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문제

송전철탑 위에도 동백꽃이 피어야지요

양현모 2011. 4. 7. 21:29

조선소 하청업체 폐업…속셈은 ‘노조원 해고’
STX·대우조선 하청노동자 노조 설립뒤 내몰려
“원청 개입없인 불가능…탄압 중단해야” 촉구
대법, 원청 부당노동행위 판결에도 악습 여전
한겨레 김소연 기자 메일보내기
» 국내 조선소 사내하청 현황
세계1위 조선산업의 부끄러운 현주소

이런 일은 비단 STX뿐만 아니라, 사내하청 노동자의 비율이 높은 조선업계에선 흔히 일어난다고 노동운동 단체들은 말한다.

경남 거제 대우조선 옥포조선소 남문 옆 45미터 높이 송전탑 18미터 지점에서 7일로 32일째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강병재(49)씨도 2년 전까지 이 회사의 사내하청 노동자였다. 강씨는 대우조선에서 전기업무를 맡았는데, 원청의 지시를 받아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해도 월급은 절반인데다 늘 고용불안에 시달렸다. 노조를 만들려고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조직위원회’를 구성하자, 2009년 3월 강씨가 다니던 하청업체는 폐업 신고를 했다.

강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150명 가까이 고용돼 있던 하청업체가 하루아침에 폐업했다”며 “노조를 추진하던 3명을 뺀 나머지 노동자들은 전부 다른 업체에 고용이 승계된 점에 비춰, 원청이 개입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씨를 비롯해 대우조선·현대중공업 등 조선소 사내하청 업체에서 일하다 해고된 노동자 3명은 7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려고 노조를 설립하면 사실상 사용자인 원청회사 쪽이 사내하청업체 폐업으로 대응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조선업계의 이런 관행은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도 어긋난다. 대법원은 지난해 3월, 노조 결성 뒤 하청업체들의 폐업으로 직장을 잃은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낸 소송에서 원청업체인 현대중공업이 부당노동행위를 했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하청업체들은 경영상 폐업할 별다른 사정이 없었는데도 조합 설립 뒤 즉시 폐업이 결정됐다”며 “결국 현대중공업이 하청업체들의 사업 폐지를 유도해 노조 활동을 위축시키거나 침해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법률원의 권두섭 변호사는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된 현대중공업과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STX조선, 대우조선 사례는 모든 면에서 유사하다”며 “대법원 판결까지 났는데도 현장에서 여전히 불법행위가 반복되고 있는 것은 노동부가 손을 놓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STX조선 관계자는 “ㅎ사 쪽에서 노조가 생긴 뒤 근무 소홀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자 계약해지를 요청해와 받아들였을 뿐, 원청이 폐업에 개입했다는 주장은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범광의 주장=>송전탑 고공투쟁! 비정규직 차별 철폐!

                      하청노동자 조직화 사업에 박차를 가해야한다!

하청노동자 단결의 구심 필요

강병재 ‘하청노동자 조직윈원회’의장의 송전탑 고공투쟁이 1개월째를 맞이하고 있지만, 사태해결의 실마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원청 사용자의 명확한 해결노력 없이는 기약 없는 장기화 투쟁이 불가피하며, 강병재의장의 건강과 안전문제가 걱정되는 상황이다. 그동안 강의장은 ‘하청노동자 조직화 사업’을 위해 노력해왔고, 하청 노동자들의 권익과 권리를 주장하며 외로운 투쟁을 전개해왔다. 이제는 그만의 외로운 투쟁이 아니라 수많은 하청 노동자들과 함께할 수 있는 단결의 구심 ‘하청노동조합’ 설립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하청노동자들의 관심과 참여 필요

정규직 노동조합이 하청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을 위해서 관심을 갖고 신경을 쓰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해마다 단체교섭 안건에 ‘하청노동자처우개선 건’을 요구해 보지만, 조합원이 아닌 문제 때문에 원청 사용자들과의 협상에서 성과 있는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생색만 내는 꼴이 되고 말았다. 오히려 정규직 노동자들과 차별의 격차만 확인한 채, 허탈한 마음으로 서러움과 분노를 가슴속 깊이 묻고 삼켜야만 했다. 이렇듯 도저히 넘어서지 못한 현실을 하청노동자 당사자들이 아니면 누가 해결하겠는가?


