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소식

“유성기업 사태 책임 조현오 해임하라!

양현모 2011. 6. 15. 22:31

“유성기업 사태 책임

조현오 해임하라”

노조-진보정당 합동기자회견…“경찰과 용역 구분 안 된다”
22일 용역폭력 방조 및 직권남용…경비업법 위반에도 ‘뒷짐’
2011년 06월 24일 (금) 강정주 편집부장 edit@ilabor.org

회사와 용역의 불법 행위를 옹호하고 노동자들만 ‘엄벌’에 처하겠다는 경찰의 편파적 행태가 도를 넘었다. 이에 조현오 경찰청장 해임 주장까지 등장했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진보정당은 24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이 용역깡패의 불법적 폭력은 방조하면서 직무유기 하고 적법한 노동조합 집회는 방해하고 있다”며 “모든 책임은 이명박 정권과 조현오 경찰청장에 있으며 조 경찰청장을 즉각 해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정훈 유성기업지회 조합원은 “업무복귀 의사를 밝힌 이후 네 차례나 용역의 도발과 구타가 있었고 22일만 해도 쇠파이프를 들고 도로로 뛰쳐나온 용역 3백 명에게 맞아 23명의 조합원이 다쳤다”며 “그런데도 경찰은 용역은 잡지 않고 특별수사전담반을 꾸려서 노동자들만 처벌하겠다고 하고 있다”고 분노했다. 이 조합원에 따르면 경찰은 여전히 조합원들이 농성을 하고 있는 비닐하우스 주변을 감시하고 있고, 노조에서 설치해 둔 현수막마저 철거했다.

   
▲ 6월24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유성기업지회 조합원들이 6월22일 벌어진 사측과 용역들의 조합원 폭행사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동준

이에 대해 김차곤 변호사는 이러한 경찰과 회사의 행태가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용역의 폭력행위를 경찰이 방조하고 오히려 핵심적인 기본권인 집회를 가로막고 있다”며 “경찰이 용역같고 마치 치외법권 지역을 보고 있는 듯 하다”고 꼬집었다. “경찰 때문에 집회가 무산됐다. 경찰의 역할은 집회 참가자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다. 이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해서는 안된다는 형법 123조를 위반한 행위”라는 것이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또한 김 변호사는 “업무복귀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직장폐쇄를 유지할 근거조차 없음에도 현재 직장폐쇄를 풀지 않는 것은 모든 측면에서 위법”이라며 “출근을 막을 수 없음에도 오히려 무기를 든 용역을 동원해 무력행사 하는 것은 경비업법도 위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비업법은 ‘경비원은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타인에게 위력을 과시하거나 물리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충남지방경찰청은 22일 신고된 집회장소로 이동하려는 노동자들을 경찰이 막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태에 대해 노동조합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며 엄정한 처벌을 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상태다. 충남지방경찰청은 형사처벌과 민사상 손해배상 등을 진행하고 이후 집회에 대해서도 금지통고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은 정작 유성기업지회 조합원들을 폭행한 용역과 불법적인 직장폐쇄를 유지하고 있는 회사에 대해서는 어떠한 처벌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폭력이 벌어지는 현장에 있으면서도 사태를 방관하기만 했다는 것이 지회 조합원의 설명이다. 22일 사태도 경찰이 “집회 장소로 갈 자유는 분명히 있지만 폭력 범죄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핑계로 최루액 섞인 물대포를 쏘고 돌을 던지며 조합원들의 집회 장소 접근을 막아 집회 보장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중무장 용역이 비무장 조합원 짓밟다

22일 오전 유성기업 쇠파이프 각목 폭행 무리수
두개골 골절 안면함몰 조합원 중환자실행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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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6월 22일 (수) 강지현 선전홍보실장 edit@ilabor.org

22일 오전 유성기업이 고용한 용역 1백 50여 명과 사측 관리자 1백 50여 명 등 3백 여 명이 현장복귀를 위해 8일째 출근길에 나선 조합원 2백 여 명을 향해 쇠파이프와 소화기 등을 휘두르며 집단 폭행을 가했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 21명이 두개골 골절과 타박상 등으로 아산공장 인근 3곳 병원에 실려갔다. 두개골 골절과 안면 함몰 등으로 중환자실로 곧바로 실려 간 조합원도 꽤 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도 하다.

   
▲ 6월22일 유성기업 사측이 고용한 한 용역이 소화기를 조합원들에게 던지고 있다.

   
▲ 6월22일 유성기업 사측이 고용한 용역들이 대나무로 만든 죽창을 유성기업지회 조합원들에게 휘두르고 있다.

