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소식

삼성 노동자 백혈병, 직업병 맞다!

양현모 2011. 6. 24. 20:20

삼성 노동자 백혈병,

직업병 맞다

23일 행정법원 고 황유미, 이숙영씨 승소 판결...

"제한적 판결, 항소할 것"

2011년 06월 23일 (목) 강정주 편집부장 edit@ilabor.org

법원이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일한 노동의 백혈병 발병을 산재로 인정했다. 2007년부터 시작한 삼성과 노동자들간의 긴 다툼 끝에 얻어낸 승리다.

서울행정법원은 23일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백혈병에 걸려 투병하다 사망한 고(故) 황유미씨와 고 이숙영씨에 대한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불승인 처분을 취소하고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명백하게 발암성 물질 유출을 입증할 수는 없지만 작업환경상 지속적으로 물질에 노출됐을 것을 추정 판단할 수 있다”며 “백혈병과 업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결 취지를 밝혔다. 황 씨는 삼성전자 기흥공장에서 디퓨전공정 세척 작업을 했고, 이 씨도 황 씨와 2인 1조로 같은 라인에서 작업했다. 황 씨는 2007년, 이 씨는 2006년 백혈병 투병 도중 사망했다.

두 명을 비롯해 고 황민웅, 김옥이, 송창호 등 다섯 명은 지난 2007년과 2008년 세 차례에 걸쳐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신청을 접수한 바 있다. 이들은 작업현장에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 발암물질이 존재했고, 적절한 보호도구가 지급되지 않은 점, 야간노동과 교대근무 등 노동강도 강화로 면역력을 약화 시켜 발암을 촉진시킨 점 등을 들어 직업병 인정을 주장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2009년 5월 신청인 전원에 불승인 처분을 내렸다. 이에 피해자들은 2010년 1월 행정소송을 접수하고 1년 6개월에 걸친 긴 법정 다툼을 이어왔다.

 

 

 
▲ 삼성전자 백혈병 피해자인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와 고 황민웅씨의 부인이 근로복지공단의 불승인 처분에 항의하고 있다. 반올림(http://cafe.daum.net/samsunglabor).
이번 판결은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아래 반올림)’이 삼성전자 직업병 노동자의 산재 인정을 요구하며 벌인 소송의 첫 결과로 의미가 크다. 장안석 반올림 활동가는 “일부 승소긴 하지만 황유미씨가 돌아가신 지 4년, 이숙영씨가 돌아가신 지 5년만에 승소한 의미있는 판결이”이라며 “이번 판결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밖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는 전자산업 피해 노동자들이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장 활동가는 이번 판결이 제한적 이라고 지적했다. 법원은 같은 내용을 청구한 고 황민웅, 김옥이, 송창호 세 명에 대해서는 “명백하게 백혈병을 일으킬만한 물질에 노출됐다고 보기 어렵고, 일부 영향을 받았더라도 백혈병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볼수 없다”며 기각했다. 이에 대해 장 활동가는 “승소한 두 명에게는 명백하게 입증할 수는 없지만 추정판단할 수 있다고 하면서 나머지 세 명은 명백하게 입증할 수 없다는 판결 자체가 매우 제한적”이라며 “산재보험법의 취지를 살린다면 다섯 명 모두 승소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또한 “삼성이 이번 재판을 진행하는 과정에 피고보조참가인으로까지 나서면서 방해 공작을 계속했고, 삼성의 반박과 방해가 이번 판결에도 영향을 미친 것 아니겠냐”고 꼬집었다. 반올림 측은 항소한다는 계획이다.

반올림은 2007년 고 황유미씨가 백혈병으로 사망한 뒤 전자산업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요구하며 발족해 현재까지 18명에 대한 산재 신청을 진행했다. 이번 소송을 진행한 5명을 포함해 16명이 불승인 판정을 받았고 두 명은 근로복지공단에 계류 중이다. 또한 반올림에 따르면 6월 현재까지 삼성반도체나 LCD 등 전자산업 노동자들 중 백혈병, 뇌종양, 희귀병 등 직업병 피해제보가 120명을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