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법원 소속 집행용역원에 의해 강제로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밖으로 끌려 나온 노동자들이 외쳤다. 울분을 참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지기도 하고, 부인을 끌어 안고 울기도 했다. 이날 오후 3시 30분경부터 5시경 사이 조합원 60여 명이 밖으로 나왔다.
이들은 대부분 생활관 앞에서 농성 중이거나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고공농성 중인 85호 크레인 아래에 있다가 법원 대집행과 용역에 의해 강제로 밖으로 끌려나왔다.
김순채씨는 "전부 바닥에 누워 있다가 저항했는데, 끌려 나왔다. 우리는 평화적으로 있다가 끌려 나온 것이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한진중공업지회 대의원 김한철씨는 "나오면서 다친 사람은 없지만, 걱정이다"고 말했다.
조합원들은 노사 합의했다는 사실도 부정했다. 채길용 지회장 등 지도부는 이날 오전 회사와 노사협의에서 합의했다며 조합원 업무복귀를 선언했다. 한진중공업 사측은 이날 언론사와 부산지역 기관단체에 팩시밀리를 보내 합의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합의문에 보면 채길용 지회장이 서명한 것으로 되어 있다.
공장 안에 있다가 나온 조합원들은 지도부를 맹비난했다. 이날 새벽 지도부와 조합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었는데, 이때 채길용 지회장은 업무복귀와 함께 회사와 협상을 타결지었다고 밝혔다. 이때 한 조합원이 무릎을 꿇고 업무복귀 등에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조합원은 "타결이 아니라 야합이다. 지도부가 일방적으로 한 것이다. 지도부가 자신이 없으면 자진사퇴해야 하는 것 아니냐. 조합원 모두는 인정하지 않았다"면서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또 다른 조합원은 "지도부가 이야기를 하자고 해서 모였는데, 보고대회 비슷하게 열었다. 조합원들은 전부 반대했다. 29일 국회 청문회에다 7월 9일 2차 희망버스가 올 예정인 가운데, 프로그램에 맞추어 놓고 교섭을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대의원 김한철씨는 "지회장이 직권으로 합의를 했다고 하더라도 절차상 문제가 있고, 금속노조 위원장과 합의가 없었기에 효력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은 "지난 25일에도 지회장과 통화를 했는데, 이런 상황이 올줄 몰랐다"면서 "교섭 합의 사항은 조합원의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 보도에도 불신했다. 한 조합원은 "우리는 언론도 못 믿는다. 그래서 트위터로 알리고 있다. 누굴 믿고 이야기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법원 집행관들은 이날 오후 5시경 85호 크레인 아래에 있다가 철수했다. 밖으로 나온 조합원과 민주노총 부산본부 조합원, 야당과 시민단체 회원 등 100여 명은 한진중공업 정문 앞과 85호 크레인이 보이는 도로 건너편에 모여 구호 등을 외치며 집회를 벌이고 있다.
▲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27일로 173일째 85호 크레인에서 고공농성 중인 가운데, 조합원들이 공권력 투입에 대비해 밧줄을 메고 계단에 앉아 있다.
집달관들은 85호 크레인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밧줄로 몸을 묶고있는 일부 조합원들을 끌어내리는데 성공했지만, 인명피해 가능성 등을 고려해 일단 철수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노조원들은 생활관(70~80명)과 크레인(20~30명)에 흩어져있고, 야당 국회의원들은 정문 앞에서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다.
▲ 끌려나오는 한진중 노조원 대규모 정리해고 문제로 6개월 넘게 총파업과 직장폐쇄 등으로 갈등을 빚어온 한진중공업 노사가 27일 노사협상을 사실상 타결한 가운데 법원 집행관과 용역업체 직원 등 2백여명이 서문을 통해 공장 안으로 들어가 '퇴거 및 출입금지 가처분에 의한 강제퇴거집행'에 따라 85호 크레인 밑을 지키고 있던 노조원들을 끌어내고 있다.
이날 오후 야당 국회의원들과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이 공장 밖으로 나와 내부 상황을 전했다.
