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주장

열사의 외침이 들리는가?

양현모 2012. 6. 3. 15:45

 

 

열사추모 문예공모(산문) 열사상 수상작

열사의 외침이 들리는가?

                                                      양현모

오월이 오면 광주 도청을 사수하다가 계엄군의 총탄에 맞아 숨져간 영령들을 닮은 박진석, 이상모열사가 생각난다!

자본의 노동탄압에 맞서서 꽃다운 젊음을 오월의 태양아래서 뜨겁게 불사르면서 노동자들을 분열시키려는 자본에 항거하고 노동자들의 단결을 염원했던 열사들의 정신은 지금도 생생하게 우리들의 가슴을 향해 외치고 있다.


오월이가면 뜨거운 가마솥 같은 조선소의 여름이 시작된다!

에어로 뜨겁게 달아오른 몸을 식히며 체감온도 50도가 넘어가는 도크장 블록 안에서 용접불꽃을 튀기며 쇳물을 녹여야한다!

현장 노동자들의 경쟁은 시작되고 강도 높은 노동강도는 현장 노동자들을 산업재해의 늪으로 몰고 갔다.

많은 노동자들이 자본의 신경영전략의 희생물로 전락해가고 쓰러져갔다.

자본의 악랄한 노동통제전략은 현장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의 지침을 외면하고 민주광장에는 소수 활동가들만이 참석하는 집회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런 숨 막히는 회사의 현장통제전략에 맞서서 또 한명의 조합원이 온몸을 불사르며 특수선 옥상에서 투신으로 항거했다!

“집회 참석도 못하게 하는 회사!”의 노동탄압에 항거하고 “조합원들의 단결”을 호소하며 산화 해 가신 박삼훈열사의 외침이 들리는가?


노동조합 설립투쟁이 한창이던 1987년 8월 장대 같은 여름장마가 걷히고 뜨거운 태양아래 아스팔트 열기는 식을 줄을 몰랐다.

김우중 면담을 요구하며 옥포고개를 넘어서 옥포아파트 (현, 애드미럴 호텔)앞에서 백골단과 대치하며 쫒고 쫒기는 옥포고개 전투가 치열하게 전개되었다.

생전 처음으로 경험해본 최루탄 연기에 눈물과 콧물을 쏟아내며 옥포고개 전투는 백골단이 쏜 최루탄에 맞서서 투석전으로 전개되었다.

백골단이 쏜 최루탄은 노골적으로 사람을 향해서 조준 발사하는 양상으로 발전되었고 이날 백골단이 쏜 직격최루탄을 가슴에 맞고 쓰러진 21살 젊은 청춘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이석규열사다!

당시 이석규열사의 장례식에 참석한 김우중회장은 노동자들의 요구사항을 받아드렸고 노동조합을 인정하면서 대우조선노동조합의 역사는 시작되었다.


조선소의 겨울은 유난히 춥다! 겨우내 얼어붙은 차가운 철판은 조선소 노동자들의 살 속을 차가운 냉기로 파고든다. 유난히도 추웠던 그해 겨울은 IMF 관리체제하에서 초국적 자본이 요구한 신자유주의 정책과 정리해고 위협에 노동자들은 길거리로 내몰리고 정권과 자본은 시기를 놓이지 않고 노동법을 개악하여 노동자들을 자유롭게 정리해고 시키겠다는 음모를 진행시켰다.

당시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노동법개악반대투쟁’이 전개되었고 노동조합도 현장조합원들의 참여를 독려하면서 투쟁을 전개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1도크에서 건조중인 선박 갑판위에서 “조합원들의 단결과 참여를 호소하는 유서”를 남기고 뜨거운 불덩이가 되어 몸을 던진 조합원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최대림열사다!


이렇게 대우조선 노동조합에는 다섯 분의 열사가 있다!

그렇다면 열사들의 정신은 무엇이고 열사들의 외침의 의미는 무엇인가?

