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사랑

민노-참여당 통합하면 진보통합 좌초한다"

양현모 2011. 9. 22. 21:33

민노-참여당 통합하면 진보통합 좌초한다"

진보진영 인사 353명,

민노-참여당 통합 반대... 민노당 내부도 입장 갈려

이경태 (sneercool) 기자
 

 

  
노회찬·조승수 진보신당 전 대표, 임성규 민주노총 전 위원장, 김세균 진보교연 대표 등 진보진영 인사 353명이 22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노동당-국민참여당 통합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 이경태
진보통합

 

민주노동당(민노당)과 국민참여당(참여당)의 통합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참여당을 통합대상인지 대의원에게 묻는 민노당 임시당대회는 불과 사흘 뒤에 열린다.

 

진보신당 내 통합파가 주축이 된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통합연대(통합연대)'와 '진보정치세력 연대를 위한 교수·연구자 모임(진보교연)', 민주노총 전 지도부 인사 등 진보진영 주요 인사 353명은 22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참여당과의 통합 추진은 진보대통합의 근본정신을 훼손하는 일"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민노당 당대회 결과에 따라, 진보대통합이 끝끝내 좌초하고 말 것인지, 아니면 진보대통합이 지속될 수 있을지 결정될 것이라 판단한다"며 "참여당의 주요 인사들은 노동시장 유연화, 비정규직 양산, 파병 및 한미FTA 등을 추진했던 국민의 정부·참여정부의 인사들로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민노당이 25일 당대회를 통해 참여당과 통합을 결정하게 된다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이라고 분명히 밝힌다"며 "우리는 보수세력 및 자유주의세력과 구별되는 새로운 통합진보정당의 건설만이 진보정치세력의 독자적인 성장과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즉, 참여당을 진보정당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얘기였다.

 

또 참여당과의 통합을 철회하고 '새로운 통합진보정당 추진위원회(새통추)'를 통해 통합진보정당을 건설하자고 호소했다.

 

"민노-참여당 통합, '진보+자유주의 연합정당'이란 희대의 기형아 탄생"

 

기자회견에 참석한 노회찬·조승수 진보신당 전 대표, 임성규 민주노총 전 위원장,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 정용건 사무금융연맹 위원장, 김세균 진보교연 공동대표 등의 어조는 좀 더 강경했다.

 

노회찬 전 대표는 "진보정치가 전근대적인 NL 대 PD 구도에 갇혀서 통합이 불가능하단 관점과 진보의 정체성마저 내던지면서 선거에서 승리하는 게 올바른 성장이라 보는 관점 양쪽에서 위협당하고 있다"며 "민노당이 당대회에서 참여당 통합을 확정한다면 진보대통합을 위한 마지막 노력은 좌초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조승수 전 대표는 "민노당 당권파의 '자주적 민주정부' 수립이란 전략적 노선에 비쳐볼 때도 참여당과 통합은 이해되지 않는다"며 "차라리 참여당과 통합하려면, 민주당과도 통합하는 게 맞다"고 비판했다.

 

조 전 대표는 이어 "그분들의 노선으로도 지금의 통합 움직임을 설명 못 한다"며 "민노당 대의원들께서 진보정치의 가치를 위해 용기 있고 현명한 결단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김세균 진보교연 대표는 "참여당 통합 문제가 본격적으로 나오면서 진보대통합 논의를 전면적으로 허무는 결과를 맞이했다"며 "민노당이 참여당과 통합한다면 그건 '진보+자유주의 연합정당'이고 희대의 기형아인 셈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참여당과의 통합 시도는 진보정치세력의 독자적 성장을 폐기하는 일"이라며 "진보정치를 안락시키는 일을 민노당 당원들과 대의원들은 막아야 한다, 창당정신을 되새겨서 참여당과 통합 안건을 부결시켜달라"고 강조했다.

