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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이소선 여사가 생전에 '희망버스'를 타고 만나고 싶어했지만 결국 만나지 못했던 김진숙씨가 묘역에 도착한 뒤 묘 가까이 가지 못한 채 돌아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
ⓒ 권우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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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크앞에 선 김진숙씨가 목이 메여 말을 잇지 못한 채 눈물만 흘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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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게 와서 죄송합니다. 어머니."
한손에 손수건을 움켜쥐고 힘겹게 말문을 연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목이 메여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싸움이 많이 길어져서 찾아뵙는 일이 늦었습니다. 어머니."
다시 한마디를 내뱉은 김 지도위원은 안경을 벗고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85호 크레인에 어머니 영정 오는 것 보면서 뒤늦게 후회"
김진숙 지도위원과 '노동자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가 만났다. 20일, '어머니'가 묻힌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 민주열사 묘역에서다.
김 지도위원을 비롯해 지난 9일 보석으로 석방된 송경동 시인, 정진우 진보신당 비정규직실장 등 '희망버스'의 주역들, 투쟁 1000일이 지난 쌍용자동차, 1500일 넘게 '길바닥 농성'을 하고 있는 재능교육, 6년 가까이 정리해고 철회투쟁을 이어 가고 있는 콜트-콜텍, 복직을 앞두고 있는 기륭전자 노동자 등이 '어머니의 희망버스'에 탑승했다.
김진숙 지도위원을 만난 박계현 전태일재단 사무총장은 "제가 어머니 희망버스 못 타시게 말렸던 사람"이라며 인사를 건넸다. 전태일 열사의 동생 전태삼씨도 함께했다.
김 지도위원은 "(어머니께서) 희망버스 타고 오시겠다 했을 때 많이 말렸다. 저도 말리고 곁에 계신 동지들도 말렸다"면서 "그때 차라리 오시게 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결국 (85호 크레인에) 영정이 오는 것을 보면서 뒤늦게 후회를 했다"라고 말했다. 송경동 시인은 "희망버스를 타고 부산에 가서 김 지도위원을 만나는 것이 어머니의 유언이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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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모식이 열리는 동안 고 이소선 여사의 묘소 주위에는 고인의 생전 모습이 담긴 사진현수막을 든 비정규노동자들이 둘러 서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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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숙 지도위원, 송경동 시인, 정진우 진보신당 비정규실장 등 참가자들이 이소선 여사의 묘에 절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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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정규직 철폐'가 적힌 붉은 머리띠를 맨 전태일 열사의 흉상 뒤로, 고 이소선 여사의 묘소 주위에 고인의 생전 모습이 담긴 사진현수막을 든 비정규노동자들이 둘러 서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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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지도위원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저희들은 어머니께서 바라신 대로 살아서 내려왔습니다. 어머니가 그토록 타고 싶어 하셨던 희망버스, 이제는 쌍용차로, 재능으로 콜트-콜텍으로 달려서 더 이상 노동자들이 죽지 않는…. 어머니의 소원대로 노동자가 잘 사는 세상을 향해서 달리겠습니다. 어머니 죄송합니다."
정진우 실장은 "어머니를 마석 모란공원에 모시던 날, 사실 송경동 시인도 모르게 이곳에 왔다"면서 "그저 먼발치에서 지켜보면서 너무도 마음이 아프고 너무도 죄송스러웠다"라고 털어놓았다.
"가시는 날조차도 어머니와 함께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마음속에 상처로 있었다. 그런데 전태삼 동지가 저랑 송경동 시인이 있던 그곳으로 방문을 한 적이 있다. 그때 송경동 시인이 어머님 산소에 가지 못하는 그 아픔에 대해서 전태삼 동지에게 말했다. 그랬더니 전태삼 동지가 저와 송경동 시인을 꾸짖었다. 마석 어딘가에 있는 공원이 어머님의 산소가 아니고 바로 너희들이 투쟁하는 이곳이 어머님의 산소인데 그 마음을 왜 모르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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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이소선 여사의 묘소 주위에 고인의 생전 모습이 담긴 사진현수막을 든 비정규노동자들이 둘러 서 있는 가운데 정진우 진보신당 비정규실장이 추도사를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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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실장은 "이제 어머니의 산소는 쌍용자동차 공장 앞에 있는 희망의 텐트이고, 콜트콜텍 노동자들과 함께 하려는 공연장이고, 재능교육 농성자들이 4년째 싸우고 있는 서울광장 농성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참가자들은 고 이소선 여사의 묘지 주위에서 이 여사의 생전 모습을 담은 사진을 인쇄한 플래카드를 들어 보였다. 오는 23일 정리해고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앞둔 장석천 콜트콜텍 노조 사무총장은 굳은 표정으로 '어머니'를 위한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장 사무총장은 "저희들은 대법원 판결의 승패와 상관없이 포기하지 않고 저희들의 승리를 향해 끝까지 투쟁하겠다"면서 "'근로기준법 준수하라', '노동자도 사람이다', '인간답게 살고 싶다'며 분신 항거한 전태일 열사의 뜻을 가슴에 새기며 투쟁하겠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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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모제를 마친 참가자들이 비정규직 투쟁 승리를 다짐하는 구호를 외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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