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문제

비정규직 없는 세상은 가능하다

양현모 2011. 10. 24. 20:19

“비정규직 없는 세상은 가능하다”

22일 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대회…

비정규직 없는 세상

사회헌장제정운동 선포

2011년 10월 23일 (일) <노동과 세계> edit@ilabor.org

비정규직 철폐 염원을 담은 민주노총 조합원들 목소리가 서울 시청광장에서 울려퍼졌다.

민주노총은 22일 오후 3시 서울 시청광장에서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전진- 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대회에는 전국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비롯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6,000여 명이 집결해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향한 전진을 선포했다.

   
▲ 10월22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전진- 비정규직철폐 전국노동자대회'에 참가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노동과 세계> 이명익

 

 

 
▲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전진- 비정규직철폐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대회사를 하고 있다. <노동과 세계> 이명익

민주노총은 이날 대회에서 △최저임금이 아닌 생활임금 보장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3권을!  △모든 노동자에게 안정된 일자리를!  △간접고용 철폐! 진짜 사장이 책임져!  △노동유연화 확대하는 한미FTA 반대한다!는 요구를 내걸었다. 이 대회는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향한 전진’ 공동조직위원회가 주최하고, 민주노총이 주관했다.

비정규 노동열사 추모제에 이어 열린 본대회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대거 무대에 올라 다채로운 순서를 통해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과 불평등을 토로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투쟁을 결의했다.

   
▲ 10월22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전진- 비정규직철폐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몸짓 공연을 펼치고 있다. <노동과 세계> 이명익

먼저 오민수 STX조선 사내하청 노동자와 이길우 건설노조 대구경북건설지부장은 서로 상황을 주고받는 대담형식으로 체불임금과 유보임금에 맞선 투쟁, 원하청 자본의 무책임한 행태와 이를 수수방관하는 정부를 비판했다.

“나는 노동자다!”

이어 특수고용노동자들이 무대에 올랐다. 고성진 사무금융연맹 보험모집인노조 조합원, 신경순 의료연대 간병인분회 조합원, 김현 서비스연맹 퀵서비스노조 조합원, 송대섭 서비스연맹 대전대리운전노조 조합원, 권혁병 건설노조 강원건설기계지부 조합원, 오수영 서비스연맹 학습지노조 조합원 등 6개 직군 노동자들은 자신이 처한 노동조건을 설명하며 특수고용노동자는 분명한 노동자임을 확인했다.

미셸 이주노조 위원장은 현시기 아랍과 미국 등 전 탐욕스런 자본에 맞서 체제를 바꾸기 위한 전 세계적 노동자들의 저항투쟁을 상기하며 한국 노동자들도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손잡고 싸우자고 강조했다.

   
▲ 10월22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전진- 비정규직철폐 전국노동자대회'에서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홍익대분회가 이용석 열사상을 수상하고 있다. <노동과 세계> 이명익

“얼마 전 회사에서 학대당한 한 이주노동자를 돕기 위해 성남의 노동청을 찾아갔는데, 그들은 우리를 조롱하며 한국 노동자들도 얼마든지 당하는 일이고 자신들은 도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고 말한 미셸 위원장은 “한국 사회 이주노동자들은 미등록노동자가 되거나 노예상태로 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복남 성서공단노조 사무국장은 “이주노동자들은 일하러 간다고 하지 않고 노예하러 간다고 말할 정도로 어렵고 힘든 노동에 내몰리고 있다”면서 “이주노동자들 투쟁에 한국노동자들도 함께 하자”고 역설했다.

이성일 일반노협 충북지역노조 위원장은 지역현장에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로 인해 노사교섭과 노사관계가 파행으로 치닫고 있음을 지적했다.

   
▲ 특수고용노동자들이 22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전진- 비정규직철폐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왼쪽부터 고성진 사무금융연맹 보험모집인노조 조합원, 신경순 의료연대 간병인분회 조합원, 김현 서비스연맹 퀵서비스노조 조합원, 송대섭 서비스연맹 대전대리운전노조 조합원, 권혁병 건설노조 강원건설기계지부 조합원, 오수영 서비스연맹 학습지노조 조합원). <노동과 세계> 이명익

이어 이용석 열사상 시상식이 진행됐다.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지부 홍익대분회가 올해 이용석 열사상을 수상했다. 저임금과 열악한 근로조건에서 일하던 홍익대 청소·경비노동자들은 올해 새해가 밝자마자 계약해지를 당했고, 이에 총파업으로 맞섰다. 학생과 시민들의 연대에 힘입어 49일 간 파업투쟁을 벌인 끝에 임금인상과 고용안정을 약속받았다.

