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열사정신 계승은 무엇인가?
매년 오월이오면 우리는 열사를 생각한다!
그러나 열사를 생각하는 우리들에게는 열정이 식어가는 듯하다.
‘열사정신 계승’이라는 요란한 구호만이 허공을 가르는 외침뿐이다.
분명 노동조합이 있었기 때문에 열사들의 희생이 있었고, 사측의 악명 높은 노동탄압 있었기 때문에 다섯 분 열사의 희생이 있었다.
우리는 지금 이 부분을 망각한 채, 열사를 이야기하고 있다.
대우조선 노동조합의 역사 속에서 열사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없다.
열사의 역사만 이야기해도 우리는 왜? 노동조합 활동을 해야 하는지 분명한 해답이 있으며, 열사를 모르는 신입사원들에 대한 교육적 측면에서 열사들의 정신을 깨우쳐 줘야 한다.
열사들의 정신은 무엇인가?
열사들의 정신은 무자비하고 악랄한 정권과 자본으로부터 대우조선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지켜낸 숭고함이 살아있다.
대우조선 노동조합 역사의 고비 고비마다 열사들의 희생은 정권과 자본의 침탈과 탄압으로부터 노동조합을 지켜내고 분열 된 노동자들을 단결시키는 역할을 감당하였다.
조합원들을 분열시키려는 사측의 노동탄압과 비열한 노무관리 수법에 맞서서 죽음으로 항거한 열사들의 정신은 한편으로는 조합원들의 각성과 단결을 촉구하고 있음을 명심해야한다.
노동조합 설립 과정에서 정권의 앞잡이 백골단이 쏜 직격최루탄을 가슴에 맞고 산화해 간 이석규열사!
이석규 열사의 희생은 김우중의 회장의 항복을 받아내고 오랜 노조설립투쟁으로 지칠 대로 지친 노동자들을 단결 시켜 노동자들의 염원인 대우조선노동조합을 설립하게 된 계기를 만들었다.
89년 임단투 진행과정에서 초대 집행부의 어용성이 드러났고 회사의 노조방해공작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집행부 불신임투쟁과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중심으로 현장조직은 ‘민주대 반민주’의 구도로 급속하게 개편되기 시작했다. 이런 현장조직에 위기감을 느낀 회사는 구사대조직인 상록회 가입을 현장에 강요하면서 현장을 분열로 몰고 갔다.
이에 분개하며 사측의 분열공작을 즉각 중단 할 것을 요구하며 분신으로 항거한
박진석 열사!
“경영자란 놈이 생각하는 것이 노동자탄압과 자신의 명분을 위해 살아간다면 노동자는 이 땅의 노예밖에 더 되겠는가? 친구들아! 너희들은 원직복직 임금인상 확실하게 쟁취할 수 있는 노동자의 앞에 나가기 바란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물한 살 젊음을 불태운 이상모열사!
골리앗투쟁이후 회사의 신경영전략은 더욱 현장을 통제하면서 활동가위주의 관리방식에서, 현장조합원들을 노동조합과 분리해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시작했다. 파업참여자에 대한 불이익 처우에서 이제는 자발적인 집회참여까지 체크하고 통제하는 방식으로 일상적인 노동조합활동을 위축시켜 나갔다. 그리고 각종 선거와 투표에서 조합원들의 자유로운 의사통제가 가능해 진 것이다. 집회를 개최해도 조합원들은 회사관리자들의 눈치를 보며 참석하지 않았다. 소수활동가 위주의 집회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95년 6월 21일 “노동자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합니까?... 노동자도 인간답게 살아보자... 집회참석도 못하게 하는 관리자... 노동자가 단결하여 올 임금 100% 쟁취하자!”라는 유서를 남기고 죽음으로 회사의 노동통제정책에 항거하고 조합원들의 단결과 각성을 촉구하며 분신 투신한 박삼훈 열사!
1997년 11월 21일 정부는 IMF에 200억달러 규모의 유동성 조절 자금지원을 요청함으로써 우리나라는 IMF관리체제로 들어갔다. 초국적 자본이 요구한 신자유주의 정책과 정리해고위협에 노동자들이 거리로 내몰리기 시작했다. 당시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노동법개악반대 투쟁을 전개하고 있었으며, 노동조합도 투쟁을 전개하면서 조합원들의 참여를 독려했지만 현장조합원들은 선뜻 나서지를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2월13일 ‘정리해고 저지투쟁’에 조합원들의 참여를 호소하는 유서를 뿌리고 1도크에서 건조중인 선박의 선수 갑판위에서 분신 후 도크바닥으로 투신한 최대림 열사!
이와 같이 열사들의 역사 속에서 열사들의 한결같은 바램은 회사의 노동탄압에 항거하고 조합원의 단결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열사들의 정신을 올바르게 계승하는 것은 현장의 반목과 갈등과 분열이 아니라 노동조합을 구심으로 단결하는 것이다.
열사정신 계승은 현장통제를 극복하는 것이다!
정권과 자본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노동자들이 군대 조직처럼 일사분란하게 단결하고 조직화되는 것이며, 정치적으로 무장되고 세력화 되는 것이다.
따라서 정권은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 ‘비정규직 관련 법’ ‘정리해고 관련 법규‘ 등 노동관계법을 개악하여 노동자들을 억압하고 탄압하는 분열정책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또한, 자본은 사업장 안에서 현장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뭉치지 못하도록 현장통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인사정책과 복지정책 등을 동원하여 탈법적인 노무관리정책으로 현장과 노동자들을 분열시키고 조합원끼리 경쟁하게하고 갈등을 부추겨서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키는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정권과 자본의 노동통제와 탄압정책에 우리 노동자들의 대응자세는 어떠한가?
대기업 노동조합은 조합이기주의에 빠져서 민주노총을 탈퇴하고 자본의 품에 안기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다. 민주노총의 탈퇴는 곧 노동자들의 단결을 포기하는 것이고, 노동자들의 정치세력화를 어렵게 만들어서 보수정치권과 총자본이 노리는 친기업주의를 고착화시키고 노동자들을 분열시켜서 생산과 착취의 도구로 활용하고 전락시키는 반노동자적인 행위임에 분명하다. 현장은 현장대로 노동조합의 지침수행보다는 회사의 지침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왜곡 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런 현장을 노동조합은 노사관계의 틀 속에서 적당히 이용하고 활용하면서 조합이기주의에 빠져서 허우적대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진정으로 노동조합 집행부가 올바른 관점과 철학을 가지고 있다면 사측의 차별 정책을 철폐시키고 현장통제를 극복하는 것이 바로 열사정신을 계승 발전시키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열사추모사업회를 제안한다!
대우조선노동조합의 역사의 정통성을 바로세우고 올바르게 열사정신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열사추모사업회’를 노동조합의 핵심사업으로 확정하고 운영해 나가야 한다.
열사추모사업회는 각 정파의 이해관계가 개입할 여지가 없으며, 전 조합원의 단결의 구심체로서 일상적으로 자본을 압박하고 현장을 추동해내는 역할을 할 수 있으며, 현장 조합원들의 살아있는 교육장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열사추모사업회를 통해서 별도의 예산과 사업을 배치하여 열사묘역 정비와 열사추모탑 건립과 같은 장기적인 사업을 전개하면서 열사들의 명예회복도 함께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
열사들에 대한 회사의 책임을 분명히 하고 진정으로 ‘열사정신을 계승‘ 하는 것이 지금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이며 열사들에게 진 빚을 조금이라도 갚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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