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소식

“정리해고 저지투쟁 끝난 것 아니다”

양현모 2011. 6. 29. 21:05

“정리해고 저지투쟁 끝난 것 아니다”
6.29, 주말, 7.6, 2차 희망버스 등에 금속노조 총동원
노조중집 “6.27 한진중공업 합의 잘못된 합의다”입장
2011년 06월 28일 (화) 강지현 선전홍보실장 edti@ilabor.org

금속노조(위원장 박유기)가 한진중공업 노사가 서명한 ‘6.27 노사협의이행합의서’에도 불구하고 정리해고 저지투쟁이 끝난 게 아니라고 공식 선언했다. 노조는 28일 서울에서 개최한 중앙집행위원회에서 ‘한진중공업지회 지원투쟁 건’을 첫 번째 안건으로 다뤄 ‘6.27 노사협의이행합의서’가 규약과 절차, 그리고 내용에 있어 모두 잘못된 합의라고 입을 모으고 금속노조 차원의 지원투쟁 계획을 수립했다.

   
▲ 6월28일 85호 크레인을 지키는 한 한진중공업 노동자가 비가 오는 하늘을 바라보며 담배를 피고 있다. 신동준

노조는 이날 중앙집행위원회 때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저지투쟁 및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과 10여 명이 올라가 농성을 벌이고 있는 85호 크레인농성 사수투쟁에 적극 나서기로 의견을 모았다. 세부적으로 노조는 이날 29일 개최하는 서울집결 전국노동자대회에 영남권 참가자를 빼 부산으로 집결시킨다. 부산집회는 29일 낮 2시 부산역이며, 한진중공업까지 행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어 노조는 공권력 침탈 위기가 최고조일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주말 한진중공업 농성지원을 위한 집회도 추진한다. 또한 노조는 다음 달 6일 노조 임단협 파업 동력을 한진중공업으로 돌려 대규모 집회도 배치한다. 뿐만 아니라 노조는 다음달 9일로 예정돼 있는 ‘2차 희망버스’ 행사에 노조간부 및 조합원까지 최대한 참석케 한다는 방침도 정했다.

   
▲ 6월28일 85호 크레인이 보이는 공장 맞은편 인도에서 밤을 새운 한진중공업지회 노동자들이 은박깔개 한 장만 깔고 쪽잠을 자고 있다.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은 전날 공장에서 강제 퇴거 당했다. 신동준

“7.9까지 부산으로 총동원”

28일 현재 85호 크레인 위에는 김진숙 지도위원을 포함해 열 두 명이 농성을 벌이고 있다. 크레인 위로는 음식반입조차 안 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날 중앙집행위원회에 참석한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정혜금 사무국장은 “85크레인 옆에 노란 타워크레인을 놓고 컨테이너에 병력 넣어서 용산참사 때처럼 진압한다는 소문이 돈다”고 말한다. 또한 정 국장은 “다음 주 월요일부터 비해고자 업무복귀명령이 떨어질 것 같다는 소문도 돈다”며 “이번 주 안에 크레인 농성자 진압정리하려 한다는 위기감이 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27일 현장에서 강제로 쫓겨나온 조합원 1백여 명을 포함한 부산지역의 연대대오 2백 50여 명은 29일 집회까지 85크레인 마주보이는 아파트 입구 계단에 모여 밤을 새며 집회 등을 벌이고 있다.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은 “정리해고 저지투쟁이 결코 끝난 게 아닌데 6.27 노사합의로 마치 끝난 것처럼 언론에 보도되는 것은 문제”라며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저지투쟁을 어느 누구도 포기하지 않은 상태임을 분명히 강조한다”고 밝혔다.