하청노동자들의 각성을 촉구한다!

동일한 사업장에서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아야 하는 현실인식을 똑바로 해야 한다. 이런 비정규직의 차별의 고통과 아픔은 우리세대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식들에게 대물림 할 수밖에 없는 어둡고 긴 미래의 터널이 놓여있다. 하청과 원청,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은 원래부터 구분되어진 것이 아니다. 사용자라고 부르는 돈 많은 자본가들이 자신들의 이윤의 극대화를 위해서 하청을 만들고 값싼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장시간노동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하청 노조설립은 당연한 권리

이 땅에 노동자들은 헌법에 보장 된 노동3권(단결권, 단체행동권, 단체교섭권)을 누릴 권리가 보장되어 있다. 따라서 사용자에 맞서 노동자들의 단결의구심인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다. 이에 대우조선 노동조합과 현장 제조직은 노동운동의 선배로서 ‘하청노동조합’설립을 위해서 적극 노력하고 도와줘야 한다. 현재 하청 노동자들은 여러 개의 업체로 분산 되어 있고, 하나의 노동조합으로 조직화 되고 단결해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물론 쉬운 문제는 아니지만, 하청노동자 자신들을 위해서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을 지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하청 노동자들의 투쟁이 현대자동차에서는 ‘불법파견투쟁’을 통해서 ‘정규직전환’하라는 법원의 판결을 받아놓고 있다. 노동조합이 있어야 하청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고, 실질적인 처우개선을 이뤄낼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사용자의 노조설립 방해는 부당노동행위

노동자들의 자주적인 노조설립 활동은 법으로 보장되어 있으며, 지금은 하청노동자들의 조직적 단결을 호소하며 강병재의장이 총대를 매고 있는 만큼 정규직노동조합과 원청노동자들의 엄호 속에 규약과 규정을 만들고, 임시집행부를 구성하고, 발기인대회를 가지면, 행정기관에 노조설립을 할 수 있으며,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으면 노조설립 필증을 내주게 되어 있다. 이렇게 노동조합이 만들어지면, 하청노동자들은 개별적으로 가입하면 된다. 이런 과정에서 사용자들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탄압과 방해가 예상되지만, 이런 고통은 추위와 싸우고 있는 송전탑 고공투쟁의 강병재의장을 생각한다면 무엇을 못하겠는가? 만약에 노조설립의 이유로 업체의 위장폐업이나 신분상의 불이익을 받는다면 원청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이며, 원청이 사실상 하청의 사업상 독립성을 침해하는 것으로 ‘하청은 원청의 불법파견임을 인정하게 된 결과’를 초래함으로서 정규직 전환의 정당성을 확보하게 된다.

 

세계 1위 조선산업, 비정규직 탄압도 1위?
노조-민노당-진보신당 공동회견…"노동권 보장, 정규직화"
2011년 04월 07일 (목) 강정주 편집부장 edit@ilabor.org

“조선산업은 다른 업종에 비해 사내하청 비율이 가장 높습니다. 그런데 노조가입률은 가장 적습니다. 극심한 탄압에 시달리는 조선산업 사내하청의 현 주소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김형우 금속노조 부위원장의 증언처럼 조선소 생산 현장에는 많게는 정규직 노동자의 4배가 넘는 사내하청노동자가 있다. STX조선의 경우 배 만드는 공정의 80%를 사내하청노동자가 담당한다. 이들은 일상적인 임금 차별과 고용불안에 시달리기도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기본적인 노동3권 조차 철저히 박탈당하고 있는 것. 노조에 가입하면 원청회사에 의한 업체폐업과 계약해지 등으로 공장 밖으로 내쫓기는 것이 당연한 수순처럼 벌어지고 있다.

   
▲ 4월7일 금속노조에서 열린 조선산업 사내하청노동자 노동탄압 규탄 기자회견에서 홍지욱 금속노조 경남지부 법규부장이 대우조선을 비롯한 경남지역 조선소 회사들이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저지르는 탄압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신동준

금속노조와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은 7일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STX조선,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내하청에 대한 노동탄압을 규탄하며 계약해지 중단과 노동3권 보장, 정규직화 시행 등을 요구했다.

