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인권

유성기업 노조진압>회사의 불법과 경찰의 편파적 법 집행

양현모 2011. 5. 27. 20:31

26일 유성기업 앞 파업집회…경찰봉쇄 항의
충청지역 4시간 파업 뒤 2천 여 명 집회참가
2011년 05월 26일 (목) 김상민 선전부장 edit@ilabor.org

용역보다 경찰이 먼저 막았다. 26일 유성기업지회 사무실에 들어가겠다는 지회 조합원들의 요구는 방패를 앞세운 경찰 1천 여 명에 의해 가로막혔다. 직장폐쇄 중이더라도 법적으로 조합원들의 노동조합 사무실 출입이 보장돼야 한다고 외쳤지만 소용없었다. 성난 조합원들은 경찰을 몸으로 밀며 격렬히 항의했지만 경찰은 들은 체도 안했다.

   
▲ 26일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조합 사무실에 가겠다며 회사쪽으로 향하자 전투경찰이 방패를 앞세워 가로막고 있다. 김상민
노동자들의 항의가 길어지자 경찰은 결국 여성 조합원들 10여명에게만 길을 열었다. 하지만 이번엔 남녀 용역 수십 명이 공장 정문에서 이들을 막아섰다. 근처에 있던 허찬 아산경찰서장을 찾아 왜 회사 불법을 눈감아 주냐고 항의했다. 조합원들의 하소연을 들은 허 서장은 용역들 틈으로 비집고 공장안에 들어갔다 나왔다. 하지만 허 서장은 “방금 사측을 만나고 왔는데, 사측 관리자가 나오면 대화로 해결해 보시라”는 말만 했다.

   
▲ 노동자와 경찰 몸싸움이 길어지가 경찰이 물대포 2대를 배치했다. 물대포차 뒤로 경찰과 집회 참가자들이 대치하고 있다. 김상민
노조 사무실 출입을 가로막고 있는 회사 불법행위가 경찰서장 눈앞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었지만, 서장은 결국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법을 집행하라는 요구가 빗발치자 허 서장은 여경 수십 명의 호위를 받으며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여성 조합원들이 여경들에게 밀려 넘어지기도 했다.

   
▲ 26일 회사의 불법적 출입 봉쇄를 직접 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산경찰서장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에 유성기업지회 여성 조합원들이 아산서장에게 항의하자, 여경들을 동원해 조합원들을 밀어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서녀명의 여성 조합원들이 쓰러져 찰과상을 입었다. 김상민
이날 여성 조합원들이 조합 사무실 출입을 시도하자, 확성기를 잡은 용역 대장은 부하 용역들을 ‘유성기업 직원들’이라고 부르며, 대응을 지시했다. 이들이 입은 회색 옷 뒤에는 ‘유성기업’이라고 큰 글씨로 적혀 있었다. 언제 채용됐는지도 모르는, 아니 회사에 실제로 채용된 지도 확실치 않은 용역들에게 하루아침에 외부인 취급을 받은 여성 조합원들은 설움이 복 받쳐 눈물을 흘렸다.

그렇게 유성 기업 노동자들은 폭력경찰 침탈이 벌어졌던 24일에 이어 이날 또다시 회사의 불법과 경찰의 편파적 법 집행에 분노를 삼켰다. 하지만 이날 충청권에서 모인 노동자들의 연대는 이들에게 큰 힘을 줬다. 이날 공장 근처에서 열린 총파업 집회는 지역의 금속노동자 및 민주노총 조합원 2천 여 명이 모인 가운데 치러졌다.

   
▲ 유성기업지회 여성 조합원 10여명이 26일 회사 정문 앞에서 지회 사무실 출입을 요구하며 용역들을 밀고 있다. 김상민
이날 금속노조 충남지부(지부장 장인호)와 대전충북지부(지부장 이강남)는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투쟁 승리를 위해 4시간 파업 지침을 산하 지회에 내렸다. 긴급하게 마련된 지침임에도 불구하고 양 지부 소속 사업장 수 곳이 이날 파업을 수행했다. 파업을 못한 다른 지회들도 전체 노조간부 파업을 벌이거나 단협에 보장된 조합원 교육시간 등을 활용해 이날 집회에 동참했다.