 

 

 
▲ 6월28일 김진숙 지도위원이 물품을 전달 받는 크레인 사수 노동자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신동준

특히 이날 노조 중앙집행위원들은 ‘잘못된’ 6.27 노사합의에 지회장이 서명하도록 내몰린 데에는 공권력을 앞세운 정부와 사용자의 압박이 있었다며 정부와 자본에 분노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부산양산지부 정혜금 사무국장은 지난 24일 오전 7시 30분 부산시장이 “25일까지 합의되지 않으면 공권력 투입 막을 수 없다”는 협박을 채길용 지회장에게 한 것으로 전했다. 그 뒤 그날부터 한진중공업 주변에는 경찰병력 2천 여 명이 깔렸고, 조합원 여부를 불문하고 현장출입이 봉쇄됐다. 지회집행부와 농성조합원을 ‘고립무원’ 상태로 만들었던 것이다. 사복체포조 1백 여 명이 현장을 누비고 다니기도 했다.

6.27 노사합의 뒤엔 정부와 사용자 협박이

전격적인 노사협의가 시작된 건 이날 오후 4시부터였다. 이 협의는 다음날인 25일 새벽 5시 반까지 진행됐고, 25일 11시부터 밤 9시까지 또 진행됐다. 하지만 협의 때 회사는 “주위에서 하도 교섭을 하라고 하니 하긴 하지만 정리해고 철회 뜻 없고 합의되지 않으면 공권력 투입시킨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협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회 집행부가 “회사가 정리해고 철회 뜻이 없는 조건에서 비해고자라도 민형사 문제를 풀어 노조 조직력을 지켜야 한다”고 농성조합원들에게 의견을 던진 건 회사의 완강한 태도와 공권력의 협박, 그리고 ‘고립된’ 현장상황이 복합적으로 작동되었던 결과인 셈이다.

   
▲ 6월28일 전기도 없이 밥을 지샌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 사수 노동자들이 크레인 아래에서 매단 물품을 밧줄을 이용해 올리고 있다. 신동준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조 중앙집행위원들은 이번 합의를 내용과 절차 모두에 있어 잘못된 합의라고 의견을 모았다. 우선 ‘6.27 합의’는 금속노조 규약에 위배됐다. 노조 규약 73조에 따르면 노조 소속 사업장단위는 단체협약에 관한 사항을 노조 위원장 동의 없이 노사협의회 안건으로 다룰 수 없도록 돼 있다. 그리고 규약 37조는 조합원 고용과 관련한 사항은 단체협약에 의해 규정돼야 하며 노사협의를 통해 결정할 수 없다고 돼 있다. 하지만 ‘6.27 합의’는 한진중공업 노사가 노사협의회를 개최해 이룬 합의며 이 과정에서 노조와 부산양산지부는 보고조차 받지 못했다.

아울러 이번 합의는 투쟁 당사자인 한진중공업 농성조합원 의사에도 반했다. 정혜금 부산양산지부 사무국장에 따르면 지회집행부는 지난 26일 낮 3시 30분부터 저녁 7시까지 농성조합원 1백 여 명과 회의를 열어 ‘파업철회 뒤 현장복귀 선언’ 이야기를 조합원들에게 던졌다. 하지만 당시 현장에 있었던 권용상 지회조합원에 따르면 농성조합원 대부분은 이같은 지회 집행부 의견에 반발했다. 심지어 권 조합원은 “일부 조합원들이 지회장에게 무릎꿇고 울면서 사정도 했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 6월28일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85호크레인 쪽 담위에 회사 직원들이 철조망을 치고 있다. 작업하던 한 회사 직원이 조합원들이 농성중인 크레인을 바라보고 있다. 신동준
“이번 합의는 잘못됐다”

그렇지만 지회 집행부는 당시 저녁 7시 농성조합원과 회의를 휴회선언한 뒤 일방적으로 다음날인 26일 오전 11시 보도자료를 언론사 등에 배포해 ‘현장 복귀’를 선언했다. 뿐만 아니라 채 지회장은 이재용 한진중공업 조선부문 대표이사를 만났고, 낮 1시 ‘노사협의이행합의서’에 서명했다. 노조와 지부, 그리고 농성중이던 한진중공업 조합원들 모두 이 과정을 연합뉴스를 통해 뒤늦게 알게 됐다.

