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소식

한진중공업의 불편한 진실

양현모 2013. 1. 25. 17:58

“회사는 애초에 수주할 생각조차 없다”

<특집>한진중공업의 불편한 진실 1
한진, 영도조선소 축소, 폐쇄 의혹…

 “5년 동안 영업안하는 회사가 어딨나”

2013년 01월 25일 (금) 강정주 편집부장 edit@ilabor.org

한진중공업 최강서 열사가 목숨을 끊은 지 한 달이 다 되도록 회사는 “개인적인 죽음이다. 교섭 대상 아니다”라는 말만 반복하며 노조의 대화 요구를 거부하고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 회사는 오히려 ‘수주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노조의 농성 때문에 무산될 수도 있다’며 현재 투쟁을 문제 삼는 여론작업에 나섰다. “노조 때문에 수주를 못한다. 회사는 공장 정상화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노조가 방해하고 있다.”

한진중공업지회는 이 같은 회사의 태도에 대해 “노조 핑계 대며 사태를 모면하려는 것일 뿐, 회사는 애초에 수주할 생각조차 없다”고 단호하게 반박했다. 차해도 지회장은 “회사의 최종 목표는 영도조선소를 축소, 폐쇄하려는 것이지 영도조선소를 운영할 생각 없다”며 “정리해고와 노조탄압도 이 같은 목표를 위한 수순이었다”고 강조했다.

 

▲ 차해도 지회장은 “항간에 이미 2020년 영도 재개발이 진행되고 영도조선소는 없어질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는 1937년 부터 한국에서 최초로 도크에서 배를 만든 역사적인 곳이다. <자료사진>


노조 때문에 수주 안 된다? 말짱 거짓말

2009년 회사가 정리해고를 진행할 때부터 이 같은 문제제기가 이어져왔다. 회사는 2008년 중반부터 영도조선소 수주를 전면 중단하고 특수선(군용)을 제외한 상선 수주를 모두 필리핀 수빅조선소로 가져갔다. 국내의 울산과 다대포 공장을 차례로 폐쇄했고 영도조선소만 남았다. 이에 앞서 회사는 2006년 1조 원 이상을 투자해 필리핀 수빅에 80만 평의 공장을 지었다.

한진중공업은 1997년과 2001년, 2009년 세 차례의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실제 이 기간 동안 7천 여 명에 달하던 영도조선소 노동자는 1천3백 여 명으로 줄어들었다. 차 지회장은 “구조조정 때마다 노조가 투쟁을 했고 회사의 의도대로 진행하지 못했다”며 “민주노조가 없어야 한다는 방향 아래 노조 탄압이 진행된 것도 장기적인 국내 공장 폐쇄와 해외공장 운영 목표에 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 지회장은 영도조선소 정상화를 위해 노력했다는 회사의 말은 진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2011년 정리해고 철회에 합의한 이후에도 회사는 배 14척을 수주했지만 모두 필리핀 수빅조선소로 물량을 배치했다. 차 지회장은 “수주한 배는 국내에서도 얼마든지 작업이 가능했다. 하지만 모두 필리핀으로 가져간 것은 의도적으로 국내 조선소를 축소하려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농성 안해도 수주 않더니 이제 와서 노조 핑계

또한 실제 수주 노력도 없었다고 말한다. 2011년 12월 회사가 물량이 없다는 이유로 순환휴업을 제시하는 한편 금속노조 지회에 대해 단협해지, 손해배상 청구 등 탄압을 가했지만 지회는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농성을 하지도 않았지만 회사는 그 시기에 배 한 척 수주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와서 노조 투쟁 때문에 수주를 못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핑계다.” 서성광 부지회장도 “이미 회사는 자재와 용접기 등을 모두 필리핀으로 빼돌린 상황”이라며 “현장 조합원들도 회사가 일 시킬 생각 없다고 예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선에 대한 수주도 없을 뿐 아니라 회사는 조직 체계를 특수선으로만 편재하고 상선 부문을 폐쇄한 상태다. 차 지회장은 “회사는 국내에서 특수선 부문만 축소 운영하려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200~300명의 인력만 필요하다는 입장이다”라고 설명했다. 서 부지회장도 “특수선 물량도 2~3년 치 밖에 남지 않았고 현재 인원이 회사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인력보다 많기 때문에 언제든지 정리해고, 희망퇴직이 반복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2003년 김주익 열사가 산화했고, 2011년 11월10일 김진숙 조합원이 살아내려온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 회사는 즉시 85호 크레인을 해체했다. 그 뒤로 보이는 배가 있는 곳이 곽재규 열사가 산화한 도크다. <자료사진>

