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주장

대우조선노조 25주년 창립과 15대 집행부의 역할

양현모 2012. 9. 1. 18:01

 

 

 

 

특별기고

대우조선노조 25주년 창립과 15대 집행부의 역할

지난 8월30일 태풍 덴빈이 북상 중임에도 불구하고 대우조선노조 25주년 창립 기념행사를 강행한다는 노조의 홍보가 “새벽함성”을 통해서 현장에 알려졌다! 다행히 비는 그쳤지만, 돌풍은 세차게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퇴근시간이 되고 행사가 시작되자. 바람은 옷깃을 스치며 시원한 가을바람으로 변했다. 날씨마저 대우조선노동조합 창립 25주년을 축하해주는 것 같다. 오랜만에 현장 동료들과 함께 막걸리 잔을 기울면서 노동조합 초기, 투쟁을 전개했던, 옛이야기에 흠뻑 빠져보고 추억을 더듬으면서 무용담도 주고받았다. 그러면서도 지금 노동조합의 현실을 걱정하고 염려하는 이야기들이 탄식으로 돌아왔다. 간간히 터지는 이야기 속에는 노동조합의 노조운영방식과 노사관계의 방향, 집행부의 지도력과 도덕성, 민주성, 자주성에 대한 문제들도 지적되고 있었다. 한 때 집행간부를 지냈던 입장에서 가슴을 파고드는 책임감을 절절히 느꼈다.


대우조선노조 창립25주년

87년 8월11일 대우조선노동자들은 사측의 억압의 사슬을 끊고 분연히 일어섰다. 노조설립투쟁 과정에서 사측의 방해공작과 경찰특공대가 투입되어 우리들의 투쟁을 꺾으려 했지만, 성난 노동자들의 함성과 투쟁은 사측을 압박해 갔다. 코너에 몰린 사측은 경찰 특공대를 앞세워서 거세게 몰아치는 노동자들을 잠재우려 했고 그 과정에서 이석규열사가 백골단이 쏜 직격 최루탄에 가슴을 맞고 쓰러졌다. 우리는 이석규열사의 시신을 대우병원에 안치하고 대우병원을 중심으로 장례투쟁을 조직했다. 언론의 관심은 집중되었고, 전국에서 수많은 재야인사들의 연대와 지지방문이 이어졌다. 전태일열사 어머니 이소선여사, 부천 성고문 사건의 피해자 권인숙씨, 당시 노무현 인권변호사, 당시 이상수 인권변호사 등, 정치권의 유명인사들이, 이석규열사의 장례투쟁에 참여했고, 마침내 당시 김우중회장은 이석규열사의 영정 앞에 무릎을 꿇고 항복 선언을 하고 말았다. 광주 망월동으로 향하던 이석규 열사의 운구행렬은 고성 삼거리에서 경찰 특공대의 시신탈취작전에 막혀서 경찰에 연행되고, 이석규열사의 시신은 탈취되어 남원 선산에 안치되었다. 나는 당시 집행부와 함께 영구차에 타고 있었는데 백골단의 무자비한 진압작전에 경찰서에 연행되는 과정에서 폭행당하는 등 고초를 겪은 바 있다. 이렇듯 대우조선노동조합은 이석규열사의 희생과 노조설립과정에서 해고된 수많은 해고자들, 그리고 현장노동자들의 단결된 투쟁으로 설립되었다.


노조민주화추진위원회의 탄생

대우조선노동조합이 설립되고 양동생 초대위원장이 선출되었다. 당시 집행부의 임기는 3년이었고, 임,단협 진행과정에서 “무노동 무임금”을 도입하고 단협을 밀실에서 사측과 체결하는 등 어용적 행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여기에 분노한 현장 조합원들은 “민주노조 추진위원원회”를 설립하여 어용노조를 퇴출하고 민주노조를 건설하는 투쟁에 돌입했다. 당시 나는 2대 대의원(당시 200명당 대의원 1명선출)으로 활동하면서 노민추 설립에 앞장섰고, 당시 현장노동자들의 대부분이 노민추에 가입하여 활동하고 투쟁했다. 초기 대우조선 노동조합은 이런 현장노동자들의 강고한 민주노조의 염원과 투쟁력, 조직력으로 민주노조를 쟁취할 수 있었으며, 노동조합을 지켜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다.