이날 오전 7시 40분 경 유성기업 조합원들은 출근을 시도하기 위해 평화적으로 정문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유성기업 정문을 막고 있던 용역들은 정문의 컨테이너를 치운 뒤 작심한 듯 헬맷과 방패, 그리고 쇠파이프 등으로 중무장한 상태였다. 당시 상황을 목격한 김정희 금속노조 충남지부 교육부장은 “용역들의 모습이 마치 전투경찰의 모습과 닮았었다”고 전했다.

   
▲ 6월22일 유성기업 사측이 고용한 용역들이 쇠파이프로 무장하고 있다.

   
▲ 6월22일 유성기업 사측이 고용한 용역들이 쇠파이프와 소화기, 방패 등으로 무장하고 있다.

그 뒤 곧바로 이들 용역들은 소화기와 돌을 던지고 쇠파이프와 각목을 휘두르는 등 출근을 시도하는 조합원들을 향해 2시간 넘게 무차별 폭행을 행사했다. 이들은 조합원들에게 물대포도 쏘아댔다. 이에 비무장이던 조합원들은 일방적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현지에 있었던 경찰은 수수방관 쳐다보기만 했다는 게 조합원들의 증언이다.

   
▲ 6월22일 유성기업 사측이 고용한 용역들이 쇠파이프, 각목, 방패, 소방호스 등으로 무장한 채 조합원들과 대치하고 있다.

   
▲ 6월22일 유성기업 사측이 고용한 용역들이 쇠파이프로 무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유성기업의 생산물량을 실은 차량이 공장 밖으로 나가는 게 조합원들에게 목격됐다. 회사가 물량반출을 위해 이같이 ‘무리수’를 뒀다는 게 유성기업지회의 설명이다.

   
▲ 6월22일 유성기업 사측이 고용한 용역들이 쇠파이프, 각목, 방패, 소방호스 등으로 무장한 채 조합원들과 대치하고 있다.

사측의 이같은 도발은 오전 10시 쯤 멈췄으며 그 뒤 정오 현재까지 유성기업 회사 정문을 사이에 두고 용역 및 사측 3백여 명과 흥분한 조합원 3백 여 명이 쇠파이프와 각목 등으로 무장 한 채 대치중이다. 경찰병력도 주변에 대기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파업노조 업무복귀엔 “진정성 의심” 거부하더니
유성기업, 퇴근도 없이 ‘조업 강행군’

연장근로 초과 시정지시 불응…고용부, 사법처리 추진
일부 노동자 탈수증상…“시간끌며 노조와해 속셈”
한겨레 김소연 기자 메일보내기
» 유성기업 노사갈등 일지
‘주야 맞교대 근무제’ 폐지를 내걸고 시작된 유성기업 노조 파업이 19일로 33일째를 맞고 있는 가운데, 이 회사 관리자들과 개별적으로 업무에 복귀한 노동자들이 퇴근도 하지 못한 채 회사에서 숙식을 하며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노조가 지난 14일 업무복귀를 선언했는데도 회사가 “진정성이 의심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부한 탓에, 공장에 있는 소수의 노동자들이 원청 납품일정을 맞추기 위해 강행군을 하고 있는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미경 민주당 의원에게 낸 자료를 보면, 고용부 천안지청이 지난 7일 대체근로 여부에 대해 현장점검을 하는 과정에서 공장에 있는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을 따져보니 아침 8시30분부터 밤 10시까지 휴게시간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채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용부는 “연장근로시간 한도(1주 12시간)를 넘어서고 휴게시간이 불분명한 것으로 확인돼 시정지시를 내렸다”며 “회사로부터 시정이 어렵다는 답변이 와 사법처리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동시간을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내려진다.

하지만 공장 안 상황은 고용부의 조사보다 훨씬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성기업 노사의 말을 종합하면, 용역경비와 노조가 대치하고 있는 아산공장의 경우 지난달 24일 경찰이 투입된 뒤부터 관리자들과 업무에 복귀한 일부 조합원들이 집에도 가지 못하고 회사 탈의실에서 숙식을 하고 있는 상태다. 노조 관계자는 “업무에 복귀한 조합원과 연락이 닿았는데 ‘주간근무뿐만 아니라 밤 10시 이후 야간노동에 휴일근무 등 노동강도가 너무 심해 버티기 힘들다’고 호소했다”고 전했다. 일부 노동자들은 탈수에 감기 증상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도 했다. 아산공장에선 평소 350명의 생산직 노동자들이 일했으나, 현재는 복귀한 생산직 노동자 75명(21%)과 관리직 120명이 일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공식적인 기자회견을 통해 업무복귀를 선언했고, 근로희망서도 썼는데 도대체 어떻게 더 진정성을 보이라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파업과 직장폐쇄에 이은 업무복귀 과정에서 사쪽에 의해 노조가 무력화된 케이이씨(KEC)와 발레오전장처럼, 계속 시간을 끌면서 생계 문제로 복귀하는 조합원 수를 늘려 노조의 힘을 빼겠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진정성, 이거 법률용어 아니죠?”
“공장 안 사람 사실상 강제근로”