노조는 “세계1위를 자랑하는 한국 조선산업에서 사내하청노동자에 대한 전근대적인 탄압이 벌어지고 있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 사내하청노동자들의 투쟁을 적극 지원하고 정규직노조와의 연대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올해 사내하청 문제해결 촉구를 조선업종분과 공동요구로 확정하고 이에 대한 투쟁도 벌일 예정이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도 조선소 사내하청노동자 실태 파악과, 정부, 국회, 지자체 차원의 해법 모색 등 문제 해결에 힘을 보태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김은주 진보신당 부대표는 “부당한 차별을 받고, 불법적인 행태로 인해 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며 “보궐선거 과정에서 문제해결을 적극적으로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현 탄압은 명백한 부당노동행위”

권두섭 변호사는 사내하청노동자에 대한 탄압을 규제하지 않는 노동부와 검찰의 책임을 지적했다. 권 변호사는 “노조를 만들면 조합원들이 있는 업체를 폐업하거나 권한 없다는 이유로 교섭 거부, 일상적인 노조 홍보활동을 무력으로 방해하는 등 현대중공업과 STX, 대우조선 등에서 벌어지는 탄압은 원청의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해 대법원은 파견이나 도급 여부와 관계없이 사내하청노동자에 대해서도 원청 사업주는 노조법상의 책임이 있음을 판시했다”며 “법원 판결이 있기 때문에 동일한 사안에 대해 규제하면 되는데 노동부와 검찰이 아무런 집행을 하지 않는 것이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 4월7일 금속노조에서 열린 조선산업 사내하청노동자 노동탄압 규탄 기자회견에서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장 변호사가 노동부와 검찰의 사용자 편향 행정을 고발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신동준

권 변호사는 조선산업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이며 정규직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는 부분도 지적했다. 권 변호사는 “조선소 내 생산 부서, 팀에 편재돼 원청회사의 작업을 수행하는것은 불법파견”이라며 “독일의 판례나 학계의 의견을 보더라도 상시적인 직접생산 업무에 투입되는 경우 도급방식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학설”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3월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조합원에 대한 업체 폐업을 통한 해고가 정당한 노조활동에 대한 지배개입 행위로서 부당노동행위”라고 판결한 바 있다. 대법원은 이 판결에서 원청회사인 현대중공업이 사용자로서 책임을 인정했다.

STX조선,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동자들은 사내하청노동자에 대한 차별철폐와 권리 보장 등을 요구하며 노동조합에 가입했고, 업체폐업을 이유로 해고됐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노조 가입 및 활동을 한 사내하청노동자에 대한 일명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입사 거부한 것이 알려져 논란을 빚기도 했다. STX조선과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동자들은 출퇴근선전전과 시민선전전 등을 진행하며 회사 측에 문제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강병재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조직위원회 의장은 직접고용을 촉구하며 한 달째 대우조선 앞 송전탑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고공농성 중인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강병재 동지가 보내온 편지

 


■ 고공철탑 투쟁 3월 어느 날


완연한 봄날씨가 찾아왔다.

철탑 위에 바람이 세차게 불어 물품을 밧줄로 꽁꽁 묶어 놓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다.

여기도 일정한 패턴이 있는 것 같다. 아침에는 잠시 바람이 잦아들었다가 정오를 넘기면서 다시 바람이 세차게 불어온다. 밤에는 정말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바람이 불어온다.

오늘 처음으로 머리를 감았다. 너무나 상쾌하다. 보온통에 담긴 물을 정말 소중하게 쓰고 있다. 보온통의 물을 가지고 목을 축이고, 세수한다. 이것도 날이 풀렸을 경우에만 가능하다.

사방팔방이 뚫려 있기에 똥누는게 지랄이다. 지나가는 차도 보고, 현장의 동지들도 보는데 꼭 똥은 밤에 안 나오고 낮에만 나온다.