사측의 신 경영전략과 노조의 무력화

90년 사측은 해군제독출신을 현장소장으로 영입하고 희망 90운동을 시작으로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회사는 전 조합원을 상대로 교육을 실시하고 계열사 방문을 추진하면서 강고했던 현장 조직력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이에 위기의식을 느낀 3대 집행부는 골리앗 투쟁을 준비하고 실행에 들어갔다. 지도부와 현장에서 조직한 50명의 결사대가 골리앗을 점거하고 투쟁을 전개한 것이다. 이런 대우조선노동조합의 강고한 투쟁은 전국적으로 확산되었고 침체되었던 전국노동자들의 투쟁에 힘을 불어넣었다. 노동조합의 강고한 투쟁으로 평행선을 달리던 골리앗 투쟁은 당시 재야 운동가들의 중재로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법적책임을 묻지 않겠다던 약속에도 불구하고 사측은 경찰과 함께  처음으로 실시한 지자제 선거(이 때 노민추 회원을 중심으로 시의원선거에 참여했지만, 전원 낙선의 고배를 마심) 개표가 진행되는 날, 골리앗투쟁을 주도하고 참여한 핵심지도부와 조합원들의 집을 침탈하여 연행했다. 이후 골리앗결사대와 문선대는 와해되고 노민추의 활동 역량은 축소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노민추에 참여한 수많은 조합원들의 이탈로 이어졌으며, 해고자 석방투쟁과 구속자 면회투쟁으로 현장 조직력을 모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사측은 친위 조직인 구사대를 조직하고 현장조직을 지원하는 등 반 노동자조직을 구성하고 확대하면서 노동조합과 현장을 분리하는 노동통제전략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현장은 조기작업, 조기청소, 조기체조를 통하여 참여하는 조합원과 참여하지 않은 조합원들을 체크하여 회사의 인사전략에 반영하고 심지어는 집회에 참여하는 조합원들을 감시하고 체크하여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현장을 장악해 갔다. 노동강도는 강화되고 현장은 분열됐다. 이런 과정에서 이상모, 박진석, 박삼훈, 최대림열사가 회사의 신경영전략의 희생물이 되었으며, 현장 조합원들의 각성을 촉구하며 사측의 노동탄압에 죽음으로 맞섰다.


대우조선 활동조직의 퇴보

대우조선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현장조직은 현민투/ 노민추/ 현장연대/ 노개연/ 4개 조직이 있다. 노동조합의 역사 중 대 부분을 노민추 조직중심으로 끌어왔고, 노민추 조직이 민주노조의 틀을 만들고 다듬어 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노민추 조직의 퇴보가 대우조선노동조합의 퇴보로 나타난 것에 대한 책임 또한 면할 수 없다. 지금 노민추 조직은 과연 타 현장조직과 어떠한 차별성을 가지고 있는가를 말해야한다. 그리고 향후 노조운영과 집행에 대한 비전을 확실히 제시하고 혁신적인 집행운영에 대한 정책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현장은 노민추 집행부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노민추 조직의 책임이며 타 조직과 차별적인 활동과 확보된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여 민주성과 자주성, 그리고 도덕성을 회복하는 혁신을 이뤄내야 희망이 있다. 진정으로 대우조선 현장조직들의 전체적인 활동역량을 끌어내어야 대우조선노동조합의 투쟁력과 조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유인물마저 제대로 발행하지 못한 현장조직의 현주소