 

"참여당 통합 결정하면 민주노총 엄청난 혼란과 불신 겪게 될 것"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은 이번 민노당 당대회 결과에 따라 민주노총이 분열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 당시 민주노총은 한미FTA, 비정규직법 개악 등에 맞서 12번의 총파업 지침을 내렸다, 당시 이 때문에 나도 감옥에 갔다왔다"며 "이 같은 참여정부의 핵심이 모여 있는 곳이 참여당인데 어떻게 진보정당으로 규정될 수 있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위원장은 이어 "(참여당과의 통합은) 진보정치의 길이 아니라 진보를 자유주의에 갖다 바치는 것"이라며 "민노당이 만약 통합을 결정한다면 노동현장에서 이에 맞서는 조직이 새롭게 구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참여당과 통합된 민노당을 노동자 정당으로 볼 수 없는 조합원들이 하나로 규합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민주노총은 23일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다룰 것이다, 참여당이 통합대상이 아니라고 분명히 규정하지 못하면 민주노총 내부 분열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용건 사무금융연맹 위원장도 "(참여당과의 통합이 결정되면) 정당들은 다른 조직인 만큼 혼란이 적을 수 있지만 민주노총은 엄청난 혼란과 불신을 겪게 될 것"이라며 "이를 저지하기 위한 슬기로운 결정이 23일 나오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돌이킬 수 없는 혼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노당 내부도 시끌시끌... 전·현직 대표 찬반 입장 갈려

 

  
지난 8월 8일 저녁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공개토론회'에서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와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진보대통합에 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 남소연
이정희-유시민

 

한편, 민노당 내부에서도 참여당과의 합당을 놓고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당의 전·현직 대표가 참여당 합당 문제를 놓고 같은 날 상반된 입장을 내놓은 것이 대표적 예다.

 

권영길·강기갑·천영세 전 대표는 지난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참여당과 통합을 결정하게 된다면 진보의 반쪽을 버리는 결과를 가져온다"며 반대 입장을 표했다.

 

이들은 "진보통합을 바라는 많은 분들이 참여당은 통합대상이 아니라고 입장을 표명한 상황에서 참여당과 '선통합'이 추진된다면 진보정치 세력의 절반이 등을 돌리게 될 것"이라며 "전직 당대표 3인은 참여당과의 통합 추진 여부를 표결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인식을 함께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참여당 통합여부에 대한 표결이 당대회에서 강행된다면 전직 당대표 3인은 송구스럽게도 바대 입장을 표명할 수밖에 없다"며 "고민스럽지만 두려운 선택은 아니다, 진보대통합의 대의를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정희 대표는 같은 날 '당대회를 앞두고 당원들과 대의원들에게 보내는 글'을 통해 참여당을 통합대상으로 인정해달라고 호소했다.

 

이 대표는 "대의원 493명이 발의안 원안 그대로 가결시켜주시기를 간절히 호소드린다, 그래야 우리가 2012년의 역사적 책무를 이행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때가 됐다, 2012년에 이기기 위해 통합진보정당을 만드는 것은 어길 수 없는 약속"이라며 "우리가 먼저 걸음을 내디뎌 11월 노동자대회 전 통합진보정당을 건설하는 결실을 만들어내자"고 호소했다.

 

또 "참여당을 통합 대상이 아니라 보시는 분들도, 당이 우경화된다고 우려하는 분들도 많으나 우려의 근거를 일일이 논박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미래를 함께 만들 힘이 우리 당원들에게 있느냐를 확인하는 것"이라며 "그 힘만 있다면 지금의 우려는 통합진보정당에 좋은 약이 돼 진보의 정책을 갈고 닦게 하리라 본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어떤 결론이 나오든 함께 가자"며 "제가 제안한 방향과 달리 결정된다 해도 저는 평생을 민노당과 함께, 민노당이 만들어내는 모든 것과 함께하며 당원 여러분의 결정에 복종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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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대표

“대의원 493명 발의한 원안 가결시켜달라”