어제 노동조합에서 그동안의 상황을 전달하기 위해 소방서 노동자의 도움을 받아 두 번째로 올라왔다. 같은 얘기의 반복이다. 회사는 현장으로 돌아가는 것을 극구 반대하고 있는 것 같다. “자회사에는 가능하겠다. 먹고살도록 충분히 보장해주겠다. 거제도 안에서는 안 된다. 위로금 충분히 주겠다” 이런 얘기를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절대 원칙을 포기할 수 없다. 여기서 사측의 그런 제안을 받고 내려간다면 의미 없는 삶이 될 것이라고 노동조합에 전달하고 장기전에 대비해 줄 것을 요청했다.



■4월 3일 (월)


세찬 바람이 얼굴을 때리면 여지없이 눈물이 난다. 눈물을 훔치니 눈두덩이 항상 부어있다. 머리가 가렵고 온몸이 간지럽다. 속살에서는 하얀 껍질이 세찬 바람에 날린다. 한번씩 내 모습이 보고 싶어 핸드폰 액정에 비친 내 모습을 본다. 수염이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것 같다.

한 달이 되어간다. 그러나 눈이 붓고, 수술받은 어깨가 굳어오고, 온몸이 가려워도, 나의 머리 속은, 심장은 이 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가진 생각과 똑같다.


나를 버티게 하는 힘은 아직까지 건재하다. 자본가의 이윤보다 노동자의 삶이 더 소중하기에 나는 절대로 내려갈 수 없다. 자신의 권리를 압살당하는, 저기 내 눈에 들어오는 대우조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보내주는 눈빛과 투쟁의 열망이 손을 들며 지나간다. 이것이 나를 끝까지 버티게 하는 힘이다.

얼마 전 대우조선 하청노동자가 보내온 ‘엿같은 세상, 나도 철탑에 오르고 싶다’는 문자가 나를 버티게 하는 힘이다. 이 말이 나에게는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철탑에 오르고 싶다는 말로 들린다.



■4월 7일 (목) 비가 온다


그 동안 많은 동지들이 이곳을 다녀갔다. 그 중에서도 치열하게 싸웠던 기륭전자 여성동지의 연설이 기억에 뚜렷하다.

연대동지들이 거제도에 와주는 것 소중하고 고맙다. 그런데 이후엔 이런 집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대우조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참여를 끌어내고 조직하는 방향의 집회였으면 좋겠다. 하청 노동자들이 일어날 수 있도록 힘을 주는 집회가 열렸으면 좋겠다.


집회가 있을 때마다 나는 지금 있는 자리에서 더 높은 곳으로 메가폰을 메고 올라간다. 그리고 현장의 노동자들을 향해 우리 노동자의 단결을 이야기하고 대우조선의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노동조합의 깃발을 세울 것을,

사측은 부당한 방해책동, 직반장에 대한 집중교육, 온갖 유언비어 등 현장의 하청노동자들이 행동하는 것을 극도로 제한시키려 한다. 그거 다 엿같은 소리다.

대우조선 비정규직 노동조합 건설을 위한 노동자 권리 선언 운동에 많은 사내하청 노동자와 자회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동참하고 있다. 그래서 대우조선 원청의 방해책동이 더 심해지고 있는 것 같다.

대우조선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단결하여 일어나자고 호소하고 있다.


이틀 간에 걸쳐 비가 내리고 있다. 지금이 오후 4시, 잠이 온다. 눈두덩은 여전히 부어있고, 비옷사이로 한기가 스며든다. 감기라도 걸리면 안 되는데, 어떻게하든 몸관리를 철저히 해서 악착같이 버텨야 한다. 이겨내야 한다. 비바람이 점점 거세진다.


지랄같은 비, 평소에는 비를 무척 좋아했다. 온 세상을 씻겨주니까. 그런데 이곳 철탑에서는 지랄같은 자본가와 같은 존재다. 나를 탄압하는 또 하나의 괴물같은 비다.

15만 볼트 송전선에서도 비가 오지 말라고 비에 저항하는 소리가 ‘차르르르 차르르르’ 저항의 몸짓을 하고 있다. 나를 날려 버릴 것 같은 이 비바람이 이 야만의 자본가세상을 날려버렸으면 좋겠다. 잠이 온다.


지금 이렇게 말하는 중에도 하청노동자들이 손을 흔들고 있다.