[업무복귀 둘째날] 16일 국회 환노위 의원들 유성기업 방문
2011년 06월 16일 (목) 강지현 선전홍보실장 edit@ilabor.org

“조합원들의 일괄복귀 뒤 정상적인 조업이 가능하다는 확신이 들어야 노동조합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다. 직장폐쇄도 그 확신이 들어야 철회가 가능하다. 그리고 결정권은 사장에게 있다.”

유성기업지회 조합원들이 공식적으로 업무복귀를 선언하고 정상출근을 시도한 지 이틀째인 16일. 유성기업 아산공장장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회의원과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천안지청장과의 만남에서 이같이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날 회사 사장은 그곳에 없었다.

   
▲ 6월16일 유성기업 아산공장 앞에서 이구영 유성 영동지회장이 지회의 입장과 회사의 부당한 직장폐쇄 철회 거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이구영 유성 영동지회장, 홍영표 의원, 오복수 노동부 천안지청장, 정동영 의원, 박유기 노조 위원장. 신동준

이날 낮 12시 30분 민주당 국회의원인 정동영 최고위원과 홍영표 노동위원장이 충남 아산의 유성기업 앞을 찾았다. 이어 낮 12시 50분 경 오복수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천안지청장도 현장에 나타났다. 이들은 낮 1시 15분 경 용역과 컨테이너가 막고 있는 회사 정문 틈새를 통해 공장안으로 들어가 한 시간 가량 아산공장장 등과 면담을 펼쳤다. 면담 뒤 바깥으로 나온 정 의원이 보고한 회사입장은 여전히 ‘진정성’ 타령이었다.

   
▲ 6월16일 출근 투쟁 이틀째를 맞은 유성기업지회 조합원들이 섭씨 30도가 넘는 땡볕 아래에서 주먹밥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회사는 여전히 공장 문을 열지 않고 있다. 신동준

지긋지긋한 ‘진정성’ 타령

정 의원은 이날 면담 때 “회사가 진정 대화할 생각이 있는 것이냐, 아니면 노조 자체를 없애려고 하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정 의원은 사측이 “회사가 없애려고 한다고 없어질 노조도 아니고 우리는 노조 존재를 결코 무시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전했다. 하지만 사측은 이 자리에서 “노조 측이 보이는 적대적인 태도와 발언 때문에 진정성을 느낄 수가 없을 뿐”이라고 덧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의원들이 “노사 간의 적대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용역부터 철수시키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꼬집은 것으로 정 의원은 전했다. 아울러 홍 의원은 이날 면담에 배석한 오 천안지청장과 아산시청 관계자까지 모두 사측에 적극적인 대화를 촉구했다고 조합원들에게 설명했다. 이어 이들은 “오는 22일까지 이 문제가 풀리지 않을 경우 그 날 있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상임위원회 때 적극 따져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6월16일 유성 아산공장장등 사측을 면담하고 나온 정동영 의원이 면담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신동준

아산공장장과의 면담에 앞서 이들은 조합원들과 40분간 간담회를 펼쳤다. 이 자리에서 지회의 어느 간부는 “하도 회사가 진정성 운운 하길래 머리띠와 투쟁조끼조차 입지 않고 출근한다”며 “그런데도 회사 쪽은 그 누구도 나와 보지 않고 용역과 컨테이너만 정문 앞을 막고 있다”고 의원들에게 하소연했다. 이 자리에 함께 한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도 “13일 조합원 총회라는 최고 의결기관을 통해 업무에 정상적으로 복귀하자고 만장일치로 정하고 14일 기자회견으로 공표한 것만큼 더 진정성 있는 태도가 또 무엇이냐”고 호소했다.

“적대적 분위기 조성 용역부터 철수 마땅”

이에 정 의원은 “사용자는 경영권이 있고 노동자에는 노동권이 있는데 노동권이 인정되지 않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며 그 자리에 나타난 오 지청장에게 곧바로 따져 물었다. 이에 오 지청장은 “역시 노조의 현장복귀가 진정성이 있는지가 문제”라며 회사 쪽 입장만 되풀이했다. 그러자 정 의원은 “진정성이 법률용어는 아니죠?”라고 비꼬듯 말하며 “언제부터 이 나라가 진정성 운운하는 나라가 됐느냐”고 꼬집었다.

