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형자산 손실 과다계상해 정리해고 단행 결론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서울고법 민사2부(조해현 부장판사)가 1심을 깨고 2009년 쌍용자동차가 단행한 대량해고가 무효라고 7일 판결한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다.
경영상 긴박하게 해고를 해야 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고 사측이 노동자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했다고 볼 수도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그 판단 근거로 정리해고의 출발점이 된 안진회계법인의 2008년 회계감사보고서가 왜곡 조작됐고 이를 토대로 한 정리해고는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부실 과장된 회계감사보고서 = 항소심 재판부는 쌍용차가 기업회계기준을 위반해 유형자산의 손실을 과다계상했고, 이를 근거로 삼아 정리해고를 단행했다고 판단했다.
쌍용차가 2009년 회계 조작으로 부실을 부풀려 대규모 정리해고를 합리화했다는 정치권과 노동계의 의혹 제기에 최종학 서울대 회계학과 교수를 특별감정인으로 선임해 감정까지 시행한 재판부는 보고서가 사실과 다르게 작성됐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재판부는 "유형자산 손실은 기업이 계속 운영되는 것을 전제로 가치를 평가해야 하는 데 쌍용차는 생산 중인 6개 차종 중 4개를 단종시키고 2013년까지 신차 개발도 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손실을 계상했다"고 밝혔다.
세부 근거로 "2011년까지 생산계약이 체결된 액티언·카이런을 단종시키는 것을 전제로 손실 보고서를 작성했고, 단종시점까지 매출 수량에 관한 추정 또한 과소 평가했다"고 지적했다.
해고 노동자들은 1심 때부터 손실이 과다계상됐다고 주장했지만 1심 재판부는 증거부족 등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1심 선고 후 심상정(54) 정의당 의원이 보고서 조작 의혹을 제기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고 재판부는 결국 보고서 감정까지 실시했다.
쌍용차는 지난해 11월 최종학 교수가 "손상차손(유형자산의 자산 손상)이 합리적으로 계상됐다"고 결론지었다고 말했지만 재판부는 과다계상됐다는 판단을 내놨다.
◇경영정상화 보고서도 문제 = 재판부는 이런 회계보고서를 토대로 작성된 삼정KPMG의 경영정상화 보고서도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삼정 KPMG는 2천646명의 정리해고가 필요하다는 근거로 1인당 매출액이 동종업체 중 가장 낮고,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14.2%)이 동종 업체 중 가장 높아 인력 효율성이 취약하며 동종업체보다 '자동차 1대당 생산시간(HPV)'이 높은 점을 들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2008년 유가급등과 국내외 금융위기로 판매량이 급감한 상태에서 계산된 매출액 비교는 일반화될 수 없고, 인건비 비중은 차종에 따라 달라지는 데 단지 HPV가 높다는 사실만으로 생산효율성이 낮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고 필요성·회피 노력 판단 엇갈려 = 회계보고서 조작과 엉터리 경영정상화 보고서 등을 토대로 항소심 재판부는 해고를 단행해야 할 긴급한 경영상 필요성이 있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가 유동성 부족 사태를 해결할 방법이 없어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회사로서는 경영상 어려움을 극복하고 비용절감을 통한 경쟁력 확보를 위한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해고를 단행할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이 있었다고 판단한 것과 배치된다.
항소심 재판부는 또 "유동성 위기가 있었던 사실은 인정되지만 당시 쌍용차가 담보가 설정되지 않은 부동산을 다수 소유하고 있었고, 이를 담보로 2009년 8월 산업은행에서 1천300억원을 대출받은 점을 고려하면 해고 외에는 유동성 위기를 완화할 수단이 전혀 없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사측이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충분히 했는지에 대해서도 1심 법원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판단했지만 항소심 법원은 부족했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사측이 경영이 정상화될 때까지 무급 휴직 등으로 근로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인건비 절감 효과는 동일하게 거둘 수 있는 방안이 분명히 있었다"고 지적했다.
현행 근로기준법 24조에 따르면 사용자가 경영상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할 때는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있어야 하고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 기준에 따라 대상자를 선정하고 해고를 피하기 위한 방법과 해고 기준 등을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나 근로자 대표에 해고 50일 전까지 통보하고 성실히 협의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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