김영훈 위원장은 "법원 집달관들을 만나서 퇴거 명령 집행 과정에서 있을 지 모르는 위험 상황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려고 했지만 용역들에게 막혀 만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진중 김성회 부사장은 이들에게 "사유지에 못 들어가게 하는 것이 뭐가 잘못이냐?"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최길용 노조위원장은 회사와의 합의 사실은 인정했지만,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김영훈 위원장은 "노사간의 (잠정) 합의가 이뤄졌다면 조합원 의견을 묻는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데, 법원이 강제퇴거를 집행하는 것은 절차상 모순이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정동영 의원도 "(강제퇴거는)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 29일 국회 청문회에 조남호 회장이 직접 출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법원, 한진중공업 행정대집행 대규모 정리해고 문제로 6개월 넘게 총파업과 직장폐쇄 등으로 갈등을 빚어온 한진중공업 노사가 27일 노사협상을 사실상 타결한 가운데 법원 집행관과 용역업체 직원 등 2백여 명이 서문을 통해 공장 안으로 들어가 85호 크레인을 지키고 있던 노조원들과 대치하고 있다.
농성자들에 따르면, 27일 오후 2시30분경 집달관들이 노조원들이 농성 중인 영도조선소 복지관을 찾았지만 조합원들은 문을 잠그고 대화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성 노조원들과의 접촉에 실패한 집달관들은 약10분 뒤 김진숙 민노총 지도위원 등이 있는 85호 크레인 쪽으로 이동했다.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35m 높이 85호 크레인에서 27일로 173일째 고공농성 중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노조 지회 집행부의 업무복귀 선언에 대해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김 지도위원은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집행부는 업무복귀를 하고 정리해고와 관련해 행정소송을 지원한다는 방침이었다. 오늘 오전 3시30분부터 7시까지 회의를 했는데 조합원들은 극렬하게 반대했다"면서 "집행부는 휴회한 뒤 복귀하지 않았다. 조합원들은 집행부의 기자회견을 막으면서 농성을 벌였다"고 말했다.
또 그는 "정리해고 행정소송에 대해서는 전혀 이야기가 없었다. 행정소송을 하면 3년 넘게 걸리고, 대법원에서 복직 판결이 내려지더라도 회사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만이다, 그래서 조합원들은 다 반대했다"며 "집행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권력 투입 여부에 대해, 김 지도위원은 "들어오겠다는데 어떻게 하겠느냐"며 짧게 말했다.
한편 해고자 20여명은 이날 오전 김진숙 지도위원이 고공농성하고 있는 크레인에 밧줄로 묶고 용역경비와 공권력 투입에 대비하고 있다. 이들은 크레인 계단에 올라가 중간 위치에 모여 있다.
상당수 조합원들은 노동조합 사무실 앞에서 용역경비원과 대치하고 있으며, 일부 조합원들은 건물 옥상에 올라가 있다
▲ "85호 크레인 우리가 지킨다!" 27일 오전 법원의 '퇴거명령' 강제 대집행을 대비해서 김진숙씨가 장기농성중인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에 해고노동자 사수대 수십명이 올라가 있다.
대규모 정리해고로 6개월 넘게 노사 갈등을 빚고 있는 전국금속노동조합 부산양산지부 한진중공업지회(지회장 채길용)가 업무복귀 선언을 해 논란을 빚고 있다.
금속노조 지부와 지회에 따르면, 한진중노조 집행부가 27일 오전 "전 조합원은 업무에 복귀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한진중노조는 이날 오전 10시 기자회견을 통해 업무복귀와 관련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었다.
그러나 업무복귀 선언 이후 조합원과 대의원들이 반대 입장을 나타내며 논란을 빚었다. 한진중 노조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고, 일부 언론사에 이메일을 보내 "업무복귀를 하되, 정리해고 철회 투쟁은 계속한다"고 밝힌 것이다.
이에 대해 한진중 노조 대의원 박성호씨는 "집행부가 업무복귀를 선언했다. 조합원과 대의원은 업무복귀에 반대하고 있다"며 "집행부만 하겠다고 해서 막았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 지부 유장현 교선국장은 "조합원·대의원과 토론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은 공장 바깥인데 용역경비원이 막고 있어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다. 업무복귀 여부는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진중 노조 채길용 지회장과 최우영 사무장, 오길평 교선부장 등 간부들은 휴대전화가 꺼져 있거나 받지 않고 있다. 조합원 170여 명은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안에 있는 노동조합 사무실 주변에 모여 있으며, 영도조선소 정문 안쪽 민주광장에는 용역경비원이 들어와 있고, 정문 바깥에는 경찰력이 배치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