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성공회대 교수는 일련의 노동자들의 자살에 대해 “노동의 죽음은 사회의 위기이고, 민주주의의 위기”라며 “시민의 죽음에 대항하는 정치의 복원, 그리고 민주주의의 급진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쌍용차 노동자들은 2009년 대규모 정리해고 이후 총 23명의 노동자와 가족 등이 사망했다. 김명희 성공회대 교수에 의하면 1년간 쌍용차 노동자 자살률은 10만 명당 151.2명으로 이는 일반인구의 자살률보다 3.74배 높은 수치이다.
또, 2012년 12월 19일 대선 이후 수 명의 노동자가 자살을 선택했다. 한진중공업 최강서, 현대중공업 이운남, 청년노동활동가 최경남, 한국외국어대 이호일, 기아차 윤주형 등의 노동자가 삶의 끈을 놓아버렸다.
조희연 교수는 이를 ‘절망의 자살’로 규정하고 절망의 내용이 “일차적으로 스스로의 경제적 삶을 규정하는 한국자본주의이며, 그것과 관련된 정치(국가)이며, 그것을 포괄하는 사회에 대한 절망”이라고 밝혔다.
조희연 교수는 최근 노동자들의 자살이 ‘소극적 행위’로서의 자살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적극적 자살’의 경우 권력층을 향해서건 91년 분신사태처럼 부도덕한 권력에 대한 친구, 동료, 사회구성원의 항거에 촉구하는 식의 능동성이 존재한 반면 ‘수동성’은 사회, 정치, 자본을 변화시킬 수 없다는 것에 기인”한다고 밝혔다.
그는 노동자의 죽음은 “자살을 선택한 비정규직 노동자나 정리해고 노동자는 노동력을 팔아서 사는 특정한 계급적 존재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공화국의 시민이고, 공동체의 구성원”이라며 “그런 점에서 현재 노동자 자살사태는 대한민국이라는 공화국, 사회공동체의 위기를 반영한다. 공화국의 ‘공화’가 이미 해체되고 있는 것이다”고 바라봤다.
그는 또 “‘자본주의의 가혹성에 기인하는 사회의 위기’에 대해 정치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절망적 상황이 바로 노동자 자살의 다음 원인”이라며 “절망적 자본주의 현실에 대해 정치가 아무것도, 국가가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다고 하는 절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과도하기도 하지만 2012년 대선에서 ‘진영논리’가 강하게 작동했다”며 “정치에 대한, 그것을 포괄하는 국가에 대한 절망을 갖게 되고 이것이 ‘절망의 자살’을 강화한 측면이 존재한다”고 평했다.
주체적 요인에 대해서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가혹한 공세는 그 자체보다도 그에 대항하는 투쟁 ‘공동체’로서의 대중운동진영, 노조진영, 노동운동진영의 무너진 위상이 이것의 한 주체적 요인을 이룬다고 할 수 있다”며 “현실 노동조합의 진영이 정리해고의 가혹한 삶에 처한 ‘한계선 상의 노동자’를 진정한 공동체로서 보듬고 싸우지 못한 데서 오는 주체적 좌절이 원인으로서 존재한다”고 봤다.
앞서 ‘한국 사회의 자살현상과 <자살론>의 실제론적 해석’ 논문을 발제한 김명희 교수는 전쟁정치, 국가폭력의 트라우마로 인한 자살로 5.18과 쌍용차, 매향리와 강정마을을 비교하기도 했다.
<자살론>의 저자 뒤르케임의 ‘숙명론적 자살을 중심으로’ 연구한 그는 “국가폭력의 트라우마로 인한 자살 또한 한국현대사의 과거 청산 국면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는 숙명론적 자살 유형이라 할 수 있다”며 “대표적으로 5․18 참가자들의 상이 후 자살자의 비율은 10.4%로 일반인의 500배에 해당한다. 훨씬 복잡한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쌍용차 노동자의 연쇄자살도 유사사례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5.18 유공자와 쌍용차 노동자들의 자살은 몇 가지 지점에서 향후 분석, 토론되어야 한다”며 “한국자본주의 전형적인 전쟁정치의 개입이 두 사례의 주요한 자살유발요인이었다는 점, 여타의 사례와 달리 국가폭력의 수동적인 경험뿐만 아니라 시민/노동자들의 집합적 저항과 연대의 체험이 사건을 구성하는 핵심적인 특징이라는 점에서 내부 결속과 사회적 연대의 추이를 중요한 자살유발/감소 요인으로 신중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급진 민주주의 연구조합 ‘데모스’ 창립총회도 함께 열렸다. 데모스는 2008년 1월부터 급진 민주주의 연구모임이라는 이름으로 한국 민주주의 급진화를 위한 대항헤게모니 프로젝트 연구를 해 온 모임이다.
이들은 한국 급진 민주주의 프로젝트 공동연구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재생산을 위한 대안 실험의 하나로 연구협동조합운동을 진행하기로 했다. 데모스는 서영표(제주대), 이승원(성공회대), 조희연(성공회대) 등 14명의 교수 및 연구자가 공동 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