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주장

조선소 노동자들의 죽음의 종결은 언제인가?

양현모 2011. 9. 27. 20:25

 

 

 

 

 배 만드는 전쟁터라는 곳

조선소 노동자들의 죽음의 종결은 언제인가?


대우조선 어제(9/26) 또 중대재해사고

어제 첫 출근하여 노동하던 25세의 꽃다운 젊은 노동자가 조선소 현장에서 생을 마감했다.

25세의 나이면 짐작컨대 군복무를 마치고 생활전선에 뛰어든 사회 초년생이다.

그런 젊은 청춘이 자신의 꿈을 펼쳐보기도 전에 첫발을 내딛는 일터에서 생을 마감했다.

정말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25년 동안 애지중지 키워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조선소 현장에 취직시킨 부모의 마음은 어떠하겠는가?

조선소현장이 아니었다면 이처럼 비극적인 일이 일어났을까?

죽지 않고, 다치지 않고, 병들지 않은 하늘나라에서 부디 편히 쉬소서!


무엇이 문제인가?

나는 매일 아침 조회시간에 “조선소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죽지 않고, 다치지 않고, 병들지 않게 해주시길 간절히 소망합니다!”라는 기도를 하나님께 드린다.

그러나 우리가 일하는 조선소 현장에서는 산업재해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회사에서도 안전사고예방에 대한 여러 가지 정책들을 입안하여 시행하고 홍보하고 있지만, 특별히 효과 있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지 못하다.

이런 현상은 회사의 안전관리정책 및 시스템에 문제가 많다 것을 드러낸 것이다.


생산제일주의 및 관리위주의 보여주기 식 안전정책

대우조선 현장은 한마디로 배를 만드는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사람의 마음을 조급하고 불안하게 하는 ‘빨리빨리’ 문화가  출근시간부터 현장으로 발길을 재촉한다.

새벽밥 먹고 출근해서 누가 먼저 현장으로 가서 빗자루를 먼저 드느냐가 경쟁의 시작이며 평가의 중요한 잣대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아침 조회가 끝나면 누가 먼저 현장에 투입 하느냐를 따진다.

그러다 보니 아예 아침 조회를 배위에서 실시하는 팀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렇듯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매일 반복되는 노동은 인간이 아니라 기계일 뿐이다.

인간의 감정과 감동이 없는 현장에서 회사의 안전정책은 생산제일주의에 밀리고 있으며, 생산제일주의 현장에서 안전은 앵무새처럼 외쳐 되는 ‘무인 음성시스템’이 자리 잡고 있으며, 형식적이고 보여주기 식 안전정책만이 현장을 괴롭히고 있다.


인간의 정이 흐르는 현장문화가 대안

현재까지 대우조선 노동현장의 중대재해사고의 유형을 보면 협력업체 위주의 미숙련 노동자들에게 집중되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그리고 안전 표준 작업을 무시한 생산제일주의 작업시스템과 책임 없고 현장성 없는 안전관리 시스템에서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오늘도 현장에서 다친 협력업체 노동자가 정상적인 응급구조 절차를 거치지 않고, 현장 감독자들이 임의대로 작업차량에 실어서 후송하는 것을 목격하였다.

만약에 생명을 다투는 긴박한 상황이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찔하기 만하다.

그렇다면 현장에서는 사고가 나면 왜? 은폐하고 정상적인 산재치료를 외면하는 걸까?

이것은 바로 현장의 안전사고가 관리 감독자들의 평가로 나타나며, 경영자들에게 호된 질타와 함께 능력 없는 사람으로 찍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현장에서 일하다 다친 것도 억울한데 관리감독자들로부터 따뜻한 위로의 한마디 듣기 어려운 현실이 산업재해자들을 외롭게 만들고 마치 죄인취급 당하듯 힘들게 하고 있는 것이다.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 안전이다!

안전의 기본은 불편한 것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며, 노동자들의 불안한 심리상태를 안정되게 해주는 것이 선행 되어야 한다. 그리고 관리를 위한 현장관리가아니라 진정으로 현장을 위한 따뜻한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현장 조합원들에게 돌아가는 인사, 복지정책은 누가 봐도 공정성과 객관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그리고 값싼 노동력을 선호하는 회사의 비정규직 중심의 인력운영정책이 사고를 부르고 있음을 인식해야한다.

 

수많은 관리감독자들이 현장에 있지만, 진정으로 현장에서 필요한 곳에는 없다는 지적이 많다. 이번사고도 차량이 후진 할 때, 안전관리나 작업을 지시한 관리감독자만 현장에 있었어도 젊은 노동자의 죽음을 막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들의 현장은 지금도 노동자들이 불편함을 호소하면 관리자들은 자신의 일처럼 신속히 해결하기보다는 노동자들이 그 불편함을 감수하여야 한다는 권위주의 방식의 잘못 된 관리가 판치고 있다.


진정으로 현장 노동자들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불안한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는 관리감독자가 늘어날수록 우리들의 일터는 “배 만드는 전쟁터, 죽음의 조선소가”아니라 “인간의 정이 듬뿍 흐르는 살맛나는 일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