차 지회장은 “당장 필리핀 수빅조선소를 운영하기 위한 기술력 확보를 위해 영도조선소를 폐쇄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내 조선소 운영 계획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조선산업 호황기가 끝났지만 불황기가 지나 다시 호황기가 오는 것이 기본 사이클”이라며 “다른 조선소의 경우 그 시기를 바라보고 공장과 기술, 인력을 유지하는데 한진은 가동을 중단하고 있다”고 회사의 태도를 비판했다.

“5년 동안 영업안하는 회사가 어딨나”

“지난 4년 동안 회사는 배 한 척도 수주하지 않았다. 5년 동안 영업활동을 하지 않는 회사가 도대체 회사를 운영할 생각이 있기는 한 것이냐. 정말 영업이 안 되고 이득이 안 난다면 회사를 매각하든 업종을 변경해서라도 살 방법을 찾는 것이 맞다.” 차 지회장은 수주가 어렵다는 것은 대외적인 핑계일 뿐 회사의 의도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차 지회장은 “항간에 이미 2020년 영도 재개발이 진행되고 영도조선소는 없어질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조남호 회장은 절대 영도조선소를 정상화 시킬 수 없다. 조선소를 운영할 생각이 없고 경영 능력이 없는 조남호 회장과 경영진은 당장 물러나야 한다.” 차 지회장은 영도조선소를 정상화 시킬 방법은 이것 뿐 이라고 말했다. 서 부지회장도 “2011년 국민들 앞에서, 국회에서 수주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던 것은 말 뿐이었고 진정성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며 “정말 공장을 정상화할 생각이 있다면 노조 핑계를 댈 것이 아니라 정상화 할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영도 조선소를 떠나지 않고 지켰다. 누구보다 공장 정상화와 이곳에서 일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다. 지금이라도 배를 수주하고 영도조선고 물량을 확보해서 휴업 상태에 내몰리고 힘들어하는 조합원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조남호, 치가 떨린다”

[특집]한진중공업의 불편한 진실 2
복수노조만 현장 복귀시켜 생계 압박,

지회 사무실 폐쇄 등 탄압

2013년 01월 25일 (금) 강정주 편집부장 edit@ilabor.org

“민주노조 없애겠다는 생각, 한진중공업은 그거 하나 밖에 없는 회사입니다.”

1월16일, 27일째 최강서 열사 투쟁을 벌이고 있는 한진중공업지회 조합원들은 한 목소리로 말했다. 박창수, 김주익, 곽재규, 최강서 열사까지 네 명의 열사가 목숨을 끊었고 그렇게 만들어온 합의마저 휴지 조각으로 만들어버리는 한진중공업 자본의 끔찍함에 치가 떨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차해도 지회장은 “한진그룹 역사상 많지 않았던 민주노조였다. 하지만 영도조선소에서 민주노조의 깃발을 세우고 현장이 자신들 뜻대로 통제되지 않는 것 때문에 노조를 없애는 것은 오랜 회사의 목표였다”고 꼬집었다. 영도조선소 축소, 폐쇄를 비롯해 회사의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민주노조 말살은 회사에게 필수적이었다는 것.

2011년 지회의 오랜 투쟁 끝에 회사의 정리해고 계획이 온전히 실행되지 못했지만 회사는 또 다른 탄압을 준비해왔다. 홍성노 지회 교선부장은 “회사는 이제 와서 2011년 당시 정리해고 철회를 합의했던 것도 교섭이 아니었다고 그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 앞에서는 정리해고 철회와 공장 정상화를 약속했지만 뒤에서는 민주노조 탄압을 본격화했다. 회사가 내민 핵심 카드는 복수노조였다.