노조 중앙집행위원들은 합의 내용도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합의서에 따르면 “정리해고 부당성 법적 쟁송을 취하하면 위로금 주고 희망퇴직 처리해 주겠다”고 읽히는 대목이 있다. ‘희망자에 한해’라는 전제를 달았으나, 이는 농성조합원에게 투쟁을 접고 희망퇴직을 선택하도록 부추기는 한편 정리해고 부당성 법적 시비를 포기해 회사에게 ‘면죄부’를 주게 만든다.

특히 “김진숙 지도위원 퇴거는 노조가 책임진다”는 합의서 내용도 문제다.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은 “김 지도위원의 농성을 지속적으로 엄호하고 지지투쟁을 벌이는 게 노조의 역할이지 그의 퇴거문제를 노조가 책임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인터뷰] 한진중공업지회 조합원 권용상

“이렇게 굴욕적인 합의안을 어떻게 받습니까”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28일 노조 중앙집행위원회에 올라온 한진중공업지회 권용상 조합원. 권 조합원은 “한 마디로 참담하다”고 현재 심정을 전했다. 조합원들의 상태를 묻자 그는 “이대로 접을 수 없다는 생각은 확고하지만 향후 투쟁에 대한 불안감에 혼란스러워 한다”며 “김진숙 지도위원에 대한 걱정으로 조선소 맞은편 도로에서 어젯밤을 지새웠다”고 답했다.

권 조합원은 “갑자기 내쫓겨 어제 다들 어리둥절했다. 시민들과 저녁 촛불집회를 하는데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우왕좌왕하기도 했다”며 “비대위를 어떻게 꾸리고 대표는 누가 맡고 앞으로 투쟁방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등을 밖에 나와 있는 조합원들이 모여 현재 논의중”이라고 설명했다.

“한진중공업 사태에 대한 청문회가 29일 잡혀 있고 7월 9일 2차 희망의 버스도 예정돼 있다. 지난 번 희망버스 행사로 한진중 정리해고와 관련해 사회적 관심이 높아져 현장 조합원들의 기대가 컸다”는 권 조합원. 그는 “상황이 이렇게 돼버려 정리해고자들 일부는 넋을 놓고 있을 정도로 충격을 받기도 했다”며 “정리해고문제를 해결한 것도 아니면서 지회가 조합원들을 무시한 채 어떻게 이런 일을 독단적으로 벌였는지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고 분노했다.

'비해고자'인 권 조합원은 “이번 투쟁에 있어 민주노조 사수라는 명분도 중요하다”며 “하지만 비해고자들이 지금까지 함께 해온 것은 정리해고 당한 내 친구, 내 동료들 두고 갈 수 없다는 이유가 제일 크다”고 말했다. 그는 “비해고자들 역시 경제적 어려움과 회사의 협박에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회사는 물론 이제 지회에서까지 버림받은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을 금속노조가 직접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측은 파업에 동참하고 있는 비해고자들에게 징계 협박을 계속 해오고 있다.

“이렇게 굴욕적인 합의안을 어떻게 받습니까. 우리는 85호 크레인 위에 한진중공업 동지들과 김 지도가 있기 때문에 포기할 수도 없습니다.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는 정리해고자들, 친구를 버리고 갈 수 없어 남아 있는 비해고자들, 그리고 김진숙을 버리지 말아 주십시오.” 권 조합원은 “중집에서 결정된 29일 영남권 금속노동자대회에 많이 와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저녁 7시 보신각에서 열린 ‘한진중공업 투쟁 지지’ 촛불 문화제에 참석한 권용상 조합원은 “오늘 부산에는 비가 많이 왔다. 그런대도 경찰은 크레인에 들이닥쳐 우리를 끌어내리려 했다. 오늘은 크레인에 밥 한끼 올라가지 않고 전기도 끊겨있다”고 영도조선소 상황을 전했다. 이어 권 조합원은 “언론은 강성 조합원이 버티고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우리는 일부 강성이 아니라 승리해서 집으로 돌아가고픈 순수한 노동자들”이라며 “김진숙이 두 다리로 땅을 밟고, 전체 노동자가 복직될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호소했다.

취재 및 정리=박향주 편집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