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는 3일 오전 국회 기자회견장(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5월 12일 당 중앙위원회 폭력사태에 대해 사과했다. 이정희 대표는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선출마 여부를 두고는 “이번 통합진보당의 대선 후보는 고통의 자리라고 생각한다. 쉬운 일이라면 고민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대선출마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이정희 전 대표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중앙위원회에서 일어난 폭력사태가 많은 당원과 국민의 실망을 더했다는 점을 뼈아프게 받아들인다. 당시의 사태에 대해 당원들과 국민들께 사과 드린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당의) 위기가 빨리 극복되지 못한 배경에는 지난 날 제가 당을 운영하며 쌓이게 한 앙금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진실을 바로 보고 단결의 뜻을 모은다면 통합진보당은 어떤 위기도 극복할 수 있으며, 하루빨리 통합진보당을 정상궤도에 올려 민중들 속에서 2012년 정권교체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희, 말 뿐인 사과...강기갑 전제조건 거부
이날 이정희 전 대표의 기자회견은 분당을 막기 위한 전제 조건을 내건 강기갑 대표의 요구에 대한 명분 쌓기라는 관측이 많다. 이 전 대표는 중앙위 사태에 대한 사과를 했지만 자신의 책임만 강조하며, 분당 논란의 핵심인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사퇴문제엔 전혀 입장변화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강기갑 대표는 구당권파에게 백의종군을 전제로 한 혁신재창당을 위해 3가지 전제조건을 제시한 바 있다. 전제조건에는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사퇴 뿐 만 아니라 중앙위원회 폭력사태 당사자들의 사죄와 당직과 공직에서 사퇴가 포함 돼 있었다.
이정희 전 대표는 분당 현실화의 원인이 된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사퇴 문제를 두고는 “두 분의 의원님께 사퇴를 요구하시는 분들 가운데도 억울할 것이다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생겨나고 있다. (비례대표 부정선거) 사태의 진실은 밝혀졌고, 이제 알려지고 있다”며 두 의원에겐 비례대표 부정선거 책임이 없다는 구당권파의 주장을 재차 반복해 사실상 강기갑 대표의 전제조건을 거부했다.
반면 강기갑 대표는 단식에 돌입했다. 강 대표는 3일 오전 최고위원회에서 “제대로 당을 이끌지 못했고, 이 엄청난 사태와 국민 앞에 보인 여러 가지 추한 모습에 대해서 수습하고 타결책을 내 놓지 못한 것에 책임감을 통감한다”며 “우선 국민과 당원들께 석고대죄하는 마음으로 지금 이 순간 단식으로 속죄하는 기간을 보내고자 한다. 그 동안 통합진보당이 실망과 추태를 보여드리고 진보정당의 가치와 정체성.순결성을 내동댕이쳐버리는 일들에 대해 저 강기갑에게 모든 책임을 물어달라”고 호소했다. 강 대표의 단식 돌입도 자신의 책임을 강조한 이정희 전 대표와 같은 화법으로 역시 분당 가능성에 대한 명분 쌓기로 보인다.
노회찬, 이석기에 “함께 인당수에 몸 던지자”
노회찬 의원은 아예 이석기 의원과 동반으로 의원직을 사퇴하자고 나섰다. 노회찬 의원은 3일 오전 당 홈페이지 당원게시판에 “마지막으로 호소드립니다”란 글을 통해 “이석기 의원은 저와 함께 의원직을 동반사퇴 하자”고 제안했다.
노회찬 의원은 “오늘까지의 상황을 볼 때 파국은 이미 임박해 있다”며 “통합진보당 위기의 근본원인은 정파기득권에의 집착이다. 당이 두 동강 나도 정파기득권이 유지되면 되고, 진보정당의 존립이유가 소멸해 가는데 국회의원직만 유지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동반사퇴 제안 이유를 밝혔다.
노회찬 의원은 “한쪽만 죄를 뒤집어쓰는 것 같다는 억울함도 이해한다. 그래서 윤금순 후보 등도 사퇴했지만 부족하다면 저도 나서겠다”며 “속죄하는 심정으로 저와 함께 인당수에 몸을 던져 국민에 대한 죄송함과 밑바닥에서부터 다시 노력하겠다는 결의를 보여드리자”고 호소했다.
노회찬 의원은 이정희 전 대표의 대선 출마설을 두고선 비판의 화살을 던졌다. 노회찬 의원은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통합진보당이 져야할 책임과 맡아야 할 역할은 막중하지만 그것이 통합진보당의 이름으로 후보 내는 일은 아니”라며 “정치에도 염치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 의원은 “지난 넉 달 동안 온 국민을 불편하게 하고 그동안 연대해온 다른 정치세력들에게 끼친 피해를 생각한다면 자숙하는 의미에서라도 후보를 내지 않되 백의종군의 자세로 정권교체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이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라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