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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초 그리스 총선에서 구제금융에 대한 재협상의 기치를 내건 ‘급진좌파연합’이 예상외의 돌풍을 일으키면서 긴축 중심의 구제금융안을 받아들였던 기존 정치세력(신민당, 사회당)의 기반을 무너뜨렸습니다. 현재 어느 세력도 과반 연정을 구성하지 못해 6월 2차 총선으로 공이 넘어간 상태입니다. 그런데 이런 ‘급진좌파연합’의 돌풍을 확인한 그리스 민중들이 자신들의 긴축반대 의지를 이들에게 모아주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결국 지난 5월 10일 여론조사에서 ‘급진좌파연합’이 지지율 20%를 넘어서면서 2차 총선에서 제1당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그런데 아래 표에서 보듯, 그리스 선거법의 특성상 1당에게 무조건 추가로 50석이 더 주어지는 터라, 이렇게 되면 긴축반대를 함께 외치는 ‘민주좌파’와 ‘독립그리스인당’과의 연정을 통해 과반을 넘을 수 있게 됩니다. 1차 총선 전까지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상황이 벌어진 것이죠.
[출처: 위키피디아, 유럽좌파당 참조] |
사건 1. ECB, 그리스 은행 유동성 공급중단 초강수 왜? 2차 총선 앞두고 긴축안 수용 압박 – 매일경제 2012.05.17
사건 2. 그리스 좌파 집권 땐 구제금융 불투명...그리스 유로존 이탈? 다음 달 17일 그리스 2차 총선과 프랑스 의회선거 분수령 – 서울신문 2012.05.17
이런 갑작스런 상황이 연출되자 기존 구제금융안의 수용과 차질 없는 집행을 요구했던 트로이카(ECB, EU, IMF)는 그리스를 고립시키기 위한 공격을 시작했습니다. 가장 먼저 통화 집행을 담당하는 ECB(유럽중앙은행)이 그리스 은행에 대한 유동성 공급을 중단하는 강수를 두었습니다. 16일 하루 동안에만 우리 돈으로 1조원이 넘는 돈이 인출되는 뱅크런 사태가 벌어졌는데, 이런 혼란을 더욱 부추기고 있는 거죠.
여기에 메르켈 독일총리는 아예 직접적으로 “긴축을 안 지킬 거면 유로존을 떠나라”고 그리스를 협박하고 있습니다. 라가르드 IMF총재는 스페인과 이탈리아로 위기가 전염될 수 있다는 언급을 하면서 그리스의 ‘위험한 선택’이 우리 모두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막장 드라마의 문제아로 그리스를 낙인찍는 이 치졸한 방법은 2010년 그리스 국가채무위기가 발생한 이후로 2년 동안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급진좌파연합’의 대표 치프라스는 이에 굴하지 않고 16일 BBC 인터뷰에서 “사람들의 삶을 놓고 벌이는 포커 놀이를 중단해야 한다”며 긴축이라는 병이 그리스를 파괴하고 유럽의 나머지 지역으로 퍼지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2009년 국민적 여망을 안고 출범한 사회당이 구제금융협상 과정에서 보여준 치욕적이고 무능력한 모습과 이후 바통을 이어받은 신민주당의 기회주의적 행태와 다르게, 긴축반대와 재협상을 아주 분명하게 선언한 것이죠.
실패한 긴축정책
사건 3. “반 긴축” 스페인 시위, 분노의 99%와 연대, “대형 은행만 구제하고 일반 국민들은 내팽개치나”, “이건 진정한 민주주의가 아니다” - 서울신문 2012.05.14
사건 4. 프랑스, 17년 만에 좌파정권 시대로 ... 올랑드 대선 승리, 성장과 증세로 ‘사르코지 대못’ 뽑기 나서 – 한국일보 2012.05.06
사건 5. 독일 지방선거에서 ‘긴축’ 심판, 민심 풍향계 베스트팔렌주 메르켈 정당 후보 참패 – 경향신문 2012.05.14
사실 지금 벌어지는 긴축반대의 목소리는 그리스만 내는 게 아닙니다. 지난 12-15일 스페인에서는 20만명의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라호이 국민당 보수정부의 긴축정책에 격렬하게 항의했습니다. 또한 지난 6일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도 긴축 중심의 신재정협약의 수정을 공약으로 내건 올랑드가 승리하였습니다. 심지어 독일 지방선거에서도 긴축반대의 목소리로 인해 집권당이 패배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특히 스페인의 경우 실업률 25%, 청년 실업률 50%에 이르는 극심한 실업난으로 인해 국민경제가 도탄에 빠지고 있는 터라, 그 규모의 강도는 더욱 강했습니다. 더구나 스페인의 자산 규모 3위 은행인 방키아가 대규모 공적자금(44억 7000 유로, 6조 6100억원)을 받게 되는 상황에 이르자 긴축에 지친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죠.
