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노조’ 아닌 삼성노동조합 출범 | |
13일 노동청에 신고…삼성에 단체 교섭 요구 계획 “삼성 노동자 권익 보호와 민주 노조 사수 할 것” | |
허재현 기자 | |
삼성노동조합(위원장 박원우)이 12일 출범했다. 삼성계열사에 그동안 노동조합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대부분 활동이 없는 ‘유령노조’에 가까워 노동자들의 자율적 활동을 기반으로 한 노조가 설립된 것은 삼성노동조합이 최초다. 1977년 이병철 전 삼성 회장이 무노조 경영원칙을 선언한 뒤 국내외의 비난을 무릅쓰고 이를 고수해 왔던 삼성에 변화의 바람이 확산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삼성노동조합은 12일 저녁 7시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출범식을 열었다. 노동조합 위원장으로는 박원우(삼성에버랜드)씨가, 부위원장은 조장희(삼성에버랜드)씨가 만장일치로 선출됐다. 김성환 삼성일반노조위원장은 상근 지도위원으로 위촉됐다.
삼성노동조합(이하 삼성 노조)은 특정 사업장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초기업단위 노조로 출범했다. 노조 관계자는 “삼성 계열사 노동자라면 정규직과 비정규직, 해고자를 구분하지 않고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까지 삼성노조에는 삼성에버랜드 노동자 4명만 가입한 상태라 당분간은 삼성에버랜드에서의 활동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에서는 삼성노조가 제대로 정착하려면 극복해야 할 난관이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먼저 지난 7일 급작스레 설립 사실이 밝혀진 ‘삼성 에버랜드 노조’와 교섭권을 놓고 경쟁해야 한다. 교섭권을 먼저 획득하려고 사쪽이 설립을 유도한 것처럼 의심되고 있는 삼성 에버랜드 노조는 지난달 23일 노동부로부터 설립필증을 받은 상태다. 만약 이 노조가 이미 회사에 교섭요구를 했다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규정’에 따라 삼성노조는 삼성 에버랜드에서 교섭대표 지위를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 삼성노조는 현재까지 삼성 에버랜드 노조가 교섭 공고를 내지 않았기 때문에 교섭권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비공개적 방식으로 교섭권을 확보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 경우 삼성노동조합은 지루한 법적 공방을 벌여 교섭권을 찾아와야 하는 사태를 맞을 수 있다. 또 노조에 비우호적인 삼성 노동자들을 설득해 조합원 수를 얼마나 늘리느냐도 관건이다. 삼성에는 무노조 경영원칙이 오랫동안 뿌리 박혀 있어 노동자들이 쉽게 노조에 가입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어 있지 않다는 평가다. 조장희 삼성노조 부위원장은 “노동자들 사이에 노조에 대한 반감이 고착되어 있는데 이것을 깰 수 있는 홍보를 많이 하겠다”고 말했다.
삼성노조는 13일 관할 노동청에 노조 설립신고를 한 뒤 설립필증을 받을 예정이다. 박원우 위원장은 “먼저 에버랜드 노조와 대화를 시도한 뒤 사쪽에 단체교섭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사진 허재현기자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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