공공노조 서경지부 경희대분회와 경희대 학생들의 연대공연,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몸짓 공연 등이 펼쳐졌다.

   
▲ 10월22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전진- 비정규직철폐 전국노동자대회'에 참가한 대학생들이 환한 표정으로 함성을 지르고 있다. <노동과 세계> 이명익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1% 탐욕스런 자본에 저항하는 99%의 투쟁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전하고 “기업이 잘돼야 나라가 잘살고 개인이 행복하다고 이명박 정권은 말하지만, 기업이 잘될수록 개인이 불행해지는 것이 대한민국”이라면서 “정리해고하고 비정규직을 고용해 번 돈으로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고, 살려는 노조를 깨려고 용역을 동원해 노동자를 때려잡는 것이 한진중공업 사태 본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10월22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전진- 비정규직철폐 전국노동자대회'에 참가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노동과 세계> 이명익

김 위원장은 “노동하기 좋은 나라가 행복한 사회”라면서 “비정규직이 앞장서서 이 지구상에서 가장 불평등한 조약한 한미FTA를 저지하자”고 역설하고 오는 11월13일 개최될 전태일 열사 정신· 이소선 어머니 정신 계승 전국노동자대회를 예고했다.

이어 2부 순서로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헌장 제정운동 선포식이 진행됐다. 한진중공업지회 조합원,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조합원,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활동가, 이화여대 학생, 시인, 인권활동가, 진보신당 학생위원회 촛불소년, 이주노동자, 민변 변호사 등이 각자 가진 피켓을 들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이라는 글귀를 만들어냈다.

이어 쌍용차 비정규직지회 조합원, 기륭전자분회 조합원,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조합원, 학습지노조 조합원을 비롯해 민주노총 산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무대를 꽉 메운 채 투쟁을 결의하는 몸짓공연을 선보였다.

오후 5시30분 경 대회를 마친 대오가 행진에 나섰다. 시청광장을 나선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30여 분을 행진해 롯데호텔→을지로입구역→청계천로를 거쳐 소라광장에 위치한 여성가족부 앞에 도착했다.

   
▲ 10월22일 오후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전진- 비정규직철폐 전국노동자대회'를 마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청계광장으로 행진을 하고 있다. <노동과 세계> 이명익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에서 사내하청으로 일하던 한 여성노동자가 이곳 여성가족부 앞에서 134일 째 노숙농성을 잇고 있다. 14년 간 아산공장에서 그랜저와 소나타 출고작업을 해 온 그는 현장 관리자로부터 성희롱을 당한 사실을 국가인권위에 제소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했다. 업체는 폐업했고 가해자는 아직도 같은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권수정 피해자 대리인은 “비정규지고 서러운데 성희롱까지 당해야 하느냐. 사내하청 여성노동자는 관리자가 몸을 달라면 몸을 주면서까지 일해야 하느냐”고 반문하고 “가해자를 처벌하고 피해자는 현장에 복직해야 한다”면서 “성희롱 사건 피해자 복직 정몽구가 해결하라”고 외쳤다.

한미FTA 국회 비준을 반대하며 대한문 앞에서 노숙단식농성 18일 째인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한미FTA는 미국 국내법보다 아래에 있고, 한국 국내법보다 위에 있는 주권을 유린하는 불평등한 매국적 협정”이라고 말하고 “이 협정이 발효되면 노동자민중의 삶에 직접적 영향을 줄 것이므로 우리 모두 나서서 기필코 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10월22일 오후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전진- 비정규직철폐 전국노동자대회'를 마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청계광장으로 행진을 하고 있다. <노동과 세계> 이명익

마지막으로 박 터뜨리기 상징의식이 이어졌다. 참가자들이 콩주머니를 던지자 ‘비정규직 철폐’, ‘최저임금이 아닌 생활임금 보장’,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3권을!’, ‘모든 노동자에게 안정된 일자리를!’, ‘간접고용 철폐! 진짜 사장이 책임져!’, ‘노동유연화 확대하는 한미FTA 반대한다!’고 적힌 현수막들이 쏟아졌다.

비정규직없는세상을향한 전진_비정규직철폐 전국노동자대회를 마친 조합원들은 서울 시청광장에서 펼쳐지는 한미FTA 반대 집회에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