열사 네 명을 만든 노조 탄압

2011년 10월 현재 차해도 집행부가 당선됐고 11월10일 정리해고 철회 노사합의를 했다. 그리고 두 달 만에 한진중공업에 복수노조가 설립됐다. 차 지회장은 “회사 의도 아래 만들어진 노조다. 설립 이후 조합원들이 어려움을 느끼는 생계 등을 핑계로 엄청난 작업이 진행됐고 대다수의 조합원이 복수노조에 가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민주노조 없애겠다는 생각, 한진중공업은 그거 하나 밖에 없는 회사입니다.” 최강서 열사 투쟁을 벌이고 있는 한진중공업지회 조합원들은 한 목소리로 말했다. 12월27일 최강서 열사정신계승 민주노총 영남권 결의대회를 마친 금속노동자들이 한진중공업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신동준

회사는 정리해고 합의 이후 곧바로 2011년 12월 물량 부족으로 인한 순환휴업을 요구해왔다. 당시 지회는 물량이 없다면 전체 조합원이 2개월씩 순환휴직을 할 것을 제안했지만 회사는 지회와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6개월 순환휴직을 통보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6개월이 지나고 복귀를 애타게 기다리던 지회 조합원들에게 회사는 가정통신문 등을 통해 무기한 강제 휴업을 통보했다.

“이때부터 복수노조와 차별이 본격적으로 드러났다. 회사는 무기한 휴업을 시키면서 일부 인원들만 개별 복귀시켰는데 대다수가 복수노조 조합원이었다. 현재 400여 명이 공장 안에서 일하고 있는데 이 중 금속노조 지회 조합원은 단 10명 뿐 이다.” 차 지회장은 현장 상황을 전했다.

문영복 수석부지회장도 “3년 넘게 긴 투쟁을 하면서 해고자도 비해고자도 제대로 된 임금을 받아본 적이 없다”며 “그때 생긴 빚도 많은데 1년 넘게 휴업 중인 조합원들의 생계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복수노조로 간 조합원들도 먹고 살아야 하니 어쩔 수 없이 갔다고 말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라는 설명도 덧붙인다.

현장 일하는 노동자 4백 명 중 지회 조합원은 단 10명 뿐

정리해고 철회 합의로 현장 복귀한 조합원들도 세 시간 만에 강제휴업 통보를 받았다. 언제 현장에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다들 시달리고 있다고 말한다. 문 수석부지회장은 “회사는 휴업 복귀 문제로 노노갈등 만들고 민주노조 탄압하고 있다”며 “강제휴업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제 2, 제 3의 열사가 반복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강서가 가장 힘들어했던 것도 복수노조 문제였다. 친한 친구들이 복수노조로 가는 것 보면서 너무 괴로워했다. 지회로 돌아오라는 절절함 외침도 그 때문이다.” 서성광 부지회장은 복수노조로 인한 노조탄압의 본질을 꼬집었다.

복수노조와의 차별을 조장하는 한편 노조 지회에 대한 실질적인 탄압도 진행됐다. 회사는 공문을 보내 지난해 12월 26일까지 공장 안에 있던 지회 사무실을 공장 밖으로 옮기라고 했다. 최강서 열사의 죽음으로 지회 사무실 폐쇄가 중단된 상태지만 지회 간부들의 공장과 지회 사무실 출입을 막고 있다. 앞서 지회가 운영하던 소비조합을 복수노조로 이양하라고 했고, 거부하자 조합을 폐쇄하겠다고 했다. 실제 자판기 전원을 끄고 소비조합에 들어가는 물품을 막았다.

서 부지회장은 “복지관은 2003년 김주익, 곽재규 열사 투쟁 이후에 회사가 만든 곳이다. 우리에게 복지관, 공장 안에 자리 잡은 노조 사무실의 의미는 남다르다”며 “회사는 다른 모든 시설을 폐쇄, 이전하면서 지회 사무실을 없애겠다는 명분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람이 죽었는데도 생명의 위협 느낀다며 집 앞에 오지 말라고 가처분 내고, 신문 광고로 거짓말하는 조남호 회장 모습 정말 끔찍하다. 이제는 강서가 그렇게 힘들어했던 복수노조를 앞세워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식의 거짓 행동을 취하는 것에 유가족도, 조합원들도 모두 분노하고 있다. 결코 그런 회사의 태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은 조남호 회장의 끊임없는 노조탄압이 결국 최강서 열사를 죽였다고 분노를 삭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