   
▲ 한 유성기업지회 여성 조합원이 철문 너머 공장 앞마당을 주시하고 있다. 이날 이들은 용역들로부터 외부인 취급을 받아야 했다. 김상민
이날 낮 3시 30분 파업집회 때 민주노총 위원장은 “유성기업 경찰 투입은 단순히 한 기업 차원의 일이라고 볼 수 없다”며 “민주노총이 이 싸움을 어떻게 지지하고 엄호할 것인지 시급히 방안을 찾겠다”고 약속했다. 구자오 금속노조 수석부위원장은 공격적 직장폐쇄 및 민주노조 탄압이 벌어졌던 전국의 사업장 들을 열거하며 “더 이상 당하지 않도록 금속노조 차원에서 힘을 모으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엄기환 유성기업지회 부지회장은 “유성기업 조합원들도 단 한명의 이탈자 없이 다시 집결한 만큼 이 투쟁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화답했다.

 

 

 
▲ 26일 유성기업 노동자 및 충청권 금속노동자 2천여명이 충남 유성기업 근처에 모여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다. 김상민
유성기업지회는 이날 저녁부터 공장 근처에 거점을 마련해 철야 농성에 돌입했다. 지회는 조합 사무실 진입 시도 등 다양한 방법으로 회사를 압박하겠다는 계획이다. 금속노조는 27일에도 낮 2시 전국의 모든 노조간부를 충남 아산 유성기업 앞으로 모아 대규모 집회를 벌인다는 계획이다.

 

 

유성기업 공권력침탈, 노동계·시민사회 분노

민주노총·시민사회 “노조파괴행위

이명박정권 심판할 것”

[0호] 2011년 05월 25일 (수) 홍미리 기자 gommiri@naver.com

   
▲ 24일 오후 충남 아산 유성기업에 3000명의 공권력이 투입 공장안에 있던 조합원들을 강제로 끌어내고 있다.이명익기자
   
▲ 24일 오후 충남 아산 유성기업에 3000명의 공권력이 투입 공장안에 있던 조합원들을 강제로 끌어내고 있다.이명익기자
   
▲ 24일 오후 충남 아산 유성기업에 3000명의 공권력이 투입 공장안에 있던 조합원들을 강제로 끌어내고 있다.이명익기자
주간연속 2교대제와 월급제 쟁취를 위한 유성기업 노동자들 투쟁에 공권력이 투입되자 시민사회가 이명박정권 경찰의 폭력과 현대차·유성자본의 비열한 협공을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다.

유성기업 사측의 약속 불이행과 공격적 직장폐쇄, 노조말살 공작에 맞서 공장 점거농성을 벌이던 노동자들이 경찰 침탈에 의해 전원 연행됐다. 경찰은 농성 이레째인 24일 오후 4시 경 중무장한 경찰병력을 공장 안으로 투입해 4시30분부터 약 2시간에 걸쳐 유성기업 생산현장 안팎에 있던 조합원 600여 명을 모두 연행했다.

5월24일 오후 4시, 유성기업에 경찰 40개 중대 3천명을 동원한 침탈이 시작됐다. 공장 점거농성이 시작되고 첫 교섭이 결렬된 지 불과 하루 만이었다. 23일 오후 교섭이 결렬된 직후 경찰은 공장 벽을 허물고 즉각 공권력 투입을 준비했다. 이어 다음날인 24일 두번 째 교섭이 결렬되자마자 공권력이 투입됐다.

유성기업 노사는 2009년 임단협에서 “2011년 1월부터 주간연속 2교대제와 월급제로 전환한다”는데 합의했다. 그러나 사측은 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5월12일까지 십 수차례 노사 교섭을 진행했지만 사측은 교섭안을 제출하지도 않고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했다.

결국 금속노조 유성기업 아산지회는 지난 5월13일 조정중지 결정에 따라 파업찬반투표에 이어 18일 합법적 2시간 부분파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회사는 당일 오후 5시 경 조합원에 대해서만 불법적으로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유성기업 파업으로 현대기아차 생산이 타격을 받자 보수언론은 일제히 유성기업지회를 연봉 7천만원 받는 귀족노조로, 파업하는 노동자들을 국가경제를 파탄내는 범죄자로 매도했다. 민주노총은 파업을 부추기는 파렴치한 단체로 취급됐다. 경총과 자동차업계 말을 빌려 공권력 투입만이 해결책이라고 떠벌였다. 이명박 정권은 신속한 공권력 투입으로 이에 화답했다.

