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문제

거제 경실련 김범용 사무국장 기고문에 대한 반론

양현모 2011. 3. 13. 20:40

 

대우조선 고공투쟁과

민주노동당의 주장이

허무한 이유

기고)거제경실련 사무국장 김범용

 사내하도급 비정규직 문제를 다루며

 

비정규직 문제는 저 개인적인 관심사이고, 2011년 동안 다뤄보고자 하는 화두입니다. 그래서

강병재씨도 자신만 복직하여 대우조선 정규직원(직영직원)이 되면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현재까지 드러난 주장으로는 비정규직 문제 투쟁의 방향성에 심각한 의문이 생깁니다.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노동계주장 비정규직)문제와 천만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해결의 핵심인 동일노동/동일임금 문제에 대해서는 일언반구의 언급도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강병재씨의 고공농성은 비정규직 문제를 명분삼은 강병재씨 개인의 “복직 투쟁”이 아닌지 의심할 수도 있습니다. 당연히 민주노동당도 강병재씨 개인의 복직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듯 합니다. 반대하지는 않습니다만 그렇다면 거제시의 양심세력과 시민사회단체가 할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봅니다.

민주노동당도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비정규직 철폐”라는 단순한 말로만 그칠 비현실적인 목표보다 단병호 전 민주노동당 의원의 배신으로 입법화하지 못한 “동일노동/동일임금” 문제에 대한 원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대우조선해양의 사내하도급이 모두 불법이란 주장은 과연 옳습니까?

사내하도급(사내하청)이란 원사업자가 자기 사업의 일부를 위탁하는 하도급거래 중에서 그 도급공무가 원청의 사업장 내에서 이뤄지는 경우를 말합니다. 대우조선의 예를 들면 하청업체가 대우조선 내에 사업장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사내하청인 것입니다.

민주노동당이나 강병재씨가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불법 사내하청”의 경우는 외양은 사내하청이지만, 작업장에서의 노무지휘, 작업명령을 직영(원청)에서 하여 “사실상의 파견근로”에 해당되는 경우에 한정됩니다. 즉, ‘도급’의 형태를 취하면서 ‘근로자파견’처럼 운용되는 것이 불법이란 것이 대법원의 판례입니다.

그럼 강병재씨와 민주노동당이 주장하는 “도급의 외양으로 근로자파견처럼 운용”되는 불법사례가 대우조선해양에 있습니까? 물론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산업별 생산공정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발생할 수 있는 엄청난 함정이 있습니다.

모든 공정이 분리될 수 없는 동일한 조립라인에서 생산이 이뤄지는 자동차산업의 제조(조립)공정과 비교하면 조선산업은 [절단]-[조립]-[선행의장]-[도장]-[탑재]-[진수]-[안벽의장]-[시운전]의 작업공정에 조립라인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일부 공정을 완벽하게 분리하여 외주나 아웃소싱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따라서 완벽한 공정분화에 의한 도급이 아니어도 하청업체가 도급업무의 수행에 스스로 책임지고 독립적인 공정체계를 가지고 있다면, 현행법상 조선산업의 사내하청이 현대자동차처럼 “파견근로자보호법” 위반이라고 간주하기는 어렵습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에는 컨베이어벨트 좌우에 정규직과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나란히 배치된 상태에서 작업 시작과 끝나는 시간, 작업의 양과 방법·순서·속도, 연장·야간 근로 등을 모두 현대차가 결정했습니다. 말이 사내하청이지, 사실상 근로자파견이었습니다.

