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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화물노동자 딸의 편지

양현모 2012. 6. 28. 20:15

화물트럭 운전 아빠 월급,

   내 알바비 정도라니…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무기한 총파업 이틀째인 26일 오전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 컨테이너터미널 입구에서 부산지부 조합원 500여 명이 집회를 열고 표준운임제 실시, 운임요금 현실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부산=뉴시스】

 한 화물노동자 딸의 편지
아빠의 파업, 이유는 이렇답니다!

_강은영_

우리 아빠는 25t 화물트럭 기사이다. 서류상으로는 차가 두대나 있고, 월수익도 800만원이 넘는 고소득자다. 그런데 ‘실제로’ 우리 아빠는 이와 정반대 상황에 놓여 있다. 차 중에 한대는 제구실도 못 하는 덜덜거리는 중고 봉고차이고, 다른 한대는 생업을 위해 어쩔 수 없이 1억원이 넘는 어마어마한 빚을 지고 산 25t 트럭이다. 그러니 차를 소유하고 있다기보다는 빚을 짊어지고 있다고 표현하는 게 더 맞다.

아빠의 실소득은 100만~200만원 정도다. 딱, 내가 서울에서 학업 접고 아르바이트를 하면 벌 수 있는 최대 월급 정도. 아빠의 실소득을 계산하려면 빼야 할 것이 너무 많아서 그렇다. 물론 제일 먼저 빼야 할 것은 바로 어마어마한 기름값이다. 사람들은 한달 기름값이 500만원 넘게 나온다고 하면, 그것을 뺀 나머지 200만~300만원이 곧바로 아빠의 실소득이 되는 줄 안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

먼저 아빠는 1년에 열두달을 꼬박 일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공사가 중단되는 겨울철이나 장마철에는 일이 끊겨서 사실상 1년에 9개월 정도가 소득이 있다고 할 만한 달이다. 게다가 25t 트럭에는 무려 14개나 되는 대형 바퀴가 달려 있는데, 이 바퀴들은 무거운 짐 때문에 금방 닳아버려서 1년에 적어도 2~3번씩 바퀴 전체를 갈아주어야 한다. 바퀴 하나당 가격이 45만원을 넘으니, 한해 들어가는 바퀴 값만 해도 평균 600만원이 훌쩍 넘는다. 또 한달에 한두번 정도는 공사장에 짐을 실어 나르러 갔다가 뾰족한 것에 바퀴가 찢어지곤 하는데, 그러면 또 순식간에 50만원(바퀴 45만원+수리비 5만원)이 날아가 버린다. 여기에 한달 고속도로 통행료가 대략 50만원 넘게 나오고, 한달에 한번씩 갈아야 하는 엔진오일 값이 35만원에, 운송회사에 차번호 빌린 값으로 매달 줘야 하는 돈이 25만원이다.

이렇게 한 달 급여에서 차와 관련된 뺄셈을 마구 하고 나면 수입은 점점 줄어든다. 월수입이 100만원 아래로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기사 내용은 전혀 과장이 아닌 것이다. 더욱이 각종 보험료, 대출이자, 세금 등 차와 무관한 다른 종류의 뺄셈들도 달마다 무겁게 기다리고 있다.

힘든 아빠를 조금이나마 돕기 위해서는 내가 장학금이라도 받아야 할 텐데, 여기서도 저기서도 장학금을 받으려면 건강보험료 내역을 내놓으라고들 한다. 그러니 나는 또 한번 좌절할 수밖에 없다. 나는 ‘서류상 소득’이 800만원을 넘는 ‘부자 아빠’를 둔 탓에, 건강보험료도 그 소득만큼 터무니없이 많이 내는 ‘서류상 부자 학생’이니 말이다. 그럼 공부를 뛰어나게 잘해서 성적 장학금이라도 받아야 맞지만, 대학을 다니면서 늘어가는 건 공부 내공이 아니라 아르바이트 이력뿐이니 성적은 제자리걸음인데 아르바이트 이력만 벌써 13줄째다.

엄마 아빠를 생각하면 얼른 대학을 졸업하고 돈을 벌어 독립을 해야 할 텐데 웬걸, 요즘 나는 공익변호사가 되고 싶다며 고집을 피우고 있다. 장학금을 받든 돈을 벌든 해서 로스쿨에 진학해 억울하고 부당한 일을 당하고도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들을 대변해주는 변호사가 되고 싶다고 말이다. 그런데 오늘 아침 아빠와 통화하BB 이루기 전에 내가 먼저 해야 할 일은 우리 아빠의 목소리를 대변해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렇게 무턱대고 신문사에 글을 보내게 되었다. 내 글이 신문에 작게나마 찍혀 나오면, 사람들이 화물노동자들의 실태를 좀더 생생히 알게 되고, 그 심각성을 함께 느끼게 되어 우리 아빠와 같은 화물노동자들의 이야기에 조금 더 귀를 기울여 주지 않을까 하는 작은 바람에서 말이다. 지금 화물연대의 파업은 정부에 ‘부자가 되고 싶다’고 떼를 쓰는 것이 아니다. ‘먹고사는 데에 지장이 없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하는 것이다. 그들을 불법행위다 뭐다 하면서 두들겨 패기 이전에, 그들이 왜 이렇게까지 나설 수밖에 없었는지, 그들이 가슴속에 품고 있는 이야기들이 무엇인지 진정성을 갖고 귀를 기울여 줬으면 좋겠다.
123만원 운임 중 45만원 떼이는 ‘다단계 하청’에 질식
화물연대 파업 돌입
한겨레 김소연 기자 메일보내기