   
▲ '세상을바꾸는민중의힘'은 25일 경찰청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유성기업 노동자들에 대한 공권력침탈을 강력히 규탄했다. 사진은 규탄발언에 나선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사진=노동과세계
   
▲ 24일 오후 충남 아산 유성기업에 3000명의 공권력이 투입 공장안에 있던 조합원들을 강제로 끌어내고 있다.이명익기자
유성기업 사장은 24일 회사에 들어와 노조 지도부와 면담을 가졌지만 기존 주장보다 오히려 더 후퇴한 안을 강요했다. 그는 “노조 상집과 대의원 모두 민형사상 책임을 진다는데 동의하라”면서 계속 시계를 들여다봤다. 공장 밖에 경찰이 있고 곧 들어올 것이니 항복하라는 뜻이었다. 교섭은 또다시 결렬됐고 유성기업 사장이 공장을 나가자마자 경찰이 침탈해 조합원들을 잡아갔다.

유성기업지회 핵심요구인 주간연속 2교대제와 월급제로의 전환은 상시적 연장근로와 야간근로를 철폐하기 위한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였다. 유성기업에서는 지나 1년 6개월 사이 자살과 돌연사 등으로 5명이나 되는 조합원들이 사망한 바 있다. 야간작업을 하면서 사고도 잦았고, 주야맞교대 때문에 몸이 상해 병에 걸리는 경우는 다반사였다. 노동조합은 노동자들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해 온 주야맞교대 자체가 문제라며 시정을 요구해왔다.

회사가 공격적 직장폐쇄를 단행한 다음날인 지난 19일 새벽에는 사측이 고용한 용역직원이 승용차를 탄 채 노동자들을 덮쳐 13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같은 날 현대자동차 총괄이사의 차량에서 노조파괴 시나리오가 담긴 문서가 나오자 노동계를 비롯한 시민사회 전체가 크게 분노했다. 원-하청이 공동으로 유성기업지회에 대한 탄압을 기획하고 있었음이 탄로난 것이다.

세상을 바꾸는 민중의힘은 공권력 침탈 다음날인 25일 오전 9시30분 경찰청 앞에서 유성기업 민주노조 파괴 공권력 침탈을 규탄하는 시민사회 긴급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합법파업에 대해 공권력을 투입하고 반노동정책으로 일관하는 이명박정권과, 노조파괴 시나리오와 공격적 직장폐쇄로 민주노조를 탄압하는 유성기업·현대차차본을 강력히 규탄했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차량을 돌진해 두개골 함몰 등 조합원들을 다치게 한 용역들에게는 고작 도로교통법위반 혐의만 주고 정당하게 합의이행을 촉구한 노동자들에게는 불법파업이다, 귀족노조다 하며 폭력을 일삼는 경찰은 도대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느냐?”고 묻고 “국가권력이 경찰을 앞세워 노조파괴를 일삼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 사태는 비단 유성기업에서만이 아니라 경주 발레오와 구미 KEC에서도 동일한 방법으로 이뤄졌다”면서 “사측이 일방적으로 합의를 불이행하고 교섭이 결렬돼 쟁의행위를 하면 직장폐쇄에 이어 조합원들에게 폭력을 가하고 언론플레이를 해서 사태를 왜곡하고 경찰이 나서 노동자를 때려잡는 사나리오가 똑같다”고 역설했다.

김영훈 위원장은 “민주노총은 국가권력을 과연 이대로 둬야 하는지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품고 있다”고 전하고 “시민사회, 정당과 함께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과 김형탁 진보신당 사무총장, 안효상 사회당 대표도 규탄발언을 통해 귀족노조에겐 공권력을 투입해도 문제가 없는 듯 말하는 권력과 자본에 분노하며 최근 이뤄지고 있는 노조말살 행태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시민사회가 단결해 민주노조 사수에 나설 것을 다짐했다.

이강실 세상을 바꾸는 민중의 힘 공동대표는 기자회견문 낭독을 통해 “우리는 노동자들 단결의 구심인 노동조합을 파괴하는 행위를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면서 “노동자민중은 민주노조를 사수하고 이명박정권을 심판하는 투쟁에 나설 것이며 어떤 탄압에도 투쟁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노총은 오늘(25일) 오후 2시 아산경찰서 앞에서 유성기업 공권력 침탈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질 계획이며, 금속노조는 26일 대전충북·충남지부 총파업에 돌입하며, 25일 수도권 집중, 27일 전국확간집중 규탄집회를 개최한다. 민주노총 대전·충북·충남본부도 26일 오후 3시30분 규탄집회를 연다.

   
▲ 24일 오후 충남 아산 유성기업에 3000명의 공권력이 투입 공장안에 있던 조합원들을 강제로 끌어내고 있다.이명익기자
   
▲ 24일 오후 충남 아산 유성기업에 3000명의 공권력이 투입 공장안에 있던 조합원들을 강제로 끌어내고 있다.이명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