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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합연대 심상정, 민주노동당 이정희,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가 5일 오전 국회에서 수임기관 합동회의를 갖고 3자 간 통합을 공식 결의한 뒤 손을 맞잡고 있다. 이로써 지난 1월 시작한 진보정당 통합 논의은 우여곡절 끝에 10개월 만에 '통합진보당'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
ⓒ 남소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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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는 결국 진보진영이 먼저 끊었다.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탈당파인 새진보통합연대는 5일 수임기관 합동회의를 열고 '통합진보당'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했다. 작년 12월 이정희 민노당 대표와 조승수 전 진보신당 대표가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 개최를 합의한 지 꼬박 1년 만에 이룬 성과였다.
이로써 야권 지형은 내년 총·대선을 앞두고 민주당·혁신과 통합 등이 추진 중인 통합정당과 진보진영의 통합진보당 등 양자 구도로 재편될 예정이다. 제일 먼저 첫 발을 뗀 통합진보당의 파괴력이 어느 정도나 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참여당 합류로 외연 넓히기... 통합진보당 총선 예비후보 대기 중
통합진보당은 내년 총선에서 독자적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위한 의석 20석을 얻겠다는 목표다. 통합진보당은 현재 민노당 의원 6명(강기갑·권영길·곽정숙·김선동·이정희·홍희덕)에 조승수 의원(새진보통합연대 공동대표)이 합류해 총 7석의 정당이 됐다.
이를 위해 통합진보당은 무엇보다 '대중적 진보정당'·'폭 넓고 힘 있는 진보정당'이란 캐치프레이즈를 강조하고 있다. '민주노총당'·'운동권 정당'이란 선입견 탓에 입당 및 정당활동에 대해 망설이던 일반 시민들이 폭 넓게 참여할 수 있도록 정당 이미지를 쇄신하는 한편, 2008년 분당 이후 분열됐던 진보정치세력의 힘을 하나로 모아낼 수 있는 그릇을 만들겠단 뜻이다.
이정희·유시민·심상정 공동대표단의 첫 행보 역시 이 같은 의지와 결부돼 있다. 공동대표단은 이날 수임기관 합동회의 이후 마석 모란공원의 전태일 열사 묘소를 참배했다. 광주 망월동 묘역도 7일 오후 참배하기로 했다. 진보정당의 새 지도부가 통상적으로 참배하는 순서다.
그러나 여기에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단은 국립 서울 현충원 및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 일정을 추가했다. 앞서 "진보대통합은 전태일과 노무현의 만남"이라는 참여당의 논평처럼 진보정당의 외연을 확장키 위한 노력이다.
통합진보당의 가능성은 앞서 진행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일부 확인할 수 있다. <시사인>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달 24일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통합진보당은 14.7%의 지지율을 얻었다. 한나라당(31%)과 민주당·혁신과 통합 중심의 통합정당(29%)보다 뒤진 결과지만 최소한 세 주체의 지지율을 단순 합산한 결과 이상을 얻는다는 결론을 얻었다. 민노당이 돌풍을 일으켰던 2004년 총선 당시 얻었던 당 지지율은 13.1%였다.
진보통합 협상에 참여했던 정성희 민노당 최고위원은 10·26 재보궐선거 당시 민노-참여-통합연대(진보신당)로 구성된 '비(非)민주연합군'의 득표율로 통합진보당의 성공 가능성을 점쳤다. 당시 민주당과 합의에 실패한 비민주연합 후보 중 상당수는 3자 구도에서도 17~20%대의 득표를 기록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정희·유시민·노회찬·심상정 등 스타급 정치인들이 전면에 나서고 최소 15% 이상의 정당지지율을 얻는다면 독자적 원내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하리라 본다"며 "비례대표 개방형 명부 30%를 활용, 노동·농민·빈민·시민사회에서 좋은 인사들도 적극 영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11일 중앙당 창당 보고대회 이후 이정희·유시민·심상정 공동대표가 노동·농민·빈민·시민단체 대표들과 함께 전국 순회를 나서며 통합진보당의 정책과 비전을 선명하게 제시할 예정"이라며 "(통합진보당이) 한미FTA 폐기 국민운동에도 앞장서면서 새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통합진보당의 총선 예비 주자들도 통합이 완료되면서 출발 신호만 기다리고 있다. 수도권에서만 이정희·심상정·노회찬·최규엽(민노당 새세상연구소장)·천호선(참여당 전 최고위원)·김성진(민노당 전 최고위원)·신창현(민노당 부대변인) 등 10여 명의 후보들이, 울산·창원·거제·사천·진주·부산 등 동·남해안 벨트와 광주·순천 등 호남지역에서도 10여 명의 예비후보들이 대기 중이다.