   
▲ 6월16일 홍영표 의원이 민주당 차원의 유성기업 문제해결 대응 내용을 설명하는 가운데 사측 용역이 이를 불법적으로 촬영하고 있다. 신동준

이어 박 위원장은 “지회의 현장복귀 선언의 진정성 여부를 노동부가 확인해주면 되는 것 아니냐”며 “노동부의 역할이 바로 그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오 지청장도 “그것만 확인되면 노사대화는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자 홍 의원은 “노동부가 어느 편을 드느냐에 따라 사태가 돌변한다”며 “객관적 시각으로 대화가 성사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청장에게 주문했다.

“진정성 여부 노동부가 확인해주면 되지”

한편, 이날까지 회사의 말을 듣고 스스로 업무에 복귀한 일부 조합원들의 상황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회의 한 간부는 “회사는 관리자까지 포함해 현장 안 사람들을 퇴근도 안 시키고 안에 가둬 숙식시키고 있다”고 증언했다. 현장을 방문하고 나온 정 의원도 “업무복귀자들은 현재 탈의실 바닥에서 자고 있는 듯 해 보였다”며 “이들도 일종의 피해자”라고 말했다. 이에 홍 의원은 “저건 강제근로”라고 비판했다. 지회의 한 간부는 “이 같은 회사 태도에 대한 행정지도라도 내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오 지청장에게 따지기도 했다.

   
▲ 6월16일 정동영 의원과 홍영표 의원이 유성 노동자들이 농성장으로 이용하고 있는 비닐하우스를 둘러보고 있다. 신동준

이날로 회사의 공격적인 직장폐쇄는 한 달 째다. 경찰의 현장 ‘침탈’로 조합원들이 바깥으로 내쫓긴 지는 3주 됐다. 그리고 노사 간의 공식적인 대화는 지난 2일 이후로 끊긴 상태다. 회사의 생산이 정상적일 리도 없다. 지회의 한 간부는 “생산은 잘 해야 60% 수준일 것”이라면서 “생산량이 문제가 아니고 그 품질이 더 문제”라고 강조한다. 그는 “현장 안 기계설비는 생각보다 까다롭고 때때로 품종교환도 해줘야 하는데 모두 여기 바깥의 설비 만지던 노동자들이 해야 하는 일”이라고 덧붙인다. 상황이 이러한 데 회사가 언제까지 ‘진정성’ 타령만 하며 시간을 보낼 지 지켜볼 일이다.

 

 

지각한다 비켜” vs “꺼져

[업무복귀 첫날] 15일 유성기업

                 조합원들의 출근 풍경

2011년 06월 15일 (수) 강정주 편집부장 edit@ilabor.org

“저리꺼져 씨발×들아”
한 달 만에 공장에 출근하는 유성기업 여성노동자에게 정문 컨테이너 위에 버티고 선 용역이 욕설로 가로막았다.

   
▲ 6월15일 아침 유성기업지회 조합원들이 업무에 복귀하기 위해 아산공장으로 걸어가고 있다. 신동준

15일 아침 8시. 유성기업지회 조합원들이 출근길에 나섰다. 이에 앞서 조합원들은 전 날 업무복귀 선언 기자회견도 했고 근로희망서도 작성해 회사에 전달했다. 하지만 회사 정문 앞 컨테이너도 그대로였고 컨테이너 사이 통로와 위에 용역이 몇 겹으로 둘러 방패를 들고 서있었다.

   
▲ 6월15일 업무에 복귀하기 위해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아산공장에 도착했지만 공장정문은 컨테이너와 철조망, 방패로 무장한 용역들로 막혀 있다. 신동준

“지각한다. 나는 한 번도 지각해본 적 없다. 얼른 비켜라, 출근해야 한다.” 조합원들의 외침에도 용역들은 요지부동 서서 욕설을 퍼붓고 있다. 경찰과 노동부 관계자들도 멀찍이서 지켜볼 뿐이다. 충남지부에 따르면 14일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장을 만나 “현장복귀 의사를 밝혔을 경우에도 직장폐쇄를 유지하면 불법아니냐”고 물었고 지청장도 “일반적으로 맞다”는 답변까지 했다. 하지만 현장에 나타난 노동부 관계자들은 “좀 지켜본 뒤 얘기 하겠다”는 말 뿐이었다. 8시 10분경부터 정문 안에서는 관리자들이 현장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 유성기업 아산공장을 둘러싼 철조망. 마치 군부대를 방불케 한다. 신동준

회사는 이날 <유성소식>이라는 유인물을 만들어 정문 앞에 출근하려고 선 조합원들에게 뿌렸다. 이 소식지에서 회사는 “지회 행태로 볼 때 진정한 근로의사를 확신할 수 없으므로, 일괄복귀 시 유성기업지회가 공장을 재점거하고 결품사태를 유발하며 관리직원에 대해 보복할 우려가 매우 높은 것으로 판단하는 바, 유성기업지회의 일괄복귀를 수용하지 아니한다”고 밝혔다.

