수 이상 찬성으로 상급단체 변경 가능’이라는 이명박 정권 하에 이뤄진 노동부의 유권해석을 찬반투표 가결 근거로 제시했다.
지방법원에 이어 고등법원까지 같은 판결을 내리면서, 민주노총 탈퇴 과정에서 노조의 규약위반과 노동부의 유권해석, 친 정부 성향인 제3노총 등을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 될 것으로 보인다.
공공운수노조,연맹은 6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서울지하철노조가 법과 규약을 위반하면서까지 끝내 민주노총 탈퇴 결정을 내리게 된 가장 큰 배후는 고용노동부의 부당한 유권해석이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역시 성명을 통해 “이번 판결이 노조의 자치규약을 법원이 준용하고 존중함으로써 민주적 가치를 유지했다는 점에서 매우 환영한다”며 “정연수 집행부와 노동부는 조합원과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판결을 통해 국민노총의 존립여부 역시 위태로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그간 정연수 위원장을 주축으로 한 서울지하철노조 집행부는 국민노총 설립에 주도적으로 활동해 왔다. 현재 정연수 위원장은 국민노총 위원장을 역임하고 있다.
약 3만 명 규모로 추정되는 국민노총에서 서울지하철노조 조합원이 약 8천 여 명을 차지하고 있어, 국민노총 내부에서 서울지하철노조의 비중도 적지 않다. 하지만 법의 판단에 따라, 민주노총 탈퇴가 무효화되면서 그나마 ‘대표성’을 의심받던 국민노총은 껍데기만 남게 될 위기에 직면했다.
특히 고용노동부는 법원의 판결에도 국민노총에 노조설립증을 교부하고, 올해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으로 국민노총 위원을 위촉하는 등 후견인 역할을 자처하고 있어 논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공공운수노조,연맹은 “정부의 비호아래 서울지하철노조가 주축이 된 국민노총은 태생적으로 출범 자체가 잘못된 것임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라며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서울지하철노조 민주노총 탈퇴의 배후조종을 책임지고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 역시 “오늘 법원은 국민노총과 노동부 등 관련 당국 모두가 도덕성은 물론 민주적 정당성을 상실했음을 거듭 밝혔다”며 “오늘 판결로 국민노총은 사실상 파탄 선고를 받은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