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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성 검증을 왜 비공개로?…경제민주화는 제대로 추진할 수 있나

양현모 2013. 2. 1. 20:59

박근혜의 ‘검증 탓’ 이명박의 그림자가 보인다

 도덕성 검증을 왜 비공개로?…

경제민주화는 제대로 추진할 수 있나

이번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의 낙마를 인사 청문회 탓으로 돌린 박 당선자의 인식이 침으로 어처구니 없다. 우리 사회의 기득권 세력들의 부정부패가 만연한 상황에서 최소한 국정을 운영하는 정부관료들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어야 반칙과 부정으로 얼룩진 특권층의 왜곡된 현상을 바로 잡을 수가 있다. 땀과 노력으로 성공할수 있는 올바른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것은 최소한의 양심과 도덕적 기준이다. 더이상 기득권세력을 보호하려는 발상을 멈추어야 한다.  -범광-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30일~31일 연 이틀 동안 인사청문회를 비판하고 있다. 대다수 언론이 이번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의 낙마를 ‘비밀주의에 갇힌 박근혜 스타일의 한계’라고 비판하는 것과는 거리감이 느껴진다.

대중과의 괴리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박 당선인의 발언 속에서 느껴지는 원칙의 표리부동과 도덕불감증이다. 박 당선인은 30일 “인재를 뽑아서 써야 하는데 인사청문회 과정이 신상 털기 식으로 간다면 과연 누가 나서겠는가”라고 말한 데 이어, 31일에는 “일해야 할 인재들이 인사청문회에서 만신창이가 될 수 있어 (공직에 나서는 걸) 피할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또한 박 당선인은 “그 시대의 관행도 있었는데 40여 년 전의 일도 요즘 분위기로 재단하는 것 같다”며 “시작부터 후보자를 지리멸렬시켜 놓고 (청문회를) 통과하면 그 분이 국민적 신뢰와 존경을 받을 수 있겠느냐”라는 말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용준 전 국무총리 지명자를 둘러싼 갖가지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철저한 검증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그의 발언엔 김용준 총리 지명자의 낙마가 언론의 ‘검증’ 때문이며, 후보자의 능력이 중요하지 사생활이나 자질의 문제가 왜 도마에 오르냐는 ‘짜증’이 묻어난다. 도덕성 문제가 능력에 비해 부차적으로 취급하는 것으로 읽힌다.

이 같은 박근혜 당선인의 인사관에는 이명박 정부 5년의 암울한 그림자가 배어난다. 이명박 대통령 본인 자체가 참여정부의 경제정책 실패 속에서 도덕성보다 능력으로 표를 얻어 당선된 정부고 이 대통령도 취임 이후 ‘능력’을 앞에 내세우며 자질검증에 소홀했다가 집권 초기 ‘강부자’, ‘고소영’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 선택의 결과는 집권 5년차인 2013년, 이미 나와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정무분과국정과제 토론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은 김용준 인수위원장.
©연합뉴스

이명박 정부 내내 인사청문회 자리에서는 ‘위장전입’이란 말이 떠돌았고, 고위공직자들은 ‘위장전입’을 기본스펙으로 지니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지난 2002년 김대중 대통령이 장상 당시 이화여대 총장을 총리로 임명했지만 ‘위장전입’ 하나로 낙마한 경험을 뒤돌아볼 때, 이명박 정부 이후 한국 사회의 도덕불감증이 어디까지 올라왔는지 알 수 있다.

또한 박 당선인의 이 같은 발언은 그동안 강조해 온 ‘법과 원칙’ 이미지에도 위배된다. 박 당선인은 2007년 대선 경선 당시 ‘철저한 검증’을 촉구했으며 이명박 당시 후보를 향해 “대통령이나 국가지도자 자리가 얼마나 막중한가”, “철저한 검증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박 당선인은 한나라당 대표 시절 도덕성 문제로 참여정부 공직자들을 줄줄이 낙마시켰다.

결국 박 당선인의 원칙은 자신의 상황에 따라 기준이 바뀌는 모양새가 된다. 그런 박 당선인이 ‘법과 원칙’을 내세우며 공약한 경제민주화를 힘 있게 추진할 수 있겠는지 조차 의문부호가 남을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당선인의 이 같은 인식이 실제 법제화 움직임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철우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당 내 TF를 구성해 인사청문회법 개정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1일자에서 “미국처럼 인사청문회를 사생활 검증은 비공개로, 자질과 정책 능력 검증은 공개로 이원화하는 방안”이라고 예상했다.

원혜영 민주통합당 의원은 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정말 가혹하게 후보자를 검증한다”며 “불법이민자 유모를 한두 달 썼다는 것으로 장관 후보자가 낙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 의원은 “애초에 검증이 안 된 인물을 지명하다 보니 언론이 검증할 수밖에 없었다”며 “열리지도 않은 청문회를 가지고 문제가 있고 손질해야겠다는 것은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기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