9.25당대회 호소문… “당원들 힘 믿고 먼저 손 내밀어 진보의 바다로 가자”
/ 박경철 기자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가 9월25일 열리는 당대회를 앞두고 당원과 당 대의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당원들의 힘을 믿고 먼저 손을 내밀어 대의원 493명이 발의한 원안 그대로 가결시켜주시기를 간절히 호소 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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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편지에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때가 됐다”며 “2012년에 이기기 위해 통합진보정당을 만드는 것은 어길 수 없는 약속”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표는 또 “국민들은 진보정당이 빨리 큰 힘을 만들어 돌풍을 일으키길 바라고 있다”며 “합치기만 하면 표 찍어주고 이기게 해줄 테니, 제발 합치기만 하라고들 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복잡한 상황에서 누구도 발을 떼지 못했지만, 논의를 촉발한 우리가 먼저 걸음을 내디뎌 11월 노동자대회 전 통합진보정당을 건설하는 결실을 만들어내자”며 “그것이 먼저 제기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다수 당원들이 우리 당의 입장을 이번 당대회에서 확인하기를 바란다”며 “시간을 더 보내다가는 국민들의 기대는 더 흩어져, 내년 총선과 대선의 돌풍은 생각조차 할 수 없다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끝으로 “분당의 위기에서 민주노동당을 구하고 통합과 연대의 중심, 통합진보정당 건설의 동력으로 세워온 제1의 비결은, 우리는 함께 결정하고 함께 간다는 원칙”이라며 “제안드린 방향과 달리 결정된다 해도, 저는 평생을 민주노동당과 함께, 민주노동당이 만들어내는 모든 것과 함께 하며 당원 여러분의 결정에 복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백승우 민주노동당 사무부총장은 21일 당대회 안건인 ‘향후 진보대통합 추진방안’ 해설 글을 당 홈페이지 공지란에 올렸다.

 

당대회 안건은 다음과 같다. “민주노동당은 진보신당의 9.4 대의원대회에서 5.31합의문 및 8.28합의문이 부결된 조건에서도 그간의 합의정신에 따라 진보대통합을 바라는 모든 분들을 존중할 것이며, 5.31최종합의문에 동의한 국민참여당이 통합 대상임을 확인하고 8월27일 구성된 새통추에 참여하는 모든 개인, 단체 및 정당과 함께 11월 노동자대회 이전에 새로운 통합진보정당을 건설한다. 구체적 추진은 실정과 조건을 고려하여 현 수임기관에 위임한다.”

 

 

이에 대해 백 사무부총장은 해설 글에서 먼저 “국민참여당이 통합 대상인지 여부에 대한 당론을 정하자는 것으로 지금까지 우리 당 안팎에서 온갖 주의주장이 난무했으나 국민참여당이 통합 대상인지 여부에 대한 당론이 없었다”며 “국민참여당이 통합 대상인지 여부에 대해 당의 공식 당론이 정해져야 우리 당이 향후 정치적 행보를 명확히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참여당이 통합 대상이란 당론이 확정되면 국민참여당을 포함해 새통추에 참가하는 모든 개인, 단체 및 정당과 함께 새로운 통합진보정당을 건설하겠다는 것”이라며 “2012년 4월11일 치러질 제19대 총선 예비후보 등록일이 12월13일로 이런 조건에서 최소한 1개월 이전엔 새로운 통합진보정당을 출범시켜야 당내 후보 선출절차를 거쳐 순조롭게 예비후보 등록을 하고 총선 준비를 제대로 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11월13일 전국노동자대회가 있는 상황에서 아무리 늦어도 전국노동자대회 전까지는 통합정당 건설을 완료해야 진보정당이 노동현장의 기대와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건이 의결될 경우 수임기관 권한 위임에 대해선 “(국민참여당이 통합 대상임이 당론으로 정해질 경우)국민참여당뿐만 아니라 새통추에 참가하는 개인, 단체와 함께 새로운 통합진보정당 건설을 추진할 권한을 현 수임기관에 위임하는 절차를 확인하는 것”이라며 “언제, 어떤 방식으로 새로운 통합진보정당을 건설할 것인지 여러 변수가 있을 텐데 그때마다 매번 대의원대회를 열 수는 없으므로 현 수임기관에 권한을 위임하여 구체적 실정과 조건에 맞게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추진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9.25당대회를 앞두고 이정희 대표가 당원들과 대의원들에게 보내는 글]

 

당원들의 힘을 믿고 먼저 손을 내밀어 진보의 바다에 함께 갑시다

 

존경하는 대의원 여러분, 당원 여러분,

 

9월 25일 대의원대회를 앞두고 온 길을 돌아봅니다. 참으로 길고 험했습니다. 통합진보정당을 만들면서도 그 주역인 당원들의 토론과 참여를 활발히 하지 못한 부족함이 매우 컸습니다. 이 과정을 통합정당에 자리 잡아야 할 합의제 존중의 원칙에 스스로를 단련시키는 시간으로 삼자 여겼지만, 저부터 때로 거칠고 급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제가 모자란 탓입니다. 걱정을 드려 죄송합니다.

