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인권

어느 노동자의 유서, 박근혜 정권의 첫 시험지

양현모 2013. 1. 2. 13:54

어느 노동자의 유서,

박근혜 정권의 첫 시험지

[김광원 칼럼] 새누리당-보수언론,

   유착관계 넘어 동맹관계 우려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첫 행사로 12월 20일 오전 현충원을 방문한 뒤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국민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했다. 그는 이를 통해 “국민 한 분 한 분의 행복과 100%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 저의 꿈이자 소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반세기동안 극한 분열과 갈등을 빚어왔던 역사의 고리를 화해와 대탕평책으로 끊도록 노력하겠다”고도 했다.

그는 또 문재인 후보와 지지자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저에 대한 찬반을 떠나 국민여러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 추운 겨울에 따뜻하고 편안한 잠자리에 드실 수 있도록 국민 한 분 한 분의 생활을 챙기겠다. 우리 사회에서 소외되는 분 없이 경제성장의 과실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하겠다”며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국민대통합이고, 경제민주화이고, 국민행복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국민 한 분 한 분의 행복’에 노동자는 왜?

같은 날 오후 7시 한진중공업의 한 노동자는 휴대폰 메모장에 유서를 남겼다. “나는 회사를 증오한다. 자본 아니 가진 자들의 횡포에 졌다.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심장이 터지는 것 같다. 내가 못가진 것이 한이 된다. 민주노조 사수하라. 손해배상 철회하라. 태어나 듣지도 보지도 못한 돈 158억. 죽어라고 밀어내는 한진 악질자본.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고 5년을 또…. 못하겠다. 지회로 돌아오세요, 동지들. 어떻게 지켜낸 민주노조입니까…”라고 쓰여 있다. 그는 다음날 21일 아침 부산 영도의 노조사무실의 완강기에 목을 맸다. 그는 민주노조가 파괴되는 것을 괴로워했고 회사 측의 158억 손배소송에 억눌렸다. 그의 나이 35세였다.

그 하루 뒤인 22일에는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42세의 해고 노동자가 울산 의 임대 아파트 19층에서 투신했다. 그는 투신 전 쓴 메모에서 “무기력한 일상은 심각한 감정의 동요를 가져왔다. 확신이 없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태인 것이 분명하다”고 적고 있다. 그는 2003년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에 근무하며 노조결성에 참여, 초대 노조 조직부장으로 활동하다 해고됐다. 크레인농성으로 구속되고 폭력진압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성 장애를 앓아왔다. 그는 택시운전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하청노조 조합원으로 활동해왔고 한진 노동자의 자살에 상심해 했다.

같은 22일 서울 민권연대의 한 청년활동가 역시 번개탄을 피워놓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2·19 대통령 선거 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강조하는 희망의 메시지와 절망의 노동현장은 극적으로 대비된다. 노동자들의 절망이 어디서 비롯되고 있는지는 그들의 유서에도 드러나 있다. 한진 중공업 노동자의 유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5년 집권’에 기대를 접고 있음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이명박 정권의 지난 5년에 대한 경험의 연장선상이라고 할 수 있다. 대기업 중심정책으로 노동현장은 죽음의 현장이 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 역시 5년 전 “반대편에 섰던 분들 모두 하나가 되자”고 제안한 바 있다. 박근혜 당선인의 ‘국민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라고 해서 이들 노동자들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기에는 아직 ‘듣기 좋은 말’에 불과해 보인다. 그동안 박 당선인은 정당의 이름과 강령을 바꾸는 등 쇄신책을 강구했지만 그 변화의 진정성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더욱 박근혜 정권의 문제점은 그 권력의 집중화와 독점에 모아지고 있다. 권력기반과 환경의 측면에서 볼 때 박근혜 당선자는 그 어느 때보다 막강한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여러 가지 여건을 마련하고 있다. 권력이 박 당선자 한 사람에게 집중될 공산이 커졌을 뿐 아니라 이를 견제하거나 감시할 수 있는 장치도 제대로 돼 있지 않다.

박 당선자 “노동자들의 죽음에 답해야”

무엇보다 우려되는 부분은 언론의 불균형과 그에 따른 왜곡현상이다. 새누리당 정권과 조중동 등 보수언론은 유착관계를 넘어 동맹관계를 이루고 있다. 여기에 새누리당 정권이 지난 5년 동안 벌여온 방송장악은 완성된 단계다. KBS MBC SBS 등 3개 지상파 방송은 물론 YTN 뉴스Y 등 2개의 보도전문 케이블과 4개의 종편 등 9개 방송 모두가 그 정도에 차이는 있지만 권력과 복합체를 이루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새누리당의 국회 다수당의 위치도 확고하다. 이미 4·11 총선에서 과반을 획득했지만 대선을 계기로 자유선진당과 합당함으로써 과반유지는 집권기간 동안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사법부 역시 이명박 정부시절 내내 일방적 인사를 통해 보수 일변도로 변했다. 최고 법원인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모두가 구성에서 보수 우위를 이루고 있다. 검찰과 경찰 등 막강한 공권력 역시 이명박 정부시절보다 더욱 정치권력에 충성할 개연성이 높다.

노동자들의 죽음은 이러한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박근혜 정권의 등장과 함께 전개될 현실의 엄중함을 보여주는 전조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해결할 실마리라도 내놓지 않는다면 박 당선자의 ‘국민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은 공염불이 되고 말 것이다. 박 당선자에 대한 첫 시험은 정권이 출범하기도 전에 그 답을 요구하고 있다.

(저널리즘학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