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복수노조 시대로 불리는 2011년이 밝았다. 이에 발맞춰 고용노동부도 지난 6일 ‘복수노조 업무매뉴얼’을 발표했다. 예상했지만, 핵심내용은 교섭창구단일화다. 물론 교섭창구단일화를 둘러싼 혼란은 복수노조가 법으로 허용되는 올 7월부터 빚어질 문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사실상 2년 뒤인 2013년 1월부터나 불거질 혼란”이라고 진단한다. 올 교섭 준비단계에 돌입한 ‘현장’의 문의는 벌써부터 빗발친다. 도대체 혼란의 정체는 무엇일까?
올 7월 1일부터 발효되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자율적으로 복수노조 가운데 어느 한 곳을 교섭대표로 정하도록 노조들끼리 자율적 논의를 거칠 것을 1단계로 설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불발되면 2단계로 사업장 안에서 전체 조합원의 과반수를 점하고 있는 곳이 교섭대표를 맡게 된다. 이마저도 없으면 조합원 10% 이상을 보유한 곳들이 모여 공동교섭단을 구성하면 된다. 이른바 3단계에 이르러도 노조들끼리 교섭대표 구성을 합의하지 못하면 지방 혹은 중앙노동위원회가 ‘직권’으로 정하는 4단계로 이뤄진 게 새 노조법이 담은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다. 그리고 새 노조법은 그렇게 정한 교섭대표의 지위를 2년 동안 유지하도록 시행령으로 못을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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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임단협 교섭이 끝나기 전에 당장 복수노조가 사업장 내에서 출현하지 않는 경우라면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 혼란은 2년 뒤의 문제다. 문제는 올 7월 1일까지 임단협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장 내에 복수노조가 출현할 경우다. 현장혼란의 정체는 바로 이것 이다. 올 봄부터 진행한 노사간의 임단협 교섭을 중단하고 7월 이후 출현한 새로운 노조와 교섭창구단일화 절차를 새로 거쳐야 하는 것인지 혼란 그 자체다. |
2013년 1월에 가서야 불거질 혼란?
자기 사업장에서 당장 복수노조 출현가능성이 적은 사업장의 경우 현재의 지부 및 지회가 회사로부터 교섭대표 지위를 언제까지 인정받게 될까? 이에 대해 6일 발표된 고용노동부 매뉴얼은 “사용자와 체결한 첫 협약의 유효기간이 2년 미만인 경우라도 협약 효력이 발생하는 날을 기준으로 2년이 되는 날까지 교섭대표 지위를 유지한다”고 말하고 있다.
문상환 금속노조 정책실장은 “올 임단협 협약 효력이 시작되는 올 4월을 기점으로 2년 뒤인 2013년 3월 31일까지 금속노조 산하 지부 및 지회가 교섭대표 지위를 현재처럼 그대로 갖게 되는 것”이라고 쉽게 설명한다. 문 실장은 여기에 다른 의견이 없다고 덧붙이고 있다.
다시 말해 올해 임단협 교섭이 끝나기 전에 당장 복수노조가 사업장 내에서 출현하지 않는 경우라면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 혼란은 2년 뒤의 문제다. 협약 유효기간이 끝나기 3개월 전이 되는 날부터 교섭을 요구하게 돼 있는 노조법에 따라 2013년 1월에 가서야 교섭창구단일화 절차가 사실상 시작되기 때문. 이런 사업장의 경우 복수노조 창구단일화제도는 당장의 혼란거리가 아니라 2년 뒤의 문제다.
문제는 올 7월 1일까지 임단협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장 내에 복수노조가 출현할 경우다. 현장혼란의 정체는 바로 이것 이다. 올 봄부터 진행한 노사간의 임단협 교섭을 중단하고 7월 이후 출현한 새로운 노조와 교섭창구단일화 절차를 새로 거쳐야 하는 것인지 혼란 그 자체다.
법에 따르면 노조가입 대상 노동자의 과반수를 점하고 있는 곳이라도 교섭창구단일화 절차를 위해 △최초교섭 요구 사실 공고 일주일 △다른 노조의 교섭참여 공고 사흘 △복수노조 간 자율적 단일화 기간 2주 △과반수노조 결정 공고 닷새 등 최소 29일을 거쳐야 한다. 물론 각 단계마다 이의신청이 제기될 경우 이는 최장 67일로 늘어난다.
올 7월 교섭창구단일화 절차 필요한가?
하지만 법과 시행령에는 7월 1일 현재 올 임단협 교섭이 한창인 노조라도 새로운 노조 출현에 따라 곧바로 교섭창구단일화 절차부터 7월 이후 다시 시작해야 하는지에 대해 구체적 언급이 없다. 지난 6일 고용노동부 발표 매뉴얼에도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사례와 해법만 쏙 뺐다.