현장조직의 활동은 언제부터인가 홍보물 발행으로 활동을 스스로 제한해왔다. 그 만큼 현장조직의 활동은 미흡하고 영향력이 없다. 그래서 현장 조합원들은 현장조직을 평가 할 때 현장조직들이 발행한 홍보물을 보고 현장조직을 평가하고 차기집행부를 선택하는 기준으로 삼아왔다. 현장조직들이 특별하게 차별적인 활동역량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홍보물 내용이 현장조합원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에 대리만족을 느끼면서 자신들의 가려운 곳을 헤아려주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장조직들의 홍보형태는 어느 순간 자신들의 집행을 위한 자화자찬 형태로 변질된 채, 사측의 문제와 노동조합의 잘못을 끄집어 내지 못하고 있으며, 비판과 견제의 기능을 상실해가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왠지 사측에 통제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런 현장조직의 홍보물마저 현장의 기대에 부흥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 바로 대우조선 현장조직의 실태인 것이다. 어느 조직이든 비판과 견제의 기능이 없으면 발전할 수 없으며, 올바른 조직운영을 담보해 낼 수 없다. 그러기에 집행조직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집행조직을 견제하는 야당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것이 바로 현장제조직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남의 탓으로 자신의 잘못을 숨기려는 나쁜 습관

요즘 집행조직과 현장조직 간의 유인물 공방을 보고 있노라면 참으로 한심스럽고 현장 조합원들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집행을 하다보면 잘못 된 시행착오를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집행부의 실수는 바로 현장 조합원들의 불이익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집행을 하다보면 노사관계 속에서 주고받는 관행이 있다. 회사는 집행부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척하면서 회사가 원하는 것을 빼앗아가는 전략을 해마다 구사하고 있다. 특히, 단체교섭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집행부는 요구안에 집착할 수밖에 없으며, 실무차원에서 요구안 관심밖에 문제를 끄집어내어 관철시켜내는 꼼수를 부린다. 여기에서 노조 실무관계자가 실수하는 순간 현장조합원들의 엄청난 피해로 확산되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보고 있다. 지금 노동조합과 현장조직 간의 공방도 잘못된 노사관계의 관행에서 비롯된다. 집행부가 곤경에 처하면 우군으로 회사가 나서면서 전임집행부에 있었던 노사간 협약서나 합의서를 제공하여 반전을 꾀한다. 이런 현상이 현 집행부나 전임집행부에서 똑같이 나타나고 있다. 집권세력을 도와서 야당을 탄압하는 검찰의 속셈과 무엇이 다를까? 문제는 서로의 잘못에 대한 공방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무엇이 문제인가를 명확하게 홍보하고 조합원들에게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현장의 여론을 잘 들어라!


선주의 요구사항이 만사형통인가?

언제부터인가 수주물량 확보를 위해서 만사를 재껴 놓고 노동조합 위원장이 수주현장으로 달려가고 선주사와 계약을 체결하는 현장에 가서 악수하는 사진을 찍기도 한다. 물론 물량 확보를 위해서 노동조합이 신경을 쓰고 도움을 주는 것은 맞다. 그러나 한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회사는 노동조합의 도움 없이도 해외에서 엄청난 물량들을 수주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물론 선주사들이 노사문제 나 안전문제를 조건으로 제시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은 회사가 알아서 다 해결해왔다. 노조위원장이 참석한다고 해서 특별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노동기본권마저 부정하는 행위를 하지 않는 한, 어떻게 향후 노사관계를 안정적으로 끌어 갈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그리고 파업을 자제하겠다고 말할 수 있는가? 노사관계 안정은 노조의 역할이 아니라 회사의 역할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닌가? 최근 현장에서는 선주의 요구사항이라는 말들이 많이 나온다. 이런 선주의 요구사항이 나오면 노동조합의 역할은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최근 제조직간의 홍보물 내용의 감시카메라 설치 건도 노동조합은 선주요구사항이라는 말로 당연한 것처럼 홍보하고 있다. 그리고 그네식 안전벨트 착용도 선주요구사항 한마디로 노동조합은 현장조합원들의 불편사항을 외면하고 있다. 아무리 선주 요구사항이라도 현장조합원들의 불편과 피해로 나타난다면 노동조합은 단호히 거부하고 선주사에 맞서야 한다. 노동조합은 회사의 대변자가 아니라 현장 조합원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유일한 언덕이기 때문이다.