 


송전철탑 위에도 동백꽃이 피어야지요


꽃샘추위가 온 살을 파고드는 날에

한 노동자가 조선소 사십미터 송전철탑에 올랐습니다.

연분홍 벚꽃과 노랑 개나리가 활짝 피었어도

두려움없이 그 곳에 있습니다.


송전탑 아래 동백꽃도 이미 활짝 피었고요

이제 핏빛 진달래도 온 산을 물들이고 있는데

비바람 맞으면서 그곳에 있습니다.


십오만사천 볼트 고압전류가 무섭지 않나요

혼자서 고공철탑에서 지내는 것이 무섭도록 외롭지 않나요

사랑하는 피붙이는 보고싶지 않나요


왜 무섭지 않고 외롭지 않고 보고싶지 않을까요

비정규직 이름으로 살아온 삶이 더 무서웠겠지요

차별당하는 서러움으로

가슴속에 사무친 한(恨) 때문에 더 외로웠겠지요

아이에게 당당하고 참된 아빠의 삶을 보여주는 것으로

보고픔을 달래겠지요


참으로 이땅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로 산다는 것은

정말 기적같은 일입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는 팔백오십오만의 기적이 매일 일어나고 있지요

이제 이땅에서 기이한 일은 더 이상 없어야지요

이상한 노동자의 삶도 마찬가지지요


송전 철탑 위에도 마침내 동백꽃이 피어야지요

옥포벌 배공장에도 붉게 피어야지요

차별이 없는 불타는 동백꽃이 활짝 퍼져나가야지요

여기저기서 함께, 불타는 참꽃이 되고 동백꽃이 되어야지요


사랑하는 마음과 연대의 힘이 모여서

외로움도 무서움도 서러움도 나누고

가슴속 사무친 한맺힘도 나누어서


송전철탑에 오른 노동자가

하루빨리 땅을 밟게 해주소서


2011.4.6 옥포 송전탑 아래에서


 


송전탑을 바라보며

           

        -어느 하청노동자의 시-


출근시간에 송전탑을 바라본다.

밤새 불던 바람과 추위를 견디며

송전탑은 출근하는 노동자들을 지켜보고 있다.

아침 햇살이 송전탑의 외로움과 추위를 감싼다.


용접불빛이 비산하고

망치소리 울려 퍼지는 현장에서

송전탑을 바라본다.


송전탑은

해고의 아픔을 안고

비정규직 차별철폐를 부르짖으며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외친다.



자본이 붙여준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대우조선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똑 같이 일하지만

차별의 고통을 겪어야 하는 것은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이다.


값싼 노동력을 착취하는 자본의 도구로

원청의 빈자리를 채우는

불법파견의 원죄를 안고

잔업특근, 철야의 장시간 노동

송전탑의 하루는

그렇게 저문다.


퇴근시간에 송전탑을 바라본다.

해는 서쪽으로 기울고

칠 흙 같은 밤이

송전탑을 짓누른다.

차가운 밤공기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한다.

송전탑을 

별과 달이 지켜준다.


무겁고 긴 밤을 보내고

또다시 송전탑의 아침이 오면

우리는 하나 된 노동자이어야 한다.

각성하는 노동자로

단결하는 노동자로

조직하는 노동자로

하청노동조합의 설립으로


비정규직의 차별과

억압의 사슬을 끊고

송전탑을 끌어 안아야한다.

 


어느 조선소 부장의 자살



저희 남편은 거제도에 있는 D조선소에서 부장으로 근무 중이었습니다.


서로 늦은 나이에 만나 누구보다 가정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저에게도 헌신적이었던


남편이, 지난 2월25일 새벽, 의미심장한 유서 한 장 만을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슬픔과 놀라운 마음으로 병원으로 내려갔습니다.


남편은 2월 26일 건강검진을 예약해두었던 병원에 ..


이제는 싸늘한 주검으로 누워있었습니다.


절대 이럴 사람이 아닌데, 도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하는 사이 유서가 나왔고,...


유서의 내용은 회사의 업무 구조상의 문제와 부서 내 업무공조와 관련된 불이익으로


너무나 힘들어 한순간도 더 이상 견딜 수가 없다는 내용이었고, 그와 관련된


5명의 실명이 거론된 상황이었습니다.