화물연대 파업 돌입

대형 운송사 27만원·알선업체 18만원 등 37% 챙겨가
화물노동자몫 63%서 기름값 등 떼면 연수입 1천만원대
작년 운송사 육상운송 매출 32%↑ 노동자 수입 0.2%↑

*123만원 운임 : <부산~서울 왕복 40ft 컨테이너 운반 기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25일 아침 7시부터 무기한 파업에 들어갔다. 2008년 총파업에 이어 4년 만이다.

노동계는 거듭되는 화물연대 파업의 근본 원인으로, 화주와 운송회사, 운송노동자로 연결되는 화물운송 다단계 하청구조를 꼽는다. 이런 구조에서는 화물운송노동자들이 제대로 운임을 받지 못하는 등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화물연대가 기름값 등을 고려해 화물노동자의 운임을 매년 법으로 정한 뒤 이를 어길 경우 화주나 운송회사를 처벌하는 내용이 담긴 표준운임제를 요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 국내 한 대형 운송회사 사업보고서와 한국교통연구원 화물운송정보시스템 등의 자료를 보면, 40ft(freight ton, 운임톤) 컨테이너를 부산~서울 왕복으로 운송하기 위해서는 우선 수출입업체(화주)가 대형 운송회사에 123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대형 운송회사는 이 가운데 27만원가량을 가져가고, 운송업무를 알선업체에 맡긴다. 알선업체는 수수료 명목으로 운임의 약 10%인 10만원가량을 챙기고, 이를 다시 영세 운송사나 소규모 알선업체에 넘긴다. 이 과정에서 이들도 10%가량의 수수료를 챙긴다. 결국 운반업무를 맡은 화물노동자가 받게 되는 운임은 78만원으로 수입업체(화주)가 지불하는 돈의 63%가량에 불과하다.

화물운송은 왜 이렇게 복잡한 구조를 거쳐 이뤄질까? 우리나라 육상 화물운송 시장이 독특하게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대형 운송사들은 직접 운송업무를 맡지 않고 화주로부터 받은 물량을 화물노동자에게 넘기는 구실만 한다. 한국의 운송회사들이 소유한 화물차는 전체 화물차의 5%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화물노동자들은 자신의 돈으로 화물차를 구매해 운송회사에서 물량을 따내야 한다.

적정한 운임을 받지 못하는 가운데 기름값·도로이용료 등 직접비용 부담이 늘어나면서 화물노동자들의 수입은 생존권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떨어지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 화물운송시장정보센터 자료를 보면, 2011년 기준 화물노동자 월평균 지출액(715만원) 가운데 유류비가 52.2%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차량할부금(7.3%), 수리비(6.7%), 통행료(6.4%) 등이 뒤를 이었다. 화물노동자의 2011년 월 평균 총수입은 862만원(사회진보연대 부설 노동자운동연구소의 ‘운송사와 화물노동자의 분배 구조 분석’ 보고서)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화물노동자가 실제 손에 쥐는 연간 순수입은 지난해 1999만원으로 2005년 2034만원보다도 낮아졌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수입이 월 100만원 수준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화물연대는 내다봤다.

반면 대기업 운송회사들은 막대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노동자운동연구소의 ‘운송사와 화물노동자의 분배 구조 분석’ 보고서를 보면, 현대글로비스 등 9개 대형 운송회사들은 2008년에 견줘 지난해 육상운송 부문 매출이 32%나 늘었다. 화물노동자 운임 총수입은 0.2% 증가하는 데 그쳤다. 보고서를 쓴 노동자운동연구소 공성식 연구원은 “화물노동자의 생존 위기는 왜곡된 운송시장구조로 인한 불평등한 소득분배의 누적된 결과”라며 “정부와 업체는 화물노동자의 운임 인상과 표준운임제 도입 요구를 당장 수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을 비롯한 5개 정부부처 장관은 이날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화물연대의 불법행위에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권 장관은 “운송을 거부하는 화물운전자에게는 유가보조금 지급을 중지하고 불법행위 양태에 따라 운전면허 및 화물운송종사자 자격을 취소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