   
▲ 6월15일 업무에 복귀하기 위해 유성기업 아산공장에 도착한 한 노동자가 공장정문이 막혀 있자 실망한 듯 고개를 떨구고 있다. 신동준

이에 엄기한 유성기업 아산지회 부지회장은 “기자회견도 했고 근로희망서도 썼다. 도대체 어떻게 더 진정성을 보이라는 거냐”며 “매일 교섭하자는 공문을 보내도 답 한 번 없다. 대화를 해야 진정성도 확인할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엄 부지회장은 “창조컨설팅이나 현대차의 얘기만 듣고 우리 진정성을 의심할 것이 아니라 대화에 나서야 한다”며 “회사가 용역을 철수시킬 때 사태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회에 따르면 회사는 14일 저녁 조합원들에게 개별적으로 문자를 보내 “근로의사가 있는 사람은 소속장에게 복귀의사를 밝히”라고 했다. 하지만 조합원들이 모두 소속장에게 문자를 보냈으나 답장은 없었다.

   
▲ 6월15일 공장정문을 막은 컨테이너 위에서 사측이 고용한 용역들이 유성기업지회 노동자들을 카메라로 촬영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촬영하지 말라고 항의하자 용역들이 노동자들을 비웃는듯 웃고 있다. 신동준

오랜만에 회사 모습을 본 조합원들은 분노했다. 정문 앞 컨테이너는 지회가 테니스부 활동용으로 구입한 것이다. 그 컨테이너는 테니스부 용품이 널부러져 있는 채 조합원을 가로막는 장벽이 됐다. 회사는 조합원들이 컨테이너 위로 올라올 것을 대비해 컨테이너 벽면과 정문 철문에 기름칠도 해뒀다.

   
▲ 유성 노동자들이 계속 촬영하지 말라고 항의하자 한 용역이 여성조합원들에게 "저리 꺼져. 씨발*들아"라며 욕설을 하고 있다. 신동준

용역들은 불이라도 났는지 소화전에 호스를 길게 연결해 정문 앞 쪽으로 설치해뒀다. 공장 안 기계 옆에 놓여있어야 할 소화기는 정문 앞 쪽에 모두 모아뒀다. 한 조합원은 “저 소화기는 기계 불 날까봐 기계 옆에 두던 것인데 현장에 불이라도 나면 어쩌려고 하냐”고 항의했다. 항의를 받은 소방서 직원은 뒤늦게 회사에 얘기해 소화기와 물호스를 치우게 했다.

   
▲ 6월15일 유성기업 직원들이 소화전 앞에서 소방호스를 치우고 있다. 이들은 조합원들이 공장 들어오면 물을 뿌리기 위해 소화전에 호스를 연결했다가 민주노총 충남본부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아산소방서 직원의 주의를 받고 호스를 황급히 치웠다. 이 소방서 직원은 용역들이 갖고 있던 소화기에 대해서도 사람에게 쏘지 말라고 주의를 줬다고 민주노총 충남본부 관계자에게 말했다. 신동준

정문 앞에 늘어 선 용역들이 손에 쥐고 있는 장갑도 현장에서 조합원들이 쇳물을 다룰 때 쓰던 가죽장갑이다. 그 모습을 본 한 조합원은 “저 장갑도 노조가 힘이 없을 때는 회사가 아낀다고 오른쪽 왼쪽 중 한쪽씩 밖에 안줬다. 양쪽 장갑 다 받은 것도 노조 힘이 있어서였다. 그런데 이제 저 장갑을 뭐하겠다고 용역들이 끼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 6월15일 공장에 들어가 일하려던 유성기업지회 조합원들이 사측이 공장정문을 막자 이에 항의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신동준

오전 9시30분, 결국 조합원들은 출근을 거부당한 채 공장 앞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진정성 보이래서 머리띠도 다 풀고 왔는데 뭐하는 거냐?” 일하겠다는데도 일할 의사를 밝히라는 회사 태도에 조합원들은 진저리를 쳤다. 내일도, 모레도, 그리고 그 다음날도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출근 투쟁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