송영섭 금속노조 법률원장은 “법발효 이전에 교섭중인 곳은 7월 이후 새로운 노조가 출현하더라도 2013년 3월 31일까지 교섭대표로 인정하는 게 일반적인 법해석”이라고 말한다. 교섭요청 단계에서 하는 게 교섭창구단일화인데 이미 교섭중인 곳의 교섭을 전면중단하고 처음부터 다시 하라는 게 비상식이라는 것.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11일 “단체교섭 도중이라도 7월 이후 새 노조가 생기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따라야한다”는 고용노동부 관계자의 말을 일부 언론에 흘리고 반응체크에 나섰다. 지난해 모든 발생 가능한 사례를 초법적으로 일일이 나열해 물의를 일으켰던 타임오프 매뉴얼과는 달리 ‘알맹이’를 뺀 이번 매뉴얼. 그리고 일반적인 법해석과 다른 인터뷰를 슬쩍 흘린 고용노동부. 도대체 이번엔 무슨 ‘꼼수’가 있는 걸까?
알맹이 뺀 매뉴얼, 무슨 꼼수?
복수노조 허용은 어용노조 및 유령노조 산하 노동자를 새롭게 조직하는 무기이기도 한 동시에 민주노조를 깨는 반대편의 무기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독소조항인 교섭창구단일화 제도를 감안하면 새로 조직하는 쪽이든 조직을 깨려는 쪽이든 최소 10%의 조합원을 모아야 한다. 안정적인 교섭권을 인정받으려면 조합원 절반 이상을 조직해야 한다.
하지만 7월 뒤 출현할 새 노조가 어느 쪽이 많을지, 그리고 그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아직 수면 밑에 있다. 이에 고용노동부도 신규노조와 기존노조간의 갈등을 붙이는 쪽으로 입장을 정할지 반대일지 역시 수면 밑에 숨겨 둔 셈이다.
김연홍 금속노조 사무차장은 “고용노동부가 이번에 빼놓은 핵심입장은 7월 뒤 출현할 신규노조 규모와 그 성격 여하에 따라 정치적으로 결정될 듯”하다고 말한다.
요컨대 올 7월 뒤 곧바로 복수노조가 출현할 것을 염두에 둔 ‘교섭모범답안’은 현재까지 없는 셈이다. 이를 두고 현장혼란이 극심하지만 그때까지 가봐야 안다. 고용노동부도 일단 두고 본다는 심사인 셈. 하지만 분명한 건 ‘공격’을 위해 최소한 조합원 10% 이상을 조직해야 교섭권에 개입할 수 있고, 안정적인 ‘수비’를 위해 조합원 절반 이상을 보유하는 게 좋다는 점이다.
김 차장은 “결국 복수노조 시대를 맞이하는 현장의 관건은 새로운 노조를 조직하기 위한 공세적 전략을 갖는 것과 동시에 현재의 조직을 ‘과반수노조’로 유지하기 위한 경쟁력을 갖추는 것에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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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은 “교섭창구 단일화 4단계까지 갔더라도 노동위 결과에 불복해 소송까지 가는 극단적인 경우 교섭도 못하고 1~2년을 보낼 수 있도록 설계된 대표적 독소조항이 교섭창구 단일화제도”라고 말한다. 이에 박 위원장은 노조법 재개정을 위한 흐름을 만들어낼 것을 강조한다. 2010년 10월19일 17차 중앙교섭이 열리고 있다. 신동준 |
공격과 수비, 양날의 칼
노조는 지난 해 12월22일 노조 중앙집행위원회에서 ‘복수노조 대응팀’을 공식적으로 꾸렸다. 그 뒤 20일이 지났다. 문 실장은 “지금까지 복수노조 대응팀에서 각 경우의 수에 따른 법률적 쟁점을 확인해왔다”고 말한다. 하지만 관련 노동부 매뉴얼도 공개되고 고용노동부의 이른바 ‘꼼수’도 사실상 드러났다. 이제 복수노조 시대를 맞이하는 노조의 실천전략을 수립할 단계다.
일단 노조는 이달 말까지 2백 40곳이 넘는 금속노조 소속 사업장의 사업장 종사 노동자 대비 조합원 현황 조사에 착수했다. 이를 통해 노조는 지부 및 지회의 과반수 조합원 확보 및 유지전략을 분석하고 대책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노조는 지난달부터 지난해 직장폐쇄 등에 시달렸던 사업장 현장을 직접 돌며 조사를 벌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금속노조를 탈퇴했던 사업장 현장조사까지 1월 안에 마칠 예정이다. 노조는 이를 종합해 1월 중순 내부 워크숍을 시작으로 노조 일상활동 혁신을 위한 기본 사례를 만든다는 방침이다.
한편,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은 “교섭창구 단일화 4단계까지 갔더라도 노동위 결과에 불복해 소송까지 가는 극단적인 경우 교섭도 못하고 1~2년을 보낼 수 있도록 설계된 대표적 독소조항이 교섭창구 단일화제도”라고 말한다. 이에 박 위원장은 노조법 재개정을 위한 흐름을 만들어낼 것을 강조한다.
하지만 이 제도의 한계와 허점은 둘째치더라도 노조가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되게끔 조성된 새로운 환경변화에 어떻게 적응할지, 2011년 노조와 지부 및 지회 지도력이 사실상 시험대에 본격적으로 올라있는 것은 분명해졌다. 노조들 간의 경쟁시대는 사실상 시작된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