선거 연대와 외연 확장... 두 마리 토끼 모두 잡아야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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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합진보당>으로 새출발 합니다" 통합연대 심상정, 민주노동당 이정희,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가 5일 오전 국회에서 수임기관 합동회의를 갖고 3자 간 통합을 공식 결의한 뒤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이로써 지난 1월 시작한 진보정당 통합 논의는 우여곡절 끝에 10개월 만에 '통합진보당'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
ⓒ 남소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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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민주당·혁신과 통합 등이 추진하고 있는 통합정당과의 관계 설정이다. 이미 통합진보당은 민주당 등이 주장하는 '대통합' 대신 선거연대에 적극 임한다는 방침을 세운 상황이다.
통합진보당 주요 관계자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내년 총선에서 야권연대, 즉 후보단일화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과거보다 후보단일화 환경은 더 나아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선거 막판에 후보가 단일화된다든가 자당 후보가 나서지 않는 정당이 소극적으로 협조한다든가 하는 후보단일화의 일반적인 문제들은 좀 더 논의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야5당으로 분열됐던 환경과 비교할 때 민주통합·진보통합 양 축으로 정립된 지금 환경이 후보단일화에 훨씬 유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민주당 일각에서 '총선 지역구 양보'에 대해 거부반응이 나타나는 것에 대해선 "힘을 합하면 민주당의 의석 역시 늘어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며 "당 내의 리더십이 제1야당답게 발휘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통합진보당과 다른 길을 걷게 된 진보신당의 한 관계자는 "양보를 전제로 한 선거 전략이 통할 수 있겠나"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 관계자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진보통합 논의는 힘이 없다는 데서 출발했는데 이 힘을 갖기 위해 특히 민주당 등과의 협상이 전제돼 있다"며 "오래 전부터 신뢰를 쌓은 경험이 있다면 서로 간의 양보와 조정을 기대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고 짚었다.
그는 또 "민주당이나 통합진보당이나 각자 국회로 진입해야 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예상했던) 양보의 폭이 줄었을 때 민노-참여-통합연대 3자가 통합 과정에서 논의했던 지분 문제가 막판 고비로 불거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정치학과)는 한나라당과 1 대 1 구도를 만드는 것보다 당의 새로운 면모를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2004년 총선 당시 성적을 감안할 때 적어도 10석 이상을 지역구에서 얻어야 할 텐데 그다지 쉬워 보이진 않는다"며 이 같이 밝혔다.
강 교수는 또 "민주당 등이 추진하고 있는 통합정당과 대선 등을 연계로 해 총선 연대를 구성할 수는 있겠지만 20석 이상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진보정당 틀을 넘어설 수 있을 정도의 지지를 확보해야 한다"며 "현재로서는 당의 인물, 정책, 구성 등에 있어 신선하고 달라진 부분을 확인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한편, 통합진보당보다 한 발 늦은 민주당은 혁신과 통합과 공식 협상을 재개하는 등 민주통합 완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민주당 통합협상위원회(위원장 정세균)는 지난 4일에 이어, 이날 혁신과 통합 측과 협상을 벌여 ▲ 지도부 선출 방안 ▲ 내년 총선 공천 방식 ▲ 당 혁신 방안 등 3대 쟁점에 대한 큰 틀의 합의를 시도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