청천벽력 같은 일 앞에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장례를 치르는 동안에도 회사 측에서는


공식적인 입장표명은 커녕, 진심어린 위로의 말도 없었습니다.


삼오제를 치르고 집으로 돌아와, 이제 태어난지 한달남짓 된 딸아이를 보니


가슴이 찢어질듯이 아파옵니다. “ 딸아이 보러 부산으로 올라가는 토요일이


제일 행복하다”고 햇다던,,장례식장에 조문오셨던 동료의 말이 생각나 또 눈물이


터져나옵니다. 늦게 얻은 아이라 더 귀하고 소중하게 잘키우자고 했는데,


이제 저 혼자서 어떻게 남편의 빈자리를 채워야 할까요...


답답한 마음에 회사 측에 먼저 연락하여 유족보상 문제로 만남을 가졌습니다.


도착해서 5시간 정도를 기다린 후...한다는 첫인사가,


미소지으며 “안녕하셨어요?”합니다. 어이가 없었습니다.


대기업의 간부라는 사람들의 행태가 이것밖에 안되나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회사 측에서는 유서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내용을 직접 확인할 수도 없었고


실명 거론된 사실이 있어도 그 사람들에도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무책임한 말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사실, 측근에 확인한바, 회사내부에서


이미 유서내용을 입수했고, 그 내용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발뺌하기 급급한 모양새였습니다.


어떻게 사람이 죽었는데 그것도 간접적으로 죽게 한거나 마찬가지인데...


회사를 위해 청춘을 바친 사람한테 이럴수가 있나요?


유서에 거론된 그5명의 얼굴은 보지도 못햇고, 물론 사과나 위로 비슷한 말도 못들었습니다.


그 회사 경영방침이던 ‘기업의사회적 책임과 의무’는 어디로 사라졌을까요?


이런한 회사측의 너무나 무책임한 태도에 답답하고 억울한 마음입니다.


이제 갓두달된 어린딸과 함게 이세상 살아갈 일도 큰 숙제이지만,


그전에, 그렇게 사랑을 주던 저희 모녀를 두고 저 세상으로 가야만 했던 남편의


말하지 못한 회사 내에서의 상황을 꼭 밝혀내고 싶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건강하고 가정적이던 저희 남편을 벼랑끝으로 몰고갔을까요?


도대체 무슨일들이 있었는지 꼭 밝히고 싶습니다 .


앞으로 살아갈 길이 막막하고 세상이 무섭습니다.


지금도 옆에서 울고 있는 딸아이를 보면 가슴이 미어집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제발 도와주세요......


*아래는 남편의 자필 유서내용을 타이핑해서 썼습니다.


유 서


정말 열심히 살아왔는데 여기까지가 제 인생인가 봅니다.


00조선에 입사한 이후 늘 내가 가장 힘들었던 것은 제대로 된 업무지식


전수 및 공유, 배려와 같은 기본적인 것의 제공받음이 없다는 것이었는데


어렵게 부서 이동한 해양사업관리팀에 와서도 뜻밖에 가장 협조자라고


기대했던 주ㅇㅇ 이라는 사람으로부터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이전의 강ㅇㅇ,권ㅇㅇ,이ㅇㅇ,신ㅇㅇ 과 같은 인간들과 다를 바


없는 업무 비협조, 인격적 모독을 당한 다는 점입니다.


업무을 가르쳐 주는 것이 본인의 시간을 뺏는 행위이므로


모든 것을 알아서 하라니..기가 찰 노릇이군요.


하루하루 순간순간이 너무도 숨이 막혀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ㅇㅇ 에게

너무 미안해서...하지만 더 이상은 한 순간도 견딜힘이 없구나.


스트레스 때문에 머리가 터질것 같아서...숨도 막히고


2011.2.24 배ㅇㅇ


-위 유서의 내용으로 보아 사내 불이익이나 업무 비협조 등으로


제 남편이 많이 힘들었나봅니다.


작은 정보라도 좋으니, 저한테 도움이 될만한 내용이나 사실을 아시는 분은


제 메일로 연락을 주시기 바랍니다.


여러 사우님들의 작은 도움으로 돌아가신 분이 편히 눈감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정보주신 분들에게 피해 주는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gini711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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