15대집행부에 바란다!

현재 각 조직별로 15대 임원선거에 나갈 후보를 선정하고 선거채비를 준비하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집행부를 장악해야 자신들 조직의 존재감이 드러나기 때문에 사활을 건다. 하지만, 나의 경험을 토대로 볼 때, 선거 전에는 동지지만, 선거 후에는 동지가 아니다. 집행조직과 현장조직은 서로의 입장차이와 의견차이로 분열의 길을 걷게 되고, 서로에게 긴 상처를 안겨주는 잘못된 결과로 나타난다. 이런 현상은 집행부에 들어가면 초심의 자세를 쉽게 망각해버린 채, 노사관계의 틀 안에 갇혀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집행조직의 기득권을 위해서 현장을 배신하고 동지를 배신하고 그들만의 노동조합을 운영해나간다! 이런 현상이 대우조선노동조합을 망쳐온 실질적인 원인이다! 이 과정에서는 집행부의 민주성과 자주성이 상실되고 도덕성마저 의심되는 행위들을 볼 수가 있다. 집행조직이 마치 거대한 권력집단처럼 행동하는 안타까운 모습이 현장을 유린하고 기만하는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래서 15대 집행부의 최대과제는

첫째)민주노조 회복을 통한 현장조직력 강화이어야 한다!

둘째)집행간부들의 자주성 회복을 통한 지도집행력이 강화되어야 한다!

셋째)도덕성을 회복을 통한 노사관계 교섭력을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노조집행력 강화에 대해서는

첫째)상집위의 집행역량을 강화하고 뚜렷한 노동자의 관점과 소신이 있어야 한다!

둘째)노동조합의 정책역량강화를 통해서 노사관계를 주도하고, 현장 조합원의 삶의 질을 높여 내야한다!

셋째)홍보역량 강화를 통해서 현장 조합원의 알권리와 노동조합 소식을 정론직필의 정신에 입각해서 현장을 주도하고  대변해야 한다.

넷째)조직력을 강화해서 노동조합의 교섭력을 높여 내야한다!

 

우리는 노동조합의 역량의 차이에 따라서 조합원들의 성과물도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지난 경험을 통해서 알수가 있다. 노동조합이 강하면 성과도 좋고 지켜내지만, 약하면 성과물도 나빠지고, 많은 것을 사측에 양보하거나 빼앗기는 결과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그만큼 노동조합의 집행 역량은 중요하다.

 

강한 노동조합은 집행부의 성격이 강성이라고 해서 강해지는 것이 아니다!

상집위 24명의 역할이 짜임새 있게 조율되고 각본에 의해서 연출되듯이 운영되어야 현장을 움직여 나갈 수 있다. 그리고 노사관계에 있어서 원칙과 소신을 지켜낼 수 있어야 하는데  회사를 앞서가는 정책역량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그래서 노사관계의 틀은 합리적인 사고로  노사관계를 바라봐야 한다! 원칙 없는 노사관계는 수많은 시행착오의 반복으로 현장을 불안하게하고 힘들게 한다! 강한 노동조합은 외유내강의 노조운영에서 비롯됨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노조운영을 하다보면 현장조합원의 입장보다는 회사의 입장에 서있는 집행조직의 모습을 볼 수가 있다. 이런 현상은 집행조직 본연의 모습을 망각 한 채, 노조간부로서의 뚜렷한 소신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제  지금까지 잘못 된 집행조직의 행태를 더 이상 반복해서는 안 된다. 공약마다 현장조직력을 강화하겠다고 하면서 결과적으로는 집행부에 대한 현장의 불신을 만들어내고 현장조직력을 떨어트리는 현상으로 마무리되고 만다. 강한 노동조합은 현장의 신뢰회복으로부터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현장의 작은 목소리에도 소홀하지않고 귀기울이는 집행부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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