 

자동차산업과 조선산업은 다릅니다. 따라서 현대자동차의 사례로 대우조선해양을 압박하는 것은 오히려 그 주장의 허구성으로 비정규직투쟁의 방향성을 상실하게 만드는 역풍을 맞을 수 있습니다. 참고로 자동차산업과 조선산업의 차이와 그 차이로 인해 강병재씨나 민주노동당의 주장이 사실과 다름을 설명하는 표가 있습니다. 대우조선해양이 현대자동차식의 불법논란과는 전혀 다른 이유가 설명됩니다. 대기업이니까 무조건 책임져라하는 것도 옳지 않습니다. 하청을 없애고 하청노동자를 전부 직영화해야 한다는 비현실적 주장보다 하청업체과 하청노동자가 공생할 수 있는 정규직-비정규직 임금격차문제를 투쟁의 단초로 삼는 것이 옳다는 이야기입니다.

 

자동차산업과 조선산업의 특징과 사내하청비율

 

자동차산업

조선산업

생산방식

일괄생산

Unit생산

공정분화

어려움

용이

분업의 정도

사내하청/정규직비율

20-30%

90-200%

출처 - 산업노동학회 2010년 가을 학술대회 “자동차산업과 조선산업의 사내하청 산재실태 비교”

 

하청업체에 떠넘긴 위험이 더 중요한 문제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조선산업의 경우, 작업장 내 분업 및 업무분할이 자동차산업보다 상대적으로 용이하고, 자동차부품과 달리 블록이동의 어려움으로 한 사업장에서 단위부품들을 생산하는 것이 비용절감이 되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사내하청이 산업화 초기부터 많이 활용되었습니다. 또한 조선소 내의 산재위험요인들이 많아서, 위험요인이 있는 작업들을 원청 노동자들이 꺼리는 경우 노조의 별다른 저항 없이 사내하청을 활용하여 왔습니다.

이미 선박 생산의 60-70% 가량을 사내하청이 담당하고 있으며, 사업장 내 정규직 노동자들이 고령화되고 있는 가운데서 힘든 공정이나 업무들을 사내하청에게 떠넘기는 것에 대해서 정규직 노조의 거부감도 거의 없었습니다. 정규직 노조는 이러한 중소하청업체 및 해당 노동자들에게 위험업무의 전가(risk transfer)에 침묵하여 왔습니다.

이러한 위험의 전가는 중소하청업체의 입장에서는 납품단가 후려치기, 어음결제 등의 경제적 불이익으로, 하청업체 노동자의 입장에서 저임금과 장시간노동, 그에 따른 (상대적) 건강권 악화를 가져왔습니다. 사내하청업체가 원청으로 부터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하청업체의 노동자들의 근무조건이 좋아질 수 없습니다. 이 부분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에 대한 문제이고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은 사회적 임금격차를 축소시키는 동일노동/동일임금의 원칙을 확립하는 길 뿐입니다.

 

정규직노조는 비정규직 문제의 정략적 이용을 재고해야

사실 문제의 근본은 조선업계가 그동안 정규직 노조의 위협에 끌려 다니며 그들 요구 조건을 들어주고, 그 부담을 사내하청 근로자들에게 떠넘겨온 데 있습니다. 정규직 노조와 노조원이 지금 누리는 혜택은 사내하청 근로자들의 피와 땀과 눈물로부터 짜낸 것입니다. 성장의 과실을 자본과 사이좋게 나눠온 정규직이 언제부터 비정규직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했는가 묻고 싶습니다. 오죽하면 귀족노조라는 비아냥 까지 등장했겠습니까. 비정규직을 위해 일자리를 나누고 임금을 나누자고 주장하면 정규직 노조는 조합원의 동의를 끌어낼 자신이 있습니까? 민주노동당과 대우노조는 정말로 비정규직을 위해서 고통부담을 할 각오가 되어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하청업체 노동자의 고용안정과 근로조건 향상을 꾀해야 한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재계의 반발을 의식하거나 현실적 불가피성을 이유로 노동시장 내부의 임금격차를 해소시킬 수 있는 동일노동/동일임금이라는 우리나라 비정규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의제를 회피해서는 안 됩니다. 개인적인 복직투쟁도 좋지만, 억지주장은 공감을 받기가 힘듭니다. 80년대의 노동운동처럼 막무가내식의 투쟁도 이젠 안 됩니다. 젊은 노동자들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자가용을 운전하는 시대입니다. 큰 그림을 보지 못하고 조합원 눈 앞의 작은 이익에 연연하는 노동운동이나, 과거 노동운동세대의 분명한 의식전환이 없이는 귀족노조중심의 노동운동은 조만간 그 종말을 보게 될 것입니다.(본 원고의 주장은 필자 개인의 주장이며, 거제경실련의 공식적인 주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범광의반론=>노동문제의 현실적

                문제에 접근해야한다!