 

우리 모두가 뜻을 모으려 노력했습니다. 절차 이의도 다 받아들였고, 아무리 힘든 토론이어도 언제나 수임기관 대다수의 합의안을 냈고, 그것조차 바꿔가며 대의원들의 만장일치를 만들어냈습니다. 하지만 이번 당 대회를 앞두고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찬반 의견이 각각 강한 상황을 걱정하시는 분들도 많으십니다. 두 가지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먼저, 통합진보정당 건설을 제기한 정당으로서 국민들께, 우리 당원들 모두에게 함께 책임지자는 것입니다. 둘째, 우리 당원들의 힘을 믿자는 것입니다.

 

첫째, 책임에 대해서입니다.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이 되면서, 제가 눈물이 많아졌습니다. 아직도 박종태 열사 사진만 보아도 눈물이 납니다. 쌍용차 조합원들 소식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내려앉습니다. 힘들다고 느낄 때도 많아졌습니다. 국회에서 겪는 일 때문입니다. 한나라당의 조롱과 야유 때문이 아닙니다. 그쯤은 이미 익숙해졌습니다.

 

정말 힘든 것은, 사장 한 명 국회 증인으로 부르려 해도 민주당 손 빌려야 하고 한나라당이 버티면 불가능한 상황의 무력감입니다. 허공에서 계절을 몇 차례 바꾸는 노동자들에게 어떤 의지도 못 되는 것이 억울합니다. 정부 여당의 반서민 질주를 막겠다고 다짐하지만 결국 한 마디 회의록에 남기는 상황이 속상합니다. 노동자들이 거리에서 지새는 시간, 그 어느 한 때도 죄책감에서 놓여나는 때가 없습니다. 이것밖에 못 해, 늘 스스로를 질책합니다.

 

진보정당이 더 이상 언제까지 무력하게 국회 안에 존재하는 것에서만 의미를 찾겠습니까. 진보정당을 만들어준 노동자 농민 민중들은 진보정당이 힘을 가지고 자신들을 지켜내기를 요구합니다. 힘을 키워라, 이것이 이분들의 명령입니다. 서러움, 힘겨움, 죄책감, 다 털어내려고 2012년을 준비해왔습니다. 기필코 총선에서 이겨서, 국회를 뒤흔들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노동자들이 키워낸 정당이 노동조합법 최저임금법 고쳐내는 모습 보란 듯이 만들어내고 싶습니다. 정권교체 해내어 다시는 경찰이 노동자들 못 때리게 못 가두게 하고 싶습니다.

 

국민들은 희망의 정치세력을 기다립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더 이상 기대하지 않습니다. 국민들과 함께 고생한 진보정당이 빨리 큰 힘을 만들어 돌풍을 일으키기를 바라십니다. 합치기만 해라, 우리가 표 찍어주고 이기게 해 줄 테니, 제발 합치기만 하라고들 하십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때가 되었습니다. 2012년에 이기기 위해 통합진보정당을 만드는 것은 어길 수 없는 약속입니다. 복잡한 상황에서 누구도 발을 떼지 못했지만, 논의를 촉발한 우리가 먼저 걸음을 내디뎌 11월 노동자대회 전 통합진보정당을 건설하는 결실을 만들어냅시다. 그것이 먼저 제기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길입니다.

 

국민참여당의 합류 문제가 제기되면서 진보신당과 통합이 늦어지고 어려워졌고 그 책임이 제게 있다는 질책이 많습니다. 꾸지람 그대로 다 받겠습니다. 한 톨의 빚이라도 제가 언제까지든 다 갚겠습니다.

 

지금 당대회를 하기보다 진보신당에서 통합을 추진하던 분들이 먼저 오시도록 하자는 의견의 충정을 이해합니다. 10년 진보정당 함께 해오던 분들께 먼저마음 돌리는 것 당연합니다. 저 역시 통합정당에 오시려는 분들에 대한 반가운 마음 변함없습니다. 진실한 동지가 될 마음의 준비는 이미 다 되어 있습니다. 저를 더 낮추고 낮추어 모시겠습니다.

