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기사

크레인 농성 진압 조짐에 김진숙 “뛰어내리겠다”

양현모 2011. 7. 5. 21:33

크레인 농성 진압 조짐에 김진숙 “뛰어내리겠다”
한진중 181일째 고공 농성…‘일촉즉발’ 상황 계속
용역직원들 그물설치에 항의하다 노동자들 경찰 연행
하니Only 허재현 기자기자블로그
» 트위터 @wansuki1004가 찍은 5일 한진중공업 크레인 모습.
 “강제 진압하면 뛰어내리겠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이 181일째 고공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 파업 현장이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5일 오전 10시30분께 한진중공업 용역 직원들은 김진숙 위원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크레인 주변에 추락방지용 대형 그물 설치를 시도했다. 공장 바깥에서 이를 지켜보던 노동자들은 김 위원에 대한 진압에 들어간 것으로 판단하고 공장 담벼락 쪽으로 이동하며 항의하다 7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이중 6명은 현장에서 석방되었고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간부 정아무개씨는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부산 사하경찰서로 연행됐다. 김 위원은 한 때 크레인 난간 바깥으로 몸을 내밀어 뛰어내리겠다고 경고했고 용역들은 그물설치 시도를 중단했다.

4일 저녁에는 한진중공업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던 한진중공업 노동자 22명과 시민 3명이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한겨레>는 5일 김진숙 위원과 전화로 인터뷰했다. 김 위원은 “경찰의 강제진압이 시작되면 크레인 위에서 뛰어내리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의 목소리는 비교적 차분했지만 “매일 크고 작은 소동이 벌어져 심리적으로 불안하다”고 말했다.

 

» 김진숙 위원
-조금 전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농성을 벌이고 있는) 85호 크레인 주변으로 오전 10시30분께 한진중공업 용역들이 크레인과 트레일러 등을 동원해 몰려왔다. 크레인 주변에 그물을 치려고 했다. 내가 크레인 난간으로 몸을 절반 정도 내밀어 뛰어내리려고 하자 현재 작업은 멈춘 상태다. 공장 바깥에 있던 노동자 40여명이 그물 설치를 막으려고 항의하는 과정에서 일부가 경찰에 연행됐다.

-그물은 왜 치는 건가
=내가 뛰어내릴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 같다.    


-정말 뛰어내리려고 했나
=정말 뛰어내리려고 했다. 나는 목숨을 끊을 각오가 되어 있다. 나는 여기서 김주익씨가 목매 자살한 모습을 그대로 본 사람이다. 내가 어떤 생각으로 여길 올라왔겠나. 공권력을 동원해 나를 강제로 끌어내리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뛰어내릴 거다. 다른 선택은 없다.

-그래도 목숨만은 버려서는 안되지 않나.
=나보고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건강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세상이 나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데 내가 어떻게 살 수 있겠나.   

-크레인에서 내려와서도 싸울 수 있는 것 아닌가
=지금 이걸 해결하고 내려가지 않으면 평생을 죄책감을 안고 살아야 한다. 김주익과 곽재규를 땅에 묻고난 뒤 8년동안 나는 하루도 죄책감에서 못 벗어났다. 그것을 다시 반복할 수 없다. (고 김주익과 고 곽재규는 모두 한진중공업 노동자로서 2003년 정리해고에 반대해 싸우다 목숨을 끊었다. 고 김주익은 현재 김진숙 위원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85호 크레인에서 목을 매 숨졌다.)  

-크레인에 올라간지 181일째다. 몸 상태는 어떤가.
=온 몸이 아프다. 지난 해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24일간 단식농성을 해, 올라올 때부터 위가 상하는 등 몸이 안좋았다. 류머티스 관절염도 있고 예전에 고문을 당해서 그런지 몸이 많이 안좋다. (김진숙 위원은 한진중공업에 흡수된 대한조선공사의 노동조합 대의원으로 1986년 출마했다가 대공분실에 끌려가 고문을 당했다.) 게다가 요즘은 매일 크고 작은 소동이 벌어져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하다.

-전기는 아직도 안 들어오나.
=안 들어오고 있다. 전기가 없다는 것은 단순히 어두움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생존과 밀접하다. 크레인 난간에 바람이 거세게 불어 몸이 휘청거려 위험하다. 또 밤에 깜깜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어서 고립감이 매우 심하다. 한진중공업은 내가 스마트폰을 이용하지 못하게 하려고 전기를 끊은 것 같다.

-크레인 중간 즈음에 있는 노동자들은 상태가 어떤가.
=현재 6명의 노동자가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에게는 휴대폰도 지급이 안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와의 약속도 어기고 있다. 지난 4일에는 설사 증세를 보이는 노동자가 있어 의사가 공장 정문 앞까지 왔는데 회사가 들여보내지 않았다. 크레인에서 내려와야만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주려나보다.

-6월22일 노사는 김진숙 위원의 신변을 노조에서 책임지는 것으로 합의했지만 경찰이 강제진압을 할 수도 있다고 보나.
=7월9일 2차 희망버스가 내려온다. 그 전에 여기를 정리해 한진중공업 농성이 전국적 이슈가 되지 않도록 하려는 것 같다. (경찰은 “김진숙 위원에 대한 강제진압 계획이 없고 그물망을 설치하는 것은 김 위원의 안전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5일 <한겨레>에 해명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다면.
=4일 밤 길바닥에서 촛불 집회를 하던 노동자들이 연행됐다. 일 자리를 지키고 새끼들 끼고 먹고 살려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인가. 필리핀에서마저도 노동탄압의 대명사가 된 부도덕한 한진중공업 자본을 지키려고 기를 쓰는 대한민국의 모습을 보면서 말할 수 없는 절망감을 느낀다. 이 땅에 정의와 민주주의가 한줌이라도 존재하는 게 맞나.   