거제경실련 김범용 사무국장의 주장은 큰 틀에서 비정규직차별문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피력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각론에서는 송전탑 고공 투쟁에 대한 문제제기와 함께 조선업종 불법파견에 관한 입장, 동일노동 동일임금에 관한 의견을 제기하면서 현재의 노동운동 방식을 비판하고 지적하는 내용으로 결론지어지고 있습니다.

 

김국장이 제기한 주장의 핵심은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의 관점에서 주장한 것처럼 보이지만 전반적으로 현 시기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적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으며, 주장의 일관성이 결여되고 명확하지 못한 이론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김국장이 왜? 이런 주장을 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노동운동의 관점에서 접근하려는 노력 없이 자신의 견해를 피력한 것에 대해서 반론을 제기하고자 합니다!

 

첫째) 강병재 ‘하청노동자 조직윈원회’ 의장의 송전탑 고공투쟁이 개인의 복직투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

 

김국장의 주장은 송전탑 고공투쟁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하면서 동일노동 동일임금에 대해서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주장의 내용이 비정규직 차별철폐의 근본적인 해결방법인 동일노동 동일임금 문제를 요구하면 송전탑 고공투쟁을 해도 괜찮다는 것인지 명확하지 못합니다. 그러면서 단병호 전 민주노동당 의원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런 김국장의 주장은 강의장이 처한 현실적인 문제와 투쟁의 흐름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단병호 의원을 비판하는 것도 잘못된 판단에서 비롯되고 있습니다.

 

강의장은 ‘하청노동자 조직위원회’의장으로 활동하면서 해고되었고, 지난 2년 동안 자신의 복직 문제보다는 하청노동자들의 권리를 주장하면서 외롭게 투쟁해왔습니다. 물론 자신의 복직 문제해결을 위해서 법정투쟁도 진행을 해왔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입니다. 그러나 이런 과정에서 일부 현장 제조직 활동가들의 도움이 있었지만, 하청노동자들의 무관심과 회사 측과의 대화 단절로 절박한 심정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결단을 내린 것 같습니다!

 

이런 강의장의 복직문제는 최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 하며, ‘하청노동자 조직위원회’의장 신분인 만큼 원직으로 복직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봅니다. 복직문제가 해결되면 강의장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서도 송전탑에서 내려오는 것이, 이후투쟁을 준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이후 투쟁은 하청노동자 조직화 사업이며, 하청노동자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단결의구심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도록 노동조합과 정규직 노동자들과 거제시민단체들이 도움을 줘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단병호 전의원은 당시 민주노동당 10명의 국회의원과 함께 국회에서 비정규 악법을 저지하기위해서 온 몸으로 거대 보수정당인 한나라당과 당시 열린우리당과 싸웠던 것을 기억할 것입니다. 하지만, 쪽수에 밀려 비정규악법을 날치기 통과하는 장면을 지켜봐야했습니다. 이런 단병호의원을 노동자 그 누구도 배신자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비정규직 악법을 포함해서 정리해고를 정당화하는 ‘정리해고법안’, 불법파견을 합리화하려는 ‘직업안정법’ 악법 중에 최대 악법인 ‘타임오프제’로 인하여 현 시기 노동운동은 최대위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운동 방식에 문제제기하는 김국장의 주장은 대안 없는 비판이며 자본의 논리와 가깝습니다.

