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기사

4대강 공사구간 태풍 피해

양현모 2011. 6. 26. 20:33

지진 일어난듯…상주보 제방 300m 깎여
4대강 공사구간 태풍 피해
제방위 도로 일부 유실…금강7공구 구조물도 붕괴
환경단체 “준설로 유속 빨라진 탓…더 큰 피해 우려”
한겨레 박주희 기자기자블로그

 

» 제5호 태풍 메아리로 인해 제방이 300m 깎여나간 경북 상주시 낙동강 33공구에서 26일 오후 관동대 박창근 교수가 기자와 시민단체 회원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붕괴가 진행되고 있는 제방 뒤로 상주보가 보인다. 상주/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장마 전선과 태풍 메아리의 영향으로 불어난 거센 강물에 4대강사업 공사 구간 곳곳이 깎이고 쓸려가는 등 사업 시작때부터 우려됐던 홍수기 피해가 잇따랐다.

경북 상주시 4대강사업 33공구의 상주보 제방이 300m쯤 위태롭게 깎여나갔다. 상주보를 기준으로 보 바로 왼쪽에 연결돼 있는 이 제방은 지난달 초 내린 비로 이미 100m 이상이 유실된 상태였다. 이번 비로 다시 경사면이 가파르게 깎여나갔고, 일부 구간은 흙이 더미째 무너져내려 텅 비었다. 경사면이 쓸려나간 제방 위 도로 일부도 무너져내렸다.

황인철 녹색연합 4대강현장팀장은 “상주보는 가동보 부분이 낙동강 왼쪽으로 치우쳐 있어 이 부근을 지나는 강물의 유속이 빨라졌다”며 “이렇게 세진 물살이 보 왼쪽 제방을 침식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황 팀장은 “지난 비에 깎였던 부분이 이번 비로 더 심하게 깎였기 때문에 앞으로 홍수기에 침식이 계속되면 제방 붕괴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봄비에 제방 일부가 깎여나가 보강공사를 하던 중 이번 집중호우로 제방이 유실된 것”이라고 말했다. 상주에는 지난 24일 하루 강수량이 144.9m였지만, 22~26일 사이 하루 강수량은 15.7mm~53.8mm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4대강사업 금강 구간 곳곳도 태풍으로 무너졌다. 지난 25일 낮 12시30분 충남 공주시 쌍신동 금강 가로수길(일명 에스케이 가로수길) 옆 콘크리트 수로구조물 가운데 15m가 붕괴됐다. 수로 바닥을 준설해 쌓아올린 흙도 일부 유실됐다. 이 수로는 금강7공구 공사를 맡고 있는 에스케이 건설이 쌍신동에서 금강으로 흐르는 하천을 넓히고 수로구조물을 보강한 곳이다. 대전충남녹색연합의 현장 점검결과, 수로와 맞닿아 있던 흙이 급류에 유실되면서 흙 사면을 싸고 있던 콘크리트가 떨어져 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또 하상보호공을 설치해 물길을 직선화한 공주 월송천 합수부, 공주 산림박물관 앞 왼쪽 사면, 공주 대교천 다리교각 하상보호공 등도 무너지거나 일부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앞서 최근 보 가운데가 브이(V)자로 내려앉은 공주 유구천 합수부는 물결이 파도를 치듯 격류를 이뤘다. 보 붕괴 원인을 놓고 공주시는 준설로 물살이 빨라져 수십년 동안 안전하던 보가 내려앉은 만큼 정부나 4대강 시행사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준설로 하상 깊이가 낮아지면서 물살이 빨라진 곳과 공사구간이 급경사 사면인 곳에서 앞으로도 비슷한 피해가 집중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대전충남녹색연합 양흥모 처장은 “쌍신동 수로의 경우, 공사하지 않은 반대쪽 사면은 피해가 없는 점으로 미뤄 수로와 본류 준설로 물살이 빨라지면서 사면이 유실된 것으로 보인다”며 “장맛비와 또다른 태풍이 닥치면 이같은 피해가 잇따르고 규모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 대전/박주희 송인걸 기자

hope@hani.co.kr

한발만 헛디디면...무너진 상주보 제방 '아찔'
[현장] 김진애 민주당 의원 "설계결함이 아니고는 설명할 길 없어"
김도균 (capa1954) 기자권우성 (kws21) 기자
  