 

국민참여당의 합류 자체에 대해 반대하는 분들도 많으십니다. 그분들의 의견도 정말 귀합니다. 분당의 위기에서 함께 당을 지켜온 우리이기에, 이번 당대회에서 입장을 결정할 경우 올 충격에 대한 고심도 크실 것입니다. 하지만 다수 당원들이 우리 당의 입장을 이번 당대회에서 확인하기를 바랍니다. 시간을 더 보내다가는 국민들의 기대는 더 흩어져, 내년 총선과 대선의 돌풍은 생각조차 할 수 없다 보기 때문입니다. 어렵더라도, 이제는 2012년 권력교체기를 어떻게 맞이할지 함께 토론하고 결정해야 이 시기의 역사적 과제를 수행할 수 있다는 많은 분들의 판단도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이것은 당원으로서 같은 당원들에게 져야할 책임이기도 합니다.

 

둘째, 믿음에 대해서입니다.

 

지금 통합문제의 고민이 깊지만, 이것도 우리 힘이 만들어낸 상황의 변화에 따른 것임을 고려해주십시오. 작년 말에는 진보신당만이 논의의 대상이었습니다. 올 상반기 국민참여당이 함께 하고 싶다는 뜻을 피력했습니다. 이 모두, 2010년 지방선거에서 얻은 국민의 신뢰로 가능했습니다. 논의의 진전 역시 4.27 재보궐 선거의 성과 위에서 이루어졌습니다. 난파선이라 조롱당하고 종북주의라 손가락질 받던 때가 엊그제이지만, 민주노동당은 통합과 연대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국민참여당의 성찰이 부족해 통합 대상이 아니라 보시는 분들도, 통합되면 당이 우경화된다고 우려하는 분들도 많으십니다. 저라고 어떻게 걱정 한 조각이 없겠습니까. 하지만 우려의 근거를 놓고 일일이 논박하는 것보다 지금 더 중요한 것은, 미래를 함께 만들 힘이 우리 당원들에게 있느냐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그것만 있으면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우려가 통합진보정당에 좋은 약이 되어 진보의 정책을 갈고 닦게 하리라 봅니다.

 

이렇게 보는 근거는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바로, 우리 당원들을 믿기 때문입니다. 언제 한 번 작은 이익에 눈 돌린 적 없고 어렵다고 포기한 적 없는, 세상어디에도 없는 우리 당원들이 있기에, 통합진보정당의 기틀로 합의된 진보의 원칙은 흔들리지 않을 것임을 확신합니다. 민주노동당 공직자들이 민중의 요구에 따르도록 이끌어온 당원들의 힘이, 통합진보정당의 주요 인사들 역시 민중 앞에 겸허히 서게 할 것이며 당원들의 결정에 따라 행동하게 할 것입니다.

 

지난 대의원대회에 진보신당과 합의한 안을 내놓을 때도, 저는 오직 이 믿음 하나만 생각했습니다. 통합 뒤 당 운영에서 생길 어려움을 당연히 예측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도 어려워 보였으나 간절히 바랬던 진보신당과 당 대 당 통합을 할 수 있다면 어떤 고통도 감수하자고 결심하고 진보신당 안을 온전히 수용했고, 대의원 여러분께 승인을 요청 드렸습니다. 제 결심은 확고했으나, 당원들께는 죄송했습니다. 그러나 합의안을 만장일치로 승인하던 순간에 흘렀던 전류를 기억합니다. "민중이 원하는 것이라면 민주노동당은 무엇이든 한다"는 우리 당원들의 의지와 자신감을 저는 그 순간에 확인했습니다.

 

기필코 통합진보정당을 만들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해서 노동자들은 하늘로 올라가고 여성농민들은 머리를 깎는 서러운 일 다 털어내고 보란 듯이좋은 세상 만들어보겠다는 우리 당원들의 결심을 저는 믿습니다.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우리 당원들이 결심하면 못할 일이 없습니다.

