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기사

야당 "박근혜, 동지 없고 비서만 있나"

양현모 2013. 2. 17. 15:58

야당 "박근혜, 동지 없고 비서만 있나"
11개 부처 인선 발표…정부조직 합의 안됐는데 명단 발표 '삐그덕'
[0호] 2013년 02월 17일 (일) 조수경 기자 jsk@mediatoday.co.kr

박근혜 정부 출범이 8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비서실장과 9개 수석 비서관 등 참모진 명단이 발표되지 않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17일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현오석 KDI 원장과 '공룡부처'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에 김종훈 알카텔 루슨트 벨 연구소 최고전략책임자를 내정하는 등 11개 부처 장관 내정자를 발표했다.
언론들은 발표에 앞서 청와대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의 명단이 발표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나타냈으나 이날 발표에서 정작 비서실장 등 청와대 참모진의 인선은 제외된 것이다.

 

김대중 정부는 대선이 끝난 지 불과 8일만에 김중권 비서실장을 임명했고, 노무현 정부는 2003년 1월8일 당시 문희상 의원을 비서실장으로 내정했다. 이명박 정부도 2월1일 류우익 비서실잘 내정자를 발표했다. 박근혜 정부의 참모진 인선은 한참이나 늦어지는 셈이다.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이와 같은 사실을 언급하며 "박근혜 당선인의 국정구상에 동지는 간데없고 비서만 있는 게 아니고서야 국정운영 공동기획자라 할 수 있는 비서실장 인선이 이렇게 늦어지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지난 8일 지명된 정홍원 총리도 역대 정부에 비해 2~3주 늦다. 참여정부는 고건 지명자를 1월 21일 지명했고 이명박 정부도 1월 28일 한승수 총리를 지명했다. 출발부터 '매끄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날 발표된 장관 내정자를 바라보는 시선도 곱지 않다. 정부조직법 처리가 여야 의견 불합치로 난황을 겪는데 인수위가 명단부터 성급하게 발표했다는 것이다.

 

정부조직 개편을 둘러싼 최대 쟁점은 미래창조과학부와 대폭 축소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업무 분담이다. 박근혜 당선자 측은 지상파·종합편성채널·보도채널에 대한 규제 기능만 방통위에 남기고 나머지 방송정책은 새 부처가 맡는다는 구상을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 등 야당들은 순수 진흥업무만 이관하고 방송정책과 방통융합분야 규제부문 등은 방통위에 존치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칫하다간 미래창조과학부가 '언론장악'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 김용준 인수위원장 박근혜 정부 3차 인선 발표
ⓒCBS노컷뉴스
박 대변인은 "여야합의도 되지 않은 정부부처의 장관 내정자를 먼저 발표하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며 "국민들에게 오늘 발표가 국회논의와 협의를 무시하고, 국회입권권한에 대한 존중이 없는 자세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합진보당도 "여야간 협의가 원만히 이뤄질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며 "국정운영의 파트너로 야당의 손을 잡아야할 새 정부와 집권여당이 도리어 시간을 핑계로 야당을 밀어붙이는 꼴이 아닌가"라고 우려했다.
새누리당은 인수위 발표에 대해 일단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상일 대변인은 "오늘 발표된 박근혜 정부의 국무위원 후보자들은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분들이거나 박근혜 당선인의 국정운영 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는 분들이라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새누리당으로서도 당장 터져 나온 야당의 반발에 신경이 쓰인 모양이다. 새정부가 출범하지도 않았는데 정부조직 개편에서부터 정부가 야당을 설득하지 못하는 모양새가 여당으로서도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정부조직법개정안과 관련 법안이 18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는 꼭 통과될 수 있도록 민주당이 적극 협조해 주기 바란다"는 이 대변인의 말도 이런 상황을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