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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문〉을 보는 '두 개의 시선'

양현모 2012. 7. 4. 19:40

두 개의 문〉을 보는 '두 개의 시선'

'공포' 바탕으로 용산참사 재현…

"MB정부 공권력 남용 여실히 보여줘"

 

 

 

 

'용산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두 개의 문>(감독 김일란·홍지유, 제작 연분홍치마)이 '제2의 도가니·부러진 화살'이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두 개의 문〉은 2009년 1월 20일. 철거민 5명, 경찰 특공대원 1명이 사망한 '용산 사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다. 생존권을 호소하며 용산4구역 남일당 건물 옥상 망루에 올랐던 이들은 불과 25시간 만에 싸늘한 시신이 되어 내려왔다. 살아남은 이들은 범법자가 되어 징역을 살고 있다.

 

영화는 각종 영상을 통해 3년 전 당시의 참혹했던 현장을 재현해 보여준다. 유가족의 동의 없이 이뤄진 시신 부검, 사라진 3000쪽의 수사 기록, 삭제된 증거수집 영상 등을 차례로 언급하며 그날의 '진실'을 관객들에게 묻는다. 영화는 저항하는 자와 진압하는 자가 똑같이 느꼈던 그날의 '공포'에 초점을 맞췄다. 그리고 철거민, 특공대원 모두를 야만적인 국가폭력에 의한 희생양이라고 정의한다.

   
 

파장은 컸다.

 

개봉 8일 만에 독립영화의 흥행 선인 1만 관객을 돌파했다. 연이은 매진 행렬에 힘입어 상영관도 전국 24개 관으로 늘었다. 바람은 SNS 등 인터넷 공간에서 먼저 불기 시작했다. 여기에 배우 유지태, 가수 이승환 등 유명인사들이 '영화 함께 보기'를 직간접적으로 독려하며 영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키웠다. 아이돌그룹 JYJ 팬들도

 

〈두 개의 문〉을 단체관람했다.

시각차는 뚜렷하다. 이 영화의 네티즌 평점은 특이하게도 1점 아니면 10점이다. 그 중간은 찾아보기 어렵다. 〈두 개의 문〉을 둘러싼 대중의 온도 차를 바로 말해주는 대목이다.

 

지난 28일에는 인터넷 평점이 하루 만에 9점대(10점 만점)에서 4점대로 곤두박질쳐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루 전인 27일 오후부터 최하점인 1점이 집중적으로 매겨진 결과다. 영화사 측에서는 악의적인 세력이 의도적으로 평점을 낮추고 있다고 보고 있다.

 

1점을 매긴 누리꾼들은 '선동영화'(dlaskarb1113), '불법시위, 포장하지 마라'(rlawjd0865), '경찰의 진압은 정당한 공권력 행사였다는 게 대법원의 판결이다. 현실을 인정해라'(kira_justice)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참사의 원인이 시위대가 경찰 쪽으로 던진 화염병에 있는 만큼 공권력 투입은 정당했다는 의견이다.

 

반대편에선 '철거민, 경찰 모두를 국가 폭력의 피해자로 다룬 균형 잡힌 다큐멘터리'(spkyk), '진실에 이르는 두 개의 문을 열어야 하는 건 결국 우리 자신'(myplanup), '이명박 정부의 공권력 남용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영화. 시위대, 경찰 모두 존중 받아야 할 대한민국의 국민이다'(hory3) 등의 글로 맞섰다.

 

사건 당시 건물 옥상에는 두 개의 문이 있었다. 농성자들이 저항하던 망루로 통하는 문과 막혀 있던 또 하나의 문. 특공대는 어떤 문이 망루로 통하는지도 모른 채 작전에 투입됐다.

 

불이 나자 망루 난간에 걸터앉아 있던 한 철거민 농성자가 특공대원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다 죽어. 올라오지 마". 이 말은 '올라오면 다 죽여버리겠다'였을까, 아니면 '올라오면 다 죽는다'였을까. 영화 〈두 개의 문〉을 보는 시각차다. 현재 사라진 남일당 건물 자리는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다.

 

지난 6월 21일 16개관에서 개봉한 〈두 개의 문〉은 10일 만에 누적관객수 1만3545명을 기록했다. 배급사인 시네마달 관계자는 "단체관람 문의 및 상영관을 늘려달라는 요청이 많아 현재 24개관에서 3주차 상영관이 더 늘어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두 개의 문’ 보러간

현병철, 관객 항의로 쫓겨나

“인권위원장이 사과하고 영화관람해야”

항의 이어지자 결국 퇴장

정은희 기자 2012.07.04 12:30

용산참사를 다룬 ‘두 개의 문’을 보러간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이 영화관에서 관객들에 의해 영화를 보지 못하고 쫓겨난 일이 발생했다.

▲  관객 항의로 돌아가는 현병철 위원장 [출처: @55nina55]

4일 오전 10시 52분경 서대문 인디스페이스에서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과 인권위 관계자 6명 등이 ‘두 개의 문’을 보러 왔으나 인권단체 회원들과 관객들의 항의를 받고 영화 관람을 포기하고 돌아갔다.

영화가 시작되기 직전 한 인권단체 활동가가 무대위로 올라가 “국가인권위원장인 현병철 위원장이 용산 참사 영화를 보기 위해 이 자리에 있다”는 사실을 밝히고 “용산 참사 문제에 대해 한 마디 언급도 하지 않은 국가인권위원회의 행태에 대해 인권위원장이 사과라도 하고 영화를 봐야 하지 않냐”며 공개적으로 힐난했다.

▲  두 개의 문을 보러온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 [출처: @55nina55]

당시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의 증언에 따르면, 영화관 출구 근처에 자리를 잡았던 현병철 위원장이 확인되자, 객석에서 관람객들 몇몇이 일어나 “인권위원장이 어떻게 그냥 볼 수 있느냐”며 항의가 이어졌고 일부는 “보지 말고 나가라”며 항의 했다고 한다.

객석에서 관객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현병철 위원장은 무언가 말을 하려다 멈추고 아무 말없이 함께온 인권위 관계자 5명과 함께 영화관 밖으로 나갔다.

현장에 있었던 인권단체 활동가에 따르면, 현병철 위원장이 국회 인준 청문회 준비 때문에 용산참사 관련 영화를 보러 가게 되었다는 얘기를 인권위 관계자들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용산참사에 대해 그 흔한 권고 한마디 없었던 국가인권위가 사과 조차 없이 영화를 본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용사참사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데 단지 청문회 통과를 위해 (인권위원장이) 사건을 알아보러 간 것이냐”며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