열사들은 대우조선 노동조합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

노동조합을 만들고 노동조합을 지켰다!

자본의 탄압 앞에 온몸으로 항거했고 노동조합과 조합원을 지켜냈다.

열사들의 바람은 노동자들의 분열을 걱정했다.

자본의 분열노름에 쉽게 허물어져가는 현장 노동자들의 나약함을 보았고 언제부턴가 노동조합의 지침보다는 회사 경영자나 현장 관리자들의 지침을 더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현장조합원들을 보면서 위기의식을 느꼈을 것이다.

열사들은 자본을 향해서 분노의 화살을 쏘았지만, 어쩌면 조합원들의 이기주의와 분열에 가슴아파하며 분개했는지 모른다.

열사들이 우리들을 향해서 외치는 것은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단결하라는 것이다!


좌절과 절망의 사월을 보내고 분열과 갈등의 오월을 보았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규가 전국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차별과 억압, 착취와 불평등 속에서 열악한 노동조건과 최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고압전류가 흐르는 송전탑위에서 목숨을 건 비정규노동자들이 투쟁해야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김주익열사가 마지막 밤을 보낸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위에서 온몸을 엄습해오는 외로움과 죽음의 공포와 싸우며 309일을 버텨낸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의 투쟁을 보았다.

김진숙 지도위원의 무사귀환과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에 대한 정리해고철회를 촉구하며 전국에서 자발적으로 ‘희망버스’를 타고 달려온 사람들 속에는 고등학생부터 60대 청소노동자 할머니들까지 연예인을 포함해서 종교단체, 사회단체, 정치인들까지 ‘정리해고 없는 세상’을 소망하면서 희망만들기에 동참했다.


‘희망버스’는  ‘희망 뚜벅이’로 ‘희망텐트촌’으로 향했다.

“해고는 살인이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정리해고철회투쟁’은 옥쇄파업으로 전개되었으며 공권력을 투입한 정권과 자본에 의해서 무자비하게 진압되었다.

그 후 22명의 정리해고 노동자가 복직약속을 지키지 않은 자본 앞에 기다리다 지쳐서 쓰러져가는 아픔과 고통을 보았다.

“더 이상 죽이지 말라!”는 외침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악마의 탈을 쓴 정권과 자본의 사슬을 보았다.


노동자들을 억압하고 부자들의 세금을 감면해주는 이명박 정권의 친 기업정책에 맞서서 노동자들의 정치참여 실현과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정당의 출현은 꼭 필요하다.

그러나 구, 민주노동당으로 집중되었던 노동자정치세력화는 진보신당과의 분당으로 진보세력의 분열의 싹을 틔우게 된다.

19대 총선이후 또다시 통합진보당의 내분양상을 보면서 가슴이 아프다.

양심과 도덕성을 생명으로 하는 진보정당의 분열은 조직이기주의와 계파 패권주의에서 비롯된다.

이런 구조는 진보정당을 지지하는 국민을 바라보지 못하고 자신들의 계파를 우선하는 조직 이기주의 때문이다.

대우조선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한 현장조직의 활동도 현장조합원들의 전체의 이익보다는 자조직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극심한 조직이기주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모습이 바로 열사들의 정신을 훼손하는 잘못된 우리들의 모습이다!


단결과 통합!

자본에 맞서서 온몸으로 항거한 열사들의 정신을 계승하는 것은 분열의 모습이 아니라 단결된 모습임을 자각해야 한다.

노동자들이 자본 앞에 굴복하고 굴종의 삶을 떨쳐내지 못한 세월을 열사 앞에 되돌려 놓는 것이 산자들의 몫임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아직도 열사들의 바람이 이루어지지 않은 이 세상에서 열사들의 외침소리가 들리는가?

부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열사들이 이루어놓은 노동조합의 역사를 이어가야한다.


열사여!

이세상은 이제 산자들의 몫이니

편히 잠드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