한 시위자는 “우리가 게을러서 이런 사태가 왔다고 사회복지와 교육, 건강보험 혜택을 빼앗더니만, 지금 와서는 투기성 대출에 열을 올린 은행가들을 구제하고 있다”며 분노를 토해냈습니다. 바로 이 말에서 우리는 지금의 긴축정책이 누구를 죽이고 누구를 살리는 정책인지, 그 본 모습과 정확히 마주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금융헤게모니 집단의 이익에 철저히 복무하는 대마불사의 논리 속에는 애시 당초 긴축으로 인한 민중의 고통에 대한 배려가 없었던 것입니다.
위 자료에서 보시다시피 2010년 더블딥의 우려가 사그라들자 유럽은 출구전략의 일환으로 2011년부터 긴축정책을 시작하였지만 불과 1년도 안돼서 그 실효성이 없음이 드러나고야 말았습니다. 성장률이 떨어지자 세수가 줄어 다시 재정이 악화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거죠.
사건 6. 위험한 스페인 “국채 발행 못 할 수도” 경고, 스페인 국채 금리 다시 6.5% 상회 ... 라호이 “재정긴축 추진해야” 강조 - 머니투데이 2012.05.17.
이런 상황일진데 잘못된 신념을 가지고 있는 신자유주의 관료들은 여전히 긴축을 외치고 있습니다. 심지어 스페인 총리는 본인 스스로 나서 자국의 위기를 조장하는 웃지 못 할 상황마저 보여주고 있습니다. 금융시장의 반응에 주권 국가가 적극적인 대응을 하기는커녕 ‘시장의 공포’라는 이데올로기적 논리와 힘에 굴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죠. 이는 왠지 그리스 전 집권당인 사회당의 모습과도 흡사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개 국가가 국제금융세력과 맞서 싸우는 것이 분명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그렇다고 국민들과 전쟁을 벌이는 일은 더욱더 어렵고 순리에 맞지 않는 일이겠죠. 스페인 라호이 총리에게 그리스 ‘급진좌파연합’과의 연대가 더 손쉬운 길이 될 수 있음을 호소하고 싶습니다.
예상하기 힘든 시나리오, 과연 치킨게임의 승자는?
사건 7. 그리스 4가지 시나리오 전망. ‘합의안 파기, 디폴트, 유로존 이탈’ 가능성... 경향신문 2012.05.17
세계 모든 언론이 어떤 시나리오대로 전개될지 그 가능성을 타진하느라 분주합니다. 그리스의 디폴트가 스페인과 이탈리아로 번져 대규모 자본도피가 발생할지, 적절한 방화벽으로 차단하여 위기관리를 유지할지, 아니면 그리스 민중의 이해를 구할 수 있는 수준으로 모종의 타협책이 도출될지, 역시 힘의 균형추가 어디로 기울지는 연대연합의 전술을 누가 더욱 효과적으로 구사하느냐가 관건입니다.
이미 그리스 1차 총선에서 ‘재협상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과의 연대’를 외친 ‘급진좌파연합’은 전술 성공을 발판으로 재협상의 공세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트로이카는 한손엔 채찍과 다른 한손엔 당근을 들고 양면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한편에서 유럽중앙은행이 유동성 공급을 중단하는 강수를 두면서도, 또 다른 한편에서 메르켈 총리를 비롯한 유럽연합 관료들이 재협상의 여지를 언론인터뷰를 통해 흘리고 있습니다. 과연 무엇이 진실인지는 더 두고 봐야 하겠습니다.
이제 남은 한 달 동안 기존구제금융의 수용이냐 재협상이냐를 두고 유럽 곳곳에서 격렬한 논쟁이 일어날 것입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유럽의 민중운동의 지형이 어떻게 변화할 수 있을지, 더 나아가서 전세계적인 경제위기를 둘러싼 이념적, 운동적 논쟁이 어떻게 진화할지, 두 눈 크게 뜨고 봅시다. 우리는 이 사건에 대해 반드시 주목해야 할 중요한 순간에 서 있음을 다시 강조 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