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주장

2011 경제위기와 노동자 투쟁을 전망한다

양현모 2011. 1. 21. 22:03

 

2011 경제위기와 노동자 투쟁을 전망한다

  허영구 민주노총 전 부위원장

- 심화되는 금융경제공황

 

오늘날 경제위기는 자본주의 체제에 내재한 공황적 위기다. 경제위기의 주기가 빨라지고 있다. 그 파장은 전지구적이고 충격은 매우 깊고 광범위하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세계 경제 위기로 확산됐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G7국가들은 이러한 새로운 위기를 돌파할 능력이나 의지가 없었다. 그래서 위기관리를 위해 G20으로 확대하였지만 불확실성에 대한 대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G20서울회의를 유치하는 이명박 정부처럼 경제위기와 무관한 국제 정치쇼만 벌어지고 있다. 2009년 11월 로버트 위더머 등 3명의 공동저자는 「에프터 쇼크(after shock)」라는 책에서 “지금 증권사에서 들리는 환호가 재앙의 전주곡일 뿐, 조만간 당신이 가진 모든 자산의 가치가 사라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2006년 저서 「미국의 버블 경제」를 통해 미국의 금융위기를 예측한 바 있다. 미국경제는 부동산, 주식, 민간 부채, 소비지출, 달러, 정부부채 등 6개 버블(거품)기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2008년 에는 앞의 4개가 터졌고 이후에는 달러가치 붕괴와 미국 정부의 부채상환 능력 상실로 새로운 위기가 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은 작년 11월 G20 서울회의가 열리기 전에도 수천억 달러를 증발 시켰다. 달러가치를 하락시킴과 동시에 중국위안화 절상 압력을 통해 무역수지를 개선하려 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달러제국주의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프랑스 사르코지는 미국 달러가 더 이상 유일한 존재가 아니라고 말했고, 중국 후진타오는 기축통화의 새 매커니즘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새로운 기축통화전쟁이 시작된 셈이다. GDP의 10배에 달하는 파생금융상품 등 식량, 에너지, 물류, 환경, 전쟁, 핵위험 등 무정부주의로 치닫는 자본주의 공황이 확산되고 있다. 오늘날 금융거래의 95%가 투기거래일 정도로 금융공황은 초국적 금융투기자본에 의해 심화되고 있다.

 

 

- GDP, 무역, 주가총액 1000조원 시대

 

이러한 세계 자본주의 상황에서 한국 경제는 외형적으로 2008년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국내총생산(GDP), 무역규모, 주식시가 총액에서 1,000조원 시대를 열었다. GDP는 2008년에 이미 1,000조원을 돌파했고 2010년은 1,200조를 넘어섰다. 그러나 소득 불균형은 더 커졌다. 1인당 평균 국민소득은 2만 달러지만 노동자 서민들 다수는 1만 달러 내외에서 허덕이고 있다. 무역은 1977년에 100억 달러를 달성한 이래 무려 10만 배 성장하였다. 세계 9대 무역국가다. 수출 규모만으로는 세계 7대 국가다. 그러나 GDP 대비 무역의존도가 미국 18.7%, 중국 45%에 비해 85%로 매우 비정상적이다. 대외여건 변화에 매우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주식시가 총액이 1100조원에 달한다. 2011년에도 개장과 더불어 코스피지수가 2100에 접근했다. 현대증권은 2400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형상은 미국, 유럽, 일본의 증시가 침체하고 아시아 신흥 시장으로 돈이 몰려오기 때문이다. 증시주변에 600조원의 단기 유동성 자금이 몰려있다. 코스피지수가 1997년 외환위기 때 277, 2000년 IT버블 몰락 시 500,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2080에서 890으로 급락한 점을 감안하면 현재의 증시상황을 낙관할 수만 없다.