 

현 시기 노동운동을 둘러싸고 있는 정세는 급박한 상황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전국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차별철폐투쟁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대학교의 나이 많은 청소 노동자들부터 대기업의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에 이르기까지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처절한 투쟁의 연속입니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죽음의 행렬을 보았을 것이고 한진자본에 맞선 한진 노동자들의 목숨을 건 정리해고 저지투쟁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이렇듯 노동자들은 극단적인 방법으로 벼랑 끝 투쟁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절박함이 있습니다.

 

대우조선도 ‘매각’이라는 태풍전야 속에 놓여 있습니다.

거제시의 약40%의 세금을 감당하고 있는 대우조선 노동자들이 자본의 돈의 전쟁에 휘말리게 되면 새로운 주인은 구조조정이라는 칼날로 노동자들을 위협하면서 일터에서 쫒아내려 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거제시의 지역경제는 물론이고 대우조선 노동자들은 생존의 싸움을 전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여기에 대한 김국장의 견해는 무엇입니까?

 

둘째) 불법파견에 관한 문제입니다.

김국장은 현대자동차의 사내하청구조와 조선업종의 사내하청구조를 비교하면서 조선업종은 불법파견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김국장의 주장은 조선업종의 사내하청의 구조를 잘 알지 못한 채.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과 회사가 주장한 부분만 가지고 이론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조선업종의 사내하청구조는 ‘불법파견’의 성격을 분명히 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현재 사내하청의 실태는 ‘사업상의 독립’과 ‘인사, 노무상의 독립’이 보장되어 있지 못합니다. 독립적인 시설과 장비와 소모품 공구에 이르기까지 원청에서 제공해주고 있으며, 공정회의 및 업무협조에 이르기까지 원청의 지배와 간섭을 받고 있습니다. 따라서 조선업종의 사내하청구조는 원청노동자들의 공백을 매꿔 나가는 역할과 함께 인력을 공급해주는 ‘파견업’의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원청의 사용자들은 정규인력의 신규채용보다는 노동조합과 무관한 값싼 비정규인력을 선호하게 되고, 원청노동자들과의 차별과 분할통제를 통해서 이윤의 극대화를 꾀하고 있는 것입니다.

 

현대 중공업에서는 하청노동조합이 노조설립과정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의 부당해고구제소송에서 “하청노동자들의 사용자는 원청”이라는 판결을 이끌어 낸 사실이 있음을 확인하시길 바라며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셋째)김국장이 핵심적인의제로 제기한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문제는 스웨덴 등 유럽 선진국가의 사례에서 보듯이 사회 복지제도 측면에서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또한, 최근 동반성장 위원회에서 정운찬 위원장이 제기한 ‘이익공유제’가 논란이 되고 있지만, 이런 제도가 도입되면 기업의 문제에서 노동의 문제로 접근시켜 나가는 제도적장치가 뒷받침 되어야 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노동자들이 정권과 자본을 상대로 노동악법 개정투쟁을 전개하는 것입니다. 그 중에서는 노동자들의 이해를 잘 대변해주는 정당과 의원들이 제도권에 진출해서 비정규직 차별철폐의 핵심적 의제인 동일노동 동일 임금을 제도화 시키는 것입니다.  김국장은 이 문제에 동의하십니까?

 

마지막으로 원청과 하청,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사회적 문제는 김국장이 제기한 노동귀족이나 정규직 노동자들의 위험작업 회피문제로 정리할 사안이 아닙니다. 결국 비정규직 문제는 노동의 책임이 아니라 자본의 책임이며, 노동자들의 각성과 투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노동운동의 근본적인 변화를 주장하려면 정권과 자본이 노동자들을 국가산업 발전의 동반자로 인정해주고, 각 기업에서는 노사관계의 파트너십을 발휘하여 노동자들을 인간적으로 대우해주는 풍토가 조성되어야 할 것입니다!

 

대우조선노동조합 조합원 양현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