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시국회의는 서울시청까지 행진한 후 같은 장소에서 범국민대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경찰에 의해 행진이 저지되자 명동거리에 연좌해 집회를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3차 해산명령까지 방송하며 해산을 요구했지만 집회대오와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범국민대회는 대회사 대신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대표의 노동열사 추도사로 시작했다. 박석운 대표는 “66일만에 최강서 열사를 가슴 속에 묻을 수 있게 됐을뿐 아직도 열사들을 제대로 보내드리지 못했다”고 운을 뗐다.
박석운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중 약속한 쌍용차 국정조사와 현대차에 대한 행정명령 등을 이행하지 않고 있음을 비판하며 “100%의 국민들과 함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정작 당선 이후에는 1%의 특권층과 함께하며 99%의 국민들을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어 “당선인은 당선되자마자 공무원노조 위원장과 사무국장을 해고하고 해고자들과 노동자들에 대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취임을 맞이하려 한다”면서 “긴급한 노동현안을 해결하지 않은 채 임기를 시작하면 십리는커녕 오리도 채 가지 못 해 발병이 날 것”이라고 힐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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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흠 민교협 의장도 취임을 이틀 앞둔 박근혜 당선인을 향해 날선 비판을 가했다. 이도흠 의장은 당선인의 핵심공약이었던 ‘경제민주화’와 ‘복지’가 5대 국정과제에서 빠져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경제민주화와 복지라는 공약을 믿고 뽑아준 이들이 못해도 300만은 넘을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국정원을 동원한 관권선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공약사기도 밝혀졌으니 이 자리에서 박근혜 당선인의 당선무효를 선언한다”고 말했다.
이도흠 의장은 또 “노동자들이 힘을 가질 때만이 정권이 두려워 할 것”이라며 노동자들의 단결과 연대를 촉구했다. 이 의장은 “정파와 경계를 뛰어넘고 이기심을 버려야 단결하고 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처음에 제대로 싸우지 못해 박정희의 18년 철권통치를 당해야 했다”면서 “처음부터 단결, 연대해서 싸워야 정권에 맞서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정우 쌍용차 지부장도 투쟁사를 통해 노동자들의 결단을 촉구했다. 김 지부장은 “살고 싶고, 살리고 싶어 철탑위에 올라간 이들과 노동자들의 애원을 누구도 들어주지 않고있다”고 말했다. 김 지부장은 범국민대회 참가자들을 향해 “노동자를 외면하는 자본과 정권에 만족하고 살 것이냐”고 물으며 “시대는 노동자들이 단결해서 투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지부장은 “노동자들의 투쟁을 얘기하면서 나서지 못하는 까닭이 무엇이냐” 물었다. 이어 “싸워서 세상을 바꿀 것인지 겁먹고 만족하며 살아갈 것인지 선택할 차례”라며 민주노총과 노동자들에게 투쟁에 적극적으로 나설 결단을 촉구했다.
범국민대회 진행을 맡은 김혜진 불안정노동철폐연대 활동가도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백기완 선생이 말씀하신 것처럼 3만 명이 감옥 갈 각오로 싸우면 이길 수 있다”고 말하며 노동자들이 더 높은 결의로 투쟁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범국민대회에서는 사망한 7명의 노동자들을 추도하는 상징의식도 진행됐다. 상징의식은 사망한 노동자들에게 국화꽃을 헌화하고 비정규직과 정리해고, 노조파괴가 적힌 상징물을 불태우며 진행됐다. 상징의식이 진행되면서 불길과 연기가 오르자 경찰이 부을 끄겠다며 대오에 진입하려 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으나 큰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비상시국회의는 5시 30분쯤 범국민대회를 마치고 자진해산했다.
비상시국회의는 새 정부 출범까지 긴급노동현안 해결을 촉구하는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24일에는 투쟁사업장 문제해결 촉구 결의대회와 문화제 등이 예정돼있고 취임식 날인 25일에는 여의도 일대에서 노동현안 비상시국회의의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결의대회를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