 

 

 

- 가계부채, 국가부채도 1000조원 시대

 

한국금융투자 협회에 따르면 소액투자자들인 개미들의 주식투자 빚이 6조원을 넘어섰다. 2008년 에 1조5천억에 비해 4배로 늘었다. 이 빚은 연리 6.5~12%에 달하는 데 최근 금리인상으로 부담이 더 늘게 되었다. 정부가 GDP, 무역, 증시 등 3대 1000조원 시대를 자랑하는 가운데 감추고 싶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가계빚이 1000조원을 돌파했다. 가구당 평균 자산은 2억 7268만원인데 그중 부동산이 2억 611만원으로 75%를 차지한다. 미국의 경우는 금융자산이 65%다. 가구당 부채는 4263만원이다. 상위 10% 계층이 전체 빚의 47.2%를 차지하고 하위 50%가 전체 빚의 8.9%를 차지한다. 빚도 가난한 계층에겐 그림의 떡이다. 부동산등 자산이 없거나 비정규직, 실업자 등 신용조건이 낮으면 빚을 얻을 수 없다. 따라서 이들은 금융빈곤자가 되거나 고리대금업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1970~80년대는 부동산의 신화기였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시 부동산가격이 급락함에 따라 부동산담보대출은 큰 타격을 받았다. 주택 담보 대출 350조, 개인금융부채 878조원에 달한다. 금리가 1% 오르면 이자는 각각 3조 5천 억원과 8조 7800억원에 달한다. 최근 한국은행이 물가 안정을 위해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함에 따라 가게와 서민들의 부담은 늘어날 것이다. 또 하나는 정부부채다. 정부는 공식통계로 394조로 발표한다. 그러나 IMF 기준으로는 700조원이고 여기다 공공기관이나 각종 기금 부채까지 합하면 1000조원을 넘는다. GDP 1000조원에 부채가 2000조원인 나라다.

 

 

- 기업들 작년보다 채용 줄여

 

이명박 정부는 2011년을 ‘국운융성의 기회’, ‘선진국 도약의 해’로 만들겠다며 5%성장을 발표했다. 현재 우리나라 사람의 7.1%만이 ‘매우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대부분이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유엔에서 조사 발표하는 한국인의 행복지수가 100위 근처다. 경제 규모 13위와 거리가 멀다. 취업자 수는 32만 명이 증가했다. 증가자 중 50대 이상이 91%를 차지한다. 그러나 청년 실업 등 전체 실업률은 증가했다. 이는 희망퇴직이나 정리해고 등으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이 저임금 불안정 노동을 하거나 영세 자영업자로 전락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정부는 2조 5천억원을 투입해 일자리 55만 5천개를 만들겠다고 한다. 2조 5천억이면 연봉 2500만원 받는 노동자 10만 명을 1년간 고용할 수 있다. 당장 45만 명을 채용할 수 있는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하는데 이는 불가능하다. 290명을 정리해고 하겠다는 한진중공업처럼 대기업들은 구조조정방침을 밝히고 있다. 786개 주식상장사 중 632개 회사가 3만명 채용을 확정 발표했는데 이는 작년보다 5.1% 감소한 수치다. 500대 기업채용도 작년보다 3.7% 줄어들 전망이다. 501개 중소기업 중 44%, 외국계 기업 중 45%만이 채용계획을 발표했다. 235개 공공기관이 상반기에 6000명 채용(1개 평균 30명)계획을 발표했지만 토지주택공사(LH)는 1767명 대량 정리해고를 발표했다. 공공기관은 채용시 10% 이상은 단시간 노동자를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일자리 증가가 아니라 정리해고, 일자리 축소, 비정규직 확대를 통한 고용불안이 심화될 것이다.

 

 

- 임금 감소, 노동법 개악, 파업투쟁 약화

 

임금은 몇 년째 동결 또는 삭감되었다. 2007년~2010년 기간 동안 GDP는 19.2% 성장한 반면 임금은 11.4% 상승해 실질임금이 7.8% 감소했다. 금년의 가파른 물가상승과 경제성장을 감안해 노동계가 9% 인상을 요구하자 자본 측은 지불여력이 없다고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 한편 건설현장을 비롯해 임금체불금액은 1조원을 넘어서고 있다. 경찰청장이란 자가 건설현장 노동자 4000원짜리 도시락까지 훔쳐 뇌물을 받아먹는 세상이다. 그러니 임금체불은 일상화되어도 사용자는 구속되는 법이 없다. 뇌물을 받은 관료들이 이들을 사법처리할 리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건설현장을 중심으로 노동자들은 이윤욕망에 눈먼 자본의 착취로 죽고 다치는 중대재해를 당하고 있다. 한편 노동자들의 투쟁은 약화되었다. 2010년 12년 만에 파업건수는 최저를 기록했다. 전년대비 29% 감소했다. 민주노총 산하조직에서 76건의 파업만 발생했다. 자본가들은 ‘노사관계가 안정’(조선일보)되었다거나 ‘후진국 오명을 벗어났다.’(매일경제)며 민주노총을 조롱하고 있다. 작년 정권과 자본이 공세를 펼친 타임오프는 100인 이상 사업장 1878곳 중 1624곳이 도입해 86.5%가 이 제도를 수용했다. 나머지도 단체협약 유효기간이 끝나면 적용될 전망이다. 오는 7월1일이면 복수노조가 실시된다. 노동부는 매뉴얼을 통해 노동자들의 자주적 단결권과 민주노조 건설을 막기 위해 몰두하고 있다. 복수노조 만드는 조건을 까다롭게 하고 특히 민주노조의 싹을 자르려 한다. 교섭창구 단일화와 파업봉쇄를 통해 노조 무력화를 시도할 준비를 갖췄다.