 

시대는 진보의 방향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민주노동당은 분당의 위기를 극복하고 진보의 흐름을 이끌어낸 초유의 일을 만들어낸 장본인입니다. 당원들의 힘을 믿고 먼저 손을 내밀어 진보의 바다에 함께 갑시다. 대의원 493명이 발의한 원안 그대로 가결시켜주시기를 간절히 호소 드립니다. 그래야 우리가 2012년의 역사적 책무를 이행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존경하는 당원 여러분, 이제 우리는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터놓고 토론합시다. 걱정도 설레임도, 반대도 찬성도 모두 우리 당을 지키고 키우려는 사랑에서 비롯된 것임을 믿고 받아들입시다. 거친 말, 지나친 비난은 삼가되, 동료의 말이 불편하더라도 그 본뜻을 이해하려 노력합시다. 그 의견 모두가 통합진보정당이 더 바르게 자리 잡고 더 폭넓게 나아가게 하는 동력이 될 것입니다. 저부터 당원 여러분의 모든 비판과 의견을 겸허하게 받아 성찰과 숙성의 계기로 삼겠습니다.

 

어떤 결론이 나오든 함께 갑시다. 분당의 위기에서 민주노동당을 구하고 통합과 연대의 중심, 통합진보정당 건설의 동력으로 세워온 제1의 비결은, 우리는 함께 결정하고 함께 간다는 원칙입니다. 제가 제안 드린 방향과 달리 결정된다 해도, 저는 평생을 민주노동당과 함께, 민주노동당이 만들어내는 모든 것과 함께 하며 당원 여러분의 결정에 복종할 것입니다.

 

민주노동당의 이름으로 살아온 시간, 길지 않았지만, 제 삶의 어느 때보다 자랑스러웠습니다. 격려도 비판도, 당원들이 주시는 것 모두 고맙게 쌓아두겠습니다. 순탄하지 않은 통합논의과정에서 당원 여러분이 고통을 겪으신데 대해, 이 일을 이끌어온 대표로서 언제 어디에서든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당대회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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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갑‧권영길‧천영세

“9.25당대회서 ‘참여당 표결’ 반대”

전 당대표 3인

“참여당과 선통합, 진보의 반쪽 버리는 결과” 우려 표명
/ 박경철 기자

민주노동당 대표를 지난 강기갑, 권영길 의원과 천영세 전 의원이 21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오는 25일 당 대의원대회에서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을 결정하게 된다면 진보의 반쪽을 버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국민참여당 통합 참여 여부 표결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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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진보통합을 바라는 많은 분들이 국민참여당은 통합 대상이 아니라고 표명한 상황에서 국민참여당과 선 통합이 추진된다면 진보정치 세력의 절반이 등을 돌리게 될 것”이라며 “원하던 원치 않던 25일 대의원대회는 양자택일의 대회가 될 것”이라며 우려했다.

 

3인은 이어 “국민참여당과의 통합 여부를 표결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인식을 함께하고 있다”며 “당의 단합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3인은 또한 “진보신당 대의원대회 결과로 인해 진보대통합을 추진해온 각고의 노력을 무위로 되돌렸다”며 “분열의 길 위에서 한숨 쉬며 앉아 죽을 순 없으니 통합의 길을 포기하지 않았음을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천영세 전 의원은 “당이 갈라선 부분을 통합하고 천천히 외연을 확대해도 늦지 않는다”며 “진보대통합을 함께해 온 민주노동당의 지도부를 포함한 모든 당원과 진보신당 당원, 제 시민사회 인사와 조직에서 원칙과 정체성을 다시 한 번 되새겨 교과서처럼 정도로 가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라고 말했다.

 

강기갑 의원은 “진보정당이 제대로 된 새로운 진보정치를 펼치는 데 있어 대중적 진보정당으로 거듭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진보적 대중정당으로 가는 것도 소홀히 해선 안 된다”며 “최우선 과제는 진보진영의 대통합으로 당대당 통합은 아니지만 진보신당 내 통합세력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영길 의원은 “야당이 단결해서 총선에서 승리하고 정권을 교체하라는 것은 국민의 지엄한 명령”이라며 “전직 당 대표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진보통합을 이루고 그 바탕 위에서 야권연대를 통한 총선승리, 정권교체를 위해 모든 힘을 쏟을 각오가 돼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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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진보정치 박경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