4대강 사업 공사가 한창인 경북 상주시 낙동강 33공구 '상주보' 하류 좌측 제방에서 26일 오전 수백미터가 무너져 내린 것이 확인된 가운데, 현장 조사에 나선 김종남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이 제방 곳곳에 금이 가고 있어 추가 붕괴가 우려된다며 금간 곳을 가리키고 있다.
ⓒ 권우성
4대강사업

  
제방 수백미터가 무너져 내린 가운데, 상주보에서는 누런 흙탕물이 거세게 쏟아져 내리고 있다.
ⓒ 권우성
4대강 사업

 

[기사 보강 : 26일 오후 6시]

 

"정말 심각한데요. 이건 보통 문제가 아닙니다."

 

26일 오후 경북 상주시 낙동강 33공구 상주보 아래 좌측 제방에서 만난 김진애 민주당 의원은 세차게 밀려 내려가는 물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날 오전 칠곡군 왜관읍 옛 왜관철교 붕괴 현장에서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김 의원은 상주보 아래쪽 제방이 거센 물살에 휩쓸려 내려갔다는 소식을 듣고 이곳을 찾은 것.

 

김 의원이 가리키는 손끝을 따라가니 상주보 수문을 통해 쏟아져 나온 세찬 물결위로, 무너져 내린 제방 끝부분이 언제라도 무너져 내릴 듯 위태롭게 보였다.

 

"수문이 한쪽으로만 나 있으니 제방이 이 유속과 유량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진 겁니다. 이런 것 하나도 고민하지 않고, 도대체 이런 재앙을 일부러 만들려는 건가요?"

 

건축가 출신의 김 의원은 강을 인위적으로 반으로 막아놓고 급류를 만들어 놓아 한쪽 강안이 휩쓸려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고 진단했다. 특별히 많은 비가 내린 것도 아니고, 장마철에 통상적으로 내린 비에 300여 미터의 제방이 휩쓸려 내려간 것은 설계결함이 아니고서는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 김 의원의 지적이다.

 

김 의원은 "더 큰 문제는 이것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는데 있다"고 말했다.

 

  
4대강 사업 공사가 한창인 경북 상주시 낙동강 33공구 '상주보' 하류 좌측 제방에서 26일 오전 수백미터가 무너져 내린 것이 확인된 가운데, 현장 조사를 나온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왼쪽)와 김진애 민주당 의원(오른쪽)이 붕괴 전 현장 사진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권우성
박창근

김 의원과 함께 현장을 둘러 본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 역시 큰 우려를 표시했다.

 

박 교수는 "(보 공사를 하기 전) 수리 모형 실험을 엉터리로 한 것 같다"며 "이렇게 상주보가 만들어진 이상 앞으로도 강안의 급속한 침식은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교수는 또 "상주보 위쪽에는 다시 퇴적층이 쌓이고 있다. 보 상류에는 준설을 해도 다시 퇴적물이 쌓여 원상태로 돌아가고, 보 하류에는 인공적인 급류가 만들어져서 급속하게 침식이 일어나고 있다"며 "4대강 사업이 얼마나 부실하게 이루어졌는 지하는 것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녹색연합 황인철 4대강현장팀장은 "상주보 건설 전에 찍힌 위성사진을 보면 이번에 무너져 내린 강안은 넓게 모래톱이 펼쳐져 있던 지점"이라며 "모래톱은 물이 완만하게 흐르고 있는 곳에 생기는데, 상주보의 수문을 만들어서 인위적으로 물의 흐름을 바꿔 제방이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황 팀장은 이어 "상주보에서는 지난 5월에도 가물막이 유실된 적이 있다"며 "이런 점들을 종합해보면 상주보는 근본적으로 부실하게 설계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공사현장 관계자들이 돌망태 등을 이용해 무너진 제방을 복구하겠다고 하는데, 비가 얼마나 더 내릴지 모르는 장마철에 이것은 안전을 무시한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속도전으로 추진되는 4대강 사업 앞에 낙동강 제방과 둔치는 곳곳에서 재난에 노출돼 있다.

 

  
상주보 아래쪽 제방이 무너지면서 배수관 등이 밖으로 노출되어 있다.
ⓒ 권우성
4대강사업
  
수문이 하류를 바라보고 좌측에 치우쳐 있는 상주보. 이 곳에서 나오는 거센 물살에 죄측 제방이 무너져 내렸다.
ⓒ 권우성
4대강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