 

 

- 투쟁전선 강화와 노동자 정치 실현

 

현 시기 자본주의 정세를 돌파하는 길은 단결과 투쟁이다. 투쟁 없는 산업(별)노조 건설이나 진보정치대통합을 통한 반MB 그리고 2012년 집권 운운하는 것은 노동자들을 기만하는 일이다. 민주당이 정권재탈환을 위해 복지를 내세우며 진보진영을 유혹하고 있다. 이들이 진정으로 2012년 집권을 말하려면 민주(열린우리)당 10년 동안 IMF 구조조정, 노사관계로드맵, 비정규직 악법, 한미FTA, 비정규직 양산, 이라크파병 등 무수히 많은 신자유주의 정책과정에서 수십 명의 노동자 분신・사망과 2000명의 노동자를 구속한 데 대한 사과와 반성부터 해야 한다. 이제 그들의 선거공약을 믿을 노동자는 없다. 권력 잡은 뒤 안 지키면 그만이다. 그들이 진정으로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를 포기하지 않는 한 달콤한 공약은 또 다시 거짓구호가 될 것이다. 진보진영은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되더라도 상층에서 껍데기만 통합하는데 그칠 허구적인 진보정치대통합을 멈춰야 한다. 그리고 이에 부화뇌동해 진정한 노동(자)정치를 망치는 일을 멈추어야 한다. 정치적 출세를 위해 노동운동과 노동자를 이용하는 모든 행태를 멈추어야 한다. 투쟁을 포기한 노동운동으로 진보정치를 말하는 것은 부르주아 정치와 자본에 투항하는 일이다. 2011년 세계 자본의 무한착취에 맞서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무조건적인 총파업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작년 기륭전자와 동희오토 투쟁의 승리에서 보듯이 끈질긴 연대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이 승리도 후속투쟁이 이어지지 않으면 자본은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합의를 지키지 않을 것이다. 한진중공업, 쌍용자동차, KEC, 영남대 의료원, 발레오공조 코리아, 쓰리엠, 재능, 주연테크, 풀무원, 홍익대 청소노동자, 전북버스파업,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 등 수 많은 투쟁 사업장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총력 집중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허구적인 진보정치대통합이나 나아가 퇴행적인 민주대연합까지 정치공학놀음을 즉각 멈추어야 한다. 2012년 정치일정에만 매달리는 민주노총이나 집행부의 희생・결단 없이 교섭(창구)에만 매달리는 산업(별)노조의 무기력과 패배주의를 부숴야 한다. 그렇지 않는 한 2012년은 한나라당의 패배가 아니라 노동자 진보(계급)정치와 민주노조 운동의 처참한 패배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2011년 한해 현장을 조직하면서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 위력적인 가두시위와 선전활동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해야 한다. 자본의 위기를 노동자에게 전가하면서 민주노조를 파괴하고 노동에 대한 무한착취를 자행하는 정권과 자본에 맞서야 한다. 그런 투쟁과 힘을 2012년 정치국면까지 이어가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현장으로부터 노동자정치세력화와 진보정치의 열망이 분출할 것이다. 겸손하면서도 열정적으로 현장투쟁을 조직하고 노동자 민중의 정치토대를 만들어 갈 때다. 민주노총과 노동운동이 다 죽어가는 데 의회주의 보수정치판만 끌어들여 호들갑을 떠는 것은 노동해방을 향한 산업(별) 노조건설과 노동자정치세력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노동자민중에 대한 신뢰도 쌓지 못한 채 너무 나대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