허재현기자 catalunia@hani.co.kr 

 

 

 

 

» 김진숙위원이 7월 3일 시민들에게 쓴 편지
한진중, 그물 설치 시도... 김진숙 "밀면 떨어질 수밖에"
9일 희망버스 도착 전에 진압하나... 회사 "안전망 설치 작업일 뿐"
윤성효 (cjnews) 기자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35m 높이 85호 크레인에서 5일로 181일째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고공농성 중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한진중공업 사측과 경찰이 9일 '2차 희망버스'가 오기 전에 상황을 정리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해고자 8명은 지난 6월 27일부터 85호 크레인 중간위치에서 9일째 고공농성 중이다. 긴급 상황은 5일 오전 10시 30분경 벌어졌다. 한진중공업 사측은 '타이어 크레인' 등 중장비를 85호 크레인 쪽으로 이동시켰다. 또 사측은 85호 크레인 아래에 그물망 설치 작업을 시도했다.

 

김진숙 지도위원 "회사가 강제 진압하려는 듯"

 

경찰 연행 사태도 속출하고 있다. 해고자들은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 맞은편에 있는 영도신도뉴브래뉴 아파트 앞 인도 주변에서 촛불집회 등을 이어가고 있는데, 4일 저녁 해고자 22명이 경찰에 연행되었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5일로 181일째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에서 고공농성 중인 가운데, 사측은 이날 오전 크레인 아래에 그물망 설치작업을 시도했다. 사진은 지난 2일 저녁 85호 크레인 맞은편 도로 인도에서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공권력 투입 반대 영남권 촛불문화제"를 열기 전 항의하는 노동자들의 모습.
ⓒ 윤성효
한진중공업

 

5일 오전 85호 크레인 아래에 사측이 중장비를 동원해 그물을 설치하려고 하자 영도신도뉴브래뉴 아파트 앞 인도에 있던 해고자들이 한진중공업 정문으로 달려가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정혜금 사무국장이 집시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연행되었다.

 

김진숙 지도위원과 한진중공업 해고자들을 지원·격려하기 위한 '2차 희망버스'가 오는 9일 오후 부산에 도착할 예정이다. 전국 곳곳에서 노동자·학생·시민 등이 부산역에 도착한 뒤 영도로 이동해 다양한 행사를 열 예정이다.

 

김진숙 지도위원과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는 85호 크레인 아래에 그물망 설치작업을 시도하거나 해고자를 연행하는 것은 '2차 희망버스'가 오기 전에 고공농성을 진압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이날 오전 사측에서 중장비를 동원해 그물망을 설치하려고 하자 난간으로 몸을 반쯤 내밀고 항의했다. 김 지도위원은 이날 오후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상황이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5일) 오전 10시 30분경 타워 크레인과 중장비가 85호 크레인 밑으로 왔다, 그물과 함께 공사장에서 쓰는 발판인 '족장'이 대량으로 실려 있었다"면서 "공장 밖에는 경찰이 배치되고, 살수차가 동원되어 있었다, 2차 희망버스가 오기 전에 진압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4일 저녁 해고자 등 22명이 경찰에 연행된 뒤 공장 밖에는 해고자들이 얼마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중장비가 동원되는 상황을 보면서 그냥 있을 수 없어, 85호 크레인 난간에 몸을 반쯤 내밀고 항의했다"면서 "사측은 저의 그런 모습을 보고 직원들을 철수시켰다, 그러나 장비는 그대로 있다"고 말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85호 크레인 아래에 그물을 친다는 것은 강제진압한다는 의미다, 그대로 끌려 내려갈 수 없다"면서 "벼랑 끝에 내몰려 있는 사람을 밀면 떨어져야 하지 않겠느냐, 내가 무슨 힘이 있나, 이제는 버티는 것도 힘들다, 강제진압 당하면 정리해고는 기정사실이 된다"고 강조했다.

 

 

 

  
자식을 가슴에 묻은 아비들은 공장 담을 넘었다. 골리앗처럼 거대한 크레인 앞에서 울먹였다. 거기 김진숙이 있었다. 늙은 아비들에게 그녀는 박창수요, 박종철이었다.
ⓒ 노순택
김진숙

 

한진중공업 사측은 김진숙 지도위원에 대해 85호 크레인 점거로 인해 손해를 보았다며 하루 100만 원씩의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법원에 내 승소했다. 배상금액은 총 1억8000만 원이 넘는다. 이와 관련해 김진숙 지도위원은 "답이 없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도 85호 크레인 강제진압 여부에 긴장하고 있다. 유장현 노조 지부 교선부장은 "오늘 오전 한진중 사측은 명백히 작전을 하려고 했던 것 같다"면서 "어제 대규모 연행사태도 그렇고, 9일 2차 희망버스가 오기 전에 상황을 정리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진중 사측 "안전망 설치 작업일뿐... 그것도 못하나"

 

'강제진압'이라는 주장에, 한진중공업 사측 관계자는 펄쩍 뛰며 부인했다. 그는 "말 그대로 안전망을 설치하려고 했던 것이다,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하지 말라는 말이냐"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경찰은 6개월 동안 한 번도 공장 안에 들어오지 않았다, 크레인 아래에 안전망을 설치하는데 뭐가 잘못이냐"며 "그것도 하지 말라면 우리 보고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