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휴가 이후 첫 출근
걸어서 출근하는 아침 출근길은 속옷까지 땀이 흐를 정도로 무척 더웠다.
하기휴가 이후 첫 출근이라 그런지 여름 의 아침은 상쾌함을 느낄수 없다.
조선소의 상징처럼 우뚝 버티고 서있는 골리아스를 바라보면서 골리아스 아래 도크장에서 불꽃을 튀기며 뜨거운 여름을 나야 하는 조선소 노동자들의 삶이 영상처럼 스쳐 지나간다.
휴가 기간에 발판 해체 작업중 추락하여 숨진 하청 노동자의 소식이 출근길의 발목을 휘어감은 채 무거운 발걸음을 현장으로 재촉한다.
많은 노동자들이 골리아스 아래 조선소 작업장에서 "중대재해사고"라는 이름으로 희생되어 가고 있지만, 조선소 현장은 생산의 열기로 가득하다.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거대한 로봇의 쇠밧줄로 선체 블럭을 들어 옮기는 "골리아스 크레인" 아래서 뜨거운 여름날의 태양과 맞서 땀흘리며, 망치를 두들기고, 산소불꽃과 용접 불꽃이 어우러진 채, 고달픈 노동의 삶이 타 들어간다.
32도! 중식시간 한시간 연장이라는 방송이 흘러나온다!
저마다 블럭밑 그늘진곳을 찾아서 박스와 신문지를 깔고 햇빛을 피해 자리를 잡는다!
현장 주변 휴게실은 이미 굴비처럼 즐비하게 누워있고, 그나마 그늘진 불럭 밑이라도 두다리 펴고 누워서 오침이라도 청할수 있다면 행복하다.
땀으로 젖고 노동으로 찌든 지친 몸을 쉴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시원한 에어콘 나온 사무실에서 냉방병 안 걸릴려고 밖에 더운공기 잠깐 쐬고 들어가는 자들이 어찌 현장의 팬모터에 뜨거운 몸을 식히는 노동자들을 이해할수 있겠는가?
온몸에 흐르는 땀을 씻기위해서 샤워장으로 향했다.
퇴근시간 한꺼번에 몰려 북적대는 인파를 비집고 겨우 샤워장으로 들어서서 샤워꼭지에서 흘러나오는 물에 몸을 맡긴다.
시원한 감촉이 온몸을 감싼채, 무사히 하루를 마쳤다는 안도감과 함께 힘든 노동의 일상을 정리한다.
옷을 갈아 입으러 탈의실에 올라가는 계단은 마지막 힘든 코스다.
더운 바람을 내품고있는 탈의실 선풍기는 또다시 온 몸을 땀으로 범벅이게 한다.
"복지관에 승강기 설치해달라!"
"복지관 탈의실에 에어콘좀 설치해달라!"며 몇해를 주장하고 외쳐보지만, 그들의 시각과 생각은 탈의실은 옷갈아 입는곳이라는 인식과 개념의 차이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현장 노동자들과 사무관리직 노동자들과의 차별성, 정규직과 비정규직 과의 차별성~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지만 이러한 차별된 인식과 경영자들의 인식이 조선소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임을 알아야 한다!!!
퇴근후 서문앞 선술집에서 동료와 함께 마신 시원한 막걸리 한잔에 위안을 느끼면서 터벅터벅 집으로 재촉하는 발 길은 내일도 반복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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