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한다 비켜” vs “꺼져 | |||||||||||||||||||||||||||||||||||||||||||||||||||
[업무복귀 첫날] 15일 유성기업 조합원들의 출근 풍경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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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리꺼져 씨발×들아”
15일 아침 8시. 유성기업지회 조합원들이 출근길에 나섰다. 이에 앞서 조합원들은 전 날 업무복귀 선언 기자회견도 했고 근로희망서도 작성해 회사에 전달했다. 하지만 회사 정문 앞 컨테이너도 그대로였고 컨테이너 사이 통로와 위에 용역이 몇 겹으로 둘러 방패를 들고 서있었다.
“지각한다. 나는 한 번도 지각해본 적 없다. 얼른 비켜라, 출근해야 한다.” 조합원들의 외침에도 용역들은 요지부동 서서 욕설을 퍼붓고 있다. 경찰과 노동부 관계자들도 멀찍이서 지켜볼 뿐이다. 충남지부에 따르면 14일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장을 만나 “현장복귀 의사를 밝혔을 경우에도 직장폐쇄를 유지하면 불법아니냐”고 물었고 지청장도 “일반적으로 맞다”는 답변까지 했다. 하지만 현장에 나타난 노동부 관계자들은 “좀 지켜본 뒤 얘기 하겠다”는 말 뿐이었다. 8시 10분경부터 정문 안에서는 관리자들이 현장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회사는 이날 <유성소식>이라는 유인물을 만들어 정문 앞에 출근하려고 선 조합원들에게 뿌렸다. 이 소식지에서 회사는 “지회 행태로 볼 때 진정한 근로의사를 확신할 수 없으므로, 일괄복귀 시 유성기업지회가 공장을 재점거하고 결품사태를 유발하며 관리직원에 대해 보복할 우려가 매우 높은 것으로 판단하는 바, 유성기업지회의 일괄복귀를 수용하지 아니한다”고 밝혔다.
이에 엄기한 유성기업 아산지회 부지회장은 “기자회견도 했고 근로희망서도 썼다. 도대체 어떻게 더 진정성을 보이라는 거냐”며 “매일 교섭하자는 공문을 보내도 답 한 번 없다. 대화를 해야 진정성도 확인할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엄 부지회장은 “창조컨설팅이나 현대차의 얘기만 듣고 우리 진정성을 의심할 것이 아니라 대화에 나서야 한다”며 “회사가 용역을 철수시킬 때 사태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회에 따르면 회사는 14일 저녁 조합원들에게 개별적으로 문자를 보내 “근로의사가 있는 사람은 소속장에게 복귀의사를 밝히”라고 했다. 하지만 조합원들이 모두 소속장에게 문자를 보냈으나 답장은 없었다.
오랜만에 회사 모습을 본 조합원들은 분노했다. 정문 앞 컨테이너는 지회가 테니스부 활동용으로 구입한 것이다. 그 컨테이너는 테니스부 용품이 널부러져 있는 채 조합원을 가로막는 장벽이 됐다. 회사는 조합원들이 컨테이너 위로 올라올 것을 대비해 컨테이너 벽면과 정문 철문에 기름칠도 해뒀다.
용역들은 불이라도 났는지 소화전에 호스를 길게 연결해 정문 앞 쪽으로 설치해뒀다. 공장 안 기계 옆에 놓여있어야 할 소화기는 정문 앞 쪽에 모두 모아뒀다. 한 조합원은 “저 소화기는 기계 불 날까봐 기계 옆에 두던 것인데 현장에 불이라도 나면 어쩌려고 하냐”고 항의했다. 항의를 받은 소방서 직원은 뒤늦게 회사에 얘기해 소화기와 물호스를 치우게 했다.
정문 앞에 늘어 선 용역들이 손에 쥐고 있는 장갑도 현장에서 조합원들이 쇳물을 다룰 때 쓰던 가죽장갑이다. 그 모습을 본 한 조합원은 “저 장갑도 노조가 힘이 없을 때는 회사가 아낀다고 오른쪽 왼쪽 중 한쪽씩 밖에 안줬다. 양쪽 장갑 다 받은 것도 노조 힘이 있어서였다. 그런데 이제 저 장갑을 뭐하겠다고 용역들이 끼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오전 9시30분, 결국 조합원들은 출근을 거부당한 채 공장 앞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진정성 보이래서 머리띠도 다 풀고 왔는데 뭐하는 거냐?” 일하겠다는데도 일할 의사를 밝히라는 회사 태도에 조합원들은 진저리를 쳤다. 내일도, 모레도, 그리고 그 